1.
9시에 일어나 세면을 하고 방에 않아 있는데 차가 왔단다. 내려갔다. 마티스 크기의 봉고차다. 차는 깨끗하다. 활달해보이는 운전사와 왠 여자가 같이 왔는데 그의 여자친구같다. 차를 타고 나갔다. 중국공상은행앞에서 잠깐 서자고 했다. 은행에 들어가 달러를 내미니 오늘은 안되고 내일된단다. 아마 오늘이 일요일이기 때문인거 같다. 여행을 하다보면 요일감각이 필요가 없어진다. 지금 중국돈의 차 대여료 줄 돈만 간신히 있다. 좀 불안하다.
2.
그 운전사 커플과 국수와 만두를 먹었다. 그리고 출발했다. 수두후라는 근처 호수와 탠싱사라는 사원을 도는 코스란다. 내가 몇시 몇시 일정이냐고 종이에 쓰니 수두후는 차로 한시간거리고 탠싱사는 그 중간에 있단다. 내가 세군데 아니냐 했더니 그가 두군데란다. 날씨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차는 완만한 도로를 유유히 가로질러 나간다. 운전사와 유쾌하게 웃으면서 대화를 했다. 차는 비포장도로로 들어서 한 매표소 입구에 선다. 아니나 다를까 입장료가 30원이다. 두 지역주민은 무료이고 나만 내는것이다. 돈이 모자르다. 운전사에게 달러를 보여주며 오늘 안되었고 내일 주겠다고 한다. 운전사 알았다고 한다. 기분이 찜찜하다.
수두후 사진. 호수에 비친 하늘같은 걸 기대했는데 그냥 얼음만 보고 왔다
3.
걸어서 호수쪽으로 걸어갔다. 호수에 다다랐다. 음 호수가 빙판이다. 내가 기대했던건 푸른하늘이 비치는 맑은 호수였는데 그저 평범한 호수가 되버렸다. 중국어 발음으로도 얼음은 빙이다. 어쨌든 호수를 따라 죽 혼자 걷다가 돌아왔다. 운전사 커플이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다. 약간 급해지는 느낌이다.
4.
얼음이 얼어 호수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고 운전사에게 말하고 다른 곳을 가보자고 했다. 20키로 거리의 다른 호수 지명을 손으로 짚었더니 거긴 말을 타고 들어가야 한단다. 그래서 중덴 도심에서 7키로 떨어진 조류서식지인 나파하이로 가자고 했다. 그가 좋다고 한다. 돌아오는길 중간의 탠싱사에 들렀다. 여기는 노천온천이다. 여기 절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니 숙소들이 있고 한 단체관광객들이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다. 그 밑은 수영장이다. 한 커플이 수영복을 입고 주부를 타며 장난을 치고 있다. 이 경치와 수영복은 정말이지 안 어울린다. 숙소 주인이 온천 목욕을 하고 오라는게 이거였구나. 탠싱사하면 절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광경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탠싱사 입장권. 사진은 노천 수영장이고 산 건너편에 장족들의 노천 온천이 있다
5.
한바뀌돌고 다시 올라왔다. 내가 중간 산길과 왼쪽 강뚝길로 가겠다고 하자 자긴 차에서 기다리겠단다. 불편하다. 내 마음대로 시간을 조정할 수가 없다. 돈을 오늘 주지 못해 더더욱 그렇다. 중간 산길을 한 바뀌돌고 왼쪽 강둑길로 들어섰다. 이쪽은 장족마을이다. 아이들이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내가 한 아이에게 니하오하니 이 아이 헬로우 헬로우 하면서 놀린다. 저쪽 사람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거의 다다르는데 한 할머니가 목욕을 하고 옷을 입는지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민망해서 주춤거리고 고개를 돌리고 가고 있는데 이 할머니 전혀 상관없는 눈치다.
6.
고개를 저쪽으로 돌리고 할머니 옆 계단을 내려 강쪽 난간으로 갔다. 빨래터 이겠거니한 모여있는 사람들은 노천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탕은 남탕 여탕 두개가 있었는데 약간의 담이 있을 뿐 일어서면 서로 얼굴이 보일 높이였다. 아줌마들은 전부 빨간 티벳식 터번모자를 쓰고 있었다. 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걸어온다. 남탕 입구에 다다라서 안에 있는 아저씨들과 인사를 한다. 난 빤히 쳐다보기는 그렇고 강을 바라보면서 몇번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여길 못들어가면 후회하는데... . 준비한게 없다. 그리고 이 운전사 기다리고 있다. 뭐가 아귀가 잘 안맞는다. 내일 이곳으로 짐싸서올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티벳장족들과 같이 노천목욕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7.
기다렸던 차는 나를 태우고 다시 출발한다. 나보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아마 속으론 자기는 두 군데로 들었다는 눈치다. 아직 세시간도 안 지났는데 150원은 아니다. 나파하이로 가자고 했다. 서로의 대화횟수가 줄어들었다. 나파하이에 도착했다. 여기도 좀 더 얇긴 하지만 얼음이 얼어있다. 철새들이 호수가의 먹이를 먹고 있다. 이곳이 수두후보다 훨씬 시원한 느낌이다.
8.
중덴으로 돌아오니 2시가 되어간다. 숙소 주인이 길가에 있다. 차에 올라탔다. 더이상 다른데 가자고는 말할 수가 없다. 숙소 주인이 점심을 먹자한다. 그래 일단 먹자. 그런데 운전사는 잠깐 차를 세워놓아야 한다는 눈치로 어딜 가고 그 여자친구, 여관주인, 나 이렇게 셋이서
안 매운 훠궈 비슷한 요리를 시켜먹었다. 여자친구는 끝에 말도 없이 가버리고 내가 계산을했다.
9.
식당을 나와 걷다가 숙소 주인은 들어가고 난 왕빠에 간다했다. 칭다오 맥주 한 캔과 물 휴지를 사고 왕빠에 들어갔다. 오늘 뭔가 일이 꼬여서 뒤틀려있는 느낌이다. 맑은 날씨이지만 기분은 흐려진다. 숙소에 들어가니 이 친구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 한다. 난로에 물이 끓고 있다. 내가 사발면을 사올테니 같이 먹자하니 자긴 배가 너무 부르단다. 한편 천진스럽기도 하고 개념없어 보이기도 하고 참 그렇다. 나가서 사발면과 빵을 사서 돌아와 그 친구에게 빵을 주었다. 사발면은 역시 맛이 없다. 그 운전사 친구에게 전화가 온 거 같다. 이 숙소 주인 전화하다 슬그머니 나간다.
10.
어떤 사람은 좀 아쉽기는 해도 그대로의 모습이 좋을때가 많다. 이 숙소 주인이 바로 그 사람이다. 어쩔 수가 없다. 그나마 전기 장판의 따뜻함이 위안이 된다.
* 050116 (일) 여행52일차
(잠) 중텐 포탈라 캐빈 욕실없는 트윈 3900원 (30원)
(식사) 점심 고기야체탕 4160원 (32원)
저녁 사발면 빵 850원(6.5원)
(이동) 봉고차 반나절 대여 운전사 기름 포함 19500원 (150원)
(입장) 수두호 3900원 (30원)
탠싱사 1300원 (10원)
(간식) 맥주 460원 (3.5원)
과자 130원 (1원)
(기타) 물휴지 290원 (2.2원)
인터넷 780원 (6원)
................................................... 총 35,2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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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2005/01/22 15:24 Delete Reply Permalink
또다시 기관지 제작이 돌아와 찬찬히 여행기를 갈무리하고 있습죠. 한국은 동중정입니다. 한편으론 정일 형의 어제-오늘-내일이 부럽지만 나 또한 어제-오늘을 어서 갈무리하고 내일을 예비하렵니다. 티벳으로 가기 전에 큰 맘 먹고 정통 중화요리 한 번 잡숫는 건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