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시도 안 되어 눈이 떠졌다. 요즈음의 현상이다. 옆 베드의 서양인들은 한 밤중이다. 밖은 벌써 해가 실력과시를 시작하고 오토바이 소리가 요란하다. 사이공에만 300만대의 오토바이가 있단다. 하얀 아오자이를 입고 하늘거리며 우아하게 자전거 타는 베트남 여성은 옛날 말이다. 여기서는 아주 가난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비율은 2:8 아니 1:9 정도 되어 보인다. 그동안 잘 만지고 만 있었던 학습 자료를 꺼내 보았다.

 

2.

프린트 물은 한 장에 4페이지 출력으로 해서 가지고 왔다. 욕심을 내서 처음에는 분량이 책 두권어치 정도 되었다. 그 중 반인 여행관련 프린트는 보면서 찢어 버리고 이제 한 권 분량으로 줄였다. 주로 남은 건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의 토요노동대학 자료를 중심으로한 학습자료들이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앞 뒤 출력으로 했으면 분량이 반으로 줄었을 텐데, 하여튼 여행은 짐과의 전쟁이기도 하다.

 

3.

아침 일찍 일어나 한 서너시간 집중해서 공부하고 책읽고 점심부터 이곳저곳 세상을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각국의 여행자들과 인생의 대화를 나누고 시원한 맥주 마시고 일기로 하루를 돌아보고 푹 잠자고... . 좋은 여행의 진수다. 이렇게만 하면 얼마나 알차겠는가? 꼭 안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은 여행지에서 집중하기도 힘들고, 더워서 아님 추워서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통하는 여행자 만나기도 힘들고 언어의 장벽도 높고, 일기도 점점 밀린다. 엄살인가?

 

4.

자료를 좀 읽다가 출출해져서 공짜 아침 식사를 먹으러 내려갔다. 몇개의 선택이 있다. 계란 두개 프라이 빵 커피가 써있는 1번을 달라했다. 종업원이 머라한다. 잘 못 알아 듣겠다. 이 친구 갑자기 짜증을 낸다. 잠이 덜 깨었는지 무슨 뒤틀린 일이 있는지 내가 당했다. 아이 돈 노우라 말했더니 잠잠하다. 커피를 따라 먹으라는 말 같다. 음식을 가져다 준다. 내일부터는 안 먹어야 겠다. 

 

5.

그제는 동쪽, 어제는 서쪽, 오늘은 사이공 도시 남쪽으로 걸어가보자. 밥을 사먹고 남쪽으로 길을 따라 걸었다. 저기 응달이 드리워진 골목이 있다. 작은 상점들이 끝도 없이 죽 이어진다. 남녀노소 사람들이 더운 방을 나와 상점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다. 이들은 뭘 먹고 살까?

한 한시간 반쯤 걸으니 다리가 보인다. 간이 카페에서 밀크음료를 하나 사먹고 강가 공원으로 들어갔다. 나무 그늘에 앉았다. 강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화물선들이 분주히 지나간다. 한 지체장애 청년이 어린 소녀들과 술래잡기 비슷한 걸 하고 있다. 천진난만한 얼굴이다.

 

6.

저쪽 강뚝에선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젖은 몸 그대로 걸어온다. 나도 초등학교 5학년때 어머니는 서울에서 돈벌고 난 큰집이 있는 부산 고향으로 전학갔는데 거기가 금정산 계곡 밑이다. 이른바 애기소라는 곳이다. 애기와 관련한 연못전설이 있는곳이다. 내용은 모르겠는데 예전 인기 라디오 프로 전설따라삼천리에도 소개되었었다. 하루는 애기소 적당한 곳에서 다 벗고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같은 반 여자아이들이 지나가면서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7.

다시 공원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 앞에서 반팔 티셔츠를 팔고 있다. 마침 잘되었다. 두장을 샀다. 버스가 온다. 그냥 올라탔다. 에어콘이 잘 나온다. 버스는 북쪽으로 가다 동쪽으로 꺾어져 선착자을 지난다. 여기서 내리자. 매표소 대기실에서 배들을 쳐다보며 333맥주하나를 사먹었다. 다시 도심으로 걸어 시원한 서점에서 놀다가 전망대가 있다는 트레이드 센터까지 걸었다. 전망대를 못 찾겠다.

 

8.

슈퍼에서 멀좀 사먹고 벤탄시장 근처까지 왔다. 재즈라이브 바가 있다. 난 스포츠는 뭐든 라이브를 무척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들어가니 8시 45분부터 한단다. 다시 오겠다고 하고 시장으로 갔다. 반바지가 하나 뿐이라 하나를 사야겠다. 나이키 가짜바지 하나를 샀다. 처음에 6만동을 부르는데 그냥 돌아서자 팔을 붙잡으며 가격이 내려간다. 35000동에 샀다. 숙소앞 레스토랑에서 맥시칸 라이스를 사먹고 숙소에 들어가 잤다.

 

 

* 050204 (금)  여행 71일차

 

(잠) 사이공 4인 도미토리 3150원 (3불)

(식사) 아침 고기덮밥 1125원 (15000동)

         저녁 맥시칸 라이스 2250원 (30000동)

(간식)  간이카페 밀크음료 225원 (3000동)

         333캔맥주 750원 (10000동) 

          해피덴트껌, 음료수, 쥐포 1950원 (26000)         

(기타) 인터넷 615원 (8200동)  

          나이키짝퉁바지 2625원 (35000)

 

...................................................................... 총 12,6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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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1 22:15 2005/02/1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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