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일찍 눈이 떠졌다. 신기한 것은 어제는 내 침대에 앉으면 몸 뒤쪽으로 열차가 향했는데 깨어보니 앞쪽으로 간다. 열차가 중간에서 한 바뀌 돌았나. 모를일이다. 7시쯤 사발면을 하나씩 준다. 나는 안 먹고 있었는데 이 부자 사발면을 처음 먹는지 뜨거운 물을 받아서 뚜껑을 덮어두지 않고 바로 부셔 먹는다. 면발이 가는 사발면이라 그렇게 먹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아는척 할거 같아 가만히 있었다.

 

2.

생수 병들이 없어졌다. 아저씨는 맥주를 연신 들이키고 아들은 우유와 티를 먹느라 물을 먹지 않는다. 잘 모르고 치웠나보다. 물은 하나 샀다. 차창밖은 완전 열대의 풍경이다. 바라만 보아도 더운 열기가 훅훅 느껴진다. 11시쯤 아침도시락을 준다. 어머니가 싸준 투뷰형 고추장을 꺼냈다. 밥에 비벼먹으니 그나마 미슥거리는게 덜하다. 또 맥주캔 하나를 받아먹었다. 나도 뭘 하나 사야겠다.

 

3.

12시쯤 되었나. 아저씨가 자기 팔을 보여주며 뭐라고 한다. 겨드랑이 근처에 큰 흉터가 있다. 그리고 창밖을 가리킨다. 여기서 전투를 하다 총 맞은 상처란다. 내가 어메리카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아니 한국인에게서 맞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어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것을 대답했다. 어메리카, 코리아 같이 참전한 것을 알고 있다. 아저씨 고개를 끄덕인다. 아저씨의 이름은 ngvyen van thiet 위엔 반 티엣이란다. 66년에 총을 맞았단다. 그때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내가 dang cong san 베트남 공산당 창립일을 노트에 쓰자 내일이란다. 그는 베트남 공산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4.

아저씨 아들과 자리를 바꿔 창밖을 유심히 쳐다보신다. 창밖은 산악 지형이 이어진다. 이른바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이 붙은 중부지역이다. 한국군도 이 고지에 있었을 것이다. 서로 뺏고 뺏기고 했을 것이다. 나는 좀 뒤쪽에서 이 아저씨와 창밖풍경을 보았다. 이 아저씨의 도움으로 그냥 그런 풍경이었을 창밖이 달라진다. 이 아저씨가 창밖을 보며 생각에 깊이 잠기면 잠길수록 나도 그만큼 상상에 빠진다. 22살의 젊은 위엔 반 티엣이 저기 있다. 굳은 신념으로 미국군과 5만이나 간 한국군과 맞선다. 진격할 찰라 총알이 몸에 스친다... . 한 20분 정도 지났을까? 아저씨가 일어나신다. 창밖은 다시 풍경이 된다.

 

5.

2시쯤 되어 기차가 한 역에 선다. 내려서 상점에서 쥐포 구운 포장 하나를 샀다. 아저씨는 이빨이 안좋아 못먹고 아들과 나눠 먹었다. 또 캔맥주 하나를 얻어 마셨다. 베트남사람은 한국사람과 같이 체면을 중시여긴다고 한다. 결혼식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 기둥뿌리가 뽑힌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 자존심이 있다. 5시가 넘어가자 기대했던 바다가 잠시 보인다. 그리고 황량한 벌판이 이어지고 예정 시간 보다 1시간 가까이 넘어 8시 30분경에 기차는 사이공역에 도착했다.

 

6.

정신이 없어 베트남 부자와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여행자 거리인 팝 응우 라오 지역가는 택시는 5불을 달란다. 2만동 주고 오토바이를 탔다. 여행자 거리다. 사람들이 넘쳐난다. 대부분의 숙소에 방이 없다. 3불짜리 도미토리는 기대할 수 없다. 한 골목의 게스트하우스 5층 방에 8불을 주고 들어갔다. 베란다에 작은 침대가 하나 더 있는 묘한 구조다. 샤워를 하고 베란다 쪽 침대에 누웠다. 밤인데도 낮의 열기가 아직 후끈하다. 사이공의 밤이다.

 

 

* 050201 (화) 여행 68일차

 

(잠) 사이공 hoang yen 9450원 (126000동)

(이동) 오토바이 1500원(20000동)

(간식) 쥐포포장 2250원 (30000동)

           물 150원 (2000동)

(기타) 인터넷 300원 (4000동)

 

................................................총 13,6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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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9 21:30 2005/02/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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