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어나서 샤워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부가세 10%를 붙인다. 그동안 부가세 붙인 호텔에서 자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손해 본 느낌이다. 기차에서는 먹을 것이 별로인지라 좀 먹어두자. 우선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밀가루 지단을 펴서 살짝 구운다음에 안에 속을 넣고 마무리한 즉석 만두 한접시를 먹었다. 그리고 여기 하노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찰밥을 먹었다. 아직 기차시간이 많이 남았다. 11시에 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프랜치토스트 아침식사를 시켜서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2.
르완끼엠 호수로 갔다. 여기는 론리플래닛등 여행자가 볼만한 책들을 복제해서 파는 장사들이 많다. 한 친구가 집요하게 사라고 쫒아온다. 여기도 있을 만큼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한 운전사에게 기차역 가는 버스가 몇 번이냐고 물었는데 없단다. 없을리가 없는 코스인데 없다고 하니 할 수 없다. 택시를 탔는데 여긴 택시 종류에 따라 요금차이가 배로 난다고 하는데 정말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 배로 나왔다. 또 시간이 남아서 하노이 기차역 맞은편 간이 카페에서 주스하나를 시켜 먹었다. 이 주인할머니 만동을 내란다. 5천동도 하지 않는데 내가 두번이나 모른 척 하면서 5천동을 꺼내니 인상을 쓰며 아니란다. 만동을 내고 대합실로 들어섰다.
사이공 행 SE1 특급 열차다. 가장 빠른 29시간이 걸린다. 낮시간에 출발하는 열차가 이것 뿐이여서 큰 맘먹고 티켓을 끊었다
3.
2시가 되니 개찰이 시작된다. 빨리 타서 앉아 있자. 개찰을 하고 내 열차칸을 찾는데 한 사람이 와서 표를 보여달란다. 역무원 옷을 입고 있지 않고 뭔가 이상했는데 하여튼 보여주었다. 따라 오란다. 그가 내 자리를 찾아주면서 우는 얼굴로 돈을 달란다. 중국 국경에서 하노이떠나기 바로 직전까지 줄줄이 당하고 있다. 이게 마지막이야. 2만동 달라는 걸 5천동 쥐어 보냈다. 저렇게도 먹고 산다. 소프트 침대는 생각보다는 좁다. 하여튼 3층 침대만 타다 2층 침대칸으로 들어오니 아늑한 느낌이다.
4.
조금 있으니 우루루 여러 사람이 들어온다. 베트남 가족인거 같은데 배웅하러 왔나 보다. 나무 두 그루와 여러 짐들이 들어온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맞은 편에 앉은 약해 보이는 한 친구 손을 붙잡고 한 여자가 운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런 울음이다. 옆의 아버지로 보이는 아저씨도 눈을 훔친다. 한 아저씨가 우는 여자에게 이제 그만 가자 한다. 이산가족과 같이 그들이 나갔다. 약해 보이는 친구를 유심히 보니 약한 정도가 아니다. 아주 뼈만 남은 몰골이다. 인사를 나누었다. 역시나 아들이 아파서 어디 요양하는지 치료를 받으러 간단다. 내 나이를 물어본다. 내 나이를 말하자 자기 아들은 25살인데 이렇다고 하면서 뼈만남은 손목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코리아 인베이더 베트남.
5.
인베이더라 순간 당황했다. 이건 여행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침략, 침략자란 뜻이다. 이 아저씨가 이걸 말한 것일까? 혼란스러워 아저씨에게 우선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좀 더 곰곰히 생각해보니 침략자가 맞다. 내가 어릴때 핑퐁오락부터 해서 뽕뽕오락실이 등장했을때 인베이더 오락이 있었다. 적의 비행기 무리가 척척 내려온다. 옆으로 내려오다 한칸 밑으로 다시 옆으로... . 천천히 내려오지만 죽이지 못할 경우 마지막은 아주 빨라진다. 그리고 내가 죽는다. 아저씨에게 뭔가 대답은 해야겠다. 나 어제 호지민 묘소에 다녀 왔어요라고 대답했다.
6.
이 아저씨의 나이가 61살이란다. 그러면 베트남 전쟁때 아마 젊음을 바쳤을 것이다. 중국 베트남 두 사회주의 나라를 두달이 넘게 다니면서 이렇게 충격을 주는 말을 들은건 처음이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한국이 베트남 침략자인거 아니? 이 말이 계속 머리속을 맴돈다. 내가 과연 알기나 하는 걸까? 나도 지옥의 묵시록 정도의 추상적인 전쟁의 광기를 알고 있다. 이 사이공 행 기차안에서 거의 뼈만 남아 있는 아들을 데리고 가는 베트남 전쟁에 젊음을 바친 베트남인이 물어본다. 너 한국이 베트남 침략자인거 아니? 사실 난 잘 모르고 있었다.
7.
5시쯤되니 도시락이 들어온다. 닝닝한 국같은 반찬이 셋에다가 푸석한 쌀밥이다. 이 젊은 친구 나에게 계속 맥주를 마시라고 권한다. 베트남 산인 타이거 캔맥주 한 박스를 들고 왔나 보다. 너무 사양하는 것도 무례한 것이다. 이 부자와 중간에 놓인 작은 테이블위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이 친구 정말 잘 먹는다. 아까 빵에다가 음료도 시켜먹고 그런데 몸이 그 영양분을 거부하는 듯 보인다.
8.
밥을 먹고 좀 쉬다가 셋 다 일찍 자리에 누웠다. 나와 아들이 1층 침대, 아버지가 아들 위의 침대에 누웠다. 누워서 이 아버지의 삶을 생각해 본다. 청춘을 바친 베트남 전쟁, 아들은 병들었다. 그의 생각에는 지금의 베트남이 병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가 가진 신념 용기는 지금 베트남에서 우선 순위는 아닌 듯 싶다. 내가 그라면 참으로 착찹할 듯 싶다. 너 한국이 베트남 침략자인거 아니? 이 사이공행 열차안에서 한 베트남 인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나에게 전달되었다. 비싼 열차 티켓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밤이 지나가고 있다.
* 050131 (월) 여행 67일차
(잠) 기차
(식사) 아침 베트남씩쇠고기쌀국수 750원 (10000동)
밀가루지단얇게펴서안에속넣은만두 300원 (4000동)
잎에싼 찰밥 300원 (4000동)
레스토랑 프랜치 아침 메뉴세트 3000원 (2.75달러)
(이동) 택시 1800원 (24000동)
하노이-사이공 특급열차 74625원 (995000동)
(간식) 과일주스 750원 (10000동)
(기타) 열차 안내비 375원 (5000동)
...................................................................... 총 8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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