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학원강사’로 불리던 이가, 1심에서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한 죄다. 논란이 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모든 거짓말이 사법적 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음을 상기하면 이상한,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재난 앞에서 ‘정상’인 분위기다.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는 무슨 잘못을 한 걸까. 학력과 성정체성 등이 드러나 “제 모든 것을 잃고 제 주변 사람을 잃을까 봐 무서웠다”는 그의 두려움을 재차 강조하며 그를 변호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다. 정말 따져보고 싶을 뿐이다.
그는 5월 2일과 3일 중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학원에서 강의를 하거나 술집에서 친구를 만나는 등 누구라도 그랬을 법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5월 7일, 이태원 클럽 방문자 중에 확진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그는 검사를 미루지 않고 보건소를 방문했다. 통상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에 따라 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때까지 그와의 접촉으로 발생한 감염을 그의 잘못으로 돌릴 수 없다는 점을 우선 짚고 넘어가자. 그는 어제와 같은 오늘들을 살았을 뿐이다.
얼마 후 그가 역학 조사 과정에서 직업과 동선을 숨긴 것이 탄로났다. 그의 거짓말로 접촉자 파악이 늦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접촉자들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추가감염이 얼마나 되는지 명확히 규명된 적은 없다. 규명하기도 어렵거니와 그의 실질적 책임은 이미 세간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언론은 그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사람들과 접촉한 것처럼 문장을 써대기 시작했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인천 학원강사’와 관련됐다고 수식하면서 모두 그가 책임져야 할 일처럼 보이게 했다. 그래서 어떤 책임들은 사라졌다.
쿠팡도 그랬다. 5월말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원인을 쿠팡은 ‘학원강사’에게 돌렸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증언과 ‘쿠팡 노동자 인권실태조사단’의 분석(*)에 따르면, 집단감염의 책임은 쿠팡에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쿠팡은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았을 때 쿠팡은, 작업을 중지시키고 관련 정보를 알리고 접촉 의심 노동자들이 즉각 검사를 받도록 할 수 있었다. 작업장 전체를 소독하고 이후에도 서로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작업에 대한 통제권을 노동자에게 부여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이 서로 묻고 의견을 나누며 더 나은 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가능성은 허무맹랑하다. 기업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쿠팡은 전파를 막지 않았다. 그러나 막을 수 없었던 것인 양 면죄받았다.
만약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면 그 대상은 감염된 사람이 아니라 감염이 발생한 장소여야 한다. 잘잘못 가리기를 넘어, 다른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교훈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의 일상이 그 장소들에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접촉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비대면, 비접촉도 누군가의 대면과 접촉을 통하지 않고서는 성사되지 않는다. 우리가 꾀할 수 있는 목표는, '피할 수 없는 접촉의 장소들에서, 감염을 줄일 수 있는 관계 만들기'밖에 없다. 역학조사는 우리가 어떻게 다른 장소를 만들 수 있을지 모색할 실마리를 얻는 과정이어야 한다. 확진자는, 조사 대상이 아니라 조사를 돕는 사람이다.
감염병을 정복하면 재난이 극복될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그때까지만 일상의 파괴를 감수하며 버티는 것이 전략처럼 여겨진다. 이례적이고 한시적인 상황이라는 전제 아래 접촉을 피해보자 한다. 막아야 할 것은 일상 그 자체가 되어버리고 재난은 지속된다. 일상을 다시 세우는 일은 재난 이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그는 무슨 잘못을 한 걸까. 거짓말, 정말 거짓말밖에 없는 듯하다. 그러나 거짓말에 큰 잘못을 덮어씌우느라 실마리를 놓치는 우리야말로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 쿠팡 집단감염, 부천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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