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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상처를 꿰매다.

아들 녀석이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눈 위를 찢었다. 선생님들이 성형외과에 데리고 간다고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가봤더니 또 상처를 꿰매야 한다고 한다. 이제 겨우 다섯살인 아들녀석.. 얼굴을 꿰매는 것이 벌써 다섯번째이다. 얼굴을 보면 온통 꿰맨 흉터 투성이다. 솔직히 많이 속상했다. 병원으로 차를 몰고가는 내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 원망을 많이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부모인 아내와 나도 아들녀석이 다쳐서 네번이나 성형외과를 가야 할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선생님 탓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선생님 두분이 어쩔줄 몰라하며 계속 죄송하다며 머리숙이신다. 어찌 선생님들 탓이랴.. 아빠를 쏙 빼닮아 워낙 과격하고 흥분 잘하는 아들 녀석의 탓인 것을.. 오늘은 과격하게 미끄럼틀을 타다가 눈 위를 찢었댄다.

 

그냥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걱정마세요.. 벌써 다섯 번째인걸요.. 이젠 익숙해져서 잘 울지도 않아요.."

 

그리고 아들 녀석에겐

"씩씩하게 잘할 수 있지? 많이 해봐서 어떻게 하는지 잘 알지? 쪼끔만 참으면 되니까 아빠랑 치료 잘 받고 맛있는 것 먹어러 가자..."

 

이렇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제서야 선생님들이 웃는다. '많이 해봐서 잘알지?'가 그렇게 웃겼나 보다.

 

사실 많이 속상했다. 얼굴에 또 바느질 자국이 생기고.. 아파하는 아들 녀석을 보면서 제대로 아이를 돌봐주지 못하는 아빠로서 자책도 많이했다. 아이에게 세심하게 신경 못 써주는 어린이집 선생님도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런 사고는 결국 아들녀석 스스로의 문제이다. 몇번이고 다칠때마다 어떻게하면 다칠 수 있고 위험한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가르쳐도 자꾸 잊어버린다.

 

몇 번이나 이렇게 해야 아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될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몇바늘을 더 꿰매더라도 아이 다치는 것이 두려워 옆에 꼭 끼고 있는 부모가 되간 싫다. 그렇게 아이는 스스로를 지키고 혼자 서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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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옷을 입힌다.

'우리콩 마을'이란 이름으로 된장과 청국장 등을 만들어 온지 일년이 넘었다. 그동안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품질을 인정받아 꾸준히 판매가 조금씩 늘고 있는 우리 전통 콩 발효식품들.. 더디지만 긴 호흡으로 함께 해준 팀원들이 고맙다. 그동안 제조허가 문제로 제대로 된 포장 없이 그냥 아는 사람들 위주로만 소비되던 우리 상품들이 즉석식품 가공 신고 절차를 마치고 드디어 옷을 입는다. 저소득층 주민들의 자활을 위해 만들어진 사업 아이템.. 상대적으로 기술이 떨어지는 우리 식구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전통 그대로, 예전에 집에서 해먹던 전통방식 그대로를 살리는 것 뿐이었고, 이제는 그 품질을 꽤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상품으로서 포장이 제대로 되지 못해 늘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옷을 입게 되었다. 자식 새끼 새옷 입히는 마음처럼 흐뭇하다. 괜히 이곳 저곳 자랑하고 싶다.

 

추석 선물로 대량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요즘 '희망'이란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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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주말을 보내다.

태풍이 온다고 했다.

창문으로 비바람이 때리는 걸 보면 가까이 왔나 보다.

토요일 주말인데도 출근하는 아내를 보내놓고 하루종일 아들녀석과 뒹굴었다.

 

가끔 책도 읽어주고, 함께 블럭도 만들고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냥 아들 녀석과 뒹굴었다. 녀석도 은근히 아빠랑 그저 뒹구는 걸 즐긴다. 못다 읽은 책을 거의 끝내고.. TV를 보다가 문득 빗속에서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을 지키고 있을 동국대 교문 앞 천막농성장이 생각났다.

 

한번 가봐야 하는데...

 

그렇게 연대를 외치면서도 한가로운 주말을 뺏기고 싶지 않은 이중인격의 '나'

 

그렇게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냈다.

머리가 무겁다.

아니, 무거운 건 머리보다도 아마 가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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