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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03
    보육노동자, 어느 여름날의 기억(3)
    푸른 솔
  2. 2005/05/19
    한 어린이집 원장의 무식함.(1)
    푸른 솔
  3. 2005/04/12
    보육노조 출범 3개월을 지나며,(1)
    푸른 솔
  4. 2005/04/06
    보육노조, [공문]으로 투쟁하기(2)
    푸른 솔
  5. 2005/03/01
    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2)
    푸른 솔
  6. 2005/02/23
    바쁠때는 꼭 한꺼번에 일이 터진다.(2)
    푸른 솔
  7. 2005/02/21
    첫 싸움.(1)
    푸른 솔
  8. 2005/02/05
    살고자 한다면 죽을 것이요..(5)
    푸른 솔
  9. 2005/01/31
    내가 노동조합을 하는 이유..
    푸른 솔
  10. 2005/01/19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1)
    푸른 솔

보육노동자, 어느 여름날의 기억

8년가까운 보육교사로서의 생활동안

난 주로 36개월미만의 영아를 담당하였다.

 

기저귀를 떼고 난 24개월이 넘는 아이들은 그래도 두 세단어를 써가며 의사소통도 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만들기며, 율동이며 게임 등 여러가지 놀이활동도 가능해서

무더운 여름 날 나름 아이디어만 있으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편이다.

 

근데 기저귀 차고 젖병 물고 있는 24개월미만의 꼬맹이들은 

더운 여름이 아이들에게나 교사에게나 여간 곤욕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땀띠가 큰일이다.

에어컨 바람은 아이들에게 너무 자극적이라는 판단에

영아반은 선풍기로만 살아가는 형편이었기에

(이건 같이 근무하는 영아반교사들의 결의였다. 에구.)

 

여린 살결 진무를까 하루에 두번씩은 샤워 시키고

보송보송하게 닦아주는 일이 여름내 진행된다.

 

 



오늘은 얼마나 더울 것인가? 걱정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만원 전철에 시달려 후줄근해진 모습을 추스리고

등원하는 아이들 기분이며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더위에 짜증부리지 않도록, 그러나 감기엔 걸리지 않게 

선풍기를 틀었다 껐다, 바람세기를 이리저리 조절하면서 오전을 보낸다.

 

더울까봐

가능한 적게 옷을 입도록 하니 간식시간이 지나면 온통 벗은 몸 구석구석에

잔해가 붙어있다.

1차 샤워. 대개는 간단하게 젖은 수건으로 닦거나 물로 살살 씻어내는 수준이지만

 

떠먹는 요구르트(으~ 정말 괴롭다)같이 아이들이 먹다 많이 흘리는,

그리고 끈적거려서 반드시 물로 씻어줘야 하는 간식이라도 나오면 정말 괴롭다.

 

3명의 교사가 15명의 아이들을 보는 상황이라

한명은 간식먹은 뒷정리하고 한명은 씻기고 한명은 씻은 아이 몸 닦아주고..

손발은 맞으나 끝나고 나면 교사들은 온통 땀범벅이 된다.

 

그래도 점심후의 전쟁통에 비하면 양호하다.

아이들을 모두 벗겨서 샤워 시키고 닦기고 옷을 입히고

점심먹은 자리 치우고 낮잠준비하고

아이들을 눕히고 나면

 

아, 온 몸은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지는게

그저 나도 아무생각없이 샤워하고 눕고 싶은 마음뿐.

 

그러나 이부자리에 눕혔다고 다 끝나는 일이 아니다.

땀띠가 심하거나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낮잠을 자다가도 몸을 심하게 긁어대거나 울면서 깨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낮잠시간 내내 아이들 상태를 관찰하고

심한 경우에는 한 시간 내내 옆에 붙어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 아이들 이불이나 베개도 땀에 너무 젖기때문에 커버를 수시로 벗겨 빨아줘야 하고

샤워하느라 수건도 많이 쓰니 빨래감도 장난이 아니다.

낮잠시간동안 세탁기 돌리고 옥상에 빨래 널어놓고...

여름은 이래저래 할일이 많은 계절이다.

 

너무 더위가 심할 경우에는 에어컨이 있는 큰 아이들 교실에 잠깐 마실을 가지만

워낙 어린아이들이라 금방 재채기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제 제법 형아티가 나는 아이들이 '아가다' 하면서

만지고 쓰다듬는 통에 오래있지를 못한다.

 

그래도 샤워후 보송보송한 피부를 해가지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잠든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아주~ 좋은 보육교사가 된 것 같아서..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 그 뿌듯한 기분이 문제였어.

8년 근무 동안 제대로 된 여름 휴가는 딱 한번밖에 못 가보고

여름 내내 땀에 절어 살면서

결국 손목과 손가락이 퉁퉁 붓고

여름만 오면 주부습진에 손가락이 짓물러 와도 병원한번 맘 놓고 다니지 못하면서

그래서 너무 힘들어 현장을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서

그저 이게 보육교사의 숙명이거니 하면서 지냈던 세월.

 

7월,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인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이 여름을 또 어떻게 보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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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집 원장의 무식함.

울산지역에서 한 국공립어린이집을 상대로 교섭이 진행 중이다.

워낙 기본적인 요구안을 가지고 시작한 교섭이라 금방 타결이 될 줄 알았다.

근데 요즘 '무식하면 진짜 용감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오랫동안 보육교사로 근무하던 한 사람이 드디어 국공립어린이집에 원장이 되었다.

(개인위탁을 받은 셈)

 

자리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는지 원장이 되자마자 시작한 일은,

오래된 다른 보육교사들을 내보내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다가

(우린 이걸 보통 '친정체제를 만들려고 한다' 고 표현한다.)

작년에 임신 중인 한 선생님을 이유도 없이 해고한 것이다.

 

그리고 이 원장,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출근한 사람을 경찰 불러 끌어냈다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받고 울며겨자먹기로 복직시켰다.

 

맘대로 안되는 선생님들을 이리저리 괴롭히다가

그래도 안되니 올해에는 야간교사들 공부때문에 비는 시간을

주간 근무자들에게 떠맡기는 만행을 저질렀다.

아침 8시30분 출근해서 하루종일 애들 돌보느라 파김치가 된 사람들보고

밤 10시, 11시까지  연장해서 아이를 보라고 한다면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젠 보육교사, 아니 보육노동자들도 여전의 그들이 아니다.



교사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여성부 지침대로 하루 9시간 근무하고

주간에 당직이 필요하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당직을 하게 되면 그만큼  초과근무수당 지급하고

퇴직금 중간정산  받은 것이 계산이 틀렸으니 제대로 계산해서 달라는 것.

 

이 요구안을 가지고 노조에 가입해서 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 이 원장 처음부터 "내가 왜? 노조하고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되는데요?" 하고 우기기 시작한다.

 

# 노조> 법에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법 조문을 보여주면서 일일이 설명해 줌) 

 

* 원장> 노동부에 내가 노조랑 교섭해야 하냐? 도장찍어야 하냐? 고 물어보니 곤란한 질문이라고 하던데, 그럼 교섭 안해도 되는거 아닌가요?

* 원장> 나는 정부에서 인건비의 30%를 지원받고 있으니 70%밖에 책임이 없어요. 그러니 여성부랑 교섭하세요. (- 이건 도대체 무슨 계산법인지)

* 원장> 당신들 말이 맞다는 걸 나도 확인해야 되니 시간을 주세요. 6월에 만납시다. 내가 만날 만하면 전화할께요.

 

# 노조> 5월 3일에 자료 주면서 검토해보라고 이야기 했고 벌써 3번이나 교섭이 진행되었는데 무슨 말입니까? 그럼 6월 언제쯤 전화할껀데요?

 

* 원장> 6월 30일에 전화하겠어요. 

 

# 노조> 우리는 몰랐다. 이렇게 쉬운 내용을 공부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_-; 아,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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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조에서는 지금 교섭 해태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 고발과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구청장 면담 및 항의방문,

조합원들의 실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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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조 출범 3개월을 지나며,

노조 설립신고 시점부터 따지면 근 5개월이 되었지만 사무처가 노조명의로 공문을 발송하고 정상 가동되기 시작한 게 금년부터니 이제 3개월이 막 지난 셈이다. 그동안 부당해고 철회, 체불임금 지급, 시설비리 고발 등 개별 시설 차원의 투쟁과 보육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요구안 작성, 노동조합 홍보활동, 조합원 교육 등이 진행되었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보육현장에 많은 변화의 기운들이 느껴진다.


이 말은 근로기준법에 있는 연월차휴가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어느 조합원이 한 말이다. 최저기준이라는 근기법이 지켜지는 것조차 꿈같은 이야기로 생각되는 보육현실이 한편으로 안타깝고 분노도 생기지만 어떤 면에서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육노동자는 아이들을 돌보는 고귀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헌신과 봉사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근기법 적용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취직할때 월급이 얼마인지 물어보는 것조차 금기시 되던 보육현장이었기에 노동조합에 대해, 근기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보육현장의 새로운 희망이고 변화의 시작인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해고통보를 받은 보육노동자들의 대응하는 모습이 내게는 인상적이다. 이전에는 나가라는 한마디에 아무 소리 못하고 그만두었던 보육노동자들이 이제는 부당함을 항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원장의 지시에 감히 항의 한번 못하던 사람들이 내용증명을 보내고 출근투쟁을 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부당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시작했다는 것은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이다. 아직은 노조에 가입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최소한 부당한 문제에 대해 찾아와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보육노동자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다른 측면에서, 최저임금에 하루 평균 10시간이상 노동을 강요받던 사람들이 이제는 초과근무수당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정부도 초과근무시 수당을 지급하라고(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선심쓰듯이) 이야기 하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이다. 물론 걱정스러운 변화도 있기는 하다. 원장모임마다 노무사를 불러 교육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없던 취업규칙을 새로 만들면서 교묘하게 보육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넣는 것은 앞으로 보육노조가 해결해야 될 과제이다. 그러나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그전에는 법조차 무시하며 무턱대고 지시와 명령으로 통제하던 것이, 그래도 법에는 걸리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연구해서 규정도 만들고 근로계약서도 쓰게 하면서 체계를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10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근무 했지만 근로계약서 라는 걸 처음 써보는 보육노동자들에겐 그 문구 하나 하나를 해석하는 것이 교육이고 훈련이며 노동자로써의 자기 위치를 각성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원장들은 알까?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노조가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되었고 이 희망의 씨앗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땅을 다지고 잡초를 뽑는 일, 그것이 처음 씨앗을 뿌렸던 사람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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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노조, [공문]으로 투쟁하기

오늘은 [공문의 날]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여기저기 항의공문 보내느라 정신없었지요.


왜냐하면,
최근 인천시 부평구청에서
2시간 이상 초과근무일때만 수당을 지급해야 된다는 황당한 지침을
시설마다 내려보내서 이것에 대한 항의공문을 발송하고,

 

또 중앙보육정보센터(여성부에서 시설연합회로 위탁을 준 공공기관)에서
각 지방보육정보센터로 내려보낸 취업규칙 양식에
* 집회참석 등 단체행동의 경우 해고하고
* 1년짜리 연봉제 계약을 원칙으로 한다. 는 등등

말도 안되는 내용을 버젓이 올렸기에 이에 대한 항의공문을 보냈습니다.

 

센터장이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 항의전화를 했더니 문제가 될 줄 몰랐답니다.
이런~

 

사실,
이런 일들이 생기면 잘됐다 싸움 한번 제대로 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보육노동자들에게 보육노조를 알리고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이를 통해 조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죠. 

 

근데 문제는..

항의공문 한번에 당장 사과 공문이 오고, 시정하겠다고 답변이 온다는 거죠.
상대가 개겨줘야 우리도 싸울텐데..
그래야 보육노동자들에게 보육노조가 알려질텐데..

 

싸우려고 해도 쉽지 않네요.

...........

 

 

며칠전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부당해고가 있어서
이를 항의하고 면담요청 공문을 넣었더니 하루만에 해고를 철회하더군요.

뭐 워낙 명백히 부당해고였기때문에 원장이 할말이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물론 조합원 입장에서는 시간 끌지않고
노조가 개입하자마자 일이 해결되니 힘들지 않아 좋을 수도 있겠지요.


아직은 보육현장이 노조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라
이렇게 쉽게 우리 요구에 반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들도 대비책을 세우겠지요?

 

 

그때까지 보육노조도 열심히 경험과 힘을 키워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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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부당해고 철회싸움을 해서 복귀시킨 조합원이 오늘 이야기 한다. "그만두고 집에 갈래요. 좋은 경험했다 치고 스트레스 그만 받고 싶어요." '그래 너는 그만두는 걸로 스트레스 정리하겠지만 나는 니가 그만두면서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허망함을 속으로 삭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누군들 좋아서 싸우랴. 누군들 기꺼이 싸움을 중단하랴. 살아온 세월과 그동안 받았던 교육이 그저 그렇게 사는 방법밖에 가르쳐주지 못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도 어찌보면 장한 일이었지. 그래도 마음같아서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주었더라면.. 생각해보면 운동이랍시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세월이 제법 되어도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 하는 운동은 이제야 처음인 까닭에 내 욕심껏 되지 않는 상황에 당황도 하고 허무해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다시 되묻는다. 대한민국 평균 수명의 절반을 이미 보낸 상황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보겠다고 나섰을 때부터 계속 되는 나의 고민. "내 활동과 선택의 정당성을 무엇으로 보여줄 것인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과 대응이 달라짐을 느낀다. 예전보다 시간이 부족한 듯한데 더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 소수의 뛰어난 엘리트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다수, 실수도 하고 개기기고 하고 가끔은 뒤쳐지는 듯이 보여도 한발 또 한발 꾸준히 움직이는 발걸음으로 역사의 진보가 온다는 믿음이 없다면 어찌 이 일을 할까? 앞으로 내가 경험할 무수히 많은 실망과 허망함, 그리고 그 안에서 찾아내야 할 희망의 싹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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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때는 꼭 한꺼번에 일이 터진다.

진짜.. 이번주 해고조합원 복직투쟁- 보육노조로서는 첫 공식 투쟁이기에 서툰 솜씨로 근거자료 준비하고 교섭에, 공문, 매일 매일의 대책회의, 게다가 출근투쟁하는 조합원 격려까지 실시간으로(문자메세지로) 진행하다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겠는데 금요일 사무실 이사 준비로 더욱 마음은 바쁘고 게다가 이사 다음날인 토요일에는 첫 대의원회가 버티고 있다!!! 이 와중에 국회에서 열우당과 한나라당이 손 잡고 비정규직개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한단다. 언젠가는 이것들 둘이 손잡고 노동자들 엿먹일 줄 알고는 있었지만 미운 것들은 무얼해도 미운 짓만 골라한다고 이 바쁜 일정속에서 터진 일이라 더 화가 난다. 원래 내일은 사무실 이사짐을 싸고 대의원회 자료준비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랄판인데 조합원들에게 상황전달하고 사람들 조직해서 집회 참석까지.. 이러니 살이 빠질 수밖에. 지난 2주 사이 다시 2킬로가 빠졌다. 노조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한달새 4킬로가 빠졌다. 무거운 몸이 가벼워지는거야 바람직하다만 마음까지 가벼워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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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싸움.

휴가란 역시 일을 하기 위해 다녀오는 것이다. 생전 없던 열흘간의 긴 휴가를 보내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정신없이 밀린 일들이 아우성을 친다. 축령산에서 하산하여 속세로 돌아와서 첫날 하루종일 중앙운영위 회의준비로 분주한데 얼마전 가입한 조합원 한명이 해고 당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근무하던 이 보육교사는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처음 채용 당시 근로기간에 대해 어떤 언질도 없는 상황에서 1년만 인턴으로 일하면 정교사를 시켜주겠다는 구두 약속만을 믿고 일해왔는데 1년을 채 채우기도 전에(사실은 불과 며칠 남겨둔 상황에서) 느닷없이 사직을 강요당한 것이다. 옛 약속은 관리자들의 머리속에서 사라져버렸고 하루 9시간 이상 일했던 이 보육노동자가 받은 월급은 고작 64만8천원. 당직도, 차량운행도, 청소도 정교사와 같이 일했는데 단지 인턴이라는 이름으로(그것도 1년간이나) 다른교사의 70%정도밖에 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어린이집 안에서 소외감을 참으며 일해 왔는데 이렇게 나가라니.. 억울해서 이대로는 못 있겠다고 노조를 찾아 온 선생님과 서울지부에 모든 간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주말내내 대책회의를 하면서 그렇게 첫 싸움을 준비했다. 아니 이것은 모든 보육노조 조합원들에게 첫 싸움이었다. 월요일 사무처 식구들과 월차를 낸 서울지부장과 출근투쟁을 시작한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집을 찾아가면서 아, 우리가 노동조합이 맞구나 실감을 했다. 보육현장에서는 단 한번도 없었던 일. 최저임금을 위반하고도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원장들과 이제 싸움을 시작한다. 보육현장에 끝도 없이 퍼져나가는 아르바이트, 보조, 인턴 등등의 이름으로 양산되는 비정규직 보육노동자들과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보육노동자들의 삶을 하나씩 하나씩 바꿔나가는 그런 첫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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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자 한다면 죽을 것이요..

어찌 어찌 해서 휴가가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19일까지 제대로 쉬어보려는 계획은 중앙운영위 회의가 변경되면서 꿈으로 사라졌고 결국 모자란 휴가 중 하루를 오늘부터 채우기로 했다. 사실, 이번 주 내내 뉴스를 보면서 이런 시기에 휴가를 간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뭐,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고민이라도 함께해야 될 것 같은 강박증이 있었다. 오늘 집에서 빨래를 하면서 내내 울리는 전화통을 붙잡고 이런 저런 상담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서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민주노총 대의원회 소위 폭력사태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지만 노동조합 설립이 이제 겨우 한달째인 입장에서 이러니 저리니 이야기 하는 것도 계면쩍고 다만, 단상을 점거한 동지들 중에 비정규직노조에서 일하는 동지의 모습을 보고 드는 생각이 2년전인가? 철거싸움이 있었는데 한 겨울에 철거가 들어오자 거의 폐허가 된 건물 옥상에서 신나며 휘발유 통을 들고 싸웠던 철거민들이 생각났다. 그때 모든 언론에서는 철거반에 맞서 싸우는 그이들의 모습에 대해 폭력사태라 우려된다는 것보다 저러다 사람이 다치지 않을까? 하며 한겨울에 집에서 내쫓는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가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민주노총 대의원회에서 단상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정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게는 그때 그 철거민과 마찬가지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짐작 뿐. 다만 그것을 저지하고 문제삼는 것이 함께 노동운동을 해왔던 내 옆의 그 사람들이라는 점이 다를 뿐. 폭력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리고 정당방위로 분류되는 폭력도 그 한계가 어디인지 심히 고민이 되지만 전후좌우 사정 거두절미 하고 오로지 한 방향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해 묻고 싶다. 만약 당신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를 해고를 일상처럼 느끼고 살아간다면, 그런 불안한 일상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려는 비정규직법안이 국회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면, 그런데도 사회적 교섭을 통해 정부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그 사회적교섭이라는 것이 정리해고와 파견의 허용을 가져온 것이라고 믿어진다면, 또다시 그것을 거론하거나 관철시키고자 하는 사람들 앞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하루 하루 목줄을 죄어오는 자본의 공세앞에서 오늘을 살고자 타협한다면 내일,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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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동조합을 하는 이유..

 

그런 일이 있었다.

IMF때의 일이다.

갑자기 거리로 나앉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무엇보다 평생 직장일 줄 알았던 은행에서

몇천명씩 무더기 정리해고가 발생하던 그 시점이었다.


재산은 있으나(고생해서 마련한 집한칸) 수입이 없어서

보육료를 낼 수 없어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그만두던 그 시절.

어느 날 원장이 오더니 정원 감소로 인해 교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립(정부지원)어린이집이라 아동 수에 따라 인건비 지원이 나오는데

아이들이 줄어서 지원금도 교사 수보다 적게 나온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집에서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분 것이었다.


어느 누구 하나도 용돈 받으며 직장생활하는

그런 속 편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어린이집에서 해고를 당하면

당장 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아무도 나갈 수는 없는 상황에서

나가라고 등을 떠밀때 우리가 선택한 것은?

바로 모두가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근기법이고 뭐고 노조고 뭐고 그런 것을 몰랐던 사람들이지만

오로지 오래도록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과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마다 대책회의를 하면서 머리를 짰다.



 

[ 첫째, 지원 못받는 선생님들의 월급은

나머지 지원받는 교사의 월급에서 일정정도 떼서 지급하고

이 분들이 보조교사로 근무하도록 하며

아이들이 다시 들어와서 담임이 필요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배치한다. ]


[ 둘째, 그게 안될 경우 한달씩 돌아가면서 무급휴가를 사용하고

아이들이 들어오면 우선 배치한다. ]


무엇보다 실직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가장 컸다.

또 많은 아이들을 한명의 교사가 담당하는 상황에서

(그래서 엄청난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되는 상황에서)

월급을 다소 적게 받더라도 남는 교사를 추가인력으로 활용한다면

어린이집의 평판도 좋아지고 보육의 질도 좋아질테니

더 많은 아이들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설입장에서도 동일한 지출만 있을 뿐,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 들여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답은 "노!" 였다.

그때 원장이 했던 이야기는 계속 근무가 되면

나중에 퇴직금 부담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절망스러웠다.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보육교사들도 함께 살아보겠다고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나서는데 그걸 한칼에 짜르고

시설입장에서는 단 한푼도 손해 볼 수 없다는 태도를 보면서

무력감도 느꼈다.

그때 그만두었던 교사들은 보육쪽은 고개도 돌리기 싫다고 했고

남은 교사들은 미안함으로 근 몇년을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요즘도 이런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대개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아이들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물론 3월이 되면 다시 아이들은 늘어난다.)

그 한두달 인건비를 아끼자고 교사를 해고하기도 하고..


아이들 한두명 줄었다고 정원초과해서 합반 시키고 남은 교사는 해고하고..


국공립조차 고용안정이나 신분보장이 안되는데 민간은 오죽 하겠나?

병설유치원은 대기발령이라도 내지..


이렇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해고,

아이들 수에 따라 파리목숨인 보육교사들.

 

이 경험을 결코 잊을 수 없었기에

노동조합을 만들고 거기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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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출범식이 끝났다.

누구말마따나 이벤트 좋아하는 보육교사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출범식.(지역별 결의의 시간에 같은 아이템은 단 한개도 없었다!

개사곡, 연주, 율동, 퍼포먼스...)

그러나 노동조합은 행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정작 지금부터가 고민이다.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인터넷 가입자를 제외하고

아직 현장 조직화를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사실 2만여개로 전국에 산개한 어린이집을 일일 찾아다니자니

노력대비 효율성의 문제가 걸리고

보수교육이나 연수 등 보육교사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노조를 홍보하는것으로는

알릴 수는 있지만 가입으로 연결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정서적 관계를 중시하는 이 분야 종사자들의 특성상

아는 사람이 있고 일정정도 관계형성이 진행되어야 가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터넷으로 스스로 가입한 분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얼떨결에 가입했다가 다음날로 저 가입취소예요. 하는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정말 궁금하다.

그냥 가입하세요. 하고 가입서를 내미는지..

 

기업별 노조라면 매일 얼굴을 맞대는 사람들과

커피타임에라도 이야기를 해보겠지만

산별노조 현장조직화는 어떤식으로 되는 것인지.

사실은 누구에게도 답은 없는 것인지...

 

분명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의 역사가 아주 짧지만은 않은데도

우리같은 초보 노동조합을 위한 지침이나 연구물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누구 좋은 자료있으면 소개 좀 해주시와요~)

 

그런게 딱 있었으면 좋겠다.

[ 노동조합 유형별 조직화 방안. 1단계, 2단계, 3단계

조직화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유형과 해결을 위한 사례.

노조 내 단위별 역할분담과 의사소통 체계.

상근자, 조합원, 대의원의 역할과 상호소통을 위한 시스템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특히 여성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활용가능한 이벤트.

여론만들기와 홍보전략 ]등등 이런게 하나로 정리되서

가이드 북으로 딱 나와주면 정말 좋겠다.

민주노총이나 연맹에서 가끔하는 교육들은 분야별로 너무 쪼개져 있는데

처음부터 선전, 교육, 정책, 조직 뭐 이렇게 다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노동조합이

얼마나 되겠는가?

차라리 왕초보 노동조합 만들기에 도전하다! 이런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뭐, 가이드 북이 아무리 잘 나와도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쓸모가 없는 법이지만.

 

어느 자본가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했다지만

(정말 오만함의 극치다.)

노동자는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 는 마음으로 함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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