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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철회싸움을 해서 복귀시킨 조합원이 오늘 이야기 한다.
"그만두고 집에 갈래요. 좋은 경험했다 치고 스트레스 그만 받고 싶어요."
'그래 너는 그만두는 걸로 스트레스 정리하겠지만
나는 니가 그만두면서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허망함을 속으로 삭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누군들 좋아서 싸우랴.
누군들 기꺼이 싸움을 중단하랴.
살아온 세월과 그동안 받았던 교육이 그저 그렇게 사는 방법밖에 가르쳐주지 못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도 어찌보면 장한 일이었지.
그래도 마음같아서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주었더라면..
생각해보면 운동이랍시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세월이 제법 되어도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 하는 운동은 이제야 처음인 까닭에
내 욕심껏 되지 않는 상황에 당황도 하고 허무해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다시 되묻는다.
대한민국 평균 수명의 절반을 이미 보낸 상황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보겠다고 나섰을 때부터
계속 되는 나의 고민.
"내 활동과 선택의 정당성을 무엇으로 보여줄 것인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과 대응이 달라짐을 느낀다.
예전보다 시간이 부족한 듯한데 더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
소수의 뛰어난 엘리트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다수,
실수도 하고 개기기고 하고 가끔은 뒤쳐지는 듯이 보여도
한발 또 한발 꾸준히 움직이는 발걸음으로
역사의 진보가 온다는 믿음이 없다면
어찌 이 일을 할까?
앞으로 내가 경험할 무수히 많은 실망과 허망함,
그리고 그 안에서 찾아내야 할 희망의 싹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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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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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믿음' 그거 밖에 없어요!부가 정보
l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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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나 자신에 대한 믿음도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