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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L.A'소문내야 하는데~

오늘 일이 있어서 서울에 나갔다가,

노동영화제에 들렀다.

 

노동영화제는 첫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챙겼던 영화제고,

4회부터 9회까지는 관계자로서 영화제를 꾸리기도 했고(뭐 큰 일은 안했지만),

6년동안 몸담았던 조직에서 하는 큰 행사이기도 하고,

뭐 이것저것 다 떠나서 정말 좋은 영화제이기 때문에(역시 관계자 멘트로구만 ㅋㅋ),

올해도 빼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갔다.

그리고 음... 사실 볼일도 있었다.

 

원래는 개막작을 볼려고 했는데,

시간이 남아서 '메이드 인 로스엔젤레스'를 봤다.

그 시간에 뭐 하는지도 몰랐고 사전 정보도 전혀 없이 가서 어떤 기대도 없었는데...

 

아, 이 영화 훌륭하다.

사실 노동영화나 인권영화나 뭐 이런 영화들에 서열을 매긴다는 것이 좀 거시기 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내가 본 외국 다큐중에 손꼽을만한 영화였다.

 

우선 구성이 잘 됐다.

나중에 자료집에서 보니까 연출자가 방송 연출도 하고, UCLA 영화학교 박사학위도 받고,

이전 연출작이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한 쟁쟁한 사람이기도 하더만...

암튼 보면서 구성이 참 잘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야기 자체는 연대기적인 순서를 따랐는데 그 사이 사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잘 섞어서,

참 세련되게 만들었다.(이 세련되었다는 것이 어떤때는 별루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

그리고 내용도 좋다.

미국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심장부에서 펼쳐지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실태와 투쟁이랄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패쓰~

(헤~ 뭐 그리 많은 사람들이 볼꺼라고... 사실은 구구절절이 쓰기는 구찮기도 하고, 생각도 잘 안남.

원래도 가물거리던 기억력이 애 낳고 나서 이제는 거의 금붕어 수준이라서리...)

근데 거기서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이 한국자본이더라.

미국까지 진출해서 잘 하고 있쓰~

초반,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전태일이 일했던 마찌꼬바가 떠올랐다.

좀 더 보다가는 뜬금없이 이랜드 투쟁이 떠올랐다. (여성노동자들의 처지랄까? 그런것들에 이입이 되서리)

그리고 영화가 계속되자  주인공들의 안위가 걱정되면서 표적수사로 잡혀가버린 이주노조 지도부 동지들도 생각났다.(우쒸~)

그런데, 이 투쟁은 승리했다. 3년 동안 투쟁한 결과다.

그게 또 넘 좋았다.

요즘은 승리하는 투쟁에 너무나 목말라 있어서, 영화를 볼때도, 보고나서도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들을 잘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잘 끌어낸 게 아닐까 싶다.

이주여성인 세명의 노동자들을 보면서 '멋진 그녀들'이라는 호칭이 계속 떠올랐다.

슈아의 '멋진 그녀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슈아도 자신의 영화주인공들을 만나면서 그녀들에게 걸맞는 그 호칭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제목으로 사용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그래서 슈아의 '멋진 그녀들'이 급 보고싶어졌다)

특히 '루페'의 카리스마~ 넘 멋져!!

 

이런 좋은 영화를 몇명 안되는 사람만 보게 되리라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오늘은 딸랑 세명이 앉아서 봤다.

크. 안돼, 안돼.

영화제도 무료인데 빨랑 소문내서 가능하면 많은 이들이 보게 되면 좋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영화 시작하기 전에 가버린 터울림의 성민언니를 꼭 붙들어서 같이 보는건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 또  다른 영화들도 다 보고싶어지더라.

근데 탱자탱자 놀았던 뒤끝이 너무 안좋아서 이번주는 일에 빠져서 허우적거려야 해서 다시 노동영화제를 갈 수 있을지 몰겄다.

 

주변사람들에게 빨랑 얘기해서 영화보러 가라고 해야겠다.

 

영화제 정보는 www.lnp89.org를 들어가셔서 오른쪽에 있는 11회노동영화제 배너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남편도 연서도 집에 안들어온다.

아, 쓸쓸하여라.

남편은 수련회를 갔고,

연서는 시댁에서 자고 낼 온다.

남편이 데리고 올 수 없는데, 나도 늦게 들어오니 시어머니가 그냥 시댁에서 재우신단다.

밤에 운전하기 싫으시다고...

그래서 오늘밤은 밀린 일을 하자고 맘 먹었는데,

오후에 춥고 바람부는데 세시간 가까이 촬영했더니

목이 따끔거리고 코가 간질간질 한 것이 몸 상태가 영 안좋다.

영화 안보고 바로 집에 와서 쉬었어야 했나?

아냐, 아냐.

그래도 오늘 밤 일을 접고 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어.

(이렇게까지 하는데 웬만하면 좀 가서 보시죠?)

 

자고 낼부터 일하자!!

(지난 열흘동안 죽 다짐하던 구호가 이틀만에 다시 등장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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