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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기를 쓰는 이유

예전에 한 2년 정도 일기를 썼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들춰보니 맨 마지막 페이지에 "이제 이 일기를 그만 쓰려 한다. ... 무언가 쓴다는 것이 내게 더 이상 의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지금 나에겐 무언가 쓰는 것이 절실하다. 나에 대해 말하고 싶은 까닭이겠지.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말을 걸고 싶다.


언제 어디선가 어떤 죄수들이 이런 말을 했다더라.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데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뭏든 지금의 나는 전방위적으로 허접한 글쓰기를 하고 싶다.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허접해 보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허접하지 않구나, 나는 쓸만한 사회 구성원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해 주니까.
 

갑자기 강준만이 생각나는데, 내용의 측면에서 참 민망하기까지한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형식의 측면에서 그가 전방위적으로 허접한 글을 써대기 때문이다. 스튜어트 홀이 '변변한 저서 하나 없이' 정세개입적인 글쓰기를 하면 문화연구의 대부이고, 강준만이 침 튀기며 핏대 세우면 별난 사람 취급받는다. 좌파 강준만이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멀리 북유럽에서 왔다 돌아가 있는 한 분이 그런 걸 좀 하긴 했지만 ... 여전히 좀 격이 높으셨다. 나는 그야말로 내 자신에 대해 허접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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