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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무)관심과 안타까움 사이에서

선거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은 지 오래건만, 그래도 제도정치라는 게 워낙 규정력이 큰 것이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선거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상황들을 볼작시면 역시나 하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민주노동당의 반MB연합, 민주노총의 통합압박과 (경기도본의) 민주당과의 정책협약, 심상정 후보의 사퇴 등은 진보정당운동의 제살 깎아먹기가 이제 한계에 이르렀구나 하는 생각을 자아낸다. 이렇게 되면 교육감 선거가 잘 풀린다 하더라도 그 성과는 절반에 못 미칠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 비해 후보의 성향이 잘 드러나지 않는 교육위원 선거의 경우, 내가 사는 지역만 해도 모든 후보가 무상급식을 내걸고 있는데, 사실 그중 두 명은 꼭 1년 전 무상급식 예산삭감에 동참했던 이들이었다. 어쨌든 교육위원, 교육감을 위시해 많은 자치단체장 후보들, 특히 민주당 후보들이 명목상으로나마 무상급식을 내세우는 것은 진보정당운동이 행사했던 '영향력'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진보정당들이 반이명박 연대라는 정치공학적 명분에 휘말려 야권연대에 동참하는 일은 '영향력의 정치'를 포기하고 '쪽수의 정치'를 택하는 꼴이다. 대선이나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에서 이런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진보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가 "국민들은 선거 자체를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자신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아주 묘한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이 말에는 뭔가 생각해볼 구석이 있다. 지방선거의 열기가 이렇게 후끈 달아올랐던 적은 거의 처음인 듯한데, 이는 이명박 정부 2년여를 거치면서 그만큼 지역사회의 정치사회적 장으로서의 중요성이 커졌음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사회의 '중앙'에 해당하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가 중요한 까닭은 '지방'의 지역정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간 '지방'에서 지방선거는 알만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해먹는 자리쯤 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엔 온갖 자리를 두고 수많은 후보들이 출마한다. 매우 고정적인 투표성향을 지닌 지역주민들의 경우에도 좀더 신중한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수도권에서부터 야권연대니 진보정당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 진보정당까지도 반이명박 연대라는 이름 아래 야권 후보로 속속들이 단일화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내가 시골에 계신 내 아버지라 해도, '뭐 역시 그놈이 그놈이구만' 하고 투표를 둘러싼 숙고를 멈춰버릴 것만 같다. 왕당파가 군림하는 상황도 아닌데, 레드셔츠와 옐로셔츠가 격돌하는 상황으로 정국을 바라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시 민주노동당의 반MB연합, 민주노총의 행보 ... 그리고 안타까운 심상정 후보 사퇴라는 상황으로 돌아와서, 이것이 진보정당운동의 제살 깎아먹기인 이유는, 그것이 애초에 민주노총과 양대 진보정당을 탄생시킨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움직임과 거리가 먼 것은 물론,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진대 젊은 세대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동할 리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나는 요 몇년 간 선거 때마다 추호도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선거는 꼰대들의 잔치라는, 다소간 무정부주의적이며 치기어린 생각을 버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투표라는 행위는 어쨌건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의 선택이다. 내가 원하는 무엇이 선택지 안에 들어있다면 망설임 없이 투표할 것이다. 혹자는 그 선택지 안에 내가 원하는 무엇을 집어넣기 위한 활동이 바로 운동이며 정치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지금으로서는 ... 나는 그것만이 운동이며 정치인 것은 아니며, 그런 운동과 정치가 지금까지 세상을 변화시켜 온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는, 어느 정도는 뻔한 답변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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