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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투병 파병 논쟁을 지켜보며

2003년 10월 20일

 

익숙치 않은 클러치 조작으로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추스리며, 셋째 날 굴절코스를 마치고 운전면허학원을 나서다가 모처럼 자판기 커피 한 잔과 함께 신문을 들여다보았다.

 

최돈웅 의원 100억 수수 시인, 경북 봉화 버스 전복사고 등 그저 그런 소식들(이런 게 그저 그런 소식인 세상에 살고 있다)을 제쳐두고 내 눈에 확 들어 온 기사는 노통장의 파병 결정 발 표 후 국회의원들의 파병 관련 입장 표명을 실은 기사였다.

 

황당한 것은, '입장 유보'라는 이들을 둘째 치더라도 '전투병 파병엔 반대, 비전투병 파병엔 찬성'이라는 이들이다. 지난 일요일 저녁에 KBS에서 방영된 100인 토론인가 하는 프로그램만 안 봤어도 이런 생각 안 해봤을 텐데, 재신임 정국 어쩌니 하는 주제로 나왔던 패널 중에 개혁국민당의 유시민이 있었던 것이다.

 

일전에 김영환 의원과 둘이서 손석희가 진행하는 토론 프로그램에선 파병 반대를 사회운동진영의 주장 수준으로 밀어부치던 이들이 단식투쟁한다고 난리치던 임종석과 함께 앞서 말한 웃기지도 않은 입장 아닌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찬성을 하건 유보를 하건, 원래 그런 사람들이라 쳐도 그렇게 그럴 듯 해 보이려던 사람들이 내세운 입장이라는 비전투병 파병에는 찬성이란 말은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아직 전역증에 잉크 냄새도 마르지 않은, 최근의 그 모호한 기준으로는 '비전투병'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도대체 전투 안 하는 군인이 어디 있느냐?"...라는 대한민국 예비군다운 의문밖에 남겨줄 것이 없다.


자세히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파병 사단의 구성은 1개 특공여단과, 1개 공병여단, 의무대 등으로 구성될 모양인데, 여기저기 떠벌리던 사람들 말대로 사정이 바뀌어 건설공병과 의무병과만 파병한다 하더라도 똑같이 얼룩덜룩한 전투복 입고 개인화기 K2소총 죄다 메고 돌아다니는데, 이라크 사람들에게있어서 무엇이 다르겠는가.

 

더구나 파병을 필요로 하는 지역은 북부 모술이고, 바로 그 곳 때문에 파병을 요구하는 것이고, 한국군 배치 후 이동 예정인 그 지역 현재 주둔군은 101공수사단(101 Air Borne)이다. 비디오와 DVD, 케이블TV를 통해서까지 국내에서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를 통해 그야말로 돌아온 영웅으로 한참 '뜨고'있는 그 부대 말이다.

 

몇 달 전, 이라크 추가 파병에 지원한 중대 후임병이 있다. 같은 소대의 다른 한 녀석은 내가 막 뜯어말려서 결국 지원은 안 했지만, 암튼 얼굴을 아는 사람이 전쟁터에 팔려나가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긴 한데 ... 그것도 내 생각일 뿐이다.

 

의무복무 하고 있는 대부분의 현역 군인들은 자격만 된다면 전쟁터로 파병 지원을 하고 싶어 한다. 뭐 대단해 보이고 영웅적인 거 같아서? 대한민국을 빛내고 충성을 다하기 위해서? 죽을 거 같지도 않고 별로 안 위험해 보여서?

 

절대 아니다. 병사들의 경우 한달에 2-3만원 받다가 전쟁터 가더라도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받는다는 것, 전역 해도 취직도 갑갑한데, 한 밑천(?) 잡는 것,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이러나 저러나, 군대 말로 ... "죽으면 개값"이니까.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런 부분엔 별로들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싸우느냐 안싸우느냐가 문제라고? 세상에 안 싸우는 군인이 어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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