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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대한 두려움과 노동가치이론 연구

2003년 11월 01일

 

 

 


정운영 선생의 <노동가치이론 연구>를 다시 읽고 있다. <자본> 1권 '상품과 화폐'로부터, 자본의 본질인 가치증식, 임금과 이윤, 지대, 재생산 모형, 그리고 <자본> 3권에나 등장하는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에 이르기까지 노동가치이론에 대한 연구를 한 권에 담고 있는 이 책을 읽다가, 80페이지 쯤을 지나쳤을까? 그만 나는 책을 덮어버렸다. 시그마, 엡실론 같은 그리스인지 로마인지의 문자들이 등장하면서였다.

 

갑자기 수능시험을 며칠 앞 둔 책상에 펼쳐져 있던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이 눈앞에 떠오르면서 두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때 TV시사프로그램 진행하다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모를 정운영 교수가, <자본>의 그 방대한 분량에 담겨져 있는 자본의 동학, 즉 그 메커니즘과 그에 대치하는 노동의 움직임에 대한 서술을 압축적이면서도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그런 수학의 공식들을 들여 썼을거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게 믿는다 해도, 정말 수치(數痴) 아닌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은 거세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학교 졸업 이후에 수학 과서는 본 적도 없고, 참고서라고는 제1장인 '집합' 부분만 시커멓게 때묻은 '일반수학의 정석'이 나의 자화상인걸까? 나는 정말 수치(數痴)인 것인지, 수학의 제도교욱방식에 적응하지 못했을 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이차 방정식까진 풀 수 있다는 사실은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암튼, 내가 자신에 대해 느끼고 있는 문제가 수학적 사고나 수리능력이라는 아비투스(habitus)의 문제에까지 미친다면, TV광고에 나오는 '스스로 학습법' 재능교육 선생님이라도 모셔야 할 것인지 참.

 

가끔식 이렇게 일종의 강박관념과 함께 회의가 찾아들기도 하지만 그 역시 나에게 당연한 대답만을 안겨줄 뿐이다. "목표가 분명하고, 그것이 자신의 의지와 일치하기까지 한다면, 필요한 것을 하라!"

 

다시 '극복해야만 할 패닉'을 뒤엎기 위해 <노동가치이론 연구>의 80몇 쪽으로 돌아가 본다.

"v = nλ₂b"라 ... 친절하게도, 그리고 나에겐 우습게도 "가변자본은 한 생산과정에서 소모되는 노동력의 가치이므로, 그것은 노동자의 수효 n과 노동력의 단위가치로 구성되고 이 후자는 다시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임금재의 수효 b와(그대로 실질임금을 나타내는) 이 임금재의 단위가치 λ₂로 분해된다."고 설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내가 이유없이 숫자와 수학의 기호들을 피해 왔듯이 자본주의사회의 본질이란 측면에 대해, 사회주의에 대해 '패닉'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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