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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해지는 건망증

지난 주말 이틀 동안 무려 두 차례나 냄비를 태워먹었다. 몇 년 전쯤, 그때만 해도 종종 찾아뵙기도 하곤 했던 어머님이 자꾸만 냄비, 주전자를 태워먹는 것을 보고서는 혹시라도 더 연로하시면 치매라도 찾아오는 게 아닐까 무척 겁먹었던 적이 있는데, 요즘엔 내가 그러고 앉았다. 토요일 저녁에는 미역국을 끓인다고 가스불에 올려놓고선 깜빡 했다가 탄내가 진동하고서야 알아챘다.

 

다행히 미끈미끈한 해조류여서인지 박박 문질러 닦아내니 냄비는 쓸만 한 것 같은데다 내가 건망증이라는 생각까지는 안 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 오뎅국을 끓이려 올려둔 동일한 냄비를 완전 복구 불능 수준으로 태워먹었다. 뭔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곧바로 동네 DC백화점에 달려가 10,800원 주고 비슷한 모양과 크기의 냄비를 사들고 왔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 1년여 간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내 건망증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던 듯하다. 작은 일들부터 역사적 사건들까지 뭔가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 당췌 기억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을 해 봐도 잘 모르겠고 무의식적으로 내 자신이 무언가를 잊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실 자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 블로그가 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던 듯하다. 부조리한 현실을 토해내고픈 욕망이 가장 질 나쁘게 나타나는 게 망각일진대, 좀 대책을 세워봐야 할 듯하다. 일단, 당분간 국을 안 끓여먹어야겠다. 뭐 더 좋은 방법은 ... 생각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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