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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4
    2009/06/04(4)
    나르맹
  2. 2009/05/28
    Karate Kid Original Song by Jonny Eden
    나르맹
  3. 2009/05/27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행동 영상(3)
    나르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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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코가 뜬다 (4)
    나르맹
  5. 2009/05/18
    2009/05/18
    나르맹
  6. 2009/05/03
    도쿄-치바
    나르맹
  7. 2009/04/26
    2009/04/26
    나르맹
  8. 2009/04/22
    빅토리아 라인 노동자 파업(2)
    나르맹
  9. 2009/04/12
    교토에서 하루(4)
    나르맹
  10. 2009/04/02
    2009/04/02(2)
    나르맹

2009/06/04

보통 남들 블로그 눈팅을 할 때는 내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블로그가 대상이 되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정말 생판 모름에도 불구하고 생각날 때마다 방문을 해온 블로그가 있었다. (아마도) 작년 여름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구글에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걸린 블로그였는데 블로그가 풍기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도 그렇고 이런 저런 그림과 짤막한 듯한 나름 힘있어 보이는 글들에 사로잡혀서 여행 이후에도 '즐겨찾기' 목록에 남아있던 그런 블로그였다.

오늘 아침, 비폭력 대화 워크숍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일찍 일어나는 그 아침에 인터넷을 잠시 하다가 위의 그 블로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글루스 블로그의 설명을 읽었다. 지난 4월 초 이후로 업데이트가 없어서 종종 방문할 때마다 왜 새로운 포스팅이 없을까 해왔었는데 블로그 자체가 폐쇄되어 버렸다니, 잠 덜 깬 아침에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 블로그 주인은 나처럼 누군가 끊임없이 '스토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을까?-_- ㅋㅋ 어떻게 보면 실연보다도 덜 한 사소한 일로 받아들여졌을텐데 '고작 블로그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상실감이 의외로 크게 다가와서 내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가끔 공감가는 포스팅이 있으면 덧글을 달까말까 고민하게 만들던 블로그였는데. 거 참. 이를 아쉬워 하는 내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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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 함께 하는 비폭력대화 워크숍에 왠지 모르게 자꾸 나의 에너지가 쏠리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밑져야 본전으로 시작한 거였는데..(미안해 아침ㅎㅎ)

오랜만의 긴 외출의 끝자락, 집에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오늘 하루를 곱씹어보다가 캐서린 선생님이 나에게 관심사를 물어봤을 때 잠깐 고민하다가 대뜸 '병역거부잔데요,,' 라는 말을 했다가 어김없이(?) 병역거부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참 난감했다. 내가 생각하기엔 기자들이나 좋아할 만한 딱히 특별한 계기가 스스로에게 있었던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캐서린 선생님이 그런 의도로 물어본 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럼 얘기를 하나둘 꺼내자니 길어질 것만 같아서 불안해지고 해서 결국은 아무런 말도 못해버린 거다. '병역거부자'라는 타이틀에 대해서 상대화하고 특별한 것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아직도 자의식이 너무나 센 것 같다.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는데. 이럴 땐 나동이나 용석이의 유머감각이 참 부럽기만 하다.

'일본으로 떠야지' 하는 생각으로 도피처를 찾고 있기에 일본어 공부도 얼른 시작해야지 생각이 드는데 515 이후로는 아무 것에도 집중을 하기가 힘들다. 요즘엔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야구 팀을 응원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서, 예전 같았으면 자괴감도 들었겠지만 지금은 자기합리화의 기술만 늘어난 기분이다. 8월에 있을 비폭력대화센터 일정에 통역을 도와주기로 선뜻 나섰는데 영어실력도 그렇고 적절하게 의미 전달을 할 수 있는 깜냥이 생길지와 같은 고만고만한 고민들이 슬금슬금 생겨나고 있다.





아..이 노래를 유클레리로 한번 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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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ate Kid Original Song by Jonny Eden




조나단이 새 뮤직비디오를 낸 것 같다. 얘기도 안 하고 스크랩을 해오는데 페이스북에 안부인사라도 남겨야겠다. 영상 중간중간에 나오는 헤이스팅스 곳곳의 모습들이 그립다. 조나단의 유머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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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병역거부자의 날 행동 영상



촬영 및 편집 by <다큐이야기>,
515 행사 사진은 요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추가(평화콘서트)
http://picasaweb.google.co.kr/lh/sredir?uname=piacereina&target=ALBUM&id=5337158514150489985&authkey=Gv1sRgCP2At_Xj1_H2EA&feat=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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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가 뜬다


우리는 드라마 얘기만 10여 분을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엄마는 하루종일 TV 재방송을 보거나 할 일 없이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했다. 그녀는 외로움을 견디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듯했다. 술이 항상 달래주니까. 나를 달래줄 것은 대체 무엇일까? 술은 아닌 것 같고 반항인가? 거짓말인가? 그렇다면 자위인가? 자위 끝에는 늘 절망과 수치가 올 뿐. 나는 좀더 완벽한 자기 위로법이 필요했다. 사람인가? 아무도 믿지 않기로 했잖아.......그렇다면 역시 자살만이 희망인가? 혹은 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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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의 <싸이코가 뜬다>를 읽었다.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에서 분열하는 주인공의 처절한 모습, 그리고 일본이라는 배경 속에서 간간이 나오는 일본인에 대한 분석이 흥미로워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전에 정희진 강의 때 들은 '귀차니즘이 지금 우리의 가장 큰 적'이라는 말도 다시 떠오른다. 소설 속 주인공을 보고 나니 왠지 작가도 바닥의 끝에서 처절함을 여러 번 맛본 사람처럼 느껴져서 실제 만나면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진다... 날은 갈수록 더워지고,,가만히 있어도 푹푹 쳐진다. 다시 암중모색의 시간이 다가온 듯 하다.

노무현이 죽었다는데 비비씨 라디오에서 한국 어쩌고가 나오길래 귀를 기울였더니 노무현이 아니라 김정일 북핵 어쩌고가 먼저 나온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하나의 이슈가 온 나라 전체를 다 덮어버리는 것도 한국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과 9시 뉴스의 무서움이랄까. 정말 무서운 응집력이다. 그게 '서울'이든 '현실 정치'든 '국가'이든, 무언가가 순식간에 깔때기처럼 일방향으로 수렴되는 구조..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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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8

나에겐 근 5개월 이상 준비해왔던 515행사가 드디어 끝이 났다. 물론 아직 평가나 몇몇 후속 작업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공식 행사가 끝나고 나니 긴장줄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생각해보면 나랑 똑같은 일을 하면서 줄리앙은 어느 새 자기 대체복무 기간 10개월째를 채운 셈인데, 난 다시 또 영장날짜를 기다리려고 생각하니 좀 억울하기도 하다. ㅎㅎ

우리 트레이닝 직전 한창 바쁠 때 치즈루가 메일과 함께 일본에서 같이 놀던 사진들을 보내줬는데 이제서야 확인을 했다. 일본에선 정말 내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오지게 놀았었는데, 그러고 놀고 나서 한국에 돌아온지도 어느새 한달이 넘어버렸다. 5년 뒤엔 한국을 다시 뜨기로 했으니 이제 앞으로 59개월 더 남은 셈이다. -_-






야스쿠니 신사에서 타이머 맞춰놓고 찍었던 사진인 듯 하다.





다시 한번 벚꽃 사진..





그 오코노미야끼를 먹었던 식당에서 찍은 사진인 듯 하다. 가운데 앉은 친구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맨 왼쪽이 치즈루의 사실상 남친인 조지..또 한번 만나서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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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치바

키타 나라시노. 도쿄에서 묵었던 치즈루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이다. 도쿄 시내로 같이 나가는 날 내게 1일 전철패스를 끊어줘서 들고 다니던 걸 안 버리고 가져와서 지금은 내 교통카드 케이스에 같이 넣어서 다닌다. 교통카드 충전할 즈음마다 카드 케이스를 열어보다 우연히 마주치면 그 때의 기억들을 떠올려보고 싶어서. 며칠 전에 그런 기억에 잠겨서 혼(!!)을 다해 적었는데 내가 뭘 잘못눌렀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서 무지 진이 빠졌다. 이번엔 조심히 해서 다시 올려보련다.

뭐 이 블로그 자체를 한국 뜨면서 외로움을 극복해보려는 방편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한국 들어오고 나서는 확실히 진보넷 방문이 급격히 줄었다. 고민이 줄고 무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515 끝날 때까지 당분간 몰아치다가 끝나고 나면 무슨 재미를 찾아 살까 자꾸 생각하게 된다.


히드로 공항에서 나리타행 비행기를 탄건 오후  4시 반이었다. 플랏을 뜨기 며칠 전부터 열심히 짐 정리를 하던 기억이. 딱히 따로 더 산 것도 없고 살림 안 늘리려고 노력을 했건만 미처 생각지 못한 짐들이 계속 생겨나서 버리고 나눠주고 해도 끝이 없더라. 그렇게 줄이고 줄였지만 공항에 들고 갈 짐을 보니 수화물 제한을 넘길 것 같은 불길한 마음을 한켠에 가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나리타에 도착한 건 다음 날인 금요일 낮 12시 즈음이었다. 비행기에선 내가 주문했던 베지테리안 밀이 안 나와서 고생좀 했다. 승무원이 계속 미안하다고 하는데 뭐라 더 말할 수도 없고. 와인과 땅콩, 얼마 안 되는 과일로 배를 채운 것 같다.-_- 다행인건, 히드로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내 좌석이 승급이 되었다는 희소식을 알려주어서 프리미엄 이코노미에 앉아 온거다. 자리도 약간 더 넓고 편했다. 심지어 갈아신을 실내 슬리퍼도 비치가 되어 있었다. 난 미리 준비한다고 집에서 신던 슬리퍼까지 준비해서 그 많은 짐들 사이에 끼어 가져왔는데. 뜨씨

치즈루는 최근에 계약직 자리를 구해서 일을 하고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일을 하는데 어머나 너무나 고맙게도 치즈루 언니가 조퇴를 하고 나를 마중하러 전철역까지 나와주었다. 치즈루 언니 히토미는 헤이스팅스에도 3개월 정도 있었고 그 뒤엔 런던에서 일을 하며 1년 반 정도 머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어도 또박또박 잘 구사를 한다. 어찌나 또 친절하신지. 히토미가 나랑 대화하다가 '혼또?'라고 말할때의 표정과 억양이 자꾸 기억에 남는다.





금요일 저녁엔 치즈루 어머니가 해주신 진수성찬과 썬토리 프리미엄 맥주 한 캔을 하고 푹 잤다. 치즈루가 그렇게 자랑을 하던 엄마표 고로케..그것도 채식으로 특별히 만들어 주신 고로케 맛을 봤다. 음..오이시~~
전날 남은 고로케로 토요일 아침엔 샌드위치를 싸주셨는데 이것 역시 오이시~
토요일 아침 야스쿠니 긴자로 향했다. 마침 벚꽃이 절정이라 사람이 무지 많았다.





야스쿠니에서 자기 운을 말해주는 종이(이름이 뭐더라?)를 다들 한장씩 뽑아봤다. 이런 저런 운이 많이 나오는데 난 여행 중이었기에 여행 운이 무사하다는 치즈루의 해석을 듣고 나머지는 다 흘려들었다.
야스쿠니 근처에 공원이 하나 있는데..아마 천황이 사는 동네랑도 붙어있는 곳이었는데. 물이 흐르고 거기에 배를 띄워 뱃놀이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지하철을 타고 도쿄타워 근처 역에 내려 올라왔더니 하늘이 화창해졌다. 말로만 듣던 도쿄타워 올라가는 길에..





도쿄타워에도 사람이 참 많아서 우리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올라갈수록 발 밑 철골 계단 사이로 바람이 슝슝 불어오고 아래가 다 보이는데 살짝 아찔하다. 치즈루는 완전히 겁을 먹어서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오르고 나니 계단 다 올라왔다고 증명하는 조그만 책갈피 같은 걸 하나씩 나눠주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가 도쿄만에 있는, 야경으로 유명한 다리라는데..예정에 있었으나 저녁에 술도 먹고 비도 와서 귀찮음에 구경을 포기했다.





타워 위에서 신주쿠 쪽을 바라보고 한 컷. 저기 놓은 건물 중 하나는 작년에 올라봤던 도쿄도청이 아닐까..





이날 치즈루와 함께 구경을 시켜준 미애짱과 조지. 미애짱은 치즈루 고등학교 동창. 조지는 오랜 친구이자 애인. 치즈루가 영국에 있는 동안 막판에 이탈리아 남자랑 바람이 나는 바람에 관계가 흔들렸으나 지금은 또 다시 잘 지내는 듯. 미애짱 조지 모두 나보다 두 살밖에 안 많은데 벌써 직장 생활 한지가 5년 째란다. 참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미애짱한테는 일본어도 몇 마디 배우고.ㅎ





치즈루는 연신 자기 계획대로 하루 일정이 잘 돌아간게 뿌듯했나보다. 피따리 플랑(plan)이란 말을 연발했다. 집에선 늘 뭔가 허둥대는 막내라고 놀림을 받지만, 나에겐 정말 사려 깊은 호스트였다. 내가 교토가면 테짱이랑 오사카 스타일 오코노미야끼를 먹게 될테니 여기서는 후쿠오카 스타일을 한번 먹어보자며 데려갔다. 위에껀..파가 이빠이 들어간 계란 말이 정도? 나에겐 그냥 심심한 맛 밖에 안 났지만 치즈루 생각해서 연신 음 오이시~를 입에 달았다.





위에꺼보다 좀 더 먹음직스럽게 생긴..아보카도 뭐시기라 불리던 음식. 근데 음식들이 다 간에 기별가기도 힘든 양이다.





모두 750엔이라는 줄 맨 위에 것이 위에 먹은 거다. 아보카도키메코노치즈야끼? 대충 그런 것 같다





드디어 우리의 메인..오코노미야끼다. 오이시소~ 





오른쪽이 치즈루..작년 6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친구가 되주었던 고마운 친구다.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까지 한 7개월을 같이 본 셈이다. 앞으로도 계속 관계가 지속되면 좋겠다. 나중에 치즈루 결혼식 한다고 하면 그 핑계로 일본에 한번 또 놀러가는 상상도 해본다





오코노미야끼를 앞에 들고..치즈루가 주문을 할 때 고기 해물 다 빼달라고 말해줘서 난 걱정없이 먹었다. 근데 일본 사람들 스타일이 그런 건지 고기 해물 빼달라고 하는데 어찌나 주눅이 들어서 연신 미안하다며 종업원에게 얘기를 하는지..내가 더 미안해지게..
이곳 식당에 오는 길에 조지 회사에 들려서 조지 차로 이동을 했는데 이날은 조지가 술을 마시고 싶다며 술을 못 마시는 친구 한명을 더 초대했다. 이 친구는 초등학교 교사라는데..치즈루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 말이 외모는 전혀 일본인처럼 안 생겼는데(내가 보기엔 오키나와 쪽인 듯한)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니 웃기지 않냐는 얘기들을 했다. 최근에 같은 학교 여선생님한테 고백햇다가 차여서 힘들어 하는 중이라고..그래서 이날 치즈루 집까지 조지 차를 운전해서 우리를 내려준 다음 조지랑 둘이 또 밤새 연애상담을 하러 떠났다.






일요일은 공교롭게도 마침 치즈루 어머니가 미국으로 한 일주일 정도 여행을 출발하는 날이었다. 치즈루 어머니는 젊어서 영국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서 영어도 곧 잘 하신다. 그 어머니가 딸들을 다그쳐서 두 딸도 영국으로 건너가게 된 것 같다. 치즈루 아버지도 뭇 남성 가장 답지 않게 근엄하지도 않고 사근사근 잘 대해주셨다. 치즈루 어머니 공항으로 나가기 전에 허둥지둥 사진을 남겼다. 치즈루는 회계 학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같이 못 찍었네.
치즈루 가족의 (문자 그대로) 화목한 분위기를 보면서 우리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부러운 감정 같기도 하고. 밖에선 남들 배려 많이 하다가도 집에만 돌아오면 말도 줄고..한국 돌아와선 노력을 많이 하지만 20년 넘게 쌓여온 가족 안의 분위기는 잘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밖에서만 부드럽고 안에서는 애교도 못 떨고 살갑지도 못한 아들들은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일요일 밤..매일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나 출근을 한다는 치즈루가 기어이 또 나를 도쿄역 앞 야간버스 타는 곳까지 바래다 주었다. 신세를 너무 지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나 혼자 헤멜 걱정 안해도 되니 고맙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이 섞인다. 치즈루는 심지어 버스 기사에게까지도 얘기를 해서 잘 부탁드린다며 '오네가이시마스'를 연발한다. 버스에 올라타 치즈루와 인사를 하고 나니 눈물이 찔끔 났다. 치즈루와 치즈루 친구 가족들이 베풀어준 호의가 고마워서, 한편으론 앞으로 당분간은 이 사람들 다시 보고 싶어도 한국을 못 뜨는 처량한 내 신세가 떠올라서.
도쿄역으로 나온 조지와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이렇게 한 컷 찍어줬다. 키오츠케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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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6



요 며칠 정신없이 돌아다녔더니 몸이 좀 쉬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테짱이 자기 폰으로 찍었던 사진을 핸폰 이메일을 통해 보내줬다. 사진을 보니 다시 여행 때 생각이 불현듯. 그 때의 기억들을 가지고 얼마나 더 힘받으며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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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라인 노동자 파업

런던 교통카드 이름은 oyster card 이다. 한국에서처럼 돈 얼마 내고 충전해서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찍으면 돈이 떨어지는 방식이다. Oyster 의 뜻을 찾아보니 '굴'이라고 되어 있는데 왜 교통카드 이름이 '굴' 카드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재밌는 건 영어 표현 중에 'World is your oyster' 라는 표현도 있다는 거다. 예전에 홈스테이 집에서 대화를 나누다 배운 표현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뭐할 거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그랬더니 위와 같은 표현을 들었던 듯 싶다. 세상이 다 니꺼고 아직 젊어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으니 맘대로 살라, 난 이런 뉘앙스로 받아들였다.

런던에 본격적으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월 정기승차권을 사서 다녔다. WRI 사무실에서 교통비를 대줬기에 별 부담없이 충전을 해서 그걸로 이리저리 마음껏 돌아다닌 것 같다. 생각해보니 도쿄에서도 사람들이 월 정기승차권을 많이 쓰는 듯 했다. 덕분에 난 도쿄에서 치즈루 언니, 아빠 승차권을 돌려가며 빌려받아서 교통비 안 내고 돌아다녔다. 근데 런던에서 monthly 티켓을 사려고 하니 개인등록을 요구하더라. 회원가입 이런 삘? 물론 영국은 은행(그리고 도서관?) 정도를 제외하곤 ID 없이도 얼마든지 살수 있다. 교통카드 회원 가입시에 적은 정보는 내 이메일과 주소였는데, 사실 그 당시에 내 주소가 옮겨다니는 중이어서 걱정을 좀 했지만 다 적어서 내고 나니 그 직원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교통카드 분실 위협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는데, 한국에서 하도 회원 가입 이런 거에 진절머리가 나서 그 회원 가입 양식 작성하던 날도 맘이 쫌 거시기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가입을 하고 나니 매주 수요일 쯤 그 주 주말에 공사하는 라인 정보를 보내줘서 편하긴 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들은 얘긴데, WRI 건물에서 지금 마틴 아저씨와 함께 가장 오래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인 알버트는 오이스터 카드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오이스터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알버트는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알버트 집이 대영박물관 바로 앞 나름 근사한 플랏이라고 맨날 마틴 아저씨가 얘기했었는데. 같은 아나키인 마틴 아저씨나 안드레아스는 오이스터 카드 잘 쓰고 다니던데, 오이스터 카드조차도 거부하는 아나키도 있구나 싶었다. 사실 한국에선 신용카드와 결합된 교통카드는 거부해도 교통카드 자체를 거부하면 삶이 정말 불편해질텐데. 물론 한국 교통카드는 개인정보를 작성하고 사는 방식이 아니긴 하다.

런던 교통국은 내가 런던에 계속 있는지 떴는지 알 리가 없으니 계속해서 공지 메일들을 보내온다. 히드로 공항역에서 오이스터 카드 디포짓과 남은 충전 금액을 다 환불받았으니 그 때 그 직원이 내 정보를 업데이트 했다면 메일링도 끊겼을 법 한데. 정말로 그런 이유에서 공지 메일이 안 오기 시작한다면 소름이 끼칠 것 같긴하다.

어제 내가 받은 메일은 빅토리아 라인에 고용된 일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기로 했으니 미리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보라는 정말 친절한 내용의 메일이다. 심지어 튜브 승차권으로 탑승 가능한 다른 교통수단들도 보여준다. 이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안 되어 있는 점은 마치 서울 라디오에서 하는 57분 교통정보 생각도 나게 하지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다는데 그걸 사용자 측에서 오히려 승객들에게 공지를 해준다는 게 새삼 재밌어 보여서 이렇게 메일 전문을 달아 놓는다.



Dear Mr Moon,

The RMT Union have advised that some train operations staff employed on the Victoria line have called a strike on Wednesday 22 April. If the strike goes ahead, we expect significant disruption to Victoria line services.

Please check local news, travel reports or visit tfl.gov.uk for the latest information before you travel on Wednesday.

London Underground tickets will be accepted on existing local bus services and also on:
  • London Overground services
  • National Express East Anglia services between Victoria line stations and Liverpool Street
  • First Capital Connect services between Finsbury Park and Moorgate/King's Cross
  • South West Trains services between Vauxhall and Waterloo.
The Victoria line service is expected to return to normal on Thursday morning 23 April.


Yours sincerely,
John Doyle
John Doyle
General Manager, Victoria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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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하루

결국은 집에 돌아왔다. 씨익. 금요일 밤 교토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정말 한번도 안 깨고 다음 날 아침 도쿄역에 도착했다. 바로 나리타 공항으로 향해서 시간 좀 때우다가 내 여정의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렸다. 공항 길바닥에 적혀있는 '천천히' 라는 큼지막한 한글을 보니 한국이구나 싶었다.ㅎ 일본에서 머물며 여러 사람 신세를 많이 졌는데 그 얘기는 차차 사진들과 함께 올려야겠다.

일본 가기 전에는 부모님 더러 공항에 마중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짐짝들 들고 움직이다 보니 픽업이 간절해졌지만 전화를 마땅히 할 방도를 찾지 못해서 결국은 혼자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버스 운전기사가 어찌나 운전을 '잘' 하는지, 오랜만에 다시 보니 마치 운전 묘기를 보는 듯한..ㅎ 영국에 있는 모든 버스 기사들이 일년간 울릴 경적 숫자를 합친 것만큼의 경적을 그 한 명 운전기사가 울려댄 것 같다.ㅎㅎ 급출발 급제동에 거참...

일본에서 한 일주일 머물며 세월아 네월아 놀아댔는데, 이제 다시 일 모드로 돌아갈 시간.. 515가 끝나면 뭘 할지에 대해선 전혀 감이 없지만,, 이런 저런 장기적인 계획들이 많이 생겨버렸다.

교토로 나가 하루 보낸 날 사진들부터 슬슬 올려본다 






목요일에 기차를 타고 교토역으로 나가 하루 버스 승차권을 끊었다. '아라시야마'라는 곳을 여행 카페에서 발견을 했기에 거기에 가자고 했다. 돈을 약간 더 내야하긴 했지만 암튼..
일본틱한 거리 같아보여서 한 컷





일본에 머무는 일주일 정도 날이 매일 화창했다. 벚꽃도 활짝. 이래저래 운이 좋았다. 도쿄에 도착하기 전날까진 비도 오고 쌀쌀했다던데. 여기 아라시야마에도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리 높진 않은 산자락을 끼고 강이 흐르고 그 옆으로 공원과 마을들이 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나온다





주위를 쭈욱 따라 산책을 하다보니 철로를 지나 대나무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다.





아마 교토 시가지쪽으로 들어가는 철길이 아닐까





대숲을 따라 쭈욱 산책을.. 다들 '아쯔이'를 연발하는 더운 날이었는데.. 그늘 안은 시원하다





언덕을 좀 오르니 이런 광경이 보였다.  단풍지는 가을에 와도 참 이쁠 것 같다





언덕을 내려와 다시 처음 내렸던 버스정류장 쪽으로 걷는 길..





얕게 흐르는 강물 그 위에 다리, 꽃구경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철학자의 길'로 향했다





철학자의 길이라고 해서 난 널따란 길이 쭈욱 이어진 모습을 상상했는데 막상 보니 조그만 개울을 따라 조그만 길이 이어져 있다. 벚꽃이 절정이었다. 관광객들이 많아서 무슨 사색을 한다거나 할만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지만..ㅎㅎ  '키레~'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왼쪽이 영국에서 만난 테쯔노리, 오른쪽이 테짱 친구 타미요. 타미요는 올 2월쯤 런던 놀러왔을 때 한번 만난 적이 있다. 참 재밌는 친구들이다. 5일 정도 머무는 동안 신세를 정말 많이 졌다. 타미요는 소위 말하는 '후리타'의 삶을 살고 있는데 자기 삶을 즐기며 사는 법을 체득한 듯 보였다. 한국과는 시급 수준이 너무 다르니 알바로도 혼자 충분히 먹고 살수 있겠지. 마침 내가 머무는 일주일은 휴가를 냈다고 하는데, 사실 내가 한국에서 알바다운 알바를 안 해봐서 잘 모르긴 하지만 한국에선 알바하는 사람이 일주일씩 휴가를 내는게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테짱은 영국 건너 오기 전에 훗카이도 농장에서 일을 하다 온 친구인데 다시 훗카이도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부모님이 좀 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진 직업을 갖길 원해서 훗카이도로 갈지 말지 고민 중이다. 사실 그간 내 경험으론 한국에선 '활동가'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자유(로워 보이는)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었는데.. 물론 테짱 말이 자기나 타미요가 일본에서 특이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긴 하더라만.. 암튼 참 좋은 사람들이다.





사쿠라..키레~
간사이징 일본어를 몇 개 익혔는데..도쿄에 사는 치즈루와 치즈루 언니는 '혼또?' 라고 하는 걸 간사이징은 '혼마니?' 라고 한다. 왠지 간사이 스타일이 더 정겨운 느낌이다.ㅎㅎ





철학자의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은각사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입장료도 있고 시간도 애매해서 은각사는 포기하고 바로 쿄미즈템플? '청수사'라 향했다





청수사에 도착하니 곧 야간입장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낮 입장보다 100엔이 더 비싼 400엔이었다. 벚꽃 피는 기간에만 이런 식으로 개방을 하는 것 같아보였다. 사람들 여기도 무지 많았다. 조명들이 들어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다 운 좋게 일몰을 보았다.





해가 지고 조명들이 슬슬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라시를 안 쓰고 사진을 찍으려 하다보니 사진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입구 쪽에서 올라가는 길에 한 컷





좀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교토 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교토타워가 보인다. 교토역이 있는 곳인데 도쿄에서 야간버스 타고 교토역 도착한 날 아침, 5시 반부터 테짱을 만나기로 한 10시까지 기다리느라 무지 힘들었다. 그 넓은 교토역에 벤치가 정말 하나도 없었다. 테짱이 바로 그 전날 밤에 호주에서 오사카 공항으로 날아와 오사카 친구집에서 하룻밤 잔 뒤에 시가로 들어가는 길에 교토역에서 날 픽업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 원래는 낮 12시에 보자고 했는데, 치즈루가 고맙게도 테짱더러 10시까지 오라고 '명령'을 해서 난 기다리는 시간을 좀 줄일 수 있었다.ㅎ 낮 12시까지 기다렸을 걸 생각하면..끔찍하다





청수사 올라온 입구쪽을 향해 한컷..





산책길이 생각보다 상당히 길었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 뒤를 돌아보며 다시 한 컷. 생각해보니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카메라를 들고 다들 비슷한 위치들에서 사진들을 찍고 있었던 것 같다. ㅎ





한바퀴를 쭈욱 돌고 출구 쪽에 다와가니 조그만 연못과 그 주위로 활짝 핀 벚꽃들에 조명들이 함께 있었다. 테짱 말로는 연못 위로 비친 벚꽃의 모습이 장관이라던데..사진기가 문제인지 찍는 기술이 문제인지..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보는 곳마다 사진기를 들이밀며 찍다가 마지막으로 나오기 전에 다시 한번 한 컷..
사실 타미요가 지나가던 기모노 입은 여성분들에게 부탁을 해서 같이 찍은 사진도 있는데..ㅎ





내려오는 길에 골목길 사진을. 센과 치히로 영화에 나오는 거리가 불현듯 생각이 나는..

이렇게 해서 긴 하루를 마치고 다시 타미요 집으로 돌아갔다. 오코노미야끼를 해먹고, 마지막 날 밤이라고 타미요가 썬토리 프리미엄 맥주를 쐈다. 정말 미친듯이 마시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다음날 일어나니 테짱 말이 2시쯤에 잠들었다고 한다.

도쿄 사진과 비와코 호수, 미애의 폭포 사진은 따로 또 올려야겠다
사진을 올리며 인터넷 속도차를 실감하고 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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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2

마지막 사무실 나온 날.
아침엔 은근 정신이 없었다.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여러 가지 일을 한번에 후다닥 처리하는 건 늘 힘들다. 짐도 붙이고 계좌도 닫고 빨래 건조대도 넘기고 환전도 하고.. 그나마 햇살이 너무 좋아서 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 심지어 내셔널 갤러리도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다. 좀 더 서서 지켜보다 올 걸..

그 동안 사무실 분위기가 참 'appalling' 하다고 생각하며 이 곳을 뜰 뻔 했는데, 오늘 생각지도 않은 환송 선물(?)을 받았다. 알고 보니 지난 주에 안드레아스랑 하비엘이 선물로 줄 책 한 권과 롤링 페이퍼 카드를 준비해서 나토 행동 하러 뜨기 전에 이본 할머니한테 넘기고 갔었나 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카드와 책 선물이어서 무지 감동을 받았다. 헤헤. 카메라를 오늘 챙길 생각을 전혀 안 했었는데 너무너무 아쉬운 순간이었다. 날도 좋았는데 다같이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힝.

오후 내내 부랴부랴 일들을 마치고..한국 돌아가면 그나마 덜 서둘면서 일 할 수 있을만큼은 해놓은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므흣하다. 사무실 컴에 저장해 놓은 파일들 중에 한국 가서도 필요할 거들을 웹하드와 메일에 올려놓았다. 생각해보니 12월 중순부터 일을 시작해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빼곤 단 하루도 휴가를 안 내고 매일 같이 일을 했으니, 일본 가서는 정말 푸욱 쉬다 와야겠다. 참, 오늘 심지어 하워드한테도 메일을 받았다. 그렇게 무심해보이던 사람들이 갈 때 되니 좀 챙겨주는 것 같아서 이건 뭥미 싶다. ㅎ

여느 매주 수요일처럼 파인트를 잔뜩 마시고 돌아오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가 정말 내일 비행기를 타는 건지 가물가물 하다. 비행기에 타면 밥먹고 와인 한 잔 하고 그냥 푸욱 자고 싶다. 그러면 이 곳에서의 기억들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존된 기억으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난 병역거부를 처음 결심하고 나서부터 내 병역거부를 얘기하는 게 괜히 떠벌리는 것 같기도 하고 딱히 내가 할 얘기도 없고 그래서 남들과 내 자신의 병역거부에 대해 얘기 나누는 걸 무의식 중에 피해왔던 것 같다.(혹시나 말 했다가 정작 이유가 뭐든 감옥에 안 가게 되면 그것도 쪽팔릴 거라는 마음도 한 구석에 있었고). 그런데 이상하게 여기오고 나선 술 마시면 사람들이 자꾸 물어보는 것도 병역거부에 대한 얘기이고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남들한테 얘기하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워져버린 것 같다. 차라리 잘 됐다 싶기도 하다. 여기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나도 모르는 어느 순간에 나 자신이 많이 가벼워진 것 같다. 감옥이 마치 내 삶의 종착점인양 여기며 감옥에 언제 가게 될까 하는 진빠지는 고민도 덜어낸 것 같고. 오히려 감옥과 별개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도피성으로 출발했던 영국 체류가 성공적인 거 아닐까 자평을 해본다.


(참, 오늘 저녁에 술 마시며 티비로 중계되는 G20 반대 데모를 보다가 'snatch squad' 의 존재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비폭력 핸드북 번역하면서 영어는 이해되는데 잘 상상이 안 되어서 하비엘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대충 감을 잡았던, 시위대 잡아가는 전문 훈련 집단이다. 한국처럼 징병이 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지원해서 사람 때려잡는 직업을 갖는 사람들의 멘탈리티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직접 연루된 게 아닌데도 경찰들이 겁주면서 시위대 몰아가는 거 보면 그냥 가슴이 벌떡벌떡 뛴다. 물론 괜히 경찰들 흥분시키는 시위대들 문제도 많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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