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29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7/14
    7월 10일
    나르맹
  2. 2008/07/08
    2008/07/08
    나르맹
  3. 2008/07/08
    세탁기
    나르맹
  4. 2008/07/01
    6월의 마지막 밤
    나르맹
  5. 2008/07/01
    올드보이
    나르맹
  6. 2008/06/26
    체코학생과 펩시콜라(1)
    나르맹
  7. 2008/06/23
    6월 22일. 헤이스팅스에서 맞는 세번째 주말.(5)
    나르맹
  8. 2008/06/18
    런던 놀러간 날(2)
    나르맹
  9. 2008/06/13
    6월 11일
    나르맹
  10. 2008/06/13
    6월 9일(1)
    나르맹

7월 10일

7월 10일

 

플랏으로 옮긴지 2주가 다 되어가나보다. 아침마다 일어나는게 정말 고역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교 수업에서 건질게 많구나 생각이 드는건 다행인데,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는 건 너무너무 힘들다. 고3 수험생때도 아니고, 이미 내 몸은 자유를 맛본지 오래라 쳇바퀴 돌 듯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비슷한 패턴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을 버거워하고 있다. 자꾸 교실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고 지각도 여러 번 했더니 결국 며칠 전에는 헤드티처의 호출을 받았다. 내가 내 돈 내고 다니는 곳인데, 마치 어린애 혼나듯 취급을 받는게 썩 유쾌하진 않았다.

 

올드타운에 조그만 카페에서 아침부터 오후 5시정도까지 일할 사람을 찾는다던데, 솔깃했다. 아무래도 돈 버는 일은 절대로 늦거나 빠지진 않을 테니 말이다. 주말만 목빠지게 기다리는 일상을 살고 있으려니 적잖이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주말에 딱히 즐거운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오후 클라스 선생 파블로가 오늘 수업 시간에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일주일에 3일만 일하게 하고 일요일엔 자동차 운행을 금지시킬 거고 전기도 없이 생활하도록 만들거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너무나 공감을 해버렸다. 러블리 파블로. 지난 주에 시작한 투어 드 프랑스 자전거 대회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고 한다. 내가 관심을 보였더니 가디언 스포츠 지면을 통째로 보라고 주더라.

 

수업시간에 공손하게 편지쓰는 법 이런 걸 배웠는데 홈스맘한테 그걸 써먹어서 메일을 띄웠더니 답장이 왔다. 이번 주말에 밥먹으러 놀러오라고 한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캠브리지에 결혼해서 살고 있는 딸인 안젤리가 이번 주말에 놀러온다고 겸사겸사 얼굴을 보잔다. 결정적으로 놀러왔다가 내가 돌아갈 때 들고갈 케익을 만들어 놓겠다고 하니 감동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없다. 생각만해도 기대된다.

 

Thanx god its Friday tomorrow. 하루만 더 참으면 주말이니 내일 아침은 꾹 참고 제때 일어나보자,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7/08

7월 4일 불쑥 나온 배

 

오늘 샤워하고 거울을 보다가 멈칫했다. 늘상 봐오던 내 체형과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보이는 거다. 갈비뼈 아래 부분으로 늘 쏘옥 들어가 있던 뱃살이 오늘 보니 예전보다 앞으로 더 도톰하게 나와있는 거다. 홈스테이 살면서 저녁마다 워낙 잘 먹고 많이 먹어서 위장이 퍽이나 많이 늘었다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살은 쉽사리 안 찌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쑥 나와버린 것만 같은 배를 보고 나니 살짝 아니 급 당황..

 

여기 와서 버터를 너무 먹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많은 칼로리를 다 소비할 만큼 운동을 하지 않아서일까. 자전거 타고 여행 다닐 땐 그렇게 먹어대도 오히려 군살이 빠지는데, 여기서도 하루에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다닌다고 자전거만큼은 못 미치나보다. 찌려면 볼 살이나 좀 쪘으면 좋겠는데. 여기 플랏에 몸무게 재는 게 있긴 있는데, 단위가 달라서 내가 지금 얼마나 나가는지 종 잡을 수가 없다. 대충 짐작되는 단위를 찾아서 곱해봤지만, 다 너무 터무니 없는 숫자들이었다.

 

오늘 저녁은 또띠야를 사와서 싸먹었다. 이쯤 되니 자전거 타고 유럽 캠핑장을 돌면서 해먹던 식단들을 거의 다 재현하고 있는 듯싶다. 쌀만 있으면 좀 더 후딱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여기 쌀은 먹어볼 엄두가 안 난다. 이 작은 도시에도 한국 쌀이랑 비슷한 쌀을 살 수 있는 곳이 어딘가에 붙어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 몸소 찾아갈 만큼 밥이 간절하진 않은 것 같다, 아직은.

 

인터넷을 쓰려면 큰 맘 먹고 도서관으로 걸어 나가거나 노트북을 낑낑대고 들고 가야하니,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금쯤 되니 역시나 또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까짓거 나중에 쓰지 뭐 하는 심리에 압도되고 있다. 인터넷이 안 되니 티비도 없고 완전히 세상 소식과 단절된 채로, 혼자 세월아 네월아 장도 보고 저녁을 해먹고 맥주도 홀짝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또 이렇게 자판을 여유롭게 두드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한국에선 퍼뜩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떠올리면 바로 문자를 찍어 보낼 수 있었는데, 여기선 그게 불가능하니 그 점은 가끔 좀 많이 아쉽다. 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탁기

7월 2일

 

- 세탁기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 동네는 세탁기가 부엌에 딸려 있는데, 지금 사는 집은 건조대도 천장 높은데다가 리프트처럼 올릴 수가 있어서 저녁 먹고 설거지 하기 전에 세탁기를 돌렸다가 대충 씻고 정리하는 동안에 끝난 빨래들을 바로 천장으로 올려보낼 수가 있다. 한국에선 드럼(트롬?)세탁기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여기는 모든 세탁기가 드럼 세탁기이다. 싱크대 찬장 밑에 살포시 들어 앉아 열심히 작업을 수행하는 세탁기. 옵션도 다양해서 이것 저것 실험(?)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버튼을 누르면 뚝딱 군말없이 돌아가는 세탁기. 이렇게 말하고 나니 문득 박민규의 어느 소설이 생각날 것만 같다. 불쑥, 나동과 용석이 추천해주는 소설들이 그리워진다.

 

- 오늘 점심은 여기 한국 학생들 몇몇과 함께 내 플랏에서 카레를 해먹는 것으로 때웠다. 오뚜기 카레 가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밥이 에러긴 했지만 아무튼 맛있게 냠냠 헤치워버렸다. 음식을 해먹으면서 나날이 이 곳의 살림용품들 특히나 주방용품들의 세심한 부분 하나하나 적응이 되고 있다. 처음엔 낯설던 것들도 이제는 그것들의 배치 하나하나가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묘한 짜릿함마저 든다. 허허

 

- 매번 장보는 비용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걸, 오늘 가계부(!)를 쓰면서 깨달았다. 처음엔 초기 정착비용이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홈스테이 하면서 홈스맘의 영향을 받아 시나브로 좀 더 푸짐하고 그럴듯한 음식들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서 그런 것 같다. 쑥쑥 줄어들어가는 지갑을 보면서 가슴 한구석이 에려 오지만, 잘 챙겨먹어야 한다는 욕구가 아직은 워낙 압도적인 것 같다. 사실 집에서 엄마가 살림하는 것에 비하면 난 발톱 떼에도 못 미치겠지만, 스스로 잘 살고 있다는 생각에 므흣해진다. 좀 더 너스레를 떨자면,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지 않고도 스스로 내 먹을거리를 요리한다는 생각에 또 한번 므흣. 모리슨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마트에서 수천가지 물건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이 되는 듯한 착각이 허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듯한 경험은 꽤나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 어제는 홈스맘 아들 조나단의 노래를 들으러 올드 타운의 한 펍에 찾아갔다. 기네스 한 병과 라거 파인트 하나 밖에 안 마셨는데 그걸로만 도합 6파운드. 한국에서 맥주 500cc 가격을 생각하면 속상하지만, 러블리 조나단의 노래를 지칠만큼 오래 들을 수 있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지난 일요일에 가든에서 놀면서 어느 순간에 조나단이 기타를 들고 노래를 몇 곡 부르고 나서는 지금은 술을 마셔서 제 실력이 아니니 펍에서 자기 노래를 들으면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상 가서 보니 조나단의 모습은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넘어 어느 순간엔 에너지를 몽땅 다 써버리고 쓰러질 것처럼만 보여서 보기 안쓰러운 감정마저 들었다. 그러면서 든 상반된 생각 두 가지. 세상 어느 일이나 돈 버는 일은 쉬운 게 없구나. 한편으론, 회사를 다닌다거나 어딘가에 직접적으로 고용되지 않고도 좀 더 자유롭게 돈을 버는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 홈스맘의 말에 의하면 조나단은 어려서부터 기타치고 피아노치고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했단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 한편으론 얼른 알바를 구해서 돈도 벌고 영어도 더 자주 듣고 말하고 싶은 생각도 크지만 다른 한편으론 매일 무언가 스스로에게 핑계를 만들어 가면서 알바 찾는 것을 게을리 하고 있다. 이러다 정말 잔고가 엥꼬에 좀 더 가까워지면 좀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게 될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6월의 마지막 밤

6월의 마지막 밤

 

어제는 일요일. 홈스테이에서의 마지막 날. 조나단과 조나단의 10년지기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가든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다. 나를 위해 특별히 베지테리안 소시지도 준비해주시고, 정말 화창한 날씨에 맛있는 음식,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오후 5시쯤부터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해서 밥을 먹으면서는 와인으로 전환, 몇 병을 비웠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무튼 제대로 취해서 새 플랏으로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누워 잤는지도 가물가물하다. 홈스맘은 그냥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는데, 마음이 살짝 흔들렸지만 꾹 누르고 플랏에서 얼른 또 새로 정을 붙이기로 마음 먹었다.

 

어제는 기분 좋게 적당히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그게 아니었나보다. 아침에 어찌나 머리가 아프던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숙취였다. 덕분에 또 학교를 빠졌다. 지난 목요일 빠지고 금요일 나가고 다시 월요일 오전 수업을 빠지고. 이거 원 참. 지금 여기가 얼마짜리 학굔데 하는 생각은 항상 나중에 든다. 이번 주 다음 주는 결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착실한 자취생이 되려고 나름 열심히 노력중이다. 거의 혼자 사는 거나 다름 없어서 편하긴 하지만 사람이 조금 그립기도 하다. 울컥 울컥 올라와서 나 몰라라 밥도 안 챙겨먹을까봐 스스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오늘 처음 혼자 저녁을 만들어 먹고 나니 맘이 조금 놓이는 기분이다. 세탁기도 처음 돌려봤는데, 어떻게 다루는지 대충 파악이 된 것 같다.

 

월요일 저녁엔 항상 웰커밍 파티가 있는데, 하필 프렌치라는 펍에서 늘 하기 때문에 가기가 망설여진다. 알바 지원 폼을 작성해서 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인걸 보면 얘네 문화로 보건데 나를 고용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 꼭 게이처럼 보이는, 때로는 인상 좋아 보이지만 때로는 차가워 보이는 알바생이 날 알아보면 어쩔까 싶어서 프렌치에 갈 엄두가 안 난다.

 

내일 저녁은 나의 러블리 조나단이 올드타운에 있는 한 펍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만만한 사람 좀 꼬셔서 그 펍에 같이 가볼 생각이다. 겸사겸사 올드타운 분위기도 파악을 해서 만만한 알바 자리 좀 물색해봐야겠다. 올드타운에 있는 어느 가게에서 한국 여자분이 알바를 하는 곳이 있다던데, 그런 가게는 유색인종에 좀 더 관대할 듯 하니 더 알아봐야겠다.

 

플랏에 인터넷을 깔아달라고, 돈을 따로 낼 의사가 있다고 랜드로드한테 말했더니 오늘 랜드로드가 가격을 문자로 보내주었다. 초기 설치비가 한국돈으로 약 22만원, 그리고 나선 월정액이 4만원 돈이 약간 넘는단다. split 하기로 했으니 한달에 2만원 정도씩 내면 되는 셈이다. 설치비가 문젠데, 내 상식으론 설치비는 집주인이 내야 맞지만, 눈치가 설치비도 내가 절반을 부담해얄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돈 생각만 하면 골치가 아파온다.

 

정말 하루하루 사는 게 일이다 일. 당장 내일은 뭘 하게 되고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꽉 찬다. 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는 것, 어쩌면 이게 내가 원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너무 또 하루하루 치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새로 정착한 플랏에서 일주일 이주일을 살다보면 조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라고 기대해본다. 그때쯤 되면 인터넷도 설치가 되있을 거고 그럼 생각나는 한국 친구들한테도 연락을 해볼 수가 있겠지.



홈스테이를 떠나는 마지막 날, 가든에서 바베큐파티를 하다. 최후의 만찬도 아니고, 암튼 무진장 먹어댔다.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다음날 숙취가 장난이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는 조나단. 존레논 이매진을 부르는데 감동이었다.

 


플랏 들어와서 처음으로 해본 요리. 내 저녁이다. 홈스테이 맘의 식단에 영향을 받아 앞으로도 늘 샐러드와 마늘빵을 함께 할 것 같다. 나름 만족. 자신감도 붙었고. 히히

 




헤이스팅스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한 책. 피스라고 선명하게 쓰여진. 올해 출판된 책인데 피스마크의 기원과 그 동안의 역사를 많은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책이다. 이제 서문밖에 못 읽었지만, 암튼 읽을 거리를 찾았는데 잘 된 것 같다. 생각보다 인문학, 사회과학 서적이 많은 것 같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하 1층에 따로 이쪽 방이 마련 되어있는데 한 사람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이 동네도 인문학의 위기인걸까? 살짝 짐작해본다. 물론 지역 도서관의 접근성은 최고이다. 사람들도 책 정말 많이 읽고. 소설 쪽은 친숙한게 안 보여서 그런지 선뜻 손이 안 간다.

 


나의 러블리 홈스맘과 하우스메이트였던 빅터. 저 맛있는 음식을 이젠 먹기 힘들겠지. 흑. 홈스맘이 월요일 밤에 문자가 와서 나 없이 빅터랑만 저녁을 먹어서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고 얘기해줘서 완전 감동. 조만간 또 한번 놀러가게 될 것 같은 분위기이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올드보이

6월 28일

 

올드보이를 여기 tv를 통해서 보다. 한국에서 2003년에 개봉됐던 영화가 5년 뒤 영국에서 방영이 되다니. 금요일 밤 11시 30분에 방영이 되는 건데 나의 러블리 홈스맘이 녹화를 해두어서 오늘 함께 쇼파에 앉아 보았다. 평소엔 영어 방송에 영어 자막으로 티비를 보다가 갑작스레 한국어 방송에 영어 자막으로 된 걸 보려니 기분이 묘했다.


홈스맘이 올드보이를 같이 보자고 얘기를 하길래 내가 영화의 대략의 줄거리를 설명해주었건만,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먼저 자러 방으로 올라가버렸다. 오늘 출근하는 날도 아닌데 하루 종일 청소, 빨래, 요리만으로도 하루를 꼬박 보냈으니 피곤해서일 수도 있고, 올드보이 초반 도입부가 맥락을 잡기가 어려워서 흥미를 못 느껴서 일수도 있고. 혹은 보통 한국 사람들이 자막 달린 영화를 보는 것에 비해 잉글리시 사람들은 자막으로 보는게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 근데 난 마치 올드보이가 마치 내 영화인 마냥 홈스맘이 즐겁게 시청하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 함께 영화를 보려고 했던 것 같다.

 

오늘 새 플랏으로 짐을 절반 정도 옮겼고, 내일 나머지 반을 옮길 예정이다. 랜드로드를 만나서 디파짓과 8주치 렌트 비용을 지불했다. 대화라고 해봐야 그 사람 말의 반도 못 알아들었지만, 암튼 재밌는 사람인 것 같긴 하다. 나름 아티스트라고 해야하나. 하긴 여기 사람들은 다들 아티스트의 기질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나 같은 먹물(-_-)은 못 본 것 같다.


역시나 먹을 걸 어떻게 챙겨먹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 될 것 같다. 인터넷 설치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다고 랜드로드에게 말했더니 적잖이 난감해 하는 눈치였다. 이것 저것 달고 사람 부르고 자기도 또 헤이스팅스에 다시 와야 되고, 귀찮긴 귀찮겠지. 그래도 난 꿋꿋이 요즘 플랏에 인터넷 안 되면 인기가 떨어진다, 여기보다 더 싼데도 인터넷 다 된다 등등 안 되는 영어로 의사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상식적인 요구일 수 있는데도 늘 남에게 뭘 부탁하거나 청하는 걸 너무나 어려워해서,, 그래도 이번엔 잘 끝낸 거라고 믿고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체코학생과 펩시콜라

6월 25일

-헤이스팅스에 단 하나 있는 영화관

 

-벌써 25일이라니. 앞으로 남은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지만, 특히나 여기 와서 갓 사귄 사람들이 지난 주 이번 주 다음 주 줄줄이 떠나는 걸 보면서 더더욱 앞으로 여기서 보낼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는데, 한편으론 내가 비행기를 탄 날이 5월 마지막 날이었고, 이제 월말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금세 또 이렇게 흘렀구나 싶다.

 

-같은 하우스 메이트인 빅터는 이제 여기 온지 2주째인데 이틀에 한번씩은 타운센터에 나가 펍에서 노는 것 같다. 지난 주 이번 주 그리고 다음 주까지, 학원에 길어야 한 달정도 머물다 돌아갈 학생들이 매주 월요일마다 몰려들고 있다. 왜 이리 체코, 슬로바키아 사람들이 많은지. 물론 걔네가 보기엔 아시아 사람들이 많다고 느낄런지도. 가재는 게편이라는 속담이 이럴 때 쓰이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실한 건 체코, 슬로바키안들이 한 그룹을 이뤄서 주로 놀고, 일본에서 온 친구 한 명을 포함한 한국인들끼리 한 그룹을 이뤄서 주로 노는 것 같다. 이렇게 분석하고 있는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 확실한 건, 체코, 슬로바키안들하고 어울리진 않는다는 거.

 

이번 주에 새로 시작한 친구들 중에는 이제 겨우 18살인, 아직 secondary school 도 졸업을 안 한 친구 두 명이 내가 속한 반으로 배정이 되었다. 역시나 남자들이 같은 나이의 여자들에 비해 어리구나 싶은 생각이 또 들었던 게, 같은 18살인데 약간 덜 자란 듯 보이는 체코 남자 아이(?)에 비해 슬로바키아에서 온 여자 분은 훨씬 더 성숙해보인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편견이 개입된 주관적인 판단. 어찌됐든. 난 그네들 나이 때 아무것도 모르고 집 학교 집 학교 이렇게밖에 못 살았는데. 부러운 마음 반, 가족을 떠나 올 수 있는 용기에 감탄 반, 대충 그런 느낌이다. 나이주의를 싫어하면서도 스스로 무의식중에 타인을 나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내 버릇인가보다.

 

-나랑 같은 반 친구 중에 리비아에서 온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은행에서 일을 하다 왔다고 한다. 요 근래에 온 사람중에 드물게 올해 말까지 머무를 예정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쉽게 친해지기가 어렵다. 다만, 한번 우연찮게, 히드로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같은 유색인종이라는 일종의 동류의식을 확인하는 재밌는 경험을 했다. 리비아에서 왔고, 나이(!)도 꽤 있는 것 같아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나 리비아 내에서의 여론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서로 다른 맥락을 커버하기엔 우리 둘 다의 영어가 너무 짧았던 것 같다. 사족을 달자면, 이 동네 뉴스를 보면 거의 매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관련된 뉴스가 나온다. 물론 주로 오늘은 어느 군인이 죽었다, 그 군인은 이라크에 간 첫번째 여군이었다, 그 군인은 참 성실한 사람이었다 등의 뉴스와 한편으론, 총리가 사망한 군인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영국 군인은 그래도 용감히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뉴스나, 오늘 영국 왕자가 에딘버러에서 있었던 참전 사망 군인 추모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등등이 대부분이다. 내가 여기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전쟁에 대한 다른 목소리를 발견하긴 힘든 것 같다. 적어도 bbc 뉴스에서는 그렇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여기 있는 한국 사람이 대여섯명 정도 되는데, 3명 정도의 여성분들은 회사를 다니다 때려치고 여길 왔다고 하고, 두 명 정도의 여성분들은 대학을 다니다 온 것 같고, 한 명의 남자 분은 군대를 마치고 여기로 온 대학생이다. 다 더하면? 딱 여섯 명이구나. 이번 주에 여자 분 한분이 새로 왔는데 아마 나처럼 12월까지 머물 예정인 것 같다. 여튼. 한국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이를 물어보고, 남자의 경우엔 군대를 다녀왔는지, 그 다음 질문은 뭘 하다 왔는지, 여기엔 얼마나 머물 건지, 이렇게 질문 3종 세트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첫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다른 남자분 한 명은 여기선 나랑 같은 나이인데 한국 나이로는 한 살 차이가 난다. 어찌나 나에게 꼬박 이라고 부르면서 존대를 하는지.

 

군대 다녀왔냐는 질문에 안 다녀왔다고 했더니 다행히도 더 꼬치꼬치 캐묻진 않았다. 한국에선 군대 아직도 안 다녀왔다는 사실을 정당화 할 수 있는 핑계가 늘 필요했는데, 그렇게 물어봐주지 않아서 정말 땡큐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 무언가 아직 군대를 안 다녀온 타당한 이유를 내가 그네들에게 입증해야할 것 같은 자격지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 더러 대학생이냐고 물어봐서, 왠지 대학생이라고 말하면 같은 한국인들, 특히나 회사 다니다 온 여자 분들한테 무시를 당할 것만 같은 묘한 자존심에 학원에서 돈 벌다가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나랑 지금은 같은 나이인 다른 남자분은 동생 취급을 받지만(물론 그 남자분 스스로가 누님들에게 깍듯이 대하는 측면도 크다) 나는 서로 존댓말 하고 누구씨 하고 부르는 관계로 지내고 있다. 사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내가 맺던 관계 중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내가 보살핌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또 내 스스로도 그런 관계를 원했던 것 같은데, 여기 와선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스스로 나이 많고 경험 많고 연륜 있어 보이는 사람처럼 보이려는 태도를 보여온 것 같다. 원인은 아직 잘 모르겠다.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영화관에 가서 받았던 몇가지 느낌. 유럽 하면 떠올리게 되던 일종의 환타지, 예컨대 그들이 갖고 있는 역사성 혹은 같은 자본주의 사회지만 왠지 덜 천박할 것 같은 이미지 혹은 얘네 사회의 예술에 대한 감수성? 이런 것들이 오늘 영화관에 가서 많이 깨졌던 것 같다. 3시 영화였는데 3시 10분이 넘어가도록 줄줄이 다른 영화 예고편을 틀어주고, 게다가 모든 영화는 미국 영화 혹은 자막이 필요없는 영화들이었던 점. 영화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기도 전에 모든 사람이 자리를 떠버리는 모습. 사실 한국에서도 흔한 모습이지만 막상 여기서도 한국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고 나니 묘한 느낌이었다. 너무 많이 기대를 했나보다. 아니면 예컨대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다른 모습을 가진 것일 지도 모르는 거고. 자본주의의 위대함이랄까. 안젤리나 졸리가 나오는, 오늘 갓 개봉한 unwanted라는 영화였는데 영어가 잘 들리지도 않고, 다른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한국처럼 번역가가 많은 곳도 없겠단 생각도 문득 들었고.

 

- 체코인과 콜라. 다시 하우스메이트 이야기. 나보다 1년 더 늦게 태어난 친구이다. 89년 90년에 소위 동구권이 붕괴됐으니 적어도 이 친구는 어린 시절 몇 년 간은 공산주의를 경험했을 것이다. 이 친구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이 홈스테이에 들어온 바로 다음 날부터 마트에 가서 펩시콜라를 사와서 자긴 콜라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너도 좀 줄까 이렇게 물어보는거다. 역시나 내 환상에 기인한 묘한 궁금증에, 딴에는 고민해서, 너 일부러 코카콜라 말고 펩시콜라 사온거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별거 없었다. 그냥 펩시가 땡겨서 샀고, 자기는 코카콜라도 좋아한단다. 그래서 체코가 옛날에는 공산 치하였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콜라를 많이 좋아하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둘 다 영어가 모자라고 괜히 물어보다가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진 않을까 싶어서 꾹 참았다.

그런데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그 친구도 나처럼 노트북을 들고 왔는데, 도시바 모델에 꽤나 쌔끈해보이는 노트북이다. 결정적으로 스피커가 내꺼보다 더 빠방하다. 너 노트북 스피커 좋아보인다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길, 도시바가 스피커에 강하다고 말을 하더라. 여튼. 그 친구 노트북에 무슨 놈의 음악이 그리도 많던지, 난 조심스럽게 내 엠피쓰리로 옮겨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후훗. 또다시 조심스럽게 묻기를, 이 많은 음악 다 너가 씨디로 샀냐고 물었다. 이 역시 유럽 애들은 지재권에 더 민감하다는 얘기를 듣고 난 후 생긴 일종의 편견에서 기인한 질문이었다. 근데 이 귀여운 친구 말하길, 당연하단 표정으로 자기 친구한테 옮겨받은 거라고 한다. 속으로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불법 다운로드는 어디에나 있구나 싶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아는 음악이 별로 없었다. 물론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어울리게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팝송도 많았지만. 그 친구 말하길 자긴 아메리칸 팝송이 많다고 한다. 역시나 내 호기심을 자극해서 계속해서 감탄사를 연발했더니, 체코에 아메리칸 송이 무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네 나라 가수도 보통 영어로 음반을 녹음한다고. 논술지문에서나 보던 미국 문화의 세계화를 실감하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 친구를 비롯한 몇몇 체코인들이 아메리칸 헤피엔딩이란 표현을 쓰면서 헤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를 평하는 걸 보면 또 속으로 아 얘네가 그래도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구나 또 혼자 속으로 재단하게 된다. 허허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걸 쓰려했는데 너무 길어져버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6월 22일. 헤이스팅스에서 맞는 세번째 주말.

6월 22일. 헤이스팅스에서 맞는 세번째 주말.

 

오늘은 일요일. 홈스테이하는 집에 딸려 있는 정원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나씩 차근차근 정착 준비를 끝내고 있다. 여기 온지 벌써 3주째인데 아직 정착 준비라고 하니 뭔가 어색하긴 하다.

 

어제 내가 살 플랏 주인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Scott. 이 근처 도시인 Rye에 주로 머문다고 한다. 덕분에 플랏에서 대부분의 시간은 나 혼자 머무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문제는 거기도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아래층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무선인터넷 접속 비밀번호를 물어봐야할 것 같은데, 별로 친한 사람들도 아니고 약간 거시기 하다.

 

내 홈스맘은 내가 플랏에 나가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한 이후부터 하루에 한 번씩은 이제 너가 여기 머물 날이 며칠밖에 안 남았구나 얘기하면서 너무 아쉬워하신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내가 나가도 저녁엔 밥 먹으러 오라는 말까지 하신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대학을 다니고 이후에 잉글랜드에서 정착을 하신 분. 맘 같아선 여기서 계속 머물고 싶지만, 잘 모르겠다. 사실 한달에 100파운드짜리 홈스테이와 65파운드(+식비)짜리 플랏 중에서 비용만으로 보면 플랏에 살아야 할 것 같지만, 하루하루를 보낼수록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도 커진다.

 

지난 금요일 밤에는 여기 있는 다른 한국 학생의 플랏에서 술을 함께 했다. 한국 학생 서너명, 일본에서 온 학생 한 명 이렇게 해서 놀았다. 그날 함께 했던 한국에서 온 여자 분들은 모두 일을 하다고 여기로 오신 분들이고 남자 분 한 분은 대학을 다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여기에 오신 분이었다. 므스가 남미 여행 가서 만났다는, 은퇴 여행을 하고 있던 몇몇 여성 분들 얘기를 들은 것도 있고 해서 나름 일 하다가 때려치고 훌쩍 떠나온 여자 분들에 대한 모종의 환타지가 있었는데, 금요일에 술을 같이 마시고 나니 환타지 같은 건 다 사라졌다. 역시나 미래의 취직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고 있는, 예전의 나였다면 세속적인 사람들이라고 지칭했을 그런 분들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지금의 나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그 사람들의 고민보다 무언가 좀 더 고귀하고 고차원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때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난 오히려 그들만큼 미래의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고 그저 띵가띵가 노는 걸 좋아하는 한량밖에 안 된다는 자괴감도 살짝 든다. 어떻게 하면 굶어죽지 않고 입에 풀칠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몰아치듯 일하긴 싫고 그렇다고 부모님한테 빌붙어 지내긴 싫고. 답이 잘 안 보이는 고민이다.

 

여기 홈스맘의 아들인 조나단은 노래를 만들고 불러서 돈을 번다. 꾸준히 작곡을 하고 데모씨디를 만들어서 곳곳의 펍이나 요양센터에 뿌리고 자신을 부르는 곳에 가서 노래를 하고 돈을 번다. 농사를 짓고 공동체를 꾸리고 자급자족의 삶을 사는 방식이 아니라면, 조나단의 삶은 나에겐 그야말로 하나의 이상향처럼 보인다. 왠지 그의 삶에는 노동에서의 소외가 전혀 없을 것만 같은 그런 환상. 그나저나 난 여기서 알바를 과연 잘 구할 수 있을까.

 

이번 주에는 꾸준히 알바를 찾아 다녔다. 이곳에 cosmo 라는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있어서 방문을 했다. 수요일에 처음 방문을 해서 매일 방문을 한 끝에 금요일에 겨우 매니저를 만날 수 있었다. 수요일에 갔을 때 목요일에 오면 매니저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목요일에 찾아갔는데 매니저가 없다는 말을 듣고 나서, 사실 적지 않게 좌절을 했었다. 그까짓 레스토랑 알바 자리 따위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일종의 비굴함도 느꼈고. 사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역시 난 먹물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결국 금요일엔 여기 학교에 있는 타이완 학생이 선뜻 나를 도와주겠다고 해서 같이 동행을 해주었다. 다행히(!!) 매니저를 만났고, 너무나 간단하게 면접이 끝나버렸다. 사실 면접도 아니라 단지 만나서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고 이름과 전화번호와 나이를 적어가는 걸로 끝이었다. 나름 충격적이었던 건, 내가 그 레스토랑 알바자리를 바라고 있는 다섯 번째 대기자라는 거다. 허허.

 

사실 오늘은 이 근처에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rye에 놀러가려 했는데, 특유의 귀차니즘이 발동해버렸다. 아마 수요일 오후쯤 갈지 말지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다. 일주일 뒤면 플랏으로 이사를 하니 대충 준비도 하고. 무엇보다 모리슨에 가서 내가 직접 요리해 먹을 재료들을 잘 찾아놔야 할 것 같다.ㅋㅋ 영어공부에 대한 생각들도 적어보고 싶은데 이건 다음 기회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런던 놀러간 날






일요일에 런던에 다녀오다. 좀 더 싸게 가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하루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티켓을 10파운드에 구해서 다녀올 수 있었다. 4명이 모이면 20파운드에 티켓을 살 수 있다. 그럼
한 사람당 5파운드니깐 만원 정도면 런던을 왕복할 수 있는 거다. 여기 처음 오던 날 무려 23파운드나
주고 편도 티켓을 샀던 걸 생각하면..후

두 시간 정도 걸려 런던 빅토리아 역에 도착, 지도를 들고 혼자 여기 저기 찾아 돌아다니다.
하이드 파크, 버킹엄 궁전과 주변의 공원들, 트라팔가르 스퀘어, 내셔널 뮤지엄, 웨스트민스터 다리,
사우스뱅크, 채링크로스역, 코벤트가든까지, 무진장 걸었던 것 같다. 모르면 용감해진다고,
지도상으로만 보고 걸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 나중엔 약간 힘들었다. 그래도 뭐.

첫 런던 여행 치곤 나름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미화를 만나서 같이 돌아다니고, 부시의 런던 방문에
맞춰서 있었던 반전(?) 집회도 구경을 했다. 펍에서 저녁과 맥주 한잔까지. 덕분에 메이화는 다음 날
시험을 잘 보았을지는 모르겠다.

다시 한번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걸 실감한다.
지난 주말에 홈스테이에 새로운 하우스메이트가 들어왔다.
내가 독차지하던 홈스맘의 사랑을 빼앗길 것 만 같은 묘한 질투감이랄까. 그래서인지
어제 저녁에는 홈스맘에게 평소보다 친한 척을 많이 했다. 친한 척이라봐야 말 계속 걸고, 이것 저것
물어보고, 눈치껏 상 차리고 치우고 하는 정도? 내가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무언가 새로운 음식
이름 혹은 조리 방법 혹은 여기서 보고 듣는 특정한 일상의 행동양식들에 대해서 물어볼 때마다
기꺼이 언제나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홈스맘.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점점 더 들고있다.

플랏에 살기로 결심한 걸 재고해봐야 싶나 싶을 정도로 지금 홈스테이가 너무 좋다. 앞으로
홈스테이에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생각이 들면서, 어느 새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식으로 여기서의 삶에 익숙해지는 걸까 싶다.

학교 수업은 시간이 갈 수록 초등학교 교실에 대학생이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강해진다. 아마도
내 귀와 입이 자꾸 트여가고 동시에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겨서이리라. 그래도 지금 클래스메이트들과
있는 게 편해서 당분간 반을 이동할 것 같진 않다.

여행하고 싶은 곳이 자꾸만 늘어간다. 학원에서보다는,
일자리를 구하고 여행을 다니며 좀 더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삶을 갈구하게 되는 것 같다.

내일은 해변에 있는 차이니스 레스토랑에 한번 방문해봐야겠다. 파트타임 자리가 있는지,
나에겐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될 것 같다.








버킹엄 궁전에서 트라팔가르 스퀘어로 이어지는 길. 미화의 말에 따르면 이 곳은 여왕이 땅이라서
영국 국기가 많이 걸려있는 거라고..길 양편으론 큰 녹지와 공원이 있다.




미화를 만나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다 한 컷. 약간 파리 세느강변의 느낌을 받기도. 오른편에 보이는게
런던아이. 한번 들어가는 데 얼마더라..2-3만원 돈 정도인듯. 대관람차처럼 생겨서 공중에서 삐잉 런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을 뭐라 부르더라. 한국으로 치면 국회가 있는 곳. 반전시위가 열렸던 곳. 메이화 뒤로 사람들과 빅벤이 보인다.




런던 가는 기차안에서 설레임에 마구 카메라를 들이댔다. 러블리 론리플래닛과 안내소에서 받은 런던 지도
그리고 엽서. 기차안에서 호젓하게 사람들에게 엽서를 써야지 했는데, 아뿔사 펜을 안 들고 나온 것이다. 혼자 속으로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나란 인간은, 하면서..ㅎㅎ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6월 11일

6월 11일

 

오늘은 수요일. 오전 수업밖에 없는 날이다. 지난 주 수요일에 배틀 애비에 갔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오늘은 수, 아만다, 캐롤린과 함께 타운센터로 쇼핑을 나갔다. 내일 저녁에 팬시 드레스 파티가 있다고 해서 썩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여기 와서 처음 가보는 학교 파티인데 하는 생각에 동네 구경 더 한다고 생각하고 샵을 찾아 돌아다녔다. 결국 싸고 적절한 것을 구하진 못했지만, 인포메이션 센터도 가봤고, 같이 간 사람들 캐릭터도 좀 더 알게 된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랄까.

 

홈스테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너무 좋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플랏에 안 살고 여기 계속 눌러살기를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로. 나에겐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다. 홈스맘은 늘 새로운 베지테리안 요리로 나의 입을 즐겁게 해주시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은근슬쩍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까지 만들어 주신다.(사실 점심용 샌드위치는 내가 좀 애매한 태도를 취해서 얼마든지 홈스맘도 모른채 할 수 있는 건데, 눈치로 봐선 내가 다른 얘길 하지 않는 한 계속 싸주실 것 같다. 다만 내가 스스로 좀 미안한 것과, 다음 주부턴 체코에서 새로운 학생이 오게 되는데 그럼 어떻게 될진 잘 모르겠다.)

 

오늘은 나의 사랑스러운 조나단이 집에 방문해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지난 월요일에 얘기를 나누다가 여기 맥주 추천해줄 게 있냐고 물어봤었는데,, 와우 오늘 기네스 맥주를 선물로 사와서 함께 먹었다. 사실 홈스테이에서 주는 밥은 얼마든지 잘 먹지만, 방에서 밤에 혼자 잠들기 전에 맥주 한 캔씩 홀짝홀짝 먹는게 뭔가 꺼림칙하기도 하고 신경쓰였는데 오늘은 공식적으로 함께 맥주를 먹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_- 게다가 다른 맥주도 아니고 기네스 맥주를.ㅎㅎ 심지어 오늘 저녁은 안남미(특이한건 만두 찌듯 쌀을 쪄서 밥을 만든다는 거)에 볼로네즈 소스를 얹어 먹어서 너무나 맛있었다. 역시나 평소 나의 양의 두 배였지만 느리게 먹는 다는 점을 강조하며 꾸역꾸역 먹었다. 배가 불룩 나오고 있다. 여전히 전체적으론 홀쭉하지만. 배만 나오는 건 싫은데. 허허

 

은행 계좌 만드는 일을 끝냈다. 300파운드를 입금 시켜놓았다. 초 절약 모드라 플랏 돈을 내기 전까지는 큰 돈을 쓸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 술 값과 기차 값 정도?

 

일요일에 겸사겸사 런던에 가볼 것 같다. 하비엘이나 안드레아스와 연락을 해봐야겠다. 내일은 결국 노트북을 들고 학교에 가야만 할 것 같다. 홈스테이 다 좋은데 인터넷을 못 쓰는 게 쥐약이다. 메이화가 알려준 자원봉사 센터도 알아보고, 8월로 생각하고 있는 에딘버러 여행도 알아보고. 9월에 있는 공식 2주간의 기간 동안에는 어디로 무슨 여행을 갈지도 미리 고민해보고. 후후 그렇지 않으면 똑 같은 스케줄로 점철된 일상에 파묻혀버릴 것 같다. 문제는 다시 돈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아 좀 우울하다. 뭘 하든 돈이 필요한 것처럼만 느껴지니..파트타임 잡을 계속 알아봐얄 것 같다.

 

, 홈스테이 맘과 조나단이 결국 나의 파티 의상까지 다 마련을 해주었다.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이다. 사진을 꼭 찍어놔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6월 9일

라이스푸딩

 

여전히 무언가 길어보이는 하루, 그러나 조금씩은 익숙해지는 느낌. 두 번째 맞는 월요일이다. 9시에 시작해서 3시가 조금 넘어서야 끝나는 수업은 질릴만도 한데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뭐 한 것도 없는데 몸이 항상 뻐근한 느낌이다. 학교에는 배드민턴, 탁구, 배구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무엇보다 하루에 늘 근 4km 이상씩은 걷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뻐근한 이유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야겠다.

 

저녁에 홈스테이에 돌아왔더니 홈스맘의 아들과 그 친구분이 집에 있었다. 인상 좋은, 덩치 크고 목소리도 우렁찬, 자신의 데모 앨범을 갖고 있는 28살 난 멋진 분이다. 홈스맘에 따르면 몸은 느리지만 말은 무지 빠르다. 그래도 몇 단어씩 알아들을 때는 기분이 므흣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potato jacket 이었다. 무언가 앞뒤로 수식어가 더 붙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난다. 감자와 토마토소스와 함께 끓인 콩, coleslaw, 샐러드까지 오늘도 역시나 엄청난 양의 음식이었다. 나의 러블리 홈스맘은 나보고 많이 먹으라면서 음식들을 많이 퍼주셨다. As usual I tried to eat them all, but today was very difficult to do that. 감자에 버터를 가득 발라서 주시면서 자기는 살찌니깐 그러면 안 된다고, 근데 난 살이 쪄야하니 많이 먹으라고 하시는데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기꺼이 먹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어찌나 느끼함에 오바이트를 하고 싶어지던지.ㅠ 정말 처음으로 김치와 고추장과 쌈장이 생각났다. 한국에서 크림스파게티도 좋아했으니깐, 느끼한 음식에 질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데 오늘은 좀 괴로웠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의 디저트는 (나중에 미화한테 들어서 알게 된 이름이지만) 라이스푸딩이었다.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가 먹는 동안 설거지를 다 하고 디저트를 준비해 온 홈스테이 맘에게 평소처럼 이건 뭐냐 물었더니 라이스와 아이스크림과 딸기잼을 함께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웁스, 안 그래도 배가 터져서 꾸역꾸역 남은 내 몫의 감자를 처리했는데, 또 다시 라이스라니 그것도 딸기잼이 함께 있는.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먹었을 텐데 그 순간만큼은 마치 한국에서 아플때만 먹는 흰 쌀죽에 딸기잼이 들어있는 언발란스한 그림이 자꾸 그려지면서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나오려고만 했다. 흰쌀밥에 우유를 말아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뭐 그래도, 바로 어제만 해도 너무나 맛있는 디저트-요거트와 딸기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난 두 종류의 위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나는 식사용 하나는 디저트용이라면서 잘 먹었기 때문에, 오늘 ooh Im full enough 라고 해도 나의 러블리 홈스맘이 말하길 but you have two stomach, dont you 하시는데 속으론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ㅋㅋ

 

어찌 보면 재밌는 에피소드. 난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디비디가 다 공짜인줄로만 알았다. 브록백 마운티과 원스와 본 얼티메이텀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빅피쉬와 등등 보고 싶은 디비디들 사이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건 당장 세편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행복한 고민 끝에 세개를 골라서 당당히 내밀었는데 알고 보니 일주일에 한편당 3파운드씩이라고 한다. 웁스. 그 때의 난감함이란. 안 그래도 안 되는 영어가 속 깊숙히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도서관 직원이 너무나 친절한 분이셔서 머쓱한 상황을 잘 모면했지만, 생각하면 진짜 웃긴 시츄에이션이었던 것 같다. 그 직원은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ㅎㅎ

 

오늘 해야할 숙제는.단어가 기억이 안 난다. 분명히 공부하면 할 게 많은데 난 여전히 수업에서 자극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내일은 늦잠 자지 말아야지. 여유롭게 학교에 가보자구.


 


 


나의 사랑스러운 홈스맘과 아들 조나단, 그리고 조나단의 친구. 앞에는 너무나 느끼해서 힘들었던 자켓 포테이토. ㅎ

 


 



이 곳은 여기 학생들이 미팅 포인트로 삼는 '언더더브리지'. 위에는 철길이고 아래는 차도이다. 근처에는 모리슨이 있다. 사진으론 잘 안 보이지만 다리 밑으로는 새똥들이 수두룩 하다. 안 맞으려면 긴장하고 걷게 된다. 으흐.


시내로 걸어가는 길에 발견한 청소기 수리점. 보자 마자 원스가 생각나서 한 컷 찍었다. 원스가 보고싶어져서 노트북을 낑낑 들고 학교로 가서 인터넷 다운을 받을랬더니 웬걸, 영화 하나 다운 받으려면 하루종일 걸릴 것 같다.ㅠ

 


시내 바로 옆에 붙어있는 헤이스팅스 성에 올라가 바로본 해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