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비빔밥을 먹고 나서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를 보았다.

전주에서는 일인분에 만원 넘는 건 먹지 않는게 좋다.
가격과 맛은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에
싼 걸 먹으나 비싼 걸 먹으나 똑같다.

비빔밥은 4천원. 맛있다.

매우 원시적이고 동물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기계.
크로넨버그는 이미 기계와 한몸인 인간을 절망적으로 인정하는 작가다.

실을 풀고 조여 숨통을 끊는 스파이더 역시
이미 실이라는 기계와 한 몸이 되어 스스로를 파괴하는 존재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자아 형성과정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두편을 보고 나니 너무나 피곤해서....
역시 몸이 견뎌주지 않아서, 그냥 방에 돌아가 자버렸다.
11시 30분에 가까스로 일어나 '불면의 밤 - 미하엘 하케네'를 보러갔으나
도저히 견딜 힘이 나지 않아 표를 팔고 야참을 먹으러 갔다.
굉장히 굉장히 아쉬웠지만,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일이다.

전북대 문화관 옆 거리에 있는,
'상추튀김'집, 전세계에 혹시 단 하나뿐인 것이 아닐까?
튀김을 양념간장에 찍어 상추에 싸먹는 것이다!!
떡볶이와 상추에 싼 튀김. 야옹~

그리고 또 잤다.
온 몸을 늘씬하게 두드려 맞은 것처럼 정신없이 잤다.

아침에 10시에 또 가까스로 일어나
11시, 애니 매트릭스를 보았다.
애니메이션이 좋다.
하지만, 전형적이었다. 부족했다.
오만하게도, 저정도라면 쉽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시 영화가 영화제 측의 사정으로 취소되어
한정식을 먹고(배불러 죽을뻔 했다.)
5시에 '피카소와 스튀레의 모험'을 보았다.
풍요롭고 한가롭고 지적이고 위트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쥐포를 먹으면서...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면서
집에 돌아왔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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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9 00:00 2003/04/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