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는 유령을 보았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주 어렸을 때, 외할머니 댁에서도 한번 만난 적이 있다.
그 때는 과거의 이였고,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유령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가진 언어의 한계속에서 그들은 유령을 닮았다.

그들은 무질서하게 공중을 활주하는 오로라들 같았다.
오로라를 한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작고 희거나 검은, 혹은 밝은 빛을 발하기도 하는 오로라라고 생각한다.

몇년에 한번씩 미래를 예지하는 꿈을 꿀때마다
나는 잠이 다른 차원의 세계로 통하는 통로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곳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여 있다.

그들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어쩌면 그들을 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일지도 몰라.
나는 어쩌면 다른 세계를 통해 미래와 과거를 볼 수 있는지도 몰라.
내가 시간 개념이 희박한 이유는 그곳에 속한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몰라.

나는 잠을 좋아한다.
그것이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의 내 삶이 늘 평탄한 것은 아니며
때로는 이곳에서의 삶보다 지독하게 고통스럽고 집요하지만
나는 그 세계를 사랑한다.

이 세계에서의 삶이 피곤할수록 그곳의 삶이 선명해진다.
나는 어제 아주 많이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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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9 19:25 2004/10/19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