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

from 우울 2006/09/01 17:58

낯설다.

낯설다...

어디에 있어도 낯설다.

누구와 있어도 낯설다.

언듯, 나와 비슷한 종류일거라 생각되는 하나, 혹은 둘을 만나지만

함께 있으면서 조금씩 낯설어진다.

처음부터 실망은 하지 않았다.

같아지려고 해보지 않았으니까.

 

어제는 이상한 곳에 가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

구걸을 하고 말았다.

같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돈을 벌게 해달라고.

 

오래간만에 죽고 싶었다.

한동안 죽음을 잊고 살았다.

내곁에 죽음이 없는 것처럼.

 

죽음만이 유일하게 익숙하다.

 

웰빙과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과

부자아빠와 치즈를 옮기는 쥐들의 시대에,

 

혹은

 

긍정과 자신감과 스타일의 시대에

 

이 구시대적, 시대착오적 발상은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걸까?

이 실존주의적, 사치스러운 고민은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를 병들게 하는걸까?

 

나를 죽게 내버려두어줘요.

 

왜 생명은 소중한 것으로 추앙받아야 하는데?

왜 인간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오해되어야 하는데?

구질구질하고 혐오스럽고, 자기합리화의 고질병에 기름기가 줄줄 흐르거나

혹은 속에서부터 늙은 냄새가 날정도로 늙은 어린애들 따위

인권같은건 없었으면 좋겠어.

다 같이 죽어서 거름이나 되면 좋겠어.

살기위해 저지르는 끔찍한 일들을 좀 봐.

만면에 배부른 척 미소를 띄고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노동이라고

발밑에 피바다를 붉은 카펫으로 가리면 아무도 보지 못하고...

 

삶을 내세워, 아이들을 내세워

구더기 가득한 오물덩어리를 살짝 가리는거 우웩...

싫어.

 

미안, 나는 죽고 싶은데

너희들이 나를 붙잡잖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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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1 17:58 2006/09/01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