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from 우울 2006/12/18 13:02

남은 인생에 로맨스는 이제 불륜 뿐이라고 생각하니

우스웠다.

'불륜'에서 풍기는 그 미묘한 '뉘앙스'가 싫다면

김상을 마지막으로 로맨스여 안녕이다.

개토는 아직 인생의 반정도밖에 못살았는데.

 

결혼제도가 싫은 이유는, 사랑이나 관계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그것은 그저 소유, 불공평함, 기만, 획일화, 대물림, 교육...그렇게 만가지 이유들과

관계있는 것이었는데.

 

사랑을 우습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끔찍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나는 그걸 몰랐었는데, 알게 되었다.

가끔 나는 남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을 보지 못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라는 말을 참 자주 사용한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죽음과 나의 현재 사이에 엄청난 무게의 삶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개토 옆에 있어줄거야?"

죽음은 나의 현재 옆에 꼭 붙어있다.

거리감없는 죽음, 무게없는 삶.

 

편의점을 지나 좌회전을 하니

천공성같은 내 삶이 나를 마주하고 있다.

 

 

 

그래, 어쩌면 결혼이 가장 나쁜 이유는 '사랑'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인가 보다.

가장 가치있는 것을 가장 초라한 것으로 만들어

스스로를 기만하고 일상을 영유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던 건가 보다.

 

나는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고 느끼는데,

남들은 내가 그것을 못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니 참으로 참으로 우리는 다른 것 같다.

 

 

 

하지만, 개토는 이미 6년 넘게 연애를 하고 있는데,

다른 연애 찾으면 김상한테 너무 미안한거 아냐?

그건 참 그렇다. 아주 곤란하다. 아주 아주 곤란해...

김상과 죽을 때까지 같이 있고 싶기도 한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2/18 13:02 2006/12/18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