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배가 고파서 플라나리아를 먹었다.
아껴먹으려고 반으로 잘라 먹었다.
그랬더니 나머지 반이 플라나리아가 되었다.
이럴수가!
어쨌든 남은 플라나리아를 잘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에 넣었다.
먹을 것이라고는 플라나리아 뿐이었으니 상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점심때 냉장고를 열어보니,
플라나리아가 알을 낳았다.
알까지 낳는 생물을 먹을 수는 없다고 생각이 되어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가서 플라나리아에게 줄 계란과
내가 먹을 당근, 양배추를 사왔다.
플라나리아와 그 알.
나는 갑자기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건가?
플래시백 때문에
며칠째 잠을 잘 수가 없다.
7년전쯤에 본 단어나 문장, 그 종이의 질감, 조명, 책의 두께감까지,
오늘 본 웹사이트의 색감이나 글자체, 분위기,
초등학교 때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적은 시,
오스카 와일드, 괴테, 투르게니에프, 타란티노, 피오나 애플, 히치하이커, 스밀라,
미로, 플라나리아, 이런 걸 적고 있는 내가 바보다.
결코 쫓아갈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는 것들이 빠른 속도로 플래시백 된다.
흥분감은 오래 지속되어 천상에 다다를 것도 같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상태로 오래 갈 수는 없다.
육체의 피곤이 플래시백을 조장한다는 걸 알지만
이번 휴가 동안은 그대로 두기로 한다.
적게 먹고 적게 잔다.
어차피 휴가가 끝나면 모든 걸 다른 방식으로 조율해나가야 하고
그 조율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일단은 그냥 둔다.
감기에게 일백번의 구타를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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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