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내가 예수라고 생각했다.

내 몸에는 세개의 못자국이 있다.

손과 발은 아니고, 오른쪽 다리에만 세 개다.

깁스를 고정하기 위해 박았던 못들이다.

 

나는 길거리에서 강간을 당하기도 하고

아버지에게 죽기 전까지 두들겨 맞아보기도 하고

내가 지지 않은 빚을 갚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

나는 온갖 시험에 놓였다.

 

그러고도 모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를 위해 내가 이 모든 것을 겪는 거야.

 

 

그런데, 나는 완벽한 신의 아들이 아니다.

나는 항상 뭔가가 부족한 인간들의 딸이다.

 

서른을 넘긴 뒤로는 정체성의 혼란을 한동안 느꼈다.

예수가 서른을 넘긴 뒤 곧 죽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이가 들었다면 아마도 스스로가 예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렸을 것이다.

 

지저스인지, 예수스인지, 예수인지

어쨌든 나는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나는 평범한 남들처럼 살짝 미쳐있다.

내 블로그에 누군가 덧글을 남겼다.

"미친년, 밤길 조심해."

훗, "미친색희, 올테면 와보라지. 자지를 물어뜯어주겠어.'

미친 색희는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미친 색희.

 

대략 10년 전쯤에,

나는 서울에 있었다.

서울에서 희귀종 앵무새들을 쫒아다니고 있었다.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았다.

희귀종 앵무새들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가까스로 잠이 들어 아침이면 기분나쁜 상태로 깨어 또 생각했다.

 

나는 그들을 10년째 쫒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먼곳으로 도망을 가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돌아오고 말았다.

 

그들은 희귀종의 멸종위기 앵무새들이다.

얼핏, 다른 앵무새들보다 수가 너무나 적고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속기 쉽지만,

결국 그들도 앵무새들이다.

 

나는 "닮은 것"들을 혐오한다. 그들은, 서로 매우 닮았다.

 

사실은, 그들은 희귀종이고 멸종위기이고 아름답다.

닮은 게 뭐 대수인가.

나도 될 수만 있다면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앵무새가 아니다.

될 수 없는 것은 될 수 없는 것이다.

 

"참 멋지구나. 나는 부끄러워..."

 

앵무새가 되어보려 했던 적도 많았다.

아니, 사실 매일처럼 그들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점잖고 잘 날지도 않는다.

조용조용 서로의 말을 옮긴다.

싸움이 날 일도 없다.

어쩌다 잘못 만나 싸움이 날 듯도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처럼 조용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내가 10년동안 관찰한 바에 의하면

그들은 완전히 미쳐있다.

그런데도 어찌나 자신들을 잘 포장하는지

남들도 다 그들이 이성적 존재라고 믿게 생겼다.

누구보다 미쳐서 살면서도, 안그런 척 하는데 도가 텄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내가 만든 감옥에 갇혀

앵무새들을 지켜보고 있다.

 

감옥은 탈출을 위해 존재하는 것.

탈출 계획을 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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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1 13:11 2007/01/01 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