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from 우울 2007/01/02 12:52

스킨이 떨어진지 일주일이 되었는데,

로션도 다 떨어져 가는데

스킨, 로션 사기가 너무나 귀찮다.

 

재작년까지는 그냥 쭉 써오던 스킨, 로션만 발랐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해서 몰래(!) 에센스라는 것을 사서 쓰기 시작했다.

스킨, 로션은 그닥 비싸지 않은 한살림에서 나오는 것을 써왔다.

에센스를 사서 쓰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솔직히 주름은 좀 늦게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미 생긴 주름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가장 싼 값에,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는 에센스를 하나 샀다.

 

그런데,

이 랑콤에서 나온 에센스를 바르면 기분이 좋아졌다.

에센스만 발랐는데도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한살림 로션을 바르고 밖에 나가면,

로션이 얼굴에 잘 스며들지 않아서 얼굴이 번들번들했는데,

에센스를 바르고 나면 얼굴이 뽀송뽀송, 화장품이 괜히 '화장'품이 아니구나 싶은거다.

맨날 건조한 느낌이 불편했는데 그것도 사라졌다.

 

그러고 나니,

스킨, 로션도 좀 좋은 걸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친구 집에서 자고 왔는데, 친구가 사용하는 '스킨푸드' 스킨, 로션이 정말 느낌이 좋았다.

내 인생의 스킨과 로션에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이제 새로운 스킨과 로션에 도전을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충분한 사전조사(이부분이 제일 힘들다)와

중대한 결단이라는, 굉장히 귀찮은 일들을 시작해야 한다.

 

스킨, 로션은 한번 사면 1년을 쓰게 되는데, 라고 생각하면

잘 골라 쓰고 싶지만

막상 골라보까 생각하면 에센스를 사기 위해 내가 해야했던 과정들이 떠오르면서

꼭 그렇게까지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오늘은 스킨, 로션을 골라서 사야겠다.

 

 

어제는 큰맘먹고 욕실에 곰팡이를 제거했다.

이사온지 6개월가량 되었는데,

그전에 살던 사람들이 남기고간 곰팡이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6개월이나 고민을 하다가

겨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솔로 아무리 문질러도 해결이 안되니까 곰팡이 제거제를 사서

반쯤은 믿고 반쯤은 의심하면서

사용설명서에 나온대로 휴지에 제거제를 묻혀 화장실을 휴지로 도배했다.

대략 한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도배를 끝내고 나오니 목과 코가 무지하게 아팠다.

그대로 4시간을 방치해야 한다고 해서 화장실도 못가고

살짝 아픈 상태로 누워있는데

김상이 곰팡이를 제거한다고 약을 너무 많이 쓰면 안좋은게 아니냐는 둥

적당히 하는 게 어떠냐는 둥

이제 물로 닦아내는 게 어떠냐는 둥

존앤 짜증나는 소리를 해대서,

나도 저 약이 환경에 안좋은 거 안다는 둥

하지만 곰팡이가 안사라지는데 니가 한 건 뭐가 있냐는 둥

청소를 맨날 안해서 곰팡이를 만들어 낸 건 전에 살던 사람들인데

내 잘못이 뭐가 있냐는 둥

아파트가 지어진지 6년인데 6년에 한번 곰팡이 제거제 쓰는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는 둥

(6년동안 아무도 안썼다는 근거는 명확히 없었지만)

소리소리를 질렀다.

 

그러다가 3시간쯤 지났을 때,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화장실에 들어가 일부 휴지를 떼어낸 다음

솔로 문질렀는데,

곰팡이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무서워서 휴지를 다시 덮어놓고 없었던 일인 것 처럼 다시 누워버렸다.

 

집안에 가득한 소독약냄새가 끔찍했지만

그래도 4시간을 꾹 참고 다시 휴지를 떼어내니

 

아! 곰팡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솔로 문지를 필요도 없었다.

실리콘이 하얗게 되었다.

 

감격적이고도 무섭고도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코랑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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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12:52 2007/01/02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