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유언장을 쓰는 이유는,
죽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거나,
남들에게 내가 죽을 작정임을 알려 걱정하게 만들 의도가 절대 아니다.
김상에게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알려주려 했더니
김상이 그런 이야기는 슬프니 차라리 유언장을 쓰라고 해서
쓰게 된 거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닥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이다.
일단,
나는 가진 물건이 별로 없어서,
책과 옷은 엄마에게 주면 좋겠다.
나머지는 어차피 다 김상것이기도 하니, 김상이 계속 쓰면 된다.
책 중에 김상이 꼭 갖고 있고 싶은 것은 김상이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보다,
내가 죽으면 나를 꼭 불에 태우고, 남은 가루를 김상이랑, 초코랑 흰둥공주랑
조금씩 나누어 먹어줬으면 좋겠다.
음식에 섞어서 먹으면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다.
초코랑 흰둥공주는 습사료에 섞어 주면 잘 먹을 것이다.
상목이도 한 숟가락 줬으면 좋겠다.
양이 얼마나 될지, 맛이 어떨지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지만,
너무 오래두고 먹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한 6개월안에는 다 먹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추운 것이 너무 싫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벌레들을 무서워 하는 도시아이이기 때문에,
그리고 어둠 속에서 혼자 떨고 있는 것이 너무 두렵기 때문에
땅속에 묻히고 싶지 않다.
물이나 하늘에 뿌려지고 싶지도 않다.
어느 부분은, 살아있는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의 곁에 있고 싶다.
나머지부분들이 응가가 되어서 나오면 세상에 조금은 보탬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거창한 것까지는 바라지 않겠다.
아, 깜빡 했는데,
혹시 내 몸의 일부가 사용가능하다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뒤 화장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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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집에 갔더니 엄마가 종이 한 장을 들이밀면서 보증인이 되라는 거예요. 내용은 엄마가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시키지 않는다는 각서. <후회하지 않아>에서 서울 곳곳에 뼛가루를 뿌리던 게 생각나요. 나도 도시아이라서 저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