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 비혼주의

from 우울 2007/02/22 23:54

개토님의 [연대와 소통에 대한 뻔한 글쓰기] 에 관련된 글.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성애자로 애인이 있는데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합의를 본 상태다.

앞으로 어떤 애인이 생기더라도, 나는 이부분에 대해서 합의를 하고 싶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결혼제도가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소유관계이며,

자본주의를 대물림하게 만드는 큰 고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결혼을 할 경우 내가 맞닥뜨리게 될 그 모든 억압과 소유관계와 자본주의적 관계들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혼'은 내가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회에 저항하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비혼'이 억압과 착취를 드러내는 한가지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비혼'이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결혼'을 하고도 '결혼'에 얽힌 사회모순과 치열하게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며,

'결혼'의 방식을 달리해서 내가 모르는 '즐거운 결혼'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비혼'을 운동으로 하게 되면,

'비혼'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상처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비혼'을 선택해서 상처받은 것과 똑같은 이유로 나는 다른 사람들을 상처줄지 모른다.

나는 내가 '비혼'을 선택한 것을 인정해주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연대고 소통이고 어렵다는 것을 안다.

 

나는 '비혼'이지만, 샴푸를 사용하고(머리숱이 너무 없어서, 비누를 쓰면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자전거를 못타고, 육식을 한다.

 

샴푸는 누군가 환경에 해가 되지 않게 만들어줬으면 하고 바랄 뿐이고,

육식은 포기할 수가 없다.

 

내가 비혼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공유하는 것, 아마도 그것이 연대와 소통의 시작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 혹은 육식거부를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채식, 혹은 육식거부를 하게 된 이유를

공유하고자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지만...아닐지도 모르겠다.

 

 

 

'비혼'이나 '채식-육식거부' 등이 사회적으로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사회도 취향에 대해서 꽤나 융통성있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자유로운 취향의 사람들을 연대하고 소통하게 만드는 구심점을 찾는 것,

이게 현재 운동의 핵심과제가 아닐까...하고 개토는 생각해본다.

 

작은 단위의 활동가들이 자기 운동의 대중을 만들고

그 대중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근거로 큰 단위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그 단위들이 모이고 또 모여 전지구적 연대가 이루어지는 것,

 

 

 

그리고,

이 모든 논쟁들이 소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지점부터인가 운동이 대중성을 상실했고, 운동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운동 '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운동'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를 조금씩 생각해나가는 것이

왜 소모적인 논쟁인가?

 

 

에고..........

'일'의 압박 속에 글쓰기는 정말 힘들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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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2 23:54 2007/02/22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