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들이랑 일하기 싫다.

 

일정이 수시로 바뀌고, 모든 상황에 대해서 거의 통보에 가까운 정보를 던져주고,

마감에 가장 가까운 시기에만 일이 진행되고,

필요한 자료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봐주는 일은 절대로 없고,

때로는 내가 고민고민해서 요구한 자료들을 주는 것에 대해서조차 굉장히 아까워하거나,

사실은 매우 귀찮아한다.

심지어, '그런 식으로 자료를 요구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내가 나 좋자고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나도 대충 자료받아서 심미적인 요소 고려하지 않고 막일하면 편하다.

자료 고르는 것도 굉장한 일거리인데, 그냥 보내주면 내가 찾겠다는데,

그거 웹하드에 올려주기가 그렇게 힘든가?

 

조합원이냐고? 아닌데요.

조합원이 아니라서 잘 모르나 본데...

그냥 조합원한테 시키기로 결정하시지, 왜 이제와서 그런걸 따져요?

죄책감이라도 느끼라는 건가요?

 

내 노동은 그들에게 있어서, 기계의 노동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조금도 존중받고 있지 못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자기들 편할 때, 전원버튼 켜고 돌리면 그만이다.

 

방금도 그런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날 밤중에, 일거리를 던져주고 10월 2일까지 끝내달라는 건,

추석동안 일하라는 건데.

남한테 그렇게 일 주면 기분이 좋을까?

어쨌든 넘겼으니 자기는 마음이 편할까?

 

11시가 넘어서 문자하나 달랑 남기는 것도 기분이 나쁘다.

문자란 정말 편리한 거겠다.

미안한 이야기 한마디 할 필요 없고, 쓸데없는 감정노동 안해도 되고,

메일 보냈으니 확인하세요.^^ 웃는 이모티콘 하나면 친근한 느낌 살짝 주면서.

 

메일에는 답장을 '빨리' 달라는 귀여운 독촉도 있었다.

 

추석에 일을 주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줄 수 없었을까?

 

참 대단한 일들 하셔서, 난 뭐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다시는 그 단체와 일하고 싶지 않다.

 

자신들의 노동도,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지겹다.

짜증나.

 

정말 짜증이 나네.

 

내가 무슨 5분 대기조인가.

기획도 안해놓고 사람 불러서 급하다고 일 시켜서 일정맞춰 일해줬더니

일정이 늦춰졌다고 한달 넘게 연락없다가 추석연휴시작될 때 문자하나 보내 마무리 해달라니.

솔직히 작업할 마음이 안난다.

 

맨날 하는 소리.

저희는 단가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서...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그 소리도 지겨워.

언제 단가 맞춰 준 적 있나?

단가 맞춰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고, 줄 생각도 없으면서,

왜 사람 곤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들 예산이 있을 거 아닌가. 예산이 얼마니, 거기 맞춰 일해달라 말하면 큰 일이라도 나는건가?

그건 근거없는 착한 척인가 순진한 척인가 그냥 돈이야기 꺼내는 습관인가.

아, 예산보다 적게 부를 지도 모르니 한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생각인가?

 

자원활동이 아닌 일은 안하겠다고 다짐하다가도,

급하다고 하면,

나도 돈이 없으니 어차피 일하는 김에 조금이라도 버는 게 낫다는 생각에 덥석 맡지만,

즐겁고 멋지게 일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내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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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3 01:37 2007/09/23 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