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뮤니케이션?

 

다른 모든 동물들처럼 인간은 자신이 취합한 정보들에 대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위험한 것과 위험하지 않은 것, 편안한 것과 편안하지 않은 것 등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우연에 의해(여기까지 인간은 세계에 대해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의존적이었다),

인간이 눈을 중심으로 진화하게 되어, 직립하게 되고,

손이라는 복잡한 도구를 갖게 되면서,

인간은, 단순히 정보(특히 이미지)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게 된다.

정보(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달리는 얼룩말은 사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그러나,

달리는 얼룩말에 '돌을 던지면' 돌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서 얼룩말을 죽인다.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는 비슷한 경험들을 공유하게 된다.

누군가 얼룩말에 돌을 던져서 얼룩말을 잡으면,

그걸 '보고 있던' 다른 개체들도 그 정보를 입수하여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개체가 정보를 뇌에서 구성하는 방식은 개체의 경험이나 뇌의 물리적 형식에 따라 달라진다.

 

누구도 돌을 던져보지 않은 다른 공동체의 구성원이 그 공동체 안으로 들어왔을 경우,

전체 구성원이 사냥을 나갔을 때, 그는 다른 구성원들이 서로 주고 받는 몸짓과 눈짓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커뮤니케이션이란 공통의 경험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된다.

 

지각이란,

초원위에서, 바람과 풀들과 나무들과 얼룩말들 가운데, 특별히 약한 얼룩말을 '골라내어', '주목하는' 일이며

커뮤니케이션이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하고, 시선을 돌맹이로 움직이는 정보(이미지) 등을

'지각하는 것'이다.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하고, 시선을 돌맹이로 움직이는 것은 일종의 코드이다.

 

그 코드는 우리의 환상과는 달리, 전혀 객관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경험적일 뿐이다.

 

돌맹이를 던져보지 않은 이에게 그 코드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민주적이고 쌍방향적인 소통과 대화가 될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돌맹이를 던져본 부족은

돌맹이를 던져보지 않는 자가 돌맹이를 던지는 이미지(정보)에 자주 노출되도록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2. 고립된 단자들

 

[구텐베르크-은하계의 끝에서]에서 볼츠는

라이프니츠가 완전히 닫힌 체계인 '고립된 단자'들 사이에

신에 대한 근본적인 의존성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고 했다

라고 말한다.

 

신을 '세계'로 대치하면, 내게는 좀 더 그럴 듯하게 느껴진다.

 

고립된 개체들은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존성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먹고 자고 싸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세계란 필연적인 조건이고

그 조건들의 동일함, 조건에 대한 의존성의 동일함이 커뮤니케이션을 낳는다.

 

그런데 인간은 눈과 뇌와 손을 갖게 됨으로써

세계에 대해 의존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 조건은 동일하지 않게 되었다.

 

세계는 인간에 대해 의존적이다.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존성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개체와 개체가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환상은

세계에 대해 의존적이지 않은 자기자신을 상정함으로써만 가능하게 된다.

 

고립된 인간의 근본을 알 수 없는 외로움은, 그곳에서부터 나오게 되는 걸까?

 

 

3. 이미지

 

돌맹이를 손으로 들어올려 던지기까지

인간의 뇌가 어떤 경험을 겪었는지는 그저 분분한 추측이 될 뿐이다.

어찌되었건 인간은 돌맹이를 들어올려 던졌다.

 

정보(이미지)를 가공하여 다른 정보(이미지)로.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인간은 이미지없이는 인간이 아니다.

 

태초에 이미지가 있었다.

 

4. 미디어

 

이미지는 미디어이다.

 

5. 돈은 이미지이고 미디어이다.

 

그보다 강력한 이미지와 미디어.

 

6. 문자

 

내가 겪은 것을 타인에게 겪게 하는 것.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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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3 16:27 2007/09/23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