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집

from 우울 2009/09/08 18:57

집이 너무 답답해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헉, 이렇게 쓰고 나니 굉장한 부자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사를 결정하고 나서 집을 돌아보고 얼떨결에 계약을 하고 나니,

내가 원하는 집은, 그냥 넓은 집이 아니라,

방은 작아도 마당과 숨 쉴 곳이 있는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파트는 넓어도 아파트라는 걸, 직접 가보고 알게 된 것이다.

천정이라도 좀 높으면 숨이 좀 트일텐데,

거의 매일 집에만 있다보니, 집이 너무 답답하다.

작업실이라고 구하려면 돈도 들고...

 

아주 어렸을때 살던 집은 작아도 나가면 우물도 있고 꽃이 잔뜩있는 집이었는데 

지금도 기억이 난다. 행복했던 것이다.

돌우물에 낀 이끼가 폭신폭신했었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인가.

 

독일있을때, 친구따라 냥이 동물병원갔더니 집이 어느정도 크기인지 묻더라.

집 크기에 따라 키우는 냥이 수를 조절해야 냥이들이 스트레스를 안 받는단다.

냥이들도 그렇겠지만, 사람도 자기 자신을 위해 필요한 최소 공간이 대략 있지 않을까?

냥이에게 필요한 크기를 안다면 사람에게 필요한 크기도 알 수 없나?

기본권의 개념으로 한 인간에게 필요한 최고 공간의 크기를 정해서

주거최소상태를 만들어주는 법같은 거 못만들까.

그럼 또 상상력없는 인간들이 정형화된 사각상자들을 빼곡하게 채워 만들고

모두 똑같이 살아야 한다고 우길까?

 

일단 계약은 했고, 당장 마당있는 집 구하려면 더 먼 시골로 가야할테니,

또 아파트 생활이다.

 

그래도 방하나를 작업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좀 생활과 일이 분리될 수 있을까?

 

이사가면 여러가지를 포기하고 생활을 좀 바꿔보기로 했다.

 

집에 식물을 놓아볼까 하는데...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아이를 낳는 문제를 잘근잘근 고민하고 있다...잘 못 키울 것 같다. 시간이 아깝다 등등

아무리 예쁜 아이도 안예쁜데, 내 아이라고 이쁠까? 안이쁘게 되면 대략 낭패. 등등

 

학교가 아직도 1년이나 남았다...이걸 어쩐다...

 

어쨌든, 학교도, 알바로 하던 일거리도 다 정리하고, 집에만 있을 계획.

그러는데 1년 걸리려나...

 

학교가 너무 멀다...한산할 때 운전해서 한시간 거리니까...그래서 더 가기가 싫은거다.

가까우면 사무실처럼 쓰기라도 할텐데...

서울에 좁은 집으로 들어가면 사는게 더 나을까?

충동적으로 계약 끝내고, 이제와 고민해 뭐하나.

 

서울에 마당있는집 구해 이사안하고 쭈욱 살려면 얼마가 있어야 할까?

 

싱크대 시트지가 울렁울렁 벗겨진 걸 언듯 봐서, 벗겨내고 페인트 칠하려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창틀이며 몰딩이랑 문도 다 칠해보려는데 ㅎㄷㄷㄷㄷ....

 

10년 동안 5번째 이사인가...이번 이사는 별로 신이 안난다.

 

집에 작업할 공간이 없어서 큰 데로 옮기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는데,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ㅁ-;;)

분수에 안맞게 큰 곳으로 옮기는 거 같기도 하고

부대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드는데, 안쓰자니 몸이 고생이고

쓰자니 돈이 없다...ㅠ_ㅠ

 

어쨌든 이래저래 이사관련 고민으로 하루하루가 슬쩍 지나가 버린다.

무슨 리폼사이트가 이렇게 성업인지,

삼화페인트는 이 경제불황에 엄청 흑자라던데.

 

벽지 다 뜯어내고 페인트 칠하고 싶은데,

내 체력에 무슨 망상인가.

 

나는 벽지가 왜 이렇게 싫은지.

장판은 왜 이렇게 싫은지.

 

멀쩡한 싱크대를 시트지 벗겨졌다고 새로 하자니 이건 무슨 낭빈가 싶어

죽더라도 페인트를 칠해버리겠다고 생각해버린다.

 

처음부터 좀 좋은 소재로 100년쓸 수 있게 만들면 안되나...

 

이런 저런 생각을 인터넷 돌아다니며 하다보면 하루가 간다.

 

머리 아프구나.

 

잘 디자인 된 가구라면 집과 어울리게 마련이니, 가구같은건 100년 200년 쓸 수 있게 튼튼히 만들어

집빌려줄 때 같이 빌려주면 좋을텐데.

그럼 이사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집에 살게 될테니, 얼마나 좋은가.

페인트만 잘 칠하고 

옷이랑 밥그릇, 냥이, 냥이 밥그릇, 화장실만 챙겨가면 될텐데.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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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8 18:57 2009/09/08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