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화장실

from 우울 2009/11/17 11:11

거대한 방 안에, 얼마나 거대하냐면  빙산이 들어갈 만큼 거대한 방 안에, 빙산이 들어있고

그 위에는 사람들이 잔뜩 있다.

빙산이 갈라지면서, 몇몇 사람들은 죽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인과 살아서,

편평한 쪽의 빙산에 남아 그 곳을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 지 고민한다.

갈라진 반대편의 빙산쪽에는 나의 적이 살아남았다.

 

방에는 방문이 있다.

방문 밖에는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나는 여인과 함께, 조각난 빙산의 파편을 징검다리처럼 뛰어 건너 방문을 통과하는데

나의 적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우리를 쫓고 있다.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래서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어서

우리는 범죄자들의 소굴로 들어간다.

범죄의 흔적이 전혀 없는 범죄자들의 소굴.

원숭이들이 바나나를 먹고 있다.

마당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밭을 통과해서 좁은 복도로 이루어진 집 안으로 들어가자

쌍동이 여자들이 우리를 붉은 화장실로 인도한다.

특이하게도 붉은 변기의 배수구는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을만큼 크게 만들어졌다.

우리는 쌍동이 여자들을 믿고 그 안으로 뛰어든다.

 

오물을 뒤집어 쓰면서 손을 꼭잡고 우리는 에나멜로 만든 붉은 배수로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쌍동이들에게 속았다. 배수로에는 출구가 없다.

구불구불한 좁은 배수로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다.

 

논리적으로라면, 배수로를 통과하는 오물들은 한 곳으로 모이게 되어있는데,

이 붉은 배수로는 또 다른 붉은 배수로로 끝없이 연결될 뿐이다.

 

 

 

추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리고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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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11:11 2009/11/17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