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함을 극복할 수가 없다.

누군가가 "왜 좋아해?"라고 묻는다면
장장 한시간씩은 열변을 토할 수 있을거야.
도대체, 그 말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생각도 해보지 않은 말들이 천연덕스럽게 술술 흘러나오는 것이
혐오스러웠던 기억도 있는데
이젠, 그런 혐오감조차 사라져버렸다.
"정말 좋아해?"라고 진실가득한 눈으로 묻는다면
구차하게 거짓말이나 늘어놓겠지.

사실은, 아무것도 사랑한 적이 없어.
불성실하게, 적당하게.

왜 나는 사랑하지도 않는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말하기를 잘 하는걸까?

나의 분노도, 나의 사랑도 너무나 불성실해서
사실은 공중을 부유하는데
그저 단어들의 무게가 사람들을 짓누르곤 해.

어디엔가, 내가 성실할 수 있는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내가 성실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지
내가 근본적으로 성실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 거라고 강변해 왔지만,

슬프게도 나는 불성실한 인간인지도 몰라.

성실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그래도 나름대로는 애썼는데
나는 이제 성실함을 두려워하게 된걸까?

자신을 다 쏟고도 초라할 결과를 두려워하게 된걸까?

원래 그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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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05 23:20 2002/10/05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