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한 사용자 운동

F/OSS

3/16일, 여러 커뮤니티와 정보공유연대가 함께 하는 '오픈소스 포럼'이 세번째로 열렸다. 

총 5회 기획으로 한 달에 한번씩 열리고 있는데 1,2회는 http://www.ipleft.or.kr/node/2637 여기 참고.

 

2회 포럼 마지막에 3회의 주제를 정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분위기가 라이센스에 대해 얘기하게 될 것 같았다. 재미없을 것 같아서 "그러지 말고, 이제 인터넷 뱅킹도 리눅스에서 되고, 우분투도 너무나 좋아졌으니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권할만하다. 이 달라진 환경에서 자유소프트웨어/오픈소스의 확산을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본격적으로 다시금 얘기해보는게 어떨까" 하는 제안을 했다. 문제 제기, 환경 개선 같은 내용 보다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을 염두에 두고 던진 말이었고, 말을 하다보니 흥분해서 길게 얘기해버렸는데 ㅋ 채택이 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한 달. 괜히 그랬나 하는 걱정이 들며 왠지 책임져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발표를 하나 준비했다. 

"자유소프트웨어 발전과 사용자 운동"이라는 주제로. 

 

역시나 지각생은 또 30분 이상 늦었다. 도착해보니 2회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발표 형식으로 준비한 사람은 나밖에 없고 얘기만 주고 받고 있으니 또다시 밀려오는 후회. 남성 개발자가 대부분이고 사용자 커뮤니티, 대학생 리눅스 유저들, 진흥원측 사람들까지 그래도 다양하게 참석했다. 대화는 역시나 지금 온라인에서 대체로 그러하듯, 개발자들의 관점에서, 개발자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하며, 정부에 뭔가를 요구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런 얘기들도 물론 더 많이 필요하긴 한데..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자주 보면서 중요한 어떤 것에 대해 좀처럼 누구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포럼에서도 그럴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준비한대로 발표를 시작했다. 가락동 진흥원 건물에서 했는데 빔프로젝터가 내 리눅스 노트북 신호를 못 받더라는.

 

 

1. 

내가 생각하는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하 F/OSS)는 다른 어떤 소프트웨어들 보다도 "사용자"가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잘 갖춰진 시스템 속에서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 거의 만들어서 내놓는 것이 아니고, "성급하게 공개한" 불완전한 소프트웨어들을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주고, 일부는 코드까지 보태서 함께 소프트웨어를 완성시켜 간다. F/OSS의 사용자들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사용함으로써 개발에 참여하는,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S/W에 기여하는 넓은 의미의 "개발자"들이다. 사용자들이 적극적일수록, F/OSS는 더욱 발전한다.

그래서, 난 F/OSS를 "소프트웨어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2. 

하지만 한국에서 F/OSS 의 사용자들은 적극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용자들뿐 아니라 왠만한 개발자들도 스스로 F/OSS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실제로 많은 사용자/개발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참여는 하고 있다. 발표할때 예를 든 어떤 사람의 경우는, 자유로운 웹게시판을 만들어 공개한 사람인데, 그 정도의 사람조차 "요즘 오픈소스가 확산되는데 난 제대로 기여한게 하나도 없다"며 자조하는 분위기이다. 뭔가 F/OSS는 대단한 능력자들만 기여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그 때문에 실제로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는 전문/비전문 개발자와 사용자들이 스스로의 역할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은 사용자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확산되는데 제약이 되고, 결과적으로 F/OSS의 발전과 확산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내가 처음 F/OSS를 알았을때는 "야 이건 정말 민중적인, 풀뿌리 방식의 소프트웨어구나" 했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어떤 "엘리뜨들의 작품"처럼 여겨지는 것 같으니..)

 

3. 

F/OSS 발전과 확산을 위해 한국에서 바뀌어야 할 점, 변해야 할 건 참 많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F/OSS에 대한 많은 오해와 편견을 갖고 외면하고 있으며, 개발자들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 시장은 MS 등 소수 기업에 의해 독점되어 있어 평형이 완전히 무너져 있어서 사용자들에게 공정한 선택을 받는게 불가능하다. F/OSS를 개발하려는 개인과 기업은 한국 IT산업구조의 모순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이런 여러가지 어려움과 함께 나는 "적극적인 사용자 문화"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F/OSS는 개발자가 만들어 내놓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체적으로 이용하고, 필요한 곳에 적용하고, 다양하게 응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개발과정의 다양한 측면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은 F/OSS 생태계가 정착, 확대되는데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F/OSS에 대한 (사용자 측면에서) 좋은 문서는 그것의 개발자보다 사용자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적극적이면 그 자체로 물심양면으로 개발자들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진다. 여러가지 이유로 "활발한 사용자 문화"는 F/OSS 발전의 큰 동력이다. 그것은 더 많이 부각되어야 하고 서로 서로 장려되어야 한다.

 

4. 

개인이 소프트웨어를 선택하는 과정은 "사회적"이기 때문에, 자유소프트웨어의 확산은 소프트웨어 자체의 우수성 못지 않게 사용자들의 문화, 사회적 관계망에 달려 있다. 특히 지금 한국처럼 MS의 윈도우가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기울어진 균형을 조금이나마 되돌리는데 필수적이다. 일단은 컴퓨터에 처음부터 설치되어 오는 프로그램을 쓰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에 선택하는 SW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쓰는 것인가" => 내 주위의 사람들은 무얼 많이 쓰는가 - 이걸 쓰는 사람들을 난 얼마나 알 수 있는가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조용히 암약하는" - 조금 더 드러날 필요가 있는 현재 한국의 F/OSS 사용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60년대 사용자와 개발자가 완전히 일치하던 때가 아닌 지금, 우리는 새롭게 F/OSS 사용자들에 대해 연구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작은 작업이 아니기에, 모든 F/OSS 관련 주체들이 협력해서 해내야 할 일이다. 

 

 

여기까지가 사용자 운동을 강조하기 위한 이론적 내용을 담은 슬라이드였고, 이제부터는 사용자 운동을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몇 개 제시했다.

- F/OSS 사용자대회

- F/OSS 설치 축제

- 공동체 특화 교육

- 1인 1FOSS 캠페인

 

5. F/OSS 사용자대회

"오픈소스 개발자 대회"를 비롯해서, CodeFest 등 개발자들의 행사는 충분치는 않아도 제법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사용자들의 행사가 열리면 어떨까? "F/OSS 사용자 대회"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으로 열 수도 있고, "개발자 대회"의 서브 행사로 기획되어도 좋을 것이다. 프로그램은 이런 것이 가능할 것 같다.

 * 활용 사례 박람회 : F/OSS를 적절하게, 의미있게 잘 활용된 사례들을 모은다. 그 결과로 얼마나 '성숙도'가 있는지도 판단해보면 좋을 것이다. 

 * 응용 경진대회 : F/OSS를 다양하게 응용하고, 여러가지를 엮어 통합 활용하는, 넘나드는 실험들에 대해 경진대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 수준별 강좌와 실험실 : 한편에서는 역시 강좌를 여는게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기초-중급-고급 수준별 강좌를 열고, 한쪽에는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자.

 * '나눔 사용자' 시상

  - ㅇㅇ 어댑터 : 실제로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는데 훌륭하게/정성스럽게 지원해준 사람들을 발굴한다

  - 좋은 매뉴얼 : 해당 SW개발자를 포함한 사용자 심사단 구성해서 "이 소프트웨어는 내가 만들었지만, 문서는 당신이 만든 것이 가장 훌륭합니다" 라던지. 기준은 다양하게. 

  - 답변왕 :  각 커뮤니티에서 가장 왕성한/성의있는 답변을 한 사람을 추천해서, 심사 후 시상한다.

 

 

6. F/OSS 설치축제

 리눅스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Revolution OS"를 보고 영감을 받아 실제로 2006년인가 '리눅스 설치 축제'를 열어 본 적이 있다. 사용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설치를 해보며 자발적으로 다양한 도움을 서로 주고 받는 행사이다. 커뮤니티들이 돌아가며 "이 달의 테마"를 정해서 한다던가 하면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분야별로 커뮤니티들이 그룹을 만들어 공동 진행하는 것도 괜찮겠다. "F/OSS CMS 설치축제"라던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고 :  "리눅스 설치 축제가 열립니다"

 "독점을 깨는 수많은 대안들: 리눅스 설치 축제에 부쳐"

 

 

7. 지역/공동체 특화 교육

앞에서 말했듯, F/OSS를 사용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는 꼭 필요하다. 자유소프트웨어를 시작하며 이런 네트워크를 함께 만들면서 익혀 간다면 좀 더 수월하게, 재밌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는 지역별, 목적/분야별 NGO나 공동체를 선정해서, 집단적으로 교육하고 홍보해서 F/OSS 사용자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개인들은 "나랑 비슷한 수준의 지인"들이 주변에 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NGO 나 공동체들은 F/OSS의 기본 철학에 대해 기본적인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시도해볼 만한 여지가 많다.

 * 성공 가능한 사례 1 : 살레시오 수도회

  우분투 커뮤니티 운영자의 소개로 수도회 사람을 만나봤더니, 청소년들에 대한 다양한 기술 교육을 계속해 오고 있었다. 이 수도회는 F/OSS에 대한 인식과 지원 의지가 굉장히 높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F/OSS 교육을 할 생각을 갖고 있다. F/OSS에 관심 있거나, 목적 의식 없이 컴퓨터/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아예 잘 키워서 (화이트햇: 창조적인) 해커로 성장시키는 구상이 이미 있다. 이 구상에 여러 F/OSS사용자들이 참여한다면 어떨까? 수십명 넘는 청소년들에게 F/OSS를 선보일 좋은 기회이다.

 * 성공 가능한 사례 2 는 청주 지역의 교육공동체를 예로 들었다. NGO 활동가와 사회적기업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이고 역시 지역의 청소년 대상 IT교육을 생각하고 있다.

 

 

8. 1인 1FOSS 캠페인

'자유소프트웨어 사용자'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갖는데 있어 뜻밖의 어려움이 있다. 그것은 "F/OSS에 대해 전반적인 많은 지식이 있고, 많은 F/OSS를 이용해야 스스로 '사용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다. F/OSS를 사랑하고 사용하는 것이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과정이라면 F/OSS 사용자 문화가 활성화되는 것은 어렵겠다. 

OS 차원의 큰 변화가 아니어도, 소프트웨어 한 가지만 자유소프트웨어로 바꾸고, 애정을 갖고 잘 활용하고, 주변에 홍보하는 것만이라도 하자는 캠페인을 하면 어떨까. 누구나 쉽게 F/OSS 사용자라는 정체성을 갖고, 사용자 문화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IT를 활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전문가/비전문가, 현업/비현업, 개발자/사용자 막론하고) 한 가지 자유소프트웨어를 선택한 후 그것을 블로가나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선언하게 하자. 상징물을 블로그 등에 표시하게 하고, 그 소프트웨어에 대한 심도 있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사람들과 나누게 유도하자.

 

 

이 정도의 아이디어를 그 포럼에서 제시했다. 이것은 예를 들었을 뿐이고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하고 더 많은 상상이 필요하다. 어떤 아이디어이던 나눠 준다면, 커뮤니티/분야를 안 가리고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말하고 발표를 마쳤다.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언제나 넘치지만, 앞으로 두번의 포럼을 더 열면서 많은 얘기가 여러 사람을 통해 또 나올 것이라 믿고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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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8 04:38 2011/03/18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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