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용의 성공은 관점 변화에 달려 있다.

IT / FOSS / 웹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현대인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정보격차의 문제는 한층 심각성이 커졌다. 원격 학습의 도입이 늘어나며 빈부에 따른 정보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져 아동과 청소년의 생애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상대적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노인은 정보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주된 계층이다. 2019년에는 키오스크 사용의 어려움으로 불편과 소외 문제가 대두되었다면, 2020년에는 방역과 생계지원 정보와 물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생존에까지 관련된 문제로 심각성이 더해졌다. 정보격차가 낳는 소외와 배제를 극복하는 ‘디지털 포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 노력은 민간의 IT기기 기부와 교육 자원활동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 국가정보화진흥법에 의해 주로 정부 차원에서 오랜 기간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매년 발표하는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를 보면 “접근”, “역량”, “활용” 측면에서 꾸준히 정보격차가 개선되는 것으로 지표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보유 및 인터넷 사용 가능 여부를 측정하는 지표는 2019년에 91.7에 달해 거의 ‘해소’되어 가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 정부의 사람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포용’ 정책도 2019년부터 본격적인 조직과 연구 활동이 시작되며 한국의 정보격차 문제는 만족스러운 속도는 아니어도 계속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2019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보고서(그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발췌)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정보격차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된 2020년 현재의 사회 전반적인 정보격차 해소 노력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디지털정보격차 지표가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는지는 차치하고) 개선되는 추세 때문인지, 2019년 하반기에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산업 육성에 관심과 역량이 집중된 탓인지, 정보격차 해소와 관련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예산은 모두 축소되었다. 국내 ‘정보격차해소 지원’ 사업은 2019년 대비 10%(10억여원) 감소된 102억원 수준이며, 간접적으로 정보격차 해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문제해결’ 관련 사업들도 큰 폭으로 감소되었다. 관련 사업들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합해서 0.1%도 채 되지 않는다. 코로나 19로 인해 취약계층의 생계 지원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추경이 진행되고 있고 디지털 격차가 취약계층의 삶에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보도와 분석이 여러 차례 나오고 있음에도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사업에 예산이 책정된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정부 외에도 민간의 IT기기 기부와 교육 지원 활동이 활성화되면 좋겠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올 전 사회적인, 비가역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디지털 취약계층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듯하다.

일단 화두가 되면 대부분이 인정하는 디지털 격차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디지털 포용’ 이 한국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구체적인 노력을 함께 진행할 때가 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현실에서 정보격차 해소 활동을 수행하며 체감하는 것과 실태조사의 지표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4차산업혁명이 대두되기 전에도 그랬고, 코로나19로 인해 결정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반드시 적응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반면, 정보격차 해소의 노력은 그런 외부 환경의 변화와 다소 동떨어진 흐름과 속도로 계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접근’의 문제가 수치상으로 개선된 것을 전체적인 정보격차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가는 것으로 여기고 지원을 줄이는 경우도 공공과 민간 부문을 아울러 상당하다. 혁신을 얘기하는 일부 전문가의 선동적인 메시지는 정보격차가 현실에서 만드는 한계들에서 사람들의 눈을 계속 돌리고 있다. 정보격차 해소 노력을 취약계층에 대한 자선 행위처럼 생각하고 현재 기술로 인한 문제는 기술이 더 진보함으로써 해결될 것이라는 기술결정론도 팽배하다.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좀처럼 합당한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디지털 포용’이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기존과는 다른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용자 주도형 혁신 동력으로

디지털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있으나, 디지털 격차가 성공적으로 줄어들어 일정 수준을 유지할 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얘기되지 않는다. 허즈버그의 동기-위생이론에 빗대어 보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것은 기술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감소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그 자체로 어떤 진보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 것, 즉 ‘위생요인’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 발전과 디지털 격차 해소 노력은 별개로 구분되어 이뤄져야 하고, 기술 변화로 인해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디지털 격차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지원을 통해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는 정도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이런 인식에서는 디지털 격차 해소 활동은 꼭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하면 되는 것이며, 기술 변화로 생긴 결과에 맞춰 사후적으로 뒤쳐진 사람들을 돕는 행위로 국한된다.

현대는 ‘사용자 주도형 혁신’이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은 시대이다. 적어도 특정한 부문에서는 성공적인 강력한 모델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다. IT에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가 대표적인 예이다. 오픈소스의 성공 요인은 누가 뭐래도 사용자와 개발자가 엄격히 구분되지 않고 빠른 피드백을 주고받는 공동체(커뮤니티)에 있다. 핵심 개발자와 비슷한 수준의 코드로 기여하지는 않아도 다양한 사용자(다른 개발자를 포함한다)가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자가 발견 못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시하고, 사용 방법을 문서화하고 주변 사람에게 알려주는 활동을 하며, 단지 관심 갖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개발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IT의 초기 역사에서는 사실상 개발자와 사용자가 거의 동일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었고, 이상적인 협업으로 여러 혁신을 이뤄냈다. IT의 상업화가 진행되며 사용자와 개발자가 분리되고 서로의 격차가 더 벌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비전문 사용자의 피드백은 개발자에게 많은 동력을 제공한다. 한국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진흥 정책은 공급자(기업, 개발자)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는데 사용자의 활동을 장려하는 것으로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술수용주기 이론에 의하면 기술첨단제품 시장은 크게 초기 시장, 주류 시장, 말기 시장의 3개 시장이 있고, 혁신 수용자, 선각수용자, 전기 다수, 후기 다수, 지각 수용자의 총 5가지 유형의 고객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 초기 시장을 이루는 혁신자와 선각수용자에서 전기 다수를 이루는 실용주의자까지 기술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으로, 이 단계를 넘어가면 대중적으로 성공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반면 신제품이 초기에 혁신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어필하지만 대중화 단계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 경우를 ‘캐즘(chasm)’이라고 한다.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얼리-어답터만이 아닌 실용주의자(전기다수사용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용자의 빠른 피드백을 얻는 것이 효과적인 한 방법이다.

기술수용주기와 chasm

지금의 정보격차 해소 노력은 가장 뒤쳐진 회의론자(지각사용자)를 지원하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면 뒤쳐진 사람을 위한 일방적인 지원 활동만으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발전하지 않는 경우 정보격차는 무조건 뒤처진 사람이 따라가야 할 것으로 얘기하기는 힘들다. 만일 각 단계별 정보격차를 줄이는 맞춤 노력을 통해 전체적인 사용자가 조금씩 더 앞당겨 새로운 기술을 일찍 접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새로운 유망 기술이 대중화에 실패해 가능성을 피워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일을 줄일 수 있어 디지털 사회 혁신을 활발하게 할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의 필요와 활용 역량에 맞는 기술로 발전하여 정보격차를 적게 만드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도 있다. 기술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결과적인 격차에 대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예상되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위한 준비활동으로서 정보격차 감소 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면, 새로운 기술이 낳을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한으로 예방하며 보다 포용적인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정보격차 해소 활동은 기술 발전(혁신)사업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긴밀히 연결된 것이 된다. 이런 모든 단계의 사람을 위한 정보격차 감소 활동은 지금보다 많은 동력을 필요로 하므로(지각수용자를 위한 활동은 어떤 경우에도 멈출 수 없고 지금도 아직 부족하다) 당장 추진되기엔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정보격차 해소 노력이 사회적으로 갖는 위상을 재정립하고 ‘지속가능한 포용적 혁신’이라는 비전으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양적 해소에서 질적 해소로

2019년에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 부문의 논의 자리에 참석했을 때 “정보 기기는 이제 충분히 보급되었으니 그보다는 다른 쪽으로 생각하자”는 얘기가 초반에 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초반에 나와서 이후 논의를 제약할 가능성이 컸고, 정보격차 활동을 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섭외된 자리이므로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반박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기초 IT교육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낮 시간에 생업을 하느라 수업을 듣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8년간 공공시설을 빌려 야간 컴퓨터교실을 해왔다. 컴퓨터와 모니터는 꽤 충분한 숫자가 있었지만 상당수의 모니터가 전원 버튼이 고장 나서 켤 수 없었고 컴퓨터는 사양이 낮아 속도가 느렸으며 설치된 소프트웨어 버전이 낮아서 최신버전을 접해 본 수강생에게 서로 비교해서 설명하느라 어려움이 있었다. 장비의 교체와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를 수차례 요청했으며 강사단에 전문가가 많으므로 구청에서 빠른 조치가 어려우면 직접 손 볼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여러 이유로 거부당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하나씩 개선되었는데 그나마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에 비하면 몇 년씩 뒤처진 상태였다. 이와 같이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의 숫자는 어느 정도 있어도 실질적으로 적절한 수준에는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매년 실시하여 각종 기관에서 기준으로 활용하는 실태조사의 ‘접근’항목도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보유했는지 여부만 물을 뿐 장비의 사양이 요즘 기준에 비춰 볼 때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소프트웨어는 적절히 업데이트 되어 있는지, 고장 나서 못 쓰는 시간이 많진 않은지 등은 파악하기 어렵다.


민간의 기부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가 없던 사람에게는 느리더라도 있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기에 중고 컴퓨터를 재생하여 기부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보 취약계층의 접근성 향상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IT기기도 사용하면서 여러 문제가 생기고 노후화되므로 유지보수가 꼭 필요한데 컴퓨터를 기증한 후 3~4년간 유지보수까지 지원하는 기부 프로그램은 사실상 거의 없다. 또한 중고 컴퓨터의 경우 교체할 부품을 구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비싸게 구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처음 기증 받은 순간에는 도움이 되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면 컴퓨터의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보유하고 있다’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실태조사의 ‘접근’ 부문의 지표는 실제 질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지 않는데, ‘역량’(60.2)과 ‘활용’(68.8)부문은 아직 지표상으로도 충분치 않으므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으나 접근 부문은 앞으로도 계속 지원이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양적 지표를 질적 지표로 보완하여 디지털 취약계층이 일정한 주기로 IT기기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웹 활용에도 컴퓨터의 자원을 많이 사용하는 등 개인의 기기에 요구하는(기대하는) 장비의 성능 기준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IT기기의 성능과 안정성은 학습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역량’ 부문과 ‘활용’ 부문에도 관련될 수 있다. 덧붙여 디지털 보안의 문제가 점점 큰 위협으로 되고 있는 요즘에는 자료를 백업하는 추가 장치를 필수 요소로 보고 조사 항목에 넣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개인에서 공동체로

지금까지의 정보격차 실태조사는 개인의 정보화 수준을 측정한다. 개인의 정보화 수준이 향상되면 IT를 이용해 다양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참여하는 활동이 증대된다. 실제로 개인이 IT를 활용하는 목적 중에 공동체에 참여하는데서 오는 기쁨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온라인 단톡방이나 선호하는 주제와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글을 읽는 것부터 오프라인의 활동으로 이어져 동호회나 마을 기업, 비영리 단체 등을 만드는 것까지 폭넓게 IT가 관여한다. 국가 전체를 기준으로 개인이 갖는 기술 수준에 따른 개인 간의 정보격차 외에도 특정 공동체에서의 개인 간의 정보격차, 공동체와 공동체 간의 격차도 존재한다. 개인의 삶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구성되므로 개인의 IT활용과 함께 공동체의 IT활용 또한 측정되고 격차가 관리되는 것이 보편적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시민단체와 사회적경제조직의 IT활용수준은 현재 거의 측정되고 있지 않다. 가벼운 목적으로 구성한 모임부터 개인의 권리 보호와 사회변화를 위해 조직한 단체 등 다양한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구성되는데, 거의 모든 종류의 조직이 IT와 회계 분야 등에 전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영리기업과 달리 비영리조직은 충분한 자원을 갖고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며 필요한 역량을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하므로 만성적인 IT역량 부족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민간에서는 다음세대재단이 비영리조직의 IT활용실태조사를 수행해 오다 점차 조사 범위와 빈도가 감소했으며 정부차원의 비영리조직 IT활용실태 조사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 다음세대재단의 2015년 비영리 디지털 미디어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비영리조직의 구성원들은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내부 교육 경험 15%, 외부 교육 경험 22.8%). 구성원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데서 느끼는 만족감과 효능감이 떨어지면 조직적으로 기술 사용에 대해 소극적이 되며, 구성원들의 기술 역량 강화 노력에 대한 시간과 비용 투자를 줄여 더욱 기술의 효과를 입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시설의 디지털 기술 활용수준은 돌보는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기술 활용 역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모임이 제한되어 디지털 원격회의를 시도하는 조직의 속한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그 조직의 경험을 다른 그룹에서도 공유하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취약계층의 IT교육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 협력을 병행할 때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이뤄지고 확대되어야 하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조직, 취약계층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공동체도 정보격차 실태 파악과 함께 IT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게끔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에서 사람으로

어느 단체에 기술지원차 방문했더니 몇 해 전 기증받은 컴퓨터가 포장된 상태로 그냥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취약계층 여성에게 문해교육을 하는 단체로 한글 교육 외에도 컴퓨터교육도 강사가 있으면 실시하고자 하는 곳이다. 민간에서 기증한 컴퓨터인데 상태를 확인해 보니 몇 해전 기준으로도 사양이 좀 부족한 것이었다. 좁은 교육장에 설치할만한 것인지도 모르고 직접 설치할 줄도 몰라서 안 그래도 부족한 공간 한 켠을 큰 컴퓨터들이 오랜 기간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좋은 마음으로 보낸 것이고 어느 곳에서는 그런 기부를 통해 도움 받은 곳이 있을 것이다. 좋은 컴퓨터 기증 프로세스는 보내려는 곳에서 사람이 먼저 방문해 상담을 하고 컴퓨터를 설치할 만한 곳을 확인한 후 컴퓨터를 보내 직접 설치까지 해주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유지보수까지 해준다면 완벽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거기까지 기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한 번은 사람이 수요처를 직접 만나 상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접근’ 부분에 정보격차가 많이 줄어들어 만족감과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고 여겨서인지 점차 장비 기부가 예전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규모 있는 기업에서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컴퓨터와 노트북의 성능은 평균적인 비영리조직과 취약계층 개인이 필요로 하는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 앞으로도 민간의 IT장비 기부가 많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다만 기증 후에 실제 활용이 잘 이뤄지도록 사후 관리까지 섬세하게 해주는 사례는 많이 겪어보지 못했다. IT의 모든 영역에 걸쳐 유지보수는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보편적인 관심은 기기의 도입, 서비스의 오픈 등 초기에 집중된다. 새로운 기술이 여는 마법 같은 느낌에 감탄할 뿐 그것을 만들고 유지하는 사람의 영역은 조명을 받지 못한다. 정보격차가 생기는 원인 중에 하나이며 정보격차를 줄이는데 꼭 필요한 부분은 IT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픈소스(Open Source)를 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여러 문화적 특성을 얘기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한국의 IT노동자가 생업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2018년 IT산업노동조합이 이철희 전 국회의원실과 함께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준수하는 비율은 12.4%에 불과하다.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로 자살 시도율은 일반인의 28배에 달한다. IT산업노동조합이 2010년에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는 한국의 IT노동자가 OECD 평균 근로시간의 두 배에 가까운 2906시간을 1년에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악명 높은 IT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2017년부터 자살과 과로사가 사회적 충격을 주며 조금씩 개선되는 듯 보이지만 게임 업계 등은 여전히 암암리에 강도 높은 초과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 IT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자기계발을 하도록 강요받는 여건이다 보니 퇴근 후에 오픈 소스에 기여하는 활동은 현재 생업과 직결된 부분이 아니면 거의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한국의 IT노동자들이 법정근로시간만 일해도 충분하며 개인의 삶을 돌보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오픈소스 진흥을 위해 현재 이뤄지는 다른 어떤 노력보다도 효과가 높을 것이다. 개인과 지역 의제에 참여하며 주민과 취약계층이 필요로 하는 마이크로 서비스들이 개발되어 공동체의 만족감과 행복감이 크게 상승할 것이다.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만 들어 있는게 아닌 거대한 범용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느라 고생하고, 사용법을 익혀도 정작 현실의 필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 지역과 단위에서 꼭 필요한 기능만 들어간 쉬운 앱들이 나와 빠르게 구체적 현실을 바꿔가는 사회혁신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그런 도구들은 익히기도 쉽고 사용 즉시 효능을 느낄 수 있으므로 새로운 도구가 만드는 정보격차가 자체로 크지 않고, 쉽게 좁힐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격차가 커지고 좁히기 어려운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큰 원인은 디지털 기술의주체가 전문가인 공급자와 비전문가인 소비자로 양분되어 서로 교류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구매 행위로만 만날 수 있는 한은 서로의 이해가 상충되어 의도적으로 격차가 더 만들어진다.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모든 노력에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개발자와 사용자가 다양한 경로로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게 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IT노동자가 아니어도 한국 사람들은 너무 많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생업은 별도로 하고 과외 활동으로 정보격차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면 참여의 폭과 깊이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의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혁신의 주체로서 사용자를 존중하고, 공급자에게 지원하는 만큼 사용자들의 공동체 활동을 격려하며, IT기술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의 여건을 만드는 활동이 함께 이뤄질 때 정보격차가 지표상으로 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감소하며 IT가 그리는 아름다운 기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디지털 복지를 확대하자

신념을 가진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이상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유 있는 사람의 소비 행위로서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 이상으로 기술 발전의 혜택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 노력이 사회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의무방어전을 치르는 느낌으로 행해졌다면, 많은 사람이 정말로 디지털 기술 변화에 참여해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진짜 ‘포용’으로 나아가야 한다. ‘디지털 포용’은 소외와 배제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의미 있는 슬로건이지만 앞선 이(전문가, 공급자)가 주체로서 뒤쳐진 이를 조금 더 배려한다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디지털 기술 환경에 포위되어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입을 권리가 있고, 기술을 활용해 사회 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어야 한다.

디지털 정보격차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도 다양한 경로로 이뤄져야 한다. 어느 한 정부부처와 관련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큰 효과를 이루기 어렵다. 담당부처에서 보다 높은 우선순위로 정보격차 해소 활동을 하는 것과 함께 범부처가 함께 협력하는 사업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하고 바람직한 디지털 사회혁신’의 선결조건이자 견인 동력으로서 ‘정보격차 관리’를 설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며 각 계층의 사람들이 피드백을 주고 참여하는 그림을 만들자. IT분야의 신기술 개발과 관련된 모든 사업에 정보격차 영향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역기능에 대한 대비와 극복 방안을 포함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에서 수행해온 정보격차 해소 활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이 다양한 연구이뤄지길 바라며 민간의 자발적인 정보격차 활동이 확대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기술보다 사람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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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18:21 2020/06/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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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응원하며

비영리단체 IT지원

훌륭한 분들의, 의미있는 활동에 작게 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보람이다. 2018년 한국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깨뜨리는 것만큼 찬사를 받을 만한 일도 드물텐데, 그것을 위해 얼마나 힘들게 지금껏 싸워왔을 지 짐작조차 어렵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한 많은 분들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요즘엔 어제 일도 기록을 안하면 잘 기억이 안나다 보니 정확히 언제였는지,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에 컴퓨터 정비와 홈페이지 제작 등을 해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금속노조의 당시 홍보부장(?)이 연락을 주셨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화려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고, 온갖 방해공작과 위협 속에서 비밀리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보안 속에 설립을 준비중이었다. 내가 받은 요청은 지회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IT산업 분야의, 더구나 무노조 경영의 삼성계열에서 노동조합을 만든다고 하니 바로 응낙을 했다. 문제는 제작비용이 없고 (얼마를 제시했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제시했다고 해도 아마 안 받는 거나 다름 없는 수준이었을거다) 시간도 촉박한 것. 제안을 받기 1년 전쯤 어떤 마트에서도 노동조합을 설립중이었는데, 역시나 회사의 공작이 심해 비밀리에 홈페이지 제작 의뢰를 받고 준비하다 결국 조합 설립이 좌절되어 엎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퀄리티 높은 홈페이지를 만들기 보다는, 삼성 계열의 노조가 받을 사회적관심이라던지, 지원하는 곳들의 욕심 같은 건 1도 생각지 않고, 무료 도구를 이용해 하루 이틀 만에 뚝딱 만들어 일단 쓰고, 실제로 조합이 성공적으로 설립되고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하게 될 때 사이트를 제대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금속노조의 위상은 한국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뭔가 두려워할 정도였기에 홈페이지 제작에 필요한 인프라는 말 한마디면 금방 제공될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큰 조직도 어떤 인프라 자원이 넉넉하거나 장기적 안목으로 기술 인프라를 준비해두고, 공동체정신에 입각해 신생 노조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만한 마인드를 유지하긴 어려워서 결국 도메인과 호스팅 신청부터 XE(예전 활동가들도 제로보드라고 하면 들어봤을 텐데, 그 후속이다) 설치와 구성, 샘플 데이터 게시까지 모두 해서 지회에 전해줬다. 언젠가 나중에 제대로 개편해서 활용하길 바라며.

그러고 나서 2년인가 3년인가 다시 지회의 홈페이지를 검색했는데 그 때까지도 그 홈페이지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지금은 새롭게 개편을 해서 내가 작업해준 흔적은 안 남아 있지만, 이틀 만에 만든 홈페이지치고는 내 애정이 담겨 있어서 그랬는지 ^^; 꽤나 오래 활용한 것이다. 그때 뭘 했던지 바쁠 때라 만들고 몇 가지 후속 설정을 해주고 나서는 큰 탈이 없길래 잊어 버리고 있었고, 아마 당시에 내게 의뢰한 홍보부장님도 내 존재를 포함해 모두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즉 이 글을 쓰지 않으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라는 자랑스러운 노동조합의 초기 설립과정에 내가 소소한 도움을 준 것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돈도 안 받고 계약 따위도 없었으니 공식적인 기록도 안 남아 있을 것이니 말이다.

스스로 칭찬하려는 취지로 시작한 글이지만 이 이야기를 언젠가 쓰겠다는 생각은 전부터 했다. 바로 '하루 만에 만들어준 홈페이지로 수 년동안 쓰며 초기 떡잎 역할을 잘했다'는 사실을 통해 내가 평소에 얘기해 왔던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사회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구체적 행동과 함께 '그 운동을 통해 변화될 사회를 지탱해줄 기술'이 적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제도를 고안했지만 기존의 방식으로 그걸 유지하는데 품이 너무 들어간다면 결국 그 제도는 사회에 안착하기 어렵다.

역사 왜곡의 논란이 많은 '광해군과 대동법'이 한 예가 될 것 같은데, '광해군이 백성을 사랑하여 대동법을 시행하려 했다'는 믿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다가 '사실 광해군은 대동법 시행에 소극적이었다'는 연구가 나와 다시 바로잡히고 있다. 선조때부터 논의 되어 효종대에야 제대로 시행됐다고 하는 대동법은 사실상 쌀을 운송하는 '조운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효성을 갖게 되어 실제로 사회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적용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광해군이 '옛사람들이 제도를 그렇게 안하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았겠냐'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부족한 기술때문에 광해군 전까지는 그 방식이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어 시행되지 않았던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대는 기술의 변화가 사람들의 생각에 강한 영향을 주는 사회가 되었지만, 기술의 구현과 적용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정확히 필요한 그 때' 잘 준비되어 옆에서 대기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술의 외연적 성과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도 결국 시간이 지나보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들이 살아남아 소박하게 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중반의 웹2.0이 그 점을 잘 드러내줬다. 실험적인 것들이 앞서나갈 수 있지만 사회의 주류가 되는 기술은 대체로 사람들의 필요에 비해 '늦게 나타나고', 동시대에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대체로 거품이 껴 있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학에 대해 일반론을 얘기하는 것은 또다시 글이 길어질 것이고 (이미 길어진 감이 있지만), 내가 시민사회단체를 다니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아주 최신의 최첨단의 기술이 아니어도 그 즉시 적용되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보편적 기술'의 영역이 굉장히 넓은데, 실제로는 그런 영역이 사람들에게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늦게라도 제대로 된 기술이 필요할 때가 있고, 완벽하진 않아도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할 때가 있다. 처음부터 잘 준비된 것을 활용할 수 있으면 물론 좋지만, 기술 적용을 단계적으로 설계해서 가벼운 것부터 시작해 점차 전체적으로 완성해가는 것이 더 적절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홈페이지의 경우처럼 처음에 잘 소통이 되어 현실적인 기획이 나오게 되면, 경력이 짧은 개발자라 하더라도 약간만 공부해서 바로 만들 수 있는 일들이 허다하다. 그리고 그런 작은 기여 활동이 어떤 이들에게는 정말 단비같은 역할을 한다. 

2000년대 말부터 2012년까지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며 많은 IT인들을 만나게 됐다. 이름 높은 실력자도 있었지만 단지 좋은 마음으로 조용히 참여하는 평범한 IT인이 많았다. 그때 알게 된 몇 분은 6년째 중고령 노동자를 위한 야간 컴퓨터교실에 무보수로 자원활동을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기초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모두 낯설어 했지만 사람을 존중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으로 지속하다보니 지역에서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이어오고 있다. 

사회 공헌을 위해 조금씩 나서는 IT인들을 보면 대체로 스스로 높은 생산성을 갖는데 성공한 고수준의 기술자인 경우가 많아 보편적 기술을 적용하는 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높은 수준의 기술 서비스가 더 많이 시민사회단체와 비영리조직에 제공되어야 하므로 그런 분들의 역할은 크다. 20% 미만의 시민사회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20% 미만의 IT인 외에도 80% 이상의 시민사회가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80% 이상의 IT인이 더 존재감을 갖고 시민사회와 지속적으로 만나 기술을 베풀며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평범한 (예비)IT인이 더 많이 사회공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시민사회의 기술공동체 문화가 복원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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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8 18:10 2018/04/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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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진 2018/06/26 19:41 URL EDIT REPLY
기사 검색하다가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외협력부장 황수진입니다. 당시 홈페이지 제작을 의뢰한 사람은 아마 홍명교 전 교육선전위원이었을 것 같네요. 이 글을 읽고 역시 많은 분들의 애정과 노고 덕분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에 언급하신 것처럼 지금은 개편했지만 첫 홈페이지에 노조 초반의 소중한 자료들이 축적되어 있어서 지금도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지회를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각생 | 2018/10/21 20:17 URL EDIT
아이고 안녕하세요 황수진부장님 ^^ 이 글을 발견하고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번 찾아뵐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네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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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단체의 "기술 빈곤" 해결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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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일어나는 일들

* 오늘 한 사무실에 갔더니 거기 계시던 분이 날 보자마자 "○○○님 아시죠? 지각생을 막 찾으시던데요?"라고 알려주셨다. 전화를 드려 보니 엑셀 문서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매크로 바이러스인가 했지만 얘기를 나눠보니 랜섬웨어(ransomware)에 걸린 것 같다. 확인해보니 랜섬웨어가 맞다며 눈물의 문자가 왔다. 랜섬웨어에 대해서는 비영리IT지원센터의 박준성, 김금진님이 좋은 안내글을 써주셨다. 

[ A TO Z ] 랜섬웨어에 감염됐어요~! 고칠 수 있나요?

지금도 전국 어디선가 어떤 활동가의 PC가 망가져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 연말이 다가오니 단체 홈페이지를 연내에 만들기로 한 곳들이 급해진다. 시간이 부족한데 모은 돈도 없고 어떻게 기획을 해야 할지도 모르다보면 한 두 사람 거쳐 물어보거나 인터넷에서 가장 싸게 해주는 곳을 찾아 맡기기 쉽상이다. 그런데 무턱대고 싸게 하다보면 크게 후회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사회단체를 잘 알고 공익 활동의 의미로 싸게 해주는 업체라면 걱정이 없는데 그렇진 않고 가격만 싸게 부르는 곳은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얼마를 쓰던 반드시 후회하게 되므로 성급히 결정하기 전에 꼭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라며( fosswithyou@gmail.com ), 1년이 더 지나더라도 "사회단체를 잘 아는 믿을만한 업체에게 조금 더 모은 돈으로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 

* PC는 더 이상 사회단체에게 중요한 이슈가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년 전 한 사회적기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두 대의 PC가 고장이 나서 유명한 PC정비업체를 불렀는데 동시에 고장이 났다는 이유로 디도스(DDOS)일 수 있다고 사무실에 있는 PC를 모두 수거해 갔다. 며칠 후에 돌아온 PC는 모두 하드디스크가 바뀌어 있었고 사용하던 프로그램과 파일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어찌된 일인지 물으니 디도스가 맞았다고 말하며 모든 데이터가 이미 손상을 입어 복구할 수 없었다는 소리를 하고 수리비 백만원을 지금 당장 입금하라고 했다. PC를 잘 모르다보니 그 동안 무슨 말을 해도 그런가보다 하며 넘어갈 수 밖에 없던 그 사회적기업에서 결국 도움을 청하다 내게 연락이 닿았다. 뜯어보니 하드는 모두 기존 것보다 저용량에 중고품이었고, 계산서를 보니 시중 부품 가격의 3~4배를 청구하고 있었다. 데이터도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 업체가 빼돌려 놓고 다른 복구 업체가 손을 대면 하드 자체가 손상되게 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았다면 여러 곳의 얘기를 합쳐서 말하는 줄로 알았을 만큼 그 밖에도 부당한 일 투성이었는데, 나는 그 업체를 꼭 혼내주자고 얘기했지만 사회적기업 활동가들은 이미 너무 정신적으로 지쳐서 그냥 새로 PC를 셋팅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결국 내가 새로 PC를 맞춰주고 데이터 백업 서버를 사무실 내에 만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사회단체의 기술역량을 바라보는 관점

사회단체들이 대체 어떻게 하면 IT를 잘 쓸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나 외에도 많은 IT인이 개인적 선행으로 몇몇 단체들을 지원해왔고, 기업은 CSR을 한다며 컴퓨터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단체들도 나름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개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내가 사회운동에 IT를 잘 써보려고 근본 없는 활동을 시작한 것도 10년이 넘었는데, 내 이전에 기여를 해온 사람까지 합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지금까지 있었지만 큰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어떤 것이 빠졌던 것일까? 

답은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다 단체들이 돈이 없으니 그런거지", 분명한 큰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또 그렇다면 정말 뭘 해볼 것도 없고 말이다). 인과관계는 유기적이고 순환하는 것이 있어 오래 누적된 문제는 어느 한 가지만 해결하면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IT의 부족은 경제적 빈곤 상태가 초래한 결과가 아니라 IT의 부족 자체를 "기술(적) 빈곤"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제안한다. 개별 주체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함께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예전에 비해 그나마 한국에서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빈곤을 100% 개인적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점이다. 빈곤이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어느 정도 확산된 것 같으며,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 가난해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전보다 줄어들었다. 10년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빈곤의 원인은 가난한 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있습니다. 빈곤 퇴치를 위해서는 우리의 선입견과 사회구조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 스스로 가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만 빈곤을 퇴치할 수 있습니다".

"기술 빈곤"이라는 개념으로 사회단체의 IT활용을 바라보면 어떨까? 지금까지는 사회단체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 IT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사회단체가 돈이 없는 것은 정치적 역사적 맥락이 있는 것인데 오직 운영을 비효율적으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사회단체가 IT를 못 쓰는 것을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진정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일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단체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IT환경을 갖추는 것을 의무가 아닌 권리(IT기본권)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자구노력을 뒷받침할 여러 공적, 사회적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진행할 수 있다.

 

기술 문제를 구조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단체의 IT활용 부족을 빈곤(구조적)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 IT를 생필품이 아닌 사치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일부 있다. 있으면 아주 좋지만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2016년의 한국에서는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IT를 절박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이 문제를 심각한 것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을 막는다. 

* IT를 의지나 재능에 의존하는 문제로 여기는 것도 원인이다. "피해자 비난"과 연관되는 부분인데, IT를 적극적으로 쓰기 위해 필요한 제반 환경의 문제에 대해 고찰하기 보다는 "활동가들이 기술 공부를 안해서", "인문학 중심의 시민사회가 과학기술을 천대하거나 무지해서" IT 부족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 용어로 "행위자-관찰자 편향" 이라고 일컫는 현상이 있다. 자신의 행동의 동기는 환경적 요인에서 찾지만 타인의 행동의 동기는 그 사람의 내면적인 데서 찾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타인이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꾸짖고 가르치지만 자신의 행동은 쉽게 합리화한다. 진정 타인의 변화를 원한다면 그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로 나는 이 현상을 해석하고 있다.

* 실제와 달리 IT의 공급이 많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도 원인이다. 지금 한국은 "IT과잉"이라고 여겨지는 여러 징후가 드러나고 있는데, 실제로는 여러 불균형에 의해 일부(특히 하드웨어)에 한해 과잉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식의 오류로 인해 마치 전반적으로 모든 곳에 IT가 과잉 공급되는 것으로 여겨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회단체의 IT역량 문제를 빈곤의 문제로, 구조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한다.

  •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다양하고 역사적인 원인들 (외적 요인)
  • 현 구조의 문제가 심화되고 자체 개선되지 않는 이유 (내적 요인)
  • "기술 빈곤"을 정의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들
  •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볼 만한 대안들

이 주제들 각각은 별도의 글로 다룰 예정이다.

 

기술 빈곤을 해결하려는 노력

사회단체에 IT를 보급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와 사람들은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있었다. 진보넷부터 내가 속했던 노동넷과 그 전신인 노동정보화사업단 등의 시민사회단체가 있고, 단체들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유지보수하는 활동가 그룹(피스넷 등)과 개인사업자가 있으며, 2000년대에는 다음세대재단 등의 공익재단들이 생겨났다. 각각 다른 방식이지만 지금의 시민사회단체들의 IT역량은 이런 주체들의 노력이 만든 결과이다. 기존의 IT사회단체와 활동가그룹은 2016년 현재 진보넷 외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며, 2013년에 설립한 비영리IT지원센터가 여러 공익IT활동가 그룹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안전문가들이 얼마 전에 만든 단체인 소셜정보안전센터가 그런 예이다.

다음세대재단은 해마다 개최하는 "체인지온" 컨퍼런스를 통해 시민사회단체들의 IT리더십을 함양하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컨퍼런스때 발표하는 <비영리 미디어 실태조사>는 비영리/시민사회의 IT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최근의 자료인 2015년 조사결과는 SNS등 미디어 활용실태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조금 더 넓게 IT활용 실태를 파악하고 싶다면 2014년 실태조사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런 노력들은 실제로 많은 반향을 일으켜, 다양한 기술과 생각을 접한 활동가들이 단체로 돌아가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의욕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나, IT에 대해 얘기하는 일반적인 활동가들의 표정들을 보면 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IT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훌륭한 인사이트와 기술정보들이 있어도, 그것을 조직 내 프로세스와 활동 양식에 녹여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들이 있고, 장기간 동안 극복이 되지 않아 피로가 누적되어 있을 뿐이다.

늘어나는 외부의 "공급"에도 불구하고 그에 비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 기본 체력 부족

  사회단체의 IT역량 부족 상태(빈곤상태)는 대체로 오래 지속되어 왔다. 끊임 없이 발생하는 사회이슈를 대응하는 것조차 버거운 활동가들은 스스로 IT를 깊게 공부하기 어려우며, 설령 IT를 잘 알던 사람도 몇 년 동안 단체 고유의 활동을 하다 보면 최근의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어한다. 새롭게 들어온 활동가는 IT에 대해 잘 알더라도 조직의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해 IT를 조직내 프로세스(IT거버넌스)와 활동에 접목시키는 것이 어렵다. (여기서 IT거버넌스는 IT에 관한 의사결정, IT를 통한 의사결정 모두를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대체로 어느 시점에서 가장 흔한 IT교육은 그 시기의 트렌드에 맞춘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를 위한 IT교육은 최신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오랜 기간 보편적으로 널리 쓰인 기술"을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IT인이 아니라는 점은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

* 피로 누적

 많은 단체들이 이 글 맨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사례를 직접 체험한다. 신뢰할 수 있는 IT업체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많은 단체에 있어 IT는 불안하고, 피곤한 것으로 인식된다. 사회단체 활동가에게 IT관련한 제안을 하고 싶다면 "좋은 것이 있어"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실제로 적용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며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 사상의 빈곤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적이며 사회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상이다. 한국은 과학기술학STS의 전통이 단절됐다고 생각될 정도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담론이 부족하다. "기술결정론"이 지배적이어서 좋은 품질의 과학기술은 무조건 공급을 늘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단체의 현실을 먼저 이해하고 실제 수요자에 맞춰 출발하는 정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까닭에, 결국 제공자만 만족하는 기술지원 사업이 대부분이다.

* 지속되는 관계 부족

 기술 도입이 성공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조직 구성원 모두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외부의 제안이나 기여로 새로운 IT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지만, 그것을 단체의 상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고 유지보수하는 노력이 이어지지 않으면 많은 경우 실패한다. 기업에서 빠르게 파일롯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실시하는 해커톤 방식이 비영리/시민사회를 위해서도 실시된 적이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대부분 오래 가지 않아 쓸 수없게 되었다. 시민사회단체에는 신뢰할 수 있고 상당 기간 동안 긴밀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필요할 때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

* 기술 수용/공유 용량 부족

단체에 필요한 IT기술은 저마다 종류와 수준이 다르며,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 만일 한 단체가 몇 년간 수행할 활동을 위해 필요한 IT기술을 모두 갖춰두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것만 갖추려고 하면 그때마다 구축을 위한 노력이 많이 투여되고, 실제 활동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시기가 변해 지금 많이 쓰진 않지만 없앨 수 없는 보존 대상도 있다. 여러 이유로 한 단체가 자체 역량만으로 필요한 IT기술을 모두 수용해 두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이다.

또한 단체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들은 많은 경우 다른 단체와 공통적이다. 지금 이 단체에 필요한 기술(결과물 포함)이 다른 단체에는 필요치 않다가 특정 시기에는 반대가 될 수 있다. 개별 단체에서 IT에 동원할 여력도 부족하고, 수용해 둘 수 있는 기술의 양도 한계가 있으며 서로 공통된다면 가장 좋은 것은 여러 단체들이 기술(성과물)을 공유하는 것이다. 여러 단체가 공유하는 창고 같은 개념으로 기술공동체를 상정해서 IT자산과 역량을 유지한다면 개별 단체들의 부담을 낮출 뿐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IT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현재 상태에서, 인적 순환이 많아 흔히 "좁은 바닥"이라고 말하는 비영리-시민사회에서는 이런 공용의 수용공간/시스템이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어떻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한국 사회단체의 기술 빈곤(tech-poor)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공급량 증대만이 아닌 다양하고 꾸준한 시도가 필요하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있었던 기술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시민사회단체를 자선형식으로 꾸준히 돕는 주체들은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조직화를 하거나, 자선형식을 넘어선 방식의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 결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을 소개하면, 2012년에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IT시민단체'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고,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2013년에 사단법인 비영리IT지원센터를 만들 수 있었다. 2015년 초까지 직접 상근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기존 방식의 IT공급을 계속 확대하는 것은 지금의 비영리IT지원센터로도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말 비영리/시민사회의 IT역량을 한층 한층 발전시키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다르게 접근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2012년 초의 흐름을 다시 살려 두번째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꾸준히 기술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공동체의 성격을 갖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 조합은 3단계에 걸쳐 비영리/시민사회단체의 IT역량을 키워간다. 1단계는 IT에 관해 안심할 수 있게 하는 단계로 PC정비, 홈페이지 개/보수, 데이터 백업 등의 "인프라 유지보수" 사업을 수행한다. 2단계는 IT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단계로 각종 통계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조합원 교육을 통해 기초 체력을 기르며, 단체 활동과 관련한 여러 자료를 온라인DB화 하는 과업들을 수행한다. 3단계는 IT를 활동에 접목시키는 단계로 IT를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여러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시도를 실패 부담을 줄이며 실시한다.

이 기획은 사회단체들의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밖에도 공적 지원확대 등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IT가 그 자체로 여러 사회단체들에게 중요한 화두의 위치를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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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0 22:46 2016/10/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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