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조직과 IT인

비영리단체 IT지원

비영리IT지원센터를 함께 준비중인 분이 얼마 전에 물어보셨습니다. "비영리조직들이 IT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떡볶이를 정신없이 먹다가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친한 IT인이 주변에 있는게 최고겠죠". "비영리조직 관리자는 직접 실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고, 실무자는 조직내에서 독박쓰고 혼자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런 부담을 조금 덜어줄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실무자부터, 그리고 관리자도 나중엔 IT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될겁니다." 비영리 조직 활동가들이 IT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마인드를 갖는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될 겁니다. 

 

한국의 비영리조직들이(NPO/NGO/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조직을 묶어 표현하겠습니다) IT를 잘 못 쓴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사회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들은 대개 사회적 마이너와 함께 하다보니, 넉넉하고 풍요로운 관심과 지원을 받는 곳은 드뭅니다. 사회변화를 과감히 선도하는 측이나, 뒤쳐져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곳이 특히 그렇습니다. 한 박자 늦게 그들의 활동이 인정받으면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순간에도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사회변화"와 "또다시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는" 일을 하느라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으며 가난하게 활동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 전 사실 "잘 알려진" 단체에는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어느 정도 규모 있고, 인지도 있고, 정치적으로 온건한 단체들은 어떻게든 사람들의 관심을 좀 더 받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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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관심은 "참 좋은 일을 하는데 성격상 계속 가난한" 단체들에게 어떻게 힘을 실어줄 것인가. 사회적 마이너와 함께 하며 역시 사회적으로 마이너의 입장에 취한 좋은 단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이 좋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그 중에 한가지가 "ICT(정보통신기술)"의 힘을 잘 활용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저 혼자는 아닐 겁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비영리조직의 ICT 역량강화"를 고민하고, 뭔가 해보려고 애쓰고 계시죠. 그러다보면 결국 수시로 돌아오는 질문은 이겁니다. "비영리조직이 IT를 잘 쓰려면 뭐부터 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전 "무엇"을 하면 비영리조직들이 IT를 잘 쓰게 될거라는 생각을 안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는 한가지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비영리조직과 IT인들이 좀 더 가까워지는 수밖에 없다"고요. 비영리조직과 IT인이 지속적으로 가까워지게 만드는 결과를 유발하지 않는 모든 기획과 사업은 결국 단기간의 효과밖에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영리단체의 IT역량 강화를 위해"란 제 블로그 포스트에서 얘기했습니다만, 비영리조직 안에 IT인, 정말 없습니다.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듭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고, 비영리조직이 자체로 해야할 노력, 그리고 사회적/공적으로 지원할 부분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 글에선 그런 얘기는 하지 않고, IT인이 비영리조직 내부에, 그리고 가까운 곳에 많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기획으로,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설령 된다 해도 장기적으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현상황을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에 대한 제 오랜 고민을 얘기하려 합니다. 

 

1. 지금 대부분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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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조직은 그들만의 생태계가 있고, IT인들은 역시 그들만의 생태계가 있습니다. IT인이면서 활동가로 살고 있는 제가 보기에 그 두 세계는 "같은 공간에 있는 별개의 세계"입니다. 서로간의 왕래가 정말 적습니다. 비영리조직은 자신의 문제 혹은 바램을 IT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잘 표현해내지 못합니다. IT인이 잘 알아듣고 참여할 수 있게 요구하지 못하니 IT인 세계의 응답이 활발할리가 없습니다. IT인도 한국의 비영리조직이 재미없다고, 내 기술을 잘 발휘할 수 없어보인다는 이유로 먼저 다가가 오래 곁에 머물지 않으니, 비영리조직이 뒤늦게라도 IT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꺼리들을 기획해내진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IT인이 비영리조직에 찾아오면 컴퓨터 고치기, 홈페이지 바꾸기 등 금방 떠오르는 얄팍한 요구밖에 못하지요. 

 

 

2. 그래도 누군가는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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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두 세계가 서로를 모르고 서먹하더라도, 역시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 없을리가 없습니다. 대개 우연이나 개인적 연고에 의한 것이긴 해도, IT인들이 개인적으로 비영리조직과 연을 맺는 경우가 생깁니다. 중간 매개 없이 비영리조직과 IT인이 1:1로 만납니다. 

 

대개 비영리조직이 "메이저"에 가까울 수록 이런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모도 있고, 안정적이고, 인지도가 있는 조직일수록 이런 우연한 만남의 가능성이 높은데, 아주 작은 조직보다는 큰 조직이 당장은 IT가 관여해서 활약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직"과 "IT인"은 최초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대개 "적극적인 IT인"의 개인적 경험과 연고에 의해 관계가 맺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 사람이 두 세개의 단체와 1:1의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습니다. 

 

 

3.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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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우연히, 매개체/지원 없이 맺어진 관계는 오래 가기 힘듭니다. 비영리조직은 당연히 IT인의 도움을 진심으로 고맙게 여기지만, 사실 대부분의 비영리조직은 IT인의 생리를 잘 모르는 까닭에 얼마 안 있어 파국이 시작됩니다. IT인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며, IT인이 무엇을 통해 가장 만족을 느끼는지, 어떤 경우에 가장 힘든지를 모르는 "IT 불모지의 활동가"들은 쉽게 실수를 범합니다. IT가 아니라 IT인들까지 "도구"로 여기는 것입니다. 고맙다고 말하고 이런 부탁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만, 평소에는 관계를 끊고 있다가 비영리조직에서 필요할때만 연락해서 급하게 (IT인의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가) 요청합니다. IT인들이 그 세계에서 서로 소통하는 방식, 협업하는 방식에 비했을때 너무나 많은 것을 IT인이 알아서 마음써서 해주길 요청하면서도, 비영리조직 활동가들은 지금 얼마나 상대를 피곤하게 하는 요청을 하는지 스스로 알지 못합니다. 대가 없는 호혜의 관계를 맺기로 한건데, 어느 순간 비영리조직은 마치 IT인을 고용한 것처럼 내 요구를 내 상황에 맞게 들어줄 것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IT인도 비영리조직의 활동가들이 그 세계에서 소통하고 협업하는 방식을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비영리조직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내게 익숙한 딱 그만큼의 일을 맡아서 한다는 것 이상을 의미할 때가 많은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비영리조직 활동가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최초의 프로젝트는, 그것을 끝으로 양쪽의 관계가 끊어지기도 하고, 후속 조치를 하더라도 점점 수동적으로, 현상 유지하는 수준으로 후퇴하다가 결국 어느 순간에는 서로에 대한 기억을 봉인하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고 맙니다. 

 

4. 대안 찾기 : IT인들의 자발적 조직 (비영리조직을 돕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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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지 대안은, 비영리조직의 요구를 수집하고, IT인들이 그것에 참여해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IT인들의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영리조직과 IT인이 1:1로 직접 만나는 것보다, 중간에서 양측의 요구와 역량을 적절히 매칭해주고,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보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합니다. 이 경우 여러 비영리조직들은 그런 "IT인의 자발적 조직"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질의합니다. 비영리조직으로서는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단일화되며, 개개인과의 관계에서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던 안정적인 프로젝트 진행을 바랄 수도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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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인들도 한국의 상황때문에 지속적으로 1개 이상의 단체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중간 매개자를 통해 대신할 사람을 구해 부담을 덜 수 있고, IT인의 방식을 잘 아는 사람과 소통하면 되므로 여러모로 편합니다. 또한 이렇게 하면 좀 더 많은 IT인들에게 NGO들의 어려움,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관계 맺기를 유도할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렇게 IT인들의 자발적인 조직을 만들려는 시도 중 하나가 ITVN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입니다. 지금은 비록 조용하지만 몇년전 많은 IT인의 관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여 비영리조직을 지원하기 위한 고민들을 함께 했습니다. 다만 IT인들이 스스로 조직 만드는 것에 그리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결국 고민은 함께 하고, 행동은 각자 하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5. 다른 대안 : 비영리조직들의 자구 노력 (IT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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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안은 비영리조직들이 스스로 IT역량을 함께 강화하기 위한 연대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비영리조직들이 저마다 알아서 IT문제를 해결하고 능력을 키우느라 애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공통된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나누는 것만으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개별 조직들의 IT역량은 미비해도 서로 모여 의논하다 보면 적어도 자신감이라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었어 ㅠㅠ" 또한 공통된 문제를 잘 수렴해서 정비된 상태로 "요구사항"을 도출함으로써, IT인들에게 좀 더 잘 먹히는 형태로 얘기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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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중간 연대체가 있으면 어떤 조직에게는 IT인들과의 관계를 직접 맺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도 하고, IT인 만이 아닌 일반 시민으로부터도 다양한 층위의 도움을 얻기에 용이합니다. 전에는 한 단체가 얻은 IT 도움과 그 성과는 그 단체만 갖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한 단체의 IT역량 강화가 다른 단체로 퍼져 나갈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또한 비영리조직들이 IT역량 강화를 "우연에 의해 외부의 지원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좀 더 능동적으로 그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기에 더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비영리조직들의 자발적인 연대체를 만들려는 시도가 2008년부터 시작된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 ICTact"입니다. 메일링리스트로 질문과 답변, 정보들을 주고 받다가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갖고, 여러 워크샵과 스터디를 조직해서 비영리조직들의 ICT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블로그 포스트 ("비영리단체의 IT역량 강화를 위해")에서 얘기했듯이 개별 단체 안에서 보통 0~1명 있는 정보통신담당자의 여건이 불안정하기도 하고, 이런 연대로 얻을 수 있는 것 이상의 기술적 성과가 요구되는 상황에 적절하게 부합하는데는 한계가 있어서 역시 ITVN처럼 코디네이터 한 두 명의 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최근 1~2년간은 별다른 활동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6. 이상적 대안 : 두 개의 탑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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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양쪽에서 모두 자발적인 협력 조직을 만들어서 자신의 세계를 다른 세계로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맡는 그림입니다. 1) 비영리조직의 요구사항을 잘 수집해서 IT인들이 받아들이기 좋은 방식으로 제시하는 연대체, 2) 그것을 받아 여러 IT인들에게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하며 그 과정을 뒷받침해주는 IT인들의 조직, 3) 개인적으로 어디 참여하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던 IT인들의 조용한 참여, 4) 그것을 받아 비영리조직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전달하는 IT인의 조직, 5) 그 성과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여러 단체와 골고루 나누려는 비영리조직의 연대체, 6) 그로 인해 IT역량이 강화되고 이제 IT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 활용하고자 아이디어를 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다양한 단체들, 7) 다시 그 요구사항들을 받아 다양한 IT인들이 참여하고픈 마음이 들게 제시하는 단체... 

이런 선순환이 이어지는 그림을 바래온지도 꽤 오래 됐네요. 

 

사례라면, 몇번 언급한 적이 있는 CiviCRM 이라는 CRM 도구가 비영리조직의 요구사항이 잘 전달되서, 많은 IT인이 꾸준히참여하는 커뮤니티의 지원속에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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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모델의 완성 

모든지 사람이 시작이고 끝입니다. 비영리조직이 IT와 친하게 못지내는 것도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이고, IT인들이 비영리조직과 오래 관계 맺기 힘들어하는 것도 비영리조직 안에 IT인이 없어도 너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그림들을 통해 양쪽에서 "사람들간의 교류"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매개체들이 생겨 두 세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결국엔 그러는게 너무 당연해지는 시기가 오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사실 보니 사람만으로 다 되는 건 분명 아니긴 합니다. ^^;; IT는 결국 기술이고, 여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들을 필요로 합니다. 사람의 교류, 지식과 정보의 공유를 물적으로 뒷받침하는 토대가 역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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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조직의 자발적 연대체나, IT인의 자발적 조직은 아니지만 비영리조직에 대해 보편적인 IT 지원을 하는 단체들은 해외에 많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보급 측면에서 특히 메리트가 느껴지는 TechSoup 이라는 곳은 저랑 함께 비영리IT 단체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컴퓨터재생센터의 구자덕 대표님이 한껏 매료되어 있는 곳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단체들이 만들어질 때가 충분히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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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개인적으로 TechSoup보다 좋아하는 모델은 Free Geek 인데요. 이름부터 끌리는 분 계시지 않나요? ㅋ 

중고PC들을 수집해서 리눅스와 자유소프트웨어들을 설치하고, 무료 혹은 싼 가격에 비영리조직들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큰 비전을 갖고 조직을 만들려 했다기 보단, Geek들의 실험적 행동들이 먼저 이뤄지고, 그것이 호응을 얻어 지속하기 위해 조직이 생겨나고, 비영리조직과 IT인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지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멀리서 영어로만 된 설명과 기사들을 따라가려니 확실히 잘 안다고 할 순 없는데요, 관심 있는 분은 직접 검색을 해보시고 저한테 좀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

 

 

 

두 세계의 만남은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위에서 "파국"을 얘기하긴 했지만 그래도 먼저 찾아가 관계를 여는 사람들의 활동은 매우 중요하고, 그것을 조직적 지원을 통해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세계가 멀어진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할 것이며 그에 따른 처방?도 다양할 수 있지만, "어찌 되었던 지금부터 다시 만들어 간다"는 마음으로 관계를 다시 열어가는 사람들의 노력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그런 실질적인 행동들이 어느 수준까지 꾸준히 이뤄질때, 여러 악조건들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의미 있게 이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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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비영리IT"에 뜻 있는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논의해 왔던 "비영리IT지원센터"가 내일(2013. 1.30)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창립을 위한 본격적인 과정에 돌입합니다. 저는 이 단체가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시작합니다) 그런 물적 토대를 뒷받침하는데 크게 기여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 단체만으로 한국의 비영리IT에 관한 여러 어려움과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시작점은 될 것입니다. 

 

이 단체가 본격 출범하고 나면, 저는 다시 요 몇년간 방치해 두었던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와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를 지금 한국 상황에 맞게 발전시키는 역할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정보통신활동가네트워크는 "비영리IT 소비자 협동조합",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는 "IT자원활동가협회" 정도를 어느 정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비영리IT"를 전면에 내세우고 처음 시작하는 비영리단체 "비영리IT지원센터"의 시작에 많은 관심과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기왕 마무리가 이렇게 된 김에 (홍보글이 되버렸군요 ^^) 

비영리IT지원센터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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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23:05 2013/01/2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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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_SEAN 2013/01/29 23:19 URL EDIT REPLY
멋지다 지각생님!
제가 배울 것이 많네요, 앞으로 많이 알려주세요- 늘 응원합니다!! : )
지각생 | 2013/01/30 13:17 URL EDIT
고맙습니다!! ^^;;
mulPas 2013/01/30 14:11 URL EDIT REPLY
응원합니다!!
지각생 | 2013/01/30 14:49 URL EDIT
여기에도 덧글 주셨군요 ㅎㅎ 고맙습니다~
지나가다 2013/01/31 16:42 URL EDIT REPLY
지나가다가 들렀어요. 어려운 내용인데도 정말 쉽게 읽었네요 고맙습니다.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지각생 | 2013/02/05 21:05 URL EDIT
쉽게 읽어주셨다니 보람이 크네요! 요즘 자주 업데이트는 못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
송병훈 2013/02/03 02:19 URL EDIT REPLY
아직 다 이해는 못했지만 관심 가네요. 자세히 좀 더 알고 싶네요.
지각생 | 2013/02/05 21:07 URL EDIT
진행되는 상황을 여러 채널로 틈틈히 알리겠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쓰는 채널은 http://www.facebook.com/npict 이니 한번 구경 오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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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IT의 3원칙

사회운동

이 주제의 글을 쓰다가 새벽 4시에 날린게 어느새 2주가 지났다. 그때 그걸 쓰려 했던 이유는 지금 만들고 있는 비영리IT 단체 준비 논의에 필요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실제로 준비 논의하면서 이런 질문이 나왔고, 나는 글을 날려서 논의의 밑밥을 충분히 깔 기회를 날린 것에 더 아쉬움을 느꼈다. "비영리IT란게 대체 뭐냐". 저장만 했어도.. 이 얘기를 더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하는가를 따지는 건 대체로 재미 없는 일이겠지만, "앞으로 뭔가 좀 해보자"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일일 수 있다. 

 

이런 저런 것이 비영리IT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들은 많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중시하는 것만 세가지를 꼽아보면 이렇다. 

 

 

1. "좋은 IT"를 활용한다. 

 여기서 좋은 IT란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파괴하는 용도의 IT, 침입하고 왜곡/변조하는 IT, 감시하고 검열하는 수단으로서의 IT 같은 "부정적으로 활용되는 IT"가 아닌, 창조적이고 건설적으로 활용되는 IT를 말한다. 

비영리조직들이 다양한 차이는 있어도 거의 모든 활동에 있어 "극복할 대상"은 있다. 그것이 정부일 수도 있고, 특정 정치 세력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마음의 벽일 수도 있다. 그런 대상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각자 쓸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게 되는데, 그것이 위에 언급한 "부정적 IT"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는 식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예를 들어 횡포를 부리는 기득권층의 홈페이지를 변조하고, 통신 내용을 염탐하거나, 거짓을 조장해서 그들을 곤란에 빠뜨리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대개 부작용이 꼭 있고 소수의 뛰어난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그 활동의 과정과 결과가 비영리조직의 역량을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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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기프트"의 한장면. 감시 시스템 에셜론

 

 좋은 IT의 예는 "자유소프트웨어 혹은 오픈소스SW"이다. 독점 소프트웨어의 제약과 비용때문에 사회가 평균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의 IT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단체들이 많다. 이런 곳들이 자유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그 피드백을 자유소프트웨어 커뮤니티에 줘서 더 유용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지게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모두가 발전하는 형태가 가장 좋다. 

 

 좋은 IT는 위에서 말한 "부정적 IT 활용"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원칙을 꼽은 이유는, 비영리IT활동을 통해 비영리조직들이 IT를 일시적으로 사용한 후 멀리하게 되서(해롭고 위험하다, 믿을 수 없다는 느낌) 장기적으로 IT역량을 발전시키지 못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비영리IT"라면, 그 활동을 통해 IT의 사회적, 긍정적 가치들을 드러내고 키우면서, 지원을 받은 이들이 IT가 재밌고,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무서운 것만은 아니며, 긍정적 가능성이 아주 아주 많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면 좋겠다. 비영리조직에게 IT가 당장의 수단으로만 그치지 않고 계속 심정적으로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 제안하는 원칙이다. 

 

(이런 목적이라면, 지나친 하이테크보다는 쉽고 친근한, 보편화된 기술 위주로 IT지원활동을 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

 

 

2. 공동체가 함께 보상을 주고 받는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이다. 

* 보상의 주체 : IT 기여 행위를 받은 당사자와, 영향을 나눠 받을 수 있는 공동체가 함께 보상을 할 수 있다. 

* 보상의 대상 : IT 기여 행위의 보상을 그 행위자가 속한 공동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할 수 있다. 

 

시장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직접 1:1로 구매/판매하는 관계만 있으면 구매력이 없는 주체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어느 가난한 단체가 작은 IT지원만으로도 크게 역량을 늘이고 그로 인한 좋은 영향이 많은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 가정하자. 그 단체가 IT 서비스 구매력이 없고, 모든 IT지원이 "판매"만 되는 상황에서는 그 단체가 필요한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두가지 "우연"을 바랄 수 밖에 없는데, 단체에 갑자기 어떻게든 돈이 생기는것과 아주 선량한 사람이 IT자원활동을 헌신적으로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이 지금 한국의 비영리조직들이 IT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아름다운 우연도 좋지만 그것만 기다릴 수는 없으므로, 지속적인 IT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보상 체계가 보완되면 좋겠다. 주체 측면에서는, IT를 필요로 하는 가난한 주체들이 공동으로 보상 수단을 마련하거나 서로 조금 더 어려운 작은 단체들을 돕는다. 보상의 대상 측면에서는 IT를 지원/판매하는 주체들도 공동체(생태계)를 만들어 간접적인 보상을 공동체 전부가 받아 나눈다. 즉 제공한 IT기술에 가격을 매겨 그것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즉각적으로, 직접적으로, 돈으로서 받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간접적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유소프트웨어를 지원 받은 비영리조직은 그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경험과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꾸준히 자유소프트웨어 공동체에 제출하기로 하고, 자유소프트웨어 공동체도 좀 더 깊이 있고 체계적인 지원을 오래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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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판매 관계를 아예 없애자, 보상을 받지 말자가 아니라 받는 측, 주는 측 모두 어떤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것을 통해 함께 이로워지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IT기여활동을 하자는 주장이다. 활동의 지속성을 위해 보상을 받되, IT지원 대상에게 돈을 직접적으로 모두 받아내는 방식만이 아닌 다양한 보상 방식을 만들어낸다. 주는 이도, 받는 이도 비영리IT활동이 지속될수록 공동체가 확장된다. 

 

* IT인의 헌신에 의존하지 않는다 : 보상을 꼭 받는다.

 

* 보상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 대상 비영리조직만이 아니라, 여럿이 협력해서 할 수 있는 보상 방식도 강구한다. 

  - 돈 말고도 유형,무형의 다양한 보상의 방식을 찾는다. 비영리조직이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가 있다면 그것을 받을 수 있다. (이게 서로에게 더 좋을 수 있다) 

 

* 보상을 "함께" 받을 수도 있다. 당사자가 직접적 보상을 전부 받는게 아니라 예를 들면 기술 커뮤니티가 받아 모두에게 이로운 사업을 한다. 

 

이 원칙의 요점은, 주는 이, 받는 이 모두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나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3. 자발적 2차 확산을 유도한다.

내가 가장 중시하는 최고의 원칙이다. 1명의 뛰어난 사람이 1000명을 다 직접 만나서 돕는 것이 아니라, 1명이 10명에게, 그 10명이 100명에게, 100명이 1000명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모두가 그 과정에 참여한다. 그 과정은 단순히 내가 잘 쓰고 필요 없게 된것을 남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소화해서 좀 더 풍부하고 다양해진 상태로 또 다른 이에게 전달함으로써 최초 1명의 그 수준보다 향상된 상태로 1000명이 모두 공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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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바이러스 감염 경로등을 표시하는 생체 네트워크 모델

(http://www.stanford.edu/~thkim7/research.html)

 

(http://www.stanford.edu/~thkim7/research.html)

 

사실 쉬운 얘기는 아니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려면 많은 것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 "2차적으로 전달하기 좋은 형태"를 고안해서 제공한다. 

  - 가볍고 쉽게 만든다. 어렵고 난해하고 거대한 지원은 다시 퍼져 나가기 쉽지 않다. 

  - "세트"를 잘 만든다. 제공하는 알맹이 뿐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것들도 잘 챙겨준다. 참고할 문서, 패키지 등

   

* 받은 이가 실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받은 이가 일시적, 소모적으로 IT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히 오랫동안 도와준다. 

 

* 부작용들을 사전에 예측하고, 조절해 간다. 

  좋은 것을 주려다가 나쁜 것까지 주면, 자발적 2차 확산을 나중에 막아서야 할지도 모른다. 

 

* 과정을 투명하게 한다 - 오픈 소스 (Open Source) 

  처음엔 받는 이가 여러 과정들을 모르는게 나을 수도 있지만, "오랫 동안 실제 성장을 돕는" 과정을 통해 그 "주는 행위의 과정과 원천"을 공개하는 것이 좋다. 받은 이가 또 다른 이에게 나눠주고 싶을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모르면, 주고 싶은 마음까지 멈칫하다 없어질 수 있다. 

 

뻔한 얘기 같아도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1. 현실적으로 이렇게 (자발적 2차 확산 유도) 하는 것이 실제로 더 많은 이에게 혜택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2차 확산을 염두에 두고 "주는 행위"를 할때 정말 받는 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식들을 채택할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이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때 "일방적 시혜", "진정성 없는 과시", "자기만족에 그친 행위"로 그칠 수 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3원칙을 통한 "비영리IT"

 

이 밖에도 사람마다 다른 원칙들을 꼽을 수 있겠지만 나는 우선 이 세가지만 꼽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여러 "비영리IT"들을 접할때 그것이 이 세가지 원칙/기준에 충분히 부합하면 "바람직한 비영리IT"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3원칙을 한 문장으로 묶어보면,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비영리IT"란:

 

"좋은 IT를 공동체가 함께 나눠 모두가 원하는대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충분히 부합한다면, 그 행위의 주체가 정부/공공기관이나, 영리 기업이라 하더라도 비영리IT를 할 수 있으며

그 직접적 대상이 꼭 비영리조직이 아니어도 비영리IT일 수 있다. IT인들은 이미 많은 비영리IT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러 IT기술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던지, 자유소프트웨어/오픈소스SW에 기여한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이런 활동은 언뜻 보면 보편적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IT인들의 세계"에 제한된 공익(혹은 사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속되고 잘 연결된다면 그런 활동의 성과는 충분히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룬다. 다른 예로, 정부가 국민들을 감시, 통제하는데에만 IT를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될만한 건설적인 프로젝트를 한다면 거기에 기여하는 것도 넓게 보면 비영리IT이다. 

 

물론 비영리IT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 주체가 자발적 개인/민간조직이고 대상이 비영리조직인 IT기술지원활동을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한정지으면 거기에 포함되기 어려운 "의미 있는 주변활동"이 또 너무 많다. 그렇다고 아주 범위를 넓게 잡으면, 절박한 필요를 오랫 동안 느끼지만 개선이 안되는 곳들에게 "초점을 맞춘 직접 기여 활동"을 강조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원칙과 현실..

 

최근에 비영리IT에 대한 글을 많이 쓴 것은 비영리IT단체를 몇 년간 여러개 만들 생각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원칙을 세워도 구체적 현실에서 해석을 달리할 수 있고, 애초에 철학적 바탕들이 다른데 원칙을 완벽히 동의하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로 지금 단체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런 저런 걱정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조금 쓸쓸해지기도 한다(요즘 몸이 다시 약해지는지 감정 조절이 때때로 안된다 ^^;) 

 

어찌 됐던, 앞으로 한국에서 비영리IT가 더 활발해져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좋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IT의 덕(?)을 많이 보게 되길 바란다. 졸려서 마무리를 잘 못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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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5 02:14 2012/09/1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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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hin 2012/09/15 15:35 URL EDIT REPLY
비영리 IT에 대한 고견, 잘 읽었습니다. 저 또한 대학생들을 상대로 비영리IT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대학에서 IT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조차도 스스로가 배운 것을 남에게 가르치는 데에는 상당한 자신감과 노력, 이타적인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행정구역 내의 문화센터에서 컴퓨터 강좌를 하는 것도 거의 '봉사'에 가까운 개념으로 많은 사람들이 했었지만, 요즘엔 전문강사들도 늘어나고, 서로 견제하는 경우도 생기더군요. 아주 기초적인 학습 내용에 대해서는 꽤 경쟁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적절한 IT 기술 전달이 안되는 이유는 각자의 사정에 맞춘 맞춤 교육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겠거니와, 지식과 자신감을 갖춘 사람들도 조건이 되는한 한 사람이라도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 효율을 생각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전달하려고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실천을 강조하며 시작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각생 | 2012/09/17 17:43 URL EDIT
대학생에게 리눅스를 가르치는거 계속하시는거죠? 요즘은 어때요 좀 여유가 되면 함 봅시다

혹시 너무 느린 것을 못 견디는게 아닐까 싶어요. 한번에 한 명씩 돕는 것이 길게 봐서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퍼져 나갈 거라는 믿음 없이는 그 느림과 비효율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결국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관건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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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IT교육

사회운동

사흘 전 4시간 동안 쓴 글을 날린 아픔을 딛고 오늘도 새벽 글쓰기에 도전.

 

5월 8일부터 14주간 진행된, 은평지역의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컴퓨터교육 1기가 끝났다. 교육 받는 이들은 은평구와 인근 지역의 요양보호사 15명, 강사는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동네 사람" 5명, 그리고 지역의 노동운동가들이었다. 교육 주관은 연대, 이대, 홍대에서 "시작교실"을 함께 하는 이류한승씨가 속한 "우리 동네 노동자 인권찾기 모임"에서 했다. 강의실은 처음에 컴퓨터교육장을 빌릴 수 없어서 "움직이는 NGO IT교육장" 노트북 15개를 3주간 활용했다. 은평구는 공공 컴퓨터교육장이 많은 곳이었지만 대부분 저녁 7시 이전까지만 운영했으므로, 낮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이용하는데는 제약이 많았다. 3주 후 지역 사회복지시설 한 곳의 컴퓨터 교육장을 이용할 수 있었고, 2기부터는 은평구 공공기관의 컴퓨터교육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둔 상태이다. 2기는 9월 하순에 시작하며, 10월 중에는 마포지역에서도 같은 기획의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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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첫 교육날, 평생학습관에서 일반 강의실을 빌리기로 했는데 착오가 있어서 2층 북카페에서 했다. 평생학습관 직원분들도 실제 이 광경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으셨는듯 여러모로 지원해주고자 했으나 결국 컴퓨터교육실을 빌리진 못했다)

 

 

컴퓨터교육은 공공기관에서 혹은 지역활동으로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서, IT로 좋은 일을 하려는 분들 중에도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꽤 된다. 그렇지만 학생이나 은퇴자가 아닌 일반 노동자나 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바쁜 일과시간을 내서 컴퓨터교육을 받으러 가는게 물리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처럼, 저녁 늦게까지 여는 (저렴한) 컴퓨터교육장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공공 교육은 1:1 맞춤 교육이 아니며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진행되다보니 못 따라가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다. 평소에 컴퓨터를 어느 정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마음은 있어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기계를 편안하게 만지작거릴 수 없었던 분들에게 적합한 교육은 충분치 않다. 

 

이 "은평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육"은 이런 문제의식들을 반영해서 진행했다. 연대/이대/홍대 "시작교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년 여성 노동자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춘 교육을 시도했다. 표현은 쉽게, 진도는 여유 있게, 배우는 분들이 스스로 기죽지 않게끔 격려하며, 가능한 많은 보조 강사가 중간 중간에서 배우는 분들을 도와준다. 앞에서 설명하는 메인 강사는 5~6명의 강사진들이 돌아가며 맡고, 강의 내용은 강사진들이 협의해서 결정한다. 각자 맡은 주간에는 메인강사가 자율적으로 배울 내용과 형식을 정하고, 자료는 직접 새로 만들었다. 메인 강사가 아닌 보조 강사들은 배우는 분들 중간 중간 "가까운 곳"에 있어서, 수업 내용을 잘 못 따라가지만 미안한 마음때문에 (질문하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될까봐 꾹 참는 분들이 많다) 말 못하는 분들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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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대 시작교실. 홍대 학생들이 실제 강사로 참여해서, 그동안 학교에서 늘 함께했지만 지나쳤던 청소/경비용역노동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심정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들이기에 교육 효과와 감동은 컸을 것이다)

 

 

연대/이대/홍대의 학생들이 그랬듯, 컴퓨터 기초 교육은 IT전문가/현업종사자들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 동안 궂은 일을 열심히 하느라 컴퓨터를 아예 못 만졌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낙담하고 포기했던 분들이 키보드/마우스 다루는 법, 프로그램 실행하기, 컴퓨터 켜고 끄기, 간단한 응용프로그램 사용하기, 알파벳부터 익힌 후 인터넷 기초 사용법 등을 배운다. 컴퓨터 교육을 한다고 하면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 "왠만한 수준이 있는" 교육을 할때 조금 더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아주 생~ 기초 교육의 경우는, 배우는 사람은 부끄러워서, 가르치는 사람은 고된 데 비해 폼이 덜 나서 (등의 이유로) 그 요구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껏 정보격차의 희생자가 되었던 많은 중,장년 노동자,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아주 낮은 수준의 교육"이 실제로는 아주 많이 필요하다. 그런 "낮은 수준의 교육"에는 "IT전문가"보다 적당한 수준 이상의 평범한 컴퓨터 사용자가 오히려 기초 교육은 더 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분들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해서 눈높이를 잘 맞출 수 있기에, 자신의 경험을 더 생생하게 활용할 수 있기에. 

 

이 글을 보는 연대, 홍대, 이대 학생들이 계시다면, "시작교실(시간을 돌리는 작은 교실,http://club.cyworld.com/laborclass )"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은평/서대문/마포, 그리고 인근 지역에 사는 분들, 은평 지역 노동자 컴퓨터교육 2기 (9월 하순), 마포 지역 노동자 컴퓨터교육 1기 (10월 중순)에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은평 지역은 4~5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지만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야 힘을 받을 수 있고요, 마포 지역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인데 5명 정도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IT 현업 노동자, 지역/공동체 교육에 관심 있는 일반인, 다양한 탐색을 원하는 학생 여러분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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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평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육 1기 자원활동가 심재현님과 열심히 공부중인 김ㅇㅂ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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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평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육 1기 자원활동가 이하섭님이 아래아한글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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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IT의 네가지 유형" ( http://blog.jinbo.net/h2dj/779 ) 글에서 밝혔듯, 나는 소외된, 사회적 소수/약자들의 역량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데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과연 IT교육이 정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를 계속 고민한다. 교육 환경, 장비 등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효과적인 교습법. 

 

배우는 사람은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마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오랫동안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된 "정보격차 피해자"(이런 용어를 쓰는 이유는 나중에 얘기하겠다) 들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자유롭지 않다. 편안하고 여유있게, 즐겁게 컴퓨터를 만질 여건이 안 됐던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정보통신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자신의 여건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여야했기에, "난 안될거야"라는 생각을 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상황, 그리고 배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들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좌절하기 쉽다. 그래서 이번 1기 교육을 하며 첫번째 메인 강사를 맡은 분은 "컴퓨터 하다가 안되는 거 있으면, 무조건 컴퓨터 탓 혹은 컴퓨터 이렇게 만든 사람 탓을 먼저 하세요. 자기 탓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컴퓨터 수리 일을 생업으로 하는 나로서는 사실 동의할 수 없는 얘기이지만 (컴퓨터가 사실 뭔 죄인가요, 쓰는 사람이 잘못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 컴퓨터 좀 한다는 사람도 관리는 꽝인 경우가 많으니) 컴퓨터 완전 기초 교육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분명 "소외된 사람들의 자기 비하"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일단 양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1. 컴퓨터 교육이 주변에서 아주 많이 이뤄질거라는 생각 (비영리 IT에 뜻 있는 활동가, 기업가, 현업 IT노동자)

2. 누굴 가르치려면 스스로 아주 많이 알아야 할 거라는 걱정 (일반인, 파워 유저)

3. 아주 기초 교육은 힘들기만 하고 재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 

  혹은 요즘 시대에 컴퓨터 기초 교육은 큰 의미가 없을 거라는 오해. (기술을 선도하려는 모든 사람) 

등의 이유로 참여가 많지 않다. 물론 공공 기관과 영리 학원 말고는 노동자/사회약자를 위한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려는 사람도 부족한 탓에 참여꺼리가 충분치 않은 이유가 제일 많고, 우선적으로 바꿔야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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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빈민/노동운동가들이 휴대폰 등 다양한 장비를 이용한 영상 제작법을 배우는 모습. 이런 "중급 이상의 교육"은 그래도 좀 관심 가질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건만 맞으면)

 

교습법의 문제는 가르치는 사람들의 철학적 바탕과도 연관되는 문제라 역시 사람의 문제로 봐도 될 것이다. 쉽게 이해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짜는 것, 좋은 교보재를 만드는 것, 다양한 장비를 활용하고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 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우선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배우는 사람과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일 것이다. 이번 은평-1기 교육은 열성적인 IT자원활동가들과 지역 노동자들의 협력으로, 상대적으로 만족도 높은 교육을 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후반부에 들어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도 생겼고, 기대 수준 이상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얻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컴퓨터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되었는지, 자신감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대성공"이라 말하기엔 아쉬운 느낌도 있다. 1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2기, 3기로 가며 계속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인데, 기교적인 교습법 연구보다는 이런 교육의 목적과 성격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참여자들에게 형성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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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1기 교육 수료식날, 각자 짧게 소감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이메일을 이용해서 외국에 있는 딸과 소식을 주고 받은 분의 이야기였다. 이메일로 손주 사진을 첨부해서 보내며 아주 기뻐했다는 그 따님의 얘기를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이 모두 박수 치며 기뻐했다. 천천히 진도를 나가다보니 인터넷 활용법을 많이 배우지는 못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기술인 이메일로, 그 자체로 충분한 활용을 한 것이다. 더 배울 것은 많지만, 그것들을 양적으로 많이 배운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 가지를 배우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동안 불가능하던 것, 어려웠던 것을 극복한 경험을 스스로 가질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성공이다. 14주 동안 진행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것을 해온 이유와 보람을 그 얘기를 들으며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얘기를 듣는 순간 몸이 살짝 들썩이며 위로 솟구치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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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인적 성취도 보람 가득한 일이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은 더 있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가르치는 사람들의 연대감, 공동체 의식, 그리고 실제 조직화로 이어지는 성과, 다르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런 모습들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 또 다른 곳에서 이런 교육들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 등. 개인적 성취를 목적으로 한다면 1:1 과외를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공부한다는 것, 서로 서로 도와가며 함께 집단적으로 성장한다는 것, 그래서 지속적으로 소외 계층을 만들고 그 격차를 벌려 나가는 이 사회구조를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에게 열을 가르치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하나를 서로 힘을 모아 터득하는 것이 계속될 때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  여기서부터는 재미 없고 의미만 억지로 찾으려고 하는 부분이니 관심 있는 분만 읽어주시길 (심지어 사진도 없음)  -----

 

 

* 정보통신기술을 소외계층과 나누려는 이유는 정보역량 강화가 다른 여러 차별과 억압 구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수단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그 효과는 다양한 곳에 미친다. 소외된 많은 것들이 IT의 도움으로 연결되면서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은 요즘 세상에선 흔한 일이다. 다양한 분야와 차원에 걸친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 확장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인 정보통신기술은 여전히 의미있는 사회변화의 수단이다. 

 
 

* 요즘 <페다고지>를 읽으며 그 동안 내 교육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반성하고 있다. 내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나도 기술을 "주입하는", "무작정 따라하게 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당연히 그런게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14주라는 기간 동안 열심히 교육을 해도, 더 길게 6개월, 1년 교육을 해도 성취가 느린 분들은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럴때, 내 기준에는 여전히 기초적인 내용이니까 일단 조금 더 계속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은 얼마나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일단"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명확한 한계가 없다면, 무작정 따라하게 하는 동안 역시 배우는 분들은 주체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강사의 지시를 그냥 기다리고 따르는 마음가짐으로 그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결국 교육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나타난다. 

 

정보소외자에 대한 완전 기초 교육이 시작될때, 배우는 사람은 스스로 비전문가로서 위축되어 있는 상태를 벗어나려는 싸움을 하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들의 친절함, 신뢰를 바탕으로 무작정 따라하기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이 비전문가이며, 뒤쳐져 있고, 바뀌어야 할 주체라는 의식(혹은 무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가르치는 사람은 전문가이고, 앞서 있고, 바뀔 필요 없는 훌륭한 주체들로 인식된다. 내 스스로가 너무 문제가 많으니 그저 묵묵히 이 "구원의 손길"을 잡아 따라가야 한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난 나눠줄 것이 없으며, 더 훌륭한 존재가 되어 나도 저 강사들처럼 되어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심하면 뒤쳐진 자신에 대한 자책과 혐오의 감정들까지 갖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강하던 약하던 그런 부정적인 심리들을 얼마나 떨쳐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성취는 달라진다.

 

 

 

* 보통의 교육들은 정해진 일정대로 진도를 나가면서 낙오자를 챙기지 못한다. 그에 비해 "이런 교육"들은 정해진 일정에 급급하지 않고 더 오랜 시간동안 끈기있게 기다리며 낙오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쓴다. 분명 더 좋은 교육이긴 하나 좀 더 발전할 수는 없을까. "컴퓨터를 잘한다"는 것은 사실 컴퓨터를 많이 쓰면서 자기만의 쓰임새를 발견하고 그것에 나를 맞춰 습관을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어떤 지식과 기교의 문제라기 보다는 컴퓨터라는 도구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인문학적인 성찰과 풍부한 비유, 강사와 배우는 이의 대화를 통한 탐색등의 과정이 초반부에 배치되는 것이 의미 있지 않을까?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는 동작들이 손에 익숙해져 편하고 정확하고 빠르게 될때까지 반복 연습해야 하는 것 같은 과정은 "익숙해질때까지 무작정 따라하기" 방식을 써야할 것이다. 그것들 외의 진도에 대해서는 각자가 좀 더 깊은 곳에서 "꺼지지 않는 동기의 불꽃"을 피우기 위한 다른 과정을 교육 안에 배치할 수는 없을까.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다. 

 

이런 교육에서도 역시 사람마다 성취의 차이가 생긴다. 모두가 정말 열심히 공부하지만 잘하는 사람은 잘 배우고, 어려운 사람은 계속 어려워하는데, 잘 배우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과 함께, 계속 어려워하는 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어쩔 수 없다. 공공 기관의 교육을 듣다가 포기한 분이, 이런 교육에 대해 다시 기대를 안고 왔는데 또다시 포기하게 될 경우,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역시 이런 목적과 성격의 교육은 개인의 성취가 핵심 목적이 아니기에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을 때까지" 계속 고민하고 스스로 변화하면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기술주입"과 "무작정 따라하기"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익히는 과정 외에는 거의 없어지는 것이 그런 변화의 한가지 목표/척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컴퓨터 기초 교육은 "기술주입"과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부터 오랫동안 그랬으니까.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그 바탕에 무언가 문제되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컴퓨터는, IT는 언제나 그렇게 가르쳐도 되는가? 만일 그런 생각을 만드는 밑바탕의 의식이 "IT는 전문가의 영역이며, 비전문가는 IT에 참여할 수 없다" - 이미 전문가들이 다 만들어 둔 것이니 비전문가 특히 완전 초보는 그저 열심히 있는 그대로 배우면서 받아들이라 - 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IT의 발전은 정해진 흐름이고, 앞서가는 사람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뒤쳐진 사람이 열심히 쫒아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가지 않는 사람은 도태될 뿐이고, 그런 사람들은 사회 전체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기술이 일직선으로,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계속 발전하며 그것은 독립적으로 계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앞서가는 것이 당연하고, 뒤쳐지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혹시나 밑바탕에 있다면, 그래서 컴퓨터/IT 기초 교육은 무작정 따라하기, 주입식 교육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것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보소외자 - 초보 학습자에 대한 온당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교육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정보소외자들이 그렇게 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정보격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장애인이 컴퓨터를 제한적으로 이용하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평생 궂은 일을 하느라 컴퓨터를 못 배운 노동자가 무시를 당할 이유가 없다. 가난해서 "남들 다 있는 컴퓨터"를 못 가져서 일찍부터 많이 못 써본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비인간화/부작용을 낳는 지나친 첨단 기술을 거부하고 최소의 기술만 이용하다가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것은 하나의 당당한 흐름이다. 정보소외자는 정보격차를 만들고 확대하는 어떤 사회적 흐름, 구조로 인한 피해자이며 희생자일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로 보는 것 자체가 역시 "앞서가는 것이 선"이라는 관점에서 나오는 것일 수 있다. 정보 기술을 쓰지 않는 것도 하나의 "가능한 삶"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그렇게 살다가 필요에 따라 약간의 정보 기술을 뒤늦게 배우는 것도 조롱받을 일은 아니다. 

 

 

* 현실적으로 아직은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을 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꼭 지금의 방식이 바뀌길 바라는데, 그 중 한가지 이유는 그런 방식으로 교육 내용을 짤때, 다양한 "대안"들이 있음에도 오직 한가지씩만 정해서 주입을 시키는 것 때문이다. MS 윈도우, 아래아 한글, 인터넷 익스플로러, 그리고 네이버. 검색, 메일, 카페, 음악 등 인터넷의 모든 것을 네이버로 시작해서 네이버로 계속한다. MS 윈도우는 아직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아래아한글은 이제 슬슬 바꿔도 될 것이며,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모질라 불여우나 구글 크롬으로 당장 바꿔도 된다. ActiveX를 써야 하는 인터넷 뱅킹, 그리고 몇가지 온라인 게임 등이 여전히 걸림돌이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웹 서비스들은 이미 특정 브라우저가 아니어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오히려 초보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안 쓰면 보안이나 PC 건강 관리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은, 당장 바꾸고 싶은데 이메일 계정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네이버로 시작했다. 많은 이에게 인터넷 = 네이버로 되어 있는 걸 어찌하면 좋을까.

 

 

* 배우는 분들을 보면 그 열정에 놀란다. 겉으로 티는 별로 안나다가도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스스로 느낄때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그런 분들을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교육을 만들고 진행하는데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 계속 생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것이 "당연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정보격차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에 동의할 수 있다면, 정보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그보다 못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로 인식되는, 미덕이자 의무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정보격차는 "앞선 사람과 뒤쳐진 사람"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재미 없는 부분 끝 ------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은평 교육 2기가 9월 하순, 마포 교육 1기가 10월에 시작합니다. 마포 교육에 함께하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역시 말씀드린대로 IT전문가만이 아니라 누구나 가능하다는 거 아시죠?

쾌적한 게임 즐기느라 컴퓨터 관리 열심히 하는 학생도,

불과 1년 전만해도 컴맹이어서 그 설움을 알고, 탈출 노하우를 전수하고픈 중년 어르신도,

그냥 집이 그 동네여서 "이웃사람"과 같이 하고픈 사람도 (피자 먹을까요? ^^;)

모두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IT전문가도 대환영입니다. 각 지역별로 이런 교육들을 많이 만들어서, 지역의 IT인들이 서로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픈 바램도 있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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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교육에 함께할 분은 편리한 방법으로 제게 말씀해주시길. 망원역 근처의 "민중의집"에서 하게 될 것이며, 은평 교육처럼 요양보호사님들을 포함해 여러 동네 주민분들이 참여하는 교육이 될 것 같아요. 

이 모집은 마감이 없으며 인원 제한이 없습니다. 언제든 이 글을 보시면 참여해주세요. 가급적 9월 15일 이전에 연락을 주시면 교육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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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3 02:56 2012/09/03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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깰뱅이 2012/09/04 08:03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은평에서 첫모임할때 뒤풀이에서 인사만 드렸던 김진찬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실라나?)
1기 마무리했다는 얘기는 이류에게 들었는데, 자세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이글 저희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cafe.naver.com/voice2008)에 좀 퍼가겠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소식지 용도로 약간 변형에서 저희 월간웹소식시에 좀 실었으면 하는데, 허락을 해 주실수 있을까요?
하여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각생 | 2012/09/04 15:27 URL EDIT
잘 지내셨나요 ^^ 물론 기억합니다. 제 블로그 글은 언제나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습니다. 웹소식지에 실린다니 좀 부끄럽긴 합니다만 알아서 편집해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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