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게 많은 사람의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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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게 참 많아서 

모든 걸 당장 다하려 들진 않아도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큰 그림 속에 배치해두었는데

그 그림을 갖고 있고 가끔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종종 잊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작년에 많은 사람의 예상치 못한 도움으로 여러가지 일이 진행되다보니

올해 뭔가 제대로 해보겠다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날 짓눌렀다. 

 

사실 지금 당장, 변화가 시작되면 당연히 얼마나 좋겠나

아직 연결되고 공유되지 못했을 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분투하고 있나?

우리가 갖고 있는 가능성들이 열매맺지 못하고 마는게 얼마나 되는지

세상의 고통들에 대해 나와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얼마나 많이 있는지

... 등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빛의 속도로 좌충우돌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만 

역시나 나는 몸뚱아리를 가진 한 명의 사람인지라. 

 

내가 많은 걸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게 쉽지 않은데

안 버리다간 그나마 하고 있는 것도 지장 있게 생겼다.

뭐 그래서 한발 물러선다.. 이런 건 아니고 

무리한 욕심부터 버리고 한 장의 큰 그림을 작은 여러 장의 그림으로 나눠, 그 첫장부터 올해 잘 해보려고

그 많은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면

느리게 간다는 것이 답답하고 비루하고 의심스럽고.. 하겠지만 

 

속도감을 맛 본 사람이 그 맛을 잊는건 쉽지 않겠지만, 그 속도에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해보자.

지금까지 엄청 늦었는데 당장 서두르면 빨리 가는게 아니니.

역시나 난 지각생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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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5:22 2011/03/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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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지각생의 사회해킹 자습실 | 2011/03/18 02:58 | DEL
지각생님의 [하고 싶은게 많은 사람의 병] 에 관련된 글. 저번 글에 썼듯 작년 말부터 쫓기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마음의 여러 부담 중 사실 가장 컸던 것은 뭔가 대단한 일을 앞으로 계속 하게 될 것 같은데 내 자신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감당 못할 일을 하다가 중간에 퍼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쓸데 없는 힘만 들어가 있었고 자연히 하루를 마칠때는 극심한 피로감에 흔들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은 기운이 없고 마음은 명랑하지 못했다...
앙겔부처 2011/03/03 16:00 URL EDIT REPLY
다 하셈......<
저도 그렇네염... 으으... 근데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나는 ㅜㅜㅜㅜ 항상 이런 중압감에 시달리면서 놀고 있음 ㅇㅇ
지각생 | 2011/03/03 19:17 URL EDIT
ㅎㅎ 계속 안 놀면 바쁘게 삽질만하니, 놀다가 정신차렸을때 후다닥 한가지씩 해치우는게 차라리 나을지도
비밀방문자 2011/03/03 16:45 URL EDIT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지각생 | 2011/03/03 19:19 URL EDIT
내가 간다고 잘 될진 모르지만 여튼 성심껏 살펴보겄소
G-raf 2011/03/05 06:43 URL EDIT REPLY
지각생! 내가 알아. 내 문제스러운 습관은 항상 하고 싶은 건 많고...이 하고 싶은 건 보통 혼자서 생각하는 것의 결과이고...그래서 혼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들은 많지만 항상 다른 친구들랑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혼자서 생각하고 개념화 하고 시작하는 바람에 누구든지 다 <승현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니 참여하지 않게 된다.
아이구 지각생 내 한국어능력이 너무 떨어지는데 이 불로그 읽기 좋아. 내가 너무 많이 느끼고 경험하니까 이 비슷한 것.
지각생 | 2011/03/05 20:10 URL EDIT
오, 승현! 생각보다 한국어 별로 안 잊어먹었네? ㅋㅋ
맞어 나 혼자 먼저 만들어놓고 다른 사람한테 참여해 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사람들이 참여할 것을 염두해두고 시작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

빈집 노획팀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참 아쉬워 ㅎㅎ 어제 빈가게에서 다큐멘터리를 함께 봤는데, 쓰레기더미에서 쓸만한 것을 주워 재활용하고, 대량생산하고 버려진 것들을 줍고 먹고 새롭게 만들고.. 하는 이야기였지. 승현 생각이 나더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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