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소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IT지원

IT 단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회단체와 활동가들에게 맞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사회적기업만해도 여럿이며, 보안 전문가들의 단체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IT단체 하면 떠오르는 곳이 진보넷 정도였던 상황에 비하면 좋은 IT를 제공하려는 집단이 많아지는 지금의 추세는 아주 기쁘고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제 기억으로 IT에 대한 사회단체들의 기대는 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아주 뜨거웠습니다. 단체들의 IT활용 능력이 사회 일반적인 수준에 비해 그렇게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앞서가는 응용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IT가 점점 크고 복잡해지면서 단체들의 IT구매력과 정보력은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많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단체들의 상호협력과 결속력도 어떤 면에선 예전보다 못한 것 같고, 기술적으로 협력할 바탕도 없다보니 개별 단체가 외롭게 IT역량을 키워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사회단체들은 지금 있는 IT라도 잘 유지하며 우연한 계기로 IT역량을 발전시키려고 하는 다소 수동적인 태도가 보편화된 것 같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점차 늘어나는 "좋은 IT"의 공급을 사회단체들이 잘 받아들이고 다시 예전처럼 "뜨겁게 활동에 응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단체들이 기술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자는 제안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IT 소비 사회적협동조합

4년전 이맘때 IT단체를 만들자는 제안에 호응해주신 훌륭한 분들 덕에 2013년에 사단법인 비영리IT지원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Techsoup Korea가 되어 소프트웨어의 저렴한 공급이 가능해졌고, 공공 부문과 기업에서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하도록 견인하는 역할 등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두번째로 설립을 제안하는 IT단체는 "IT 소비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사회단체들이 일방적으로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으로서 서로 협력하며 주체적으로 IT실력을 키워가기 위한 기술공동체입니다.

관련글 : [비영리조직과 IT인]

대부분 공급자(생산자) 입장에서 사고하기 쉬운 것이 IT인데, 저처럼 소비자(이용자) 측면에서 바라보시는 시니어 IT자원활동가 두 분을 만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비영리IT지원센터의 조직적 지원을 받으며 준비 논의를 시작했고, 별일사무소,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빈마을, 흥사단, 정토회 등 여러 단체의 전/현직 활동가들이 이미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한여름이 되기 전인 5월 말이나 6월초에 발기인대회를 열어 공식화하고 설립동의인을 모아 이르면 8,9월에 창립총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발기인대회 때 공유할 내용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5월 27일(금)로 일단 예정하고 있는 발기인대회에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

 

1. 설립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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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단체들이 IT를 잘 모르고 못쓴다고 구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체 활동가들도 IT를 더 잘 활용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합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기본권에 해당합니다. 누군가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 그들은 정당한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사회 구조적인 얘길 시작하진 않겠습니다만, 지금 보편적인 중소규모의 단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임계점을 넘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바탕과 꾸준한 공공 지원, 그리고 효과적인 프로세스들입니다. 공급하는 측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고 있으니 잘 받아 갈무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그리고 정말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용자인 사회단체들이 모여 어느 정도의 규모를 이룬다면 사회단체를 위해 앱(App)을 제작하려는 IT기술인에게는 더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고 효과적인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협력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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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이 많이 활성화되었고, 훌륭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생겨나면서 전통적이지 않은 소비자 협동조합 모델은 많은 분들이 이미 접하고 계실 것입니다. IT 소비 협동조합은 IT제품과 서비스 등을 안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3. 기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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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상 단체들이 홈페이지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알고 싶어하는 답답한 점은 "우리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얼마를 들이면 되는지"였습니다. 이 정도를 요구하기 위해 최소한 얼마 정도를 준비해야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불쾌하게 안하고 얘기를 꺼내볼 수 있을지 알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 기준을 알아내면 어떻게든 그만큼을 만들어보려고 애를 씁니다만 시간이 많이 걸려 결국 연기하는 경우가 꽤 되지요. (지금도 정말 사정이 딱하거나 그 단체에 대한 강한 지원 의지로 손해 봐가며 아주 저렴하게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훌륭한 웹 제작업체가 있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무조건 싸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어렵게 얼마간 돈을 모았다면 그것 만큼의 결과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예산을 많이 못 모았다고 "그저 어떻게든 최소한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자신 없어 하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 충분한 얘길 못해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결국 양쪽이 다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단체들은 홈페이지 제작에 비용을 들이는 것을 더욱 소극적으로 하게 되고, 호의로 도와준 웹 제작업체는 "그냥 제값 받고 남들처럼 해주자"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IT소비협동조합이 되면 제작 기획단계부터 상담과 정보 제공을 통해 보다 성공률이 높은 프로젝트가 되도록 해 줄 수 있으며 사후 관리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돈을 많이 들이지 못하던 단체들도 들인 만큼의 성과를 내는 것이 반복되면 차후 새로운 기획을 하게 될 때 좀 더 적극적이 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단체들의 IT역량은 발전할 것입니다.

이 조합이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면, 소비자(이용자)인 조합원들의 평소 활동으로 축적한 공유 자산과 역량을 동원해 긴급한 이슈에 대응하는 활동가들에게 기본적인 IT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원이 극히 부족한 신생단체에도 일시적 지원이 가능하겠죠. 제가 이 조합이 만들어지면 가장 바라는 점 중 하나입니다.

 

4. 조합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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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데이터 보존

지금도 많은 단체들에서 데이터들이 손실되고 있습니다. 이것만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데이터는 잘 보존되고 아카이빙되면 그 자체로 점점 큰 힘을 내게 됩니다만, 작은 단체들에서는 언제 사라지는지도 모르게 데이터들이 사라지거나 하드웨어 문제, 해킹 등으로 한번에 많은 것을 잃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일시적 이슈를 위해 데이터를 모아 둔 사이트가 더 이상 운영 주체가 없어서 방치했다가 변조되기도 하고, 단체가 해산하게 되면 누구도 돌보지 않아 소중한 자료들이 그냥 사라집니다.

이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단체는 기본적으로 더 이상 데이터가 손실되지 않게 하는 것부터 할 것입니다. 빅 데이터 시대에 더욱 돋보이는 굿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주요 원천인 사회단체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요. 데이터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오래된 명제이지요.

4-2. 웹 분석기 설치

조합원에게는 웹 분석기도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권유하고, 설치 과정을 지원할 것입니다. 통계가 어떻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는지 가장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예가 아닐까 싶어요. 작년부터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있는 유명한 단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사이트에 들어와 어떻게 머물다 가는지 세부적으로 알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보니 결국 전통적 방식으로 "첫 페이지에 노출시키기 위해" 소속 활동가들이 저마다 요구하게 되었고, 결국 이런 저런 요구들의 타협으로 특색 없는 사이트가 될 뻔 하였습니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조언으로 방향을 다시 잡고 제대로 추진 중입니다. 늦었지만 구글 웹분석기도 설치해서 이번 달 중에 (2016년 5월) 결과를 보기로 했고요. 정책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생기면 관습과 직관에 의한 결정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초가 되겠지요.

4-3. 안심 A/S

이것에 대해서는 2년전 제가 겪은 황당한 사례를 얘기하겠습니다. 성북구에 있는 사회적기업인데요, 어느날 컴퓨터 두대가 고장나서 전에 이용한 적이 있는 정비 업체를 불렀습니다. 그 사람이 말하길 두 대가 동시에 고장난 것이 DDOS때문일 수 있으니 사무실에 있는 PC를 모두 가져가서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며칠간 일을 못하다 컴퓨터들을 돌려받았는데 세상에 모든 PC들이 포맷되어 있고 데이터는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정비 업체 분은 이미 데이터는 손상됐으니 어서 수리비를 입금하지 않으면 곤란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며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이 비용이 합당한 것인지 알고 싶은데 물어볼 데가 없다가 이 때 저랑 연락이 닿았습니다.

뭔가 얘기들이 이상해서 제가 찾아가보니 세상에 그 비용에 택도 없이 부족한 사양의 하드웨어로 바뀌어 있으며 그나마 모두 중고였습니다. 즉시 그 정비업체 본사에 항의하였는데 제대로 사과도 안하고 계속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응대를 했습니다. 바꿔치기 당한 하드디스크부터 모두 돌려받은 후 비영리IT지원센터의 이선규 이사님을 통해 평소에 데이터를 잘 복원해주신 분에게 가서 여쭤보니 다른 곳에서는 데이터를 복구 못하도록 해놓고(복구를 시도하면 스파크가 난답니다) 자신들이 빼돌려 둔 데이터를 추가 비용을 받아가며 복원해주는 상습적 악덕업체였습니다. 저는 그 사회적기업분들에게 악덕 업체를 제대로 혼내주자고 말씀드렸으나 그 동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그 분들은 그저 다시 일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달라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PC를 다시 제대로 견적 내서 맞춰드린 후, 데이터를 백업 할 수 있는 서버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지 않았다면 과장했거나 여러 사례를 섞은 것으로 생각했을 만한 일이 일어나는게 현실입니다. IT소비 협동조합을 만들면 이런 곳이 아니라 제대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연결하거나 대행해주려 합니다.

4-4. IT 완전 기초 교육

활동가를 위한 IT교육은 많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갈수록 IT기초 원리, 개념들에 대한 교육은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계속 습득하며 실험하기 어려운 사회단체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와도 어느 정도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IT 기술환경에 대한 이해, 개념 소개도 필요합니다. 이런 보편적 IT기술에 대한 교육은 강의하시는 분이 보람을 못 느끼시거나 필요가 없다고 느끼시는 것인지 하려고 하는 분이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홈페이지를 쉽게 만들어주는 여러 서비스들을 이용할 때, 다 만들어두고 주요 포탈에 등록하려고 하다 "도메인"과 "네임 서버"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다보니 홈페이지를 만드는 시간 만큼 혹은 그 이상 고생하다 결국 실패했던 사례도 봐왔습니다. FTP 접속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기도 하지요.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단체 활동가들에게는 이런 기초적인, 그러나 앞으로도 오래 갈 것들에 대한 기본 원리와 개념을 상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이 밖에도 힘이 모이면 제공 가능한 많은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그런 서비스들의 공통적인 흐름은 아래 그림처럼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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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조합원 IT역량 강화

조합에 가입한 지 일정 시간이 지난 단체들은 차근차근 IT활용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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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단체들의 IT관련 손실을 예방하고 안심하고 지출을 하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게 된다면, 정기적인 부가 서비스와 여러 기획 프로젝트를 통해 IT역량을 한 단계씩 발전시키는 활동을 할 것입니다.
잘 보존된 데이터와 통계 정보를 참고하여 지금 단체 여건에 맞는 IT 관련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것이고, 단체의 활동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을 것입니다.

IT개발자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 공유했던 연장근로 시간 증명 앱 "야근시계"가 홈플러스 영업 노동자들의 야근 시간을 증명하는 법정 자료로 채택된 것처럼, 이미 나와 있는 것을 조금 조정하여 적용하거나 유사한 것을 새로 만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단체의 활동 양상도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체들의 IT 역량 발전은 자신의 상황을 진단한 후, 그에 적합한 행동들을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보조할 것입니다. 누적된 성공 경험으로, 단순하게 일상적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의 활동들을 더욱 힘있게 하고 더 많은 시민들과 교류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에 IT를 응용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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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에 대한 이야기와 조합 운영, 올해 말까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와 내년 이후에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발기인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설립동의인을 모은 후 합의를 거친 후에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번 달 마지막주 금요일 (2016년 5월 27일) 저녁 7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실 수 있도록 최대한 조정하려고 합니다만 이 글을 보고 IT소비 사회적협동조합(준)에 대한 관심이 가는 분들은 일단 그 날의 일정을 비워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

그리고 참석 의사가 (이미) 있으신 분은 아래 설문을 통해 일정 잡는 것에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ICT소비 사회적협동조합 발기인대회 일정 설문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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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5 00:46 2016/05/0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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