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도 벌써 중순. 하반기에 페북을 다시 시작하며 근황을 꾸준히 친구들에게 알려 오고 있었는데 역시나 두 가지가 걸려 가끔은 이렇게 블로그에 써줘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는 휘발성이 너무 강해 예전에 올린 것을 다시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노골적으로 나를 부추기는 "축하합니다 노출 가능성이 증가했습니다"라는 메시지. 알면서도 알고리즘에 놀아나주며 친구들과 근황을 공유하고 있는데 때때로 빈정이 상하네요. 이태원 참사 이후로 한 동안 인터넷을 끊다시피하고 살았는데도 가끔 페북에 들어가 보면 저 메시지가 또 뜨더라고요.
2022년 하반기에 몇 가지 제 근황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습니다.
스위스를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을 위해 스위스 사정에 밝은 형이 준비해서 7월 중순부터 3주간의 스위스-두바이 효도 여행을 했습니다. 어릴 때 알프스 등반기를 읽으며 두근두근했던 그 마터호른을 보고 왔어요. 페북에 매일 스위스 여행기를 올리고 있었는데 역시 블로그에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앞으로는 종종 여기에 올릴까 해요. 여행 말미에 저 빼고 모두 코로나에 걸려 가족들이 몸과 마음 고생을 하고 비용도 많이 지출했습니다만, 제게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매일 영어 공부를 합니다.
효도 여행을 하다 보니 부모님을 계속 챙기고, 스위스 사정은 밝지만 개인적으로 여유가 없어 힘들어 하는 형을 위해 정신을 놓지 못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방식의 여행은 될 수 없었습니다. 운에 맡기고 막 돌아다니며 현지인과 교류하여 전문가가 말해주지 못하는 나만의 체험을 하는 것이요. 앞 줄에 핑계를 대긴 했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이었어요. 위험한 상황이 두 어번 있었는데 그 때는 신경 안쓰고 막 소통을 했었거든요. 다음에 언제 다시 외국에 나갈 지 모르지만 언어 문제로 소통을 피하는 상황은 안 만들기 위해 공부 중입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도 잘 안탄지 오래되어 운동을 거의 안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만 하며 술을 매개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뒷받침하는 삶을 몇 년 살다 보니 건강이 좀 안 좋아지는게 느껴졌습니다. 무기력도 심해졌지요. 앞선 이유들로 자극이 되어 유료 앱을 설치해 홈트를 하고 있는데요. 제대로 하니 저처럼 마른 사람도 10kg가 빠지더라고요. 식사량을 늘렸더니 체지방이 없는 체질로 오래 살아서인지 잠시만 방심하면 내장지방이 쌓여 배가 나오는지라 멈추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꺼림칙했던 여러 증상들이 어느새 함께 사라져 있더군요. 자전거도 고쳐서 시내를 다시 다니고 있었는데 어두운 길바닥에 안 좋은 것이 있어 지금은 망가져 있습니다.
치아 수술을 크게 받았습니다.
3년 전에 동네 치과에서 큰 낭종이 턱 신경을 건드릴 위치에 있는 것 같으니 대학병원을 가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예약을 하려는데 뭔가 잘 안되어 1달이 지났는데 동네 친구 활동가들과 오키나와 여행을 가기로 한 시점이 되어 일단 미룬 것이 3년이 지났습니다. 앞서 얘기한 분위기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랜만에 추석 연휴 첫날에 밤 라이딩을 즐겼는데요 그날 밤부터 격심한 통증이 시작되더군요. 추석 연휴 동안 병원도 못 가고 끙끙 앓았는데요 진통제를 먹어도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대학병원에 가 검사를 받고 2주간 오른쪽 입가 주변까지 마비된 상태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가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재발성이 아닌 단순 염증인 낭종 두개를 전신마취 수술을 하며 제거했고요, 하면서 뿌리만 남아 있던 어금니 네 개를 같이 제거했습니다. 회복은 잘 되어 지금은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몇 달 더 지나면 임플란트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거주 지역 내 활동을 다시 늘리고 있습니다.
사는 곳 주민자치회 1기 위원이 된 것은 작년이지만 올해에 한 분과의 장이 그만두게 되어 제가 이어 받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3년만에 가을 운동회/플리마켓 등 대형 행사를 치렀고, 청소년기획단이 큰 활약을 해주어 청소년분과원을 만드는 데 힘을 더 쏟게 될 것 같아요.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로서 회의만 참여하는 수준이다가 최근에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에 관여도를 늘리는 등 참여를 늘리고 있습니다. 공동체IT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한 곳에 갇혀있는 심정으로 계속 남아 있으면 안될 것 같았고, 시간은 더 부족해지지만 좋은 경험과 자극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동체IT 상근 활동을 올해까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수도권 단체를 많이 만나게 되며, 서울에서 안정한 후가 아니라 즉시 움직여야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고 내 자신에게도 활동의 의미를 더 살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무작정 연락해서 찾아가는 활동도 하고 교육과 컨설팅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처음 단체 만들겠다고 한 후부터 생각해보면 계속 '공동체를 일단 키우자'는 생각에 서포트 포지션으로만 거의 살아왔던 것 같아요. 올해 하반기 들어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보니 다시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공동체IT학교'라고 해서 시민사회단체와 사회적경제조직을 위한 맞춤 상설 IT 교육과정들을 만드는 데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11월 중순부터는 여러 가지 사업들이 마무리 되기 시작하고 모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이다보니 계속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올해 안에 다음과 같은 근황들을 올리게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뒤늦은 운전 면허 따기
- 방송대 등록
- 5일 이상의 1인 자전거여행
그리고, 최근 들어 젊은 사람들과 교류가 좀 늘어났는데요, 의식적으로 더 왕성하게 세대를 넘는 교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제 윗세대 분들을 위한 공익IT활동의 비중이 더 많았고, 살고 있는 은평구도 오래 활동해 온 분 비중이 높아 아무래도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교류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고래를 위한 파티에 가서 젊은 분들과 시간을 보냈는데 친해지니까 모두 폰을 모아 인스타부터 공유하더군요. 40대 중반이 되니 확실히 적응력이 조금 떨어져간다는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IT 활동에 대해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제가 만드는 콘텐츠나 삶의 방식이 예전의 어디쯤에서 멈추기 시작한 것 같은데요, 다시 지각생의 마음으로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