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미국식 민주주의

어제 부시가 아주 침통한 표정으로 "모두 내 탓이오" 발언을 하는 걸 보구  사실 좀 놀랬다.

뭐 어떻게 손써볼 수 없이 악화일로에 있는 여론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게다.

(많은 언론들이, 그래봤자 늦었다고 비아냥 거리는게 지금 대세 ㅡ.ㅡ)

 

하지만, 이런 사과의 발언이 부시 개인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일까?

부시의 대중적 이미지 (특히 마이클 무어 감독에 의해 그 정점에 이른) 는 어리버리... 

한편에서는 그의 정신분석까지 해서 편집증에 공격 성향에, 가정환경이 어쩌구... 말들도 많더라만....

 

하지만 그가 내리는 그 어떤 결정 하나도 부시 본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절대(!) 생각치 않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졌을 때, 미국사회를 움직이던 진짜 권력은 들끓는 여론 (반전 운동, 흑인 민권 운동을 비롯하여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을 휩쓴 미국의 각종! 운동들)을 잠재우고 빨랑 시스템을 안정화시키길 바랬다고 한다.

닉슨이 대통령직을 사퇴함으로써, 그리고 청문회를 통해 CIA, FBI 의 아픈 과거들을 드러냄으로써 미국 사회는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우리 민주주의 시스템이 건재하구나"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는 것. 대통령이 물러났다는 사실 빼고는 달라진 것이라고는 없었을 뿐더러, 청문회와 특별 조사과정에서도 자본의 이해와 직접 맞닿아 있는 부분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거나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동안 있어도 없는 듯하며 감추었던 계급 갈등, 인종 갈등의 문제가 실로 30년 만에 다시 표면으로 떠올랐다. "그들(!)"이 정말 못 견뎌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 상황을 가급적 빠르게, 세련되게 수습하려는 돌파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그조차 쉬울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신문 1면은 150명이 넘게 사망했다는 이라크 사진들로 도배가 되었다.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는데, 어째 30년 전을 리바이벌 하는 거 같다. 문제는 나선이 감겨 올라가느냐, 아니면 감겨 내려가느냐... 그걸 모르겠다는 거지...

 

* 사족

미국 문화 참 웃긴게... 카트리나 현장을 취재 보도하던 리포터들의 감정적인 태도가 요즘 최대의 연예뉴스 거리다. 그들의 태도가 일견 이해 되는 것이, 태풍 초반기에 이들도  똑같이 고립되었고 본사(?)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했고, 그러면서 정말로 "현장"을 같이 했었다. 그러다보니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그걸 자꾸 확대재생산 하는 미디어의 선정성이 어처구니 없을 뿐...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격정적인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CNN 리포터 Cooper가 이 일로 인기 급상승하면서 이번 달 에스콰이어(?) 류의 남성지에 모델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사실. 하긴, 얼마 전 뉴욕 타임즈에는 마르코스 부사령관의 발언을 실으면서 중간에 "스키마스크가 이렇게 섹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상 최초의 남성" 이라는 친절한 관계대명사절을 끼워넣기도 했었다 ㅡ.ㅡ

정말 웃겨...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