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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어디에나..

출퇴근길에 들고 다니며 지지부진하게 읽어나가던 하워드 진 할배의 [미국 민중사]를 드뎌 다 읽었다.

한국에서 번역본을 읽었으면 좀더 쉽게 (ㅜ.ㅜ) 끝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 이러저러한 우선순위들에 밀려 절대로 읽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사실 남의 나라 역사책까지 읽어줄 여유야 없지 않은가 말이다...

 

언젠가 김규항 씨 글에 보니까 요새 대학생들은 "수구꼴통, 조중동"이라는 단어만 알면 의식화가 다 된 것으로 생각한다는데...  한편으로 나 자신도 "미국 나쁜 놈, 원래 그런 애들" 이라는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거 같다. 자본주의 백기 투항자들이라는 그럴싸한 딱지를 붙여놓구 이 사회는 진보 운동이 있기나 한거야 빈정거리면서.... 

 

허나, 어디엔들... 억압과 착취가 있는 곳에 저항과 투쟁이 없으랴.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베트남 전 반대시위에 분신한 미국인이 있었다거나, 심지어 90년대 초 걸프전 때도 반전 시위가 격렬하게 일었고 그 당시에도 분신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 충격이었다. 헨리 키신저가 졸업식 축하 연설을 하러 갔을 때 교수들과 학생들이 퇴장해버렸다거나, 걸프전 당시 모두들 애국주의에 들떠 CNN 미사일 쇼나 감상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반전 시위로 수 천명이 체포되었다는 사실도 새롭고.... 

그리고 이러한 대부분의 소식들은 주류 미디어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고,

그리고 주류 미디어를 혐오하면서도 의심없이 그에 근거하여  "미국에 진보 운동이 있기나 한가?" 방약무인한 태도를 보였던 나.... ㅜ.ㅜ 부끄...

 

진 할배는 책의 말미에 따로 한 장을 할애하여 ("The coming revolt of guards") 다른 장과 달리 온전히 본인의 의견을 적었다. 소수의 자본과 권력 계층이 다수의 민중을 가두고 있는 감옥과 같은 미국 사회에서, 이들에게 고용되어 죄수들 (민중들)을 감시하고 갈등을 잠재우며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완충제 혹은 간수의 역할을 중간 계급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힘이 결합되지 않고서는, 그리고 이들이 스스로의 위치 (지배 계층에 포섭되어 그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를 자각할 때만이 진정 미국 사회의 변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투쟁과 좌절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그리고 놀랍게도 사회주의를 이야기기하고 있다. 물론 "사회주의"를 사칭한 독재 말고....

 

진 할배, 낙관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낙관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싸워야 된다고 공공연히 선동하고 있다.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ㅡ.ㅡ) 를 읽으면서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검정교과서는 당근이고) [미국 민중사]에서 느낀 것은 그 투쟁의 역사가 유달리 치열해서만은 아닐게다. 구체적인 사실들이야,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이 좀만 지나면 또 까먹고 말겠지만 갈피마다 자리한 슬픔과 분노, 저항의 드라마는 어디 잊을 수 있겠나...

  

 

* 사족

아직도 사회주의냐....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근데 "진짜" 사회주의는 과연 뭘까?

지난달 Monthly Review 가 사회주의 특집이었는데... 이어서 그거나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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