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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할은 소중하다. 그런데...

알엠님의 [타박타박] 에 관련된 글.

알엠님의 글을 읽고 엊그제 읽은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딱히 트랙백을 걸만큼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해괴한 기사였다.

 

요즘 미국 아이비리그 여학생들 중에 전업주부, 혹은 최소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집에서 아이를 돌보겠다는 비율이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대규모 서베이가 아니라 단정짓기는 뭐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도 분분했다.

 

- 기도 안 찬다. 60-70년대 여성운동의 성과에 대한 퇴행이다.

 

- 지금 세대는 현실적이다. 일도 가정도 잘 꾸려갈 수 있다는 환상을 일찌감치 버렸다.  

 

- 꼭 나쁠 것도 없다. 다음 세대를 잘 키우는 것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냐.

 

그러면서 몇몇 여학생들 인터뷰가 실렸다.

 

'내가 어렸을 적, 엄마가 집에 있었고, 나는 자라면서 그 차이를 알게 되었다. 엄마가 집에 있는 애와 없는 애의... 그래서 나는 최소한 아이가 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아이를 돌볼 예정이고, 그 이후에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볼 것이다.'

 

'나의 결정에 엄마는 기뻐했다. 그녀가 지난 세월 한 일이 바람직한 일이었다는 것을 나의 결정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예일 대학,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졸업생들의 현황도 같이 실렸는데, 40대에 이른 동창들의 경우 남성의 90% 이상이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는데 비해 여성은 1/3이 주부, 1/3은 파트타임, 그 나머지가 정규직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1. 중산층 출신의 학생들이 명문 아이비리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식 교육에 목맨 전업 주부 혹은 막강한 경제력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엄마가 필요했다. 미국 사회에서 Van Mom, Soccer Mom 은 아주 흔한 표현이다. 명문 대학에 가려면 시험 점수는 기본이요, 화려한 과외활동이 필수... 각종 예체능 활동을 섭렵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이리저리 실어 나를 수 있는 5분 대기조 엄마가 있거나, 이를 전담할 그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공교육이 취약하고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그 뒷감당은 "엄마"들의 차지가 되었으니.. 이렇게 대학에 들어온 아이들이 엄마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2. 경제력에 따른 권력 분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강력한 진실이다. 아무리 미래세대를 키우는 일이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이라 한들, 유급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가정 내의 권력 관계는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난 시절의 교훈 아니던가... 이러한 중산층 여성들의 "자발적(???) 선택"이 여성의 가정 내, 혹은 이를 넘어서 사회적 권한 약화를 가져올 것이 심히 우려된다.  

 

3. 또다른 문제는.. 이러한 "중산층" 가족 모델이 사회적으로 합리화되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또다른 부담(죄책감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을 줄 수밖에 없다. 엄마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  근데 모든 엄마가 다 그렇게 할 수 있나 말이다. 이미 미국 통계는 남성 가구원  1인의 소득만으로는 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홀어머니 가구의 숫자 장난 아닌데 말이다. (이들이 빈곤층의 대부분을 차지).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아이비리그 졸업장까지 팽개치면서 전업주부로 살 수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선택받은 소수....

 

도대체 이 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

 

아참.. 알엠님....

뭐 통계분석을 해 본건 아니지만.... 제 주변( + 제 자신)을 돌아보면.....

엄마아빠의 삶의 태도가 중요하지.. 집에서 보듬고 있었느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애요.  열심히.. 가던 길 그냥 가세요..

(그렇다고 제가 보란 듯이 잘 자랐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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