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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깨어있기...

* 이 글은 뻐꾸기님의 [가을 설악산에서 있었던 일]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며칠 간의 공백 끝에 선배가 올린 글을 보니, 마음이 몹시도 울적하다. 

학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

 

허겁지겁 시간에 쫓기는 발표와 접대성 멘트, 혹은 기술적 문제들만을 토론하고 끝내는 내가 속한 모 학회보다 그래도 나아보인다는 생각도 들고... 

본인 스스로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이 모자라기 때문에 나서기 어려워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맞고 한 편으로는 들린 생각이다. 실제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혹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까봐 우려하고 겸양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세부 갈래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서지 않으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는 어땠을까? 어느날, 대전 시내 택시 안에서 지역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었다. 그 프로에서는 신장 내과 전문의가 나와서 시민의 전화상담을 받는 중이었다. 근데, 전화를 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기저기가 쑤신 나이드신 분들뿐이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셔서 잠을 잘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의사의 대답. 저는 그 쪽 전문의가 아닙니다. 류마티스 내과나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에 가보시요. 또다음 전화. 몇 년 전에 무거운 걸 들다가 허리를 삐끗한 거 같은데 이게 왜 통 낫질 않느냐... 그리고 이어지는 몇 통의 전화들... 그 날 상담시간에 의사가 한 이야기는 저는 그 전문의가 아니라는 소리 뿐... 근데, 사실 신장내과 전문의라고 해서 동네에 개업하면 관절염 환자 안 보는 것도 아니고 요통 환자를 안 보는 건 아니다. 이 프로 진짜 웃긴다고, 택시 운전사 아저씨랑 낄낄대고 웃다보니 그 의사가 별로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모든 분야에 다 기웃거리는 것도 웃기고, 그리고 실제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저는 예방의학 중 역학 분야만 전공하기 때문에 전염병 관리니, 건강보험이니, 노동자 건강문제니 이런 건 "절대" 못 한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고... 

사회역학이라는 전공을 하면서 앞으로, 소위 내가 전문가가 아닌 수많은 사회적 의제와 학술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부딪히고 개입해야할 것이다. 과연 그 때는 어떤 논리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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