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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을 초래했던 영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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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연....

이승열의 새음반 V 발매 기념 공연에 다녀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경으로 흐르는 영상이 어찌나 눈에 피로를 주는지, 초반에 너무나 괴로웠다.

커다란 화면으로 적혈구가 휩쓸려 떠다니는 광경은 뭥미... ㅡ.ㅡ

그래서 계속 눈을 감고 들었다..... 

바깥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공연장이었던 대학로 인근은 초저녁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어둡고 인적이 드물었다.

눈을 감아버리자, 단지 정신없는 화면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까 보았던 그 어둡고 축축한 세상으로 음악과 함께 빠져드는 느낌... 

묘한 긴장과 울림... 말할 수 없는 몰입의 기쁨을 주는 공연...

 

#. 마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2013년)

마스터

앤더슨 감독의 최근작 (이래봤자 2007년 ㅜ.ㅜ) There will be blood 보고 숨막혀 죽을 뻔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덧난 상처에 과산화수소를 뿌려대며 이게 자본주의야 하고 고문하는 것만 같았더랬지... 어흑...

이 영화 마스터는 그만큼 '괴롭지'는 않았으나, 마음둘곳 없는 고단하고 유약한 이 영혼들을 어쩌면 좋을까나 싶어서 심란...  그들을 잡아두고 몰두하게 했던 전쟁이 끝나고, 무엇을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채로 갑자기 새로운 세계에 던져진 사람들은 무어라도 부여잡으려고 했다. 조금이라도 길안내가 될 수 있는 메시지를 준다면, 혼란을 헤쳐나갈 작은 빛이라도 비추어준다면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프래디와 랭카스터의 관계는 통상적인 멘티와 멘토 관계도, 구원자와 피구원자의 관계도, 유사 아버지/아들 관계도, 그렇다고 연정을 품은 관계도 아니었다. 상처와 유약함으로 하나되는 일종의 치료적 동맹???   

와킨 피닉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에 정말 후덜덜했다. 와킨 피닉스의 그 어눌하고 저열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말투와 꾸부정한 걸음걸이... 클로즈 샷을 잡던, 원경에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잡던 정말 꽉 찬다는 느낌.... 어휴... 앤더슨 감독이나 이 배우들, 영화 좀 자주 찍어달라구... 

참,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나, 같이 본 환자분께서 건강에 좋은 영화는 아닌 것 같다고 컴플레인을 했다는 것이 옥의 티... 그러게... 환자하고는 한바탕 웃고 즐기거나 감동이 북받쳐 쏟아지는 영화를 봐야지... 이건 좀... ㅡ.ㅡ 휴가내서 "남들 일할 때" 아침 느즈막히 이런 어두운 영화보는 게 나의 즐거운 여가생활인데, 다른 이들한테는 변태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자각...    

 

#. 코스모폴리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2013년)

코스모폴리스

아트나인에서 오늘 마지막 상영이라 해서 퇴근을 서둘러 본 영화...

로버트 패틴슨, 트와일라이트 시리즈를 못 봐서 사실상 해리포터 이후 그가 등장한 영화는 첨 본거임 ㅋㅋ 연기 못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이 영화는 어쩌면 그에게 맞춤옷 같은 영화인 듯... 창백하고 신경질적인 표정, 냉혹한 듯하지만 어쩔 줄 모르는 유약함이, 딱히 연기라기보다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어색한 연기를 펼쳐도 다 장면 속에 녹아드는 상황이랄까?

"자본주의라는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 뉴욕 시위 현장 광고판에 저 문구가 등장했을 때, 저건 뭔 되도 않는 겉멋인가 싶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우리가 그동안 진짜 자본주의를 알고는 있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그림 혼자 보려고 교회를 통째로 사버리겠다는 정신나간 금융자본가, 누구보다도 자본주의의 수혜자이자 시스템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그조차 자본주의 그 자체의 힘을 어쩌지 못하고,

대통령 암살도 미룰만큼 자본가를 혐오한다는 반자본주의자가 기껏 한다는 일이 3년 기다려 자본가 얼굴에 크림파이 던지면서 사진기자 앞에서 퍼포먼스하기, 도심의 시위대는 차에 낙서하고 식당에 들어가 들쥐 시체 던지기.. 그래서 결국 지금의 시스템에 정말 티끌만큼의 균열은 고사하고 손톱자국하나 내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 누구도 상처내지 못하는 그 무엇, 자본주의.

유력한 펀드매니저들조차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낙오하고 미처버리는 세계...

정말 자본주의는 인류가 통제하지 못할 리바이어던인 것인가... 

한편으로는 "야, 너네 싸워봤자야.. 자본주의 못이겨... 지금 자본주의랑 싸운다고 깝치는 애들 다 웃겨"라고 말하는 것 갈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코스모폴리스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이 세계를 폭주하는 자본주의의 정체를 '폭로'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동시에...

그러다보니 영화는 말할수 없이 음울하고 신경질적이고 기분이 나쁜데 (ㅡ.ㅡ), 

묘한 매력과 서늘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는.... IMDB 평가가 왜 그리 엇갈린지 알것만 같다니까...

당연히, 리무진 하면, 얼마전에 본 홀리모터스랑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당시 드니라방의 펄펄 끓어넘치는 육체의 생명력, 리무진으로부터의 끝임없는 탈주와 변신은, 이 영화에서 에릭의 무기력함, 끓어오르는 외부와 격리된 차폐공간으로서 리무진으로의 진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할 수 있음. 심지어 운전기사조차, 홀리모터스에서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백인여성, 이 영화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것으로 추정되는 얼굴에 상처입은 중년의 흑인 남자... 

극중에 에릭이 사람들한테 저녁에 이 리무진은 도대체 어디 주차를 하는 거냐고 물어보는데, 혼자서 '홀리모터스 주차장'이라고 대답할 뻔했음 ㅋㅋ

 

사족인데...

잭 블랙이 출연한 '버니'를 보고 싶었는데 순식간에 개봉관에서 사라져버림. 아트나인은 이런 영화나 개봉해주지 왜 레옹이니 그랑블루 같은 영화를 재개봉하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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