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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원정대 #1

본인은 친구라고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일군의 패거리가 있다. ㅋㅋ

친구 없는 그녀의 '강제된' 친구들로서 그네의 박사학위 취득을 기념하는 여행을 기획한 것이 어언 3년 전의 일이다.

사실, 박사라는 것이 쉽게 끝내는 사람도 있고 (나같은 날나리 박사 ㅡ.ㅡ) 또 남유달리 곡절이 많은 이들도 있는 법인데, 이 자는 장장 10여년에 걸쳐서 겨우 박사를 따게 되었고, 그것이 단지 주제를 제대로 못 정하거나 논문 쓰는 과정의 우여곡절 때문만은 아니었다. 논문은 오히려 쉽게 쓴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호들갑스러운 논문신공에 주변에서 유탄맞은 나같은 피해자도 있다!). 문제는 논문을 쓰러 복귀하기까지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사였다.

여기에 쓰기도 뭣한 일들,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네에게 일어났고, 지켜보는 사람도 기가 막힌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더랬다. 어쩌면 박사원정대라는 괴이한 프로젝트는 그 힘든 시기를 견뎌냈음에 대한 일종의 축하 의식이자, 빨리 논문을 쓰도록 독려하는 일종의 당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논문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북해도를 거쳐 (그런데 일본 지진 때문에 꽝), 안나푸르나에 막히고 (험한 지형 회피하는 자들), 스위스 알프스에서 다시 좌절 (비용이 넘 비싸 ㅜ.ㅜ).... 을 거듭한 끝에 뉴질랜드 남섬으로 최종 여정을 결정했다.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들고 떠났던 모르도르 산에, 우리는 박사학위를 들고 가리라... 

 

epidmiology, health economics, biostatistics..... 전공분야만 들으면 뭔가 화려할 것 같지만, 이런 고급 학문과는 전혀 상관없는 드라이빙 스킬, 요리 스킬, 가이드 스킬을 시전하며 박사 네 명이 원정대 길에 올랐다. 출장이 아닌, 비교적 장기간의 해외여행이 처음인 따끈따끈 햇박사님께서는 집결한 공항에서부터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조증 상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프로도를 따르는 샘의 마음으로 그 모든 소란을 묵묵히 견뎌냈다 ㅋㅋ

 

@ day 0

 

환승을 위해 지체한 싱가포르 공항에서 길을 잃은 박사원정대....

학위가 다 무슨 소용인가 한숨을 쉬며 정처없이 헤메이다 발견한 생명의 코코넛...

이렇게 열심히 긁어먹을 수가 없더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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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y1

 

Christchurch 도착했으나, 비용절감차 밑반찬을 잔뜩 챙겨온 햇박사가 검역에 걸려 고초를 당함 ㅋㅋ

차를 렌트하여 겁없는 P 박사가 먼저 운전하심. 운전석이 오른쪽이고 깜빡이/와이퍼 방향도 다르고, 무엇보다 우회전에 유념해야 했기에, 우회전만 나오면 모든 사람이 합창으로 "크게크게 오른쪽"을 외치는 바람에 운전자 괴로워함 .... 길에 진입하거나 회전할 때마다 차 안이 떠나가도록 사람들이 소리를 지름.. 그래서인지 (?) 여행 내내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음 ㅋㅋ 

시내 슈퍼에서 저녁 먹거리 장을 보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시내를 빠져나가 드넓은 목초지와 양떼들을 바라보면서 여행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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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착지는 Lake Tekapo....

갖가지 색깔의 라벤더들과 목초지들, 저멀리 설산이 보이는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

믿을 수없이 불쑥 파란 색으로 나타난 호수에 모두들 괴성을 지름..  물론 단연 햇박사의 목청이 우렁찼음.

호수에 연접한 숙소에 짐을 풀고, 전속 셰프 햇박사가 해준 램스테이크를 먹은 후 본격적 경치 감상...

일부는 온천으로, 일부는 호수로 산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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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에는 별관측 투어..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반사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MOA 천문관측대에 가서 쏟아지는 별들을 보면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나는 막연히 북반구 별들이 안 보일 것으로 생각하고 StarWalk 에서 오리온 자리가 보이길래 앱이 위치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줄로 착각... 하지만 그게 아니었지.. ㅡ.ㅡ

오리온 자리는 물론 잘 보이고, 남반구에서 북극성 대신 이정표로 사용되는 남십자성을 새로이 알게 되었음. 별자리에는 나만 관심있어하고 나머지는 안내하는 이의 초강력 레이저포인터에 더욱 관심을 드러냄 ㅋㅋ p 는 당장이라도 홈쇼핑에 주문할 기세였음... ㅋㅋㅋㅋ 망원경에 비친 달의 표면은 너무나 밝았고, 산꼭대기 천문대까지 전조등도 끄고 버스를 몰아가는 할배 운전자한테 우리는 경의를 표함....

다 좋은데... 두시가 넘어서 관측이 끝나고 새벽 세 시에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음.. 

인천공항 떠난지 30시간이 넘어서 겨우 잠자리에 들고... 다들 괴로워 미치려 함.... ㅡ.ㅡ

 

@ day2

 

Lake Tekapo 를 떠나 Te Anau 로 이동..

숙소를 출발한지 얼마 안 되 나타난 Lake Pukaki에 또한번 모두들 깜놀...

어떻게 저런 물빛이 나올 수 있냐며 토론하던 끝에, 혹시 관광객 나타날 일정에 맞춰 안료를 뿌리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됨.... 정말 믿을 수 없는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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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산지로 유명하다는 Cromwell 을 지나면서, 

간식으로 먹을 과일들을 좀 사고, mixed berry icecream 시식.... 이건 세상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환상의 맛.....

반지원정대인가, 식신원정대인가......ㅡ.ㅡ

 

이윽고 Queenstown 들어섰는데, 한적한 국도만 지나온 우리에게 여긴 너무 혼잡한 대도시....

마침 내가 운전중이었는데, 일행들이 우왕좌왕 주소 찾고 이전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무려 신호등 때문에 패닉에 빠져 소리를 지르는 통에 나는 정신이 쏙 빠짐.. ㅡ.ㅡ

어찌어찌 차를 세우고 유명하다는 Fergburger 에서 버거를 맛나게 먹은 후 곤돌라 타고 산에 오름...

그곳에서 또 아름다운 Lake Wakatipu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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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Te Anau 로 이동하는 길도 천상의 코스...

정말 여행 마무리에 생각한 것이지만, 자연경관은 정말 뉴질랜드가 갑이라는 생각....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이동하는 와중에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아름다운 장소에 차를 세우고

셰프 햇박사가 쪼그리고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물로 커피를 드립해주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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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Te Anau 도착...

가장 수심이 깊은 호수라고 함...

역시 풍경이 아름다움... 말할 필요가 없음.. ㅡ.ㅡ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모두들 배가 고파 실신 일보 직전...

차 안에서 미리 고기 양념을 해서 도착해 바로 구워먹자는 막말까지 출현.... 

쾌적한 숙소에서 값싼 쇠고기 스테이크 구워서 샐러드에 지역 특산 pinot noir 곁들여 포식....

그리고는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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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행의 전반부가 저물어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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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지 않은 지구멸망의 예언...

기대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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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은 지구에 아무런 불상사도 생기지 않았다네...

영화 <멜랑콜리아> 같은 위험하고 매혹적인 광경은 결코 눈앞에 펼쳐지지 않았지.......ㅡ.ㅡ

 

한해가 저물고 새로 시작된다는 것이, 인간들의 인위적인 구분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자연의 '주기'가 담긴 것이라, 또 그것에 맞춰 지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내다보는 것이 그리 나쁜 일은 아닌 듯....  이렇게라도 안 하면, 엄청난 속도에 휘둘려 내 인생을 내가 산 것 같지 않은 기이함에 빠져들고야 말지...

 

 

# 2012년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 정치적으로...

 

이런 꼴을 볼 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것들을 무더기로 보았던 해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

당은 만신창이가 되고,

소위 '진보'는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폭을 계속하고......

진보정당 당원이 된 이래, 이토록 난감하고 무력했던 시기는 일찍이 없었지.

통 연락하지 않던 행인님에게까지 문자를 보내 고민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던...  

특히나 대선정국에서 나는 주위의 누구에게도 내가 누구를 지지한다고, 어느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용감하게 주장하지 않은 것은 나로서는 최소한의 양심을 지킨 행위였다고 생각함.... ㅜ.ㅜ  

 

@ 죽음이라는 키워드...

 

이재영 국장과 개인적 친분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 심란한 대선을 앞두고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으로 먹먹했음.

뭔가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생각도 들고....

 

후배 J 의 죽음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휴대전화 속 그의 연락처를 지울 수 없는 건, 

살고자 욕망했던 그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뿐 아니라, 그와 공유했던 시대의 경험들이 오늘날 이런 찌질한 현실로 남게 된 것이 너무 허무하고 속절없이 느껴져서일 수도....

 

에릭 홉스봄 할배야 워낙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으니 '안타까움'이야 없지만

역시나 한 시대의 끝을 실감케 하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심란함이....

 

그리고, 잠깐 손놓고 있던 자살 관련 연구를 재개하면서,

일년 내내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음... 

 

@ 새로움...

 

어두움만 있었던 한 해는 아니었음

 

사당동으로 거처를 옮기고, 출퇴근 시간을 좀더 여유있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네...

햇살을 맞으며, 한적한 대로를 걸어 일터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여...

다만 아쉬움이라면.... 지하철 타는 일이 줄면서 독서량이 급감했다는... ㅡ.ㅡ

글고, 동작구도서관에는 책단비 서비스가 없다는 것도 독서량 감소의 기여요인...

하지만 독서의 가장 큰 적이라면 뭐니뭐니해도 어른패드... ㅜ.ㅜ

이 마법의 기기는 블로그 포스팅 습관마저도 앗아갔지... 

 

드디어 일본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빅뉴스!!!

비록 말 한마디 못하지만서도, 떠듬떠듬 책을 읽으며 일본사회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시 한국사회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도 대견하고 기쁜 일이었지...  

국제연대활동이라며 무보수로 성실하게 가르침을 주신 미야우치 선생님께 그저 감사드릴뿐!!!

선생님이 매주 사무실로 와주시지 않았다면 이런저런 일정 핑게로 수업을 그토록 꾸준하게 할 수 없었을 것이여...

 

새로운 음식 만들기에도 도전했던 한 해...

쑥버무리도 만들어보고, 가지나물, 곤드레 나물밥, 인도식 커리, 단호박 죽....

내년 봄에도 쑥버무리 배터지게 해 먹어야지 ㅋㅋ 삼베 보자기까지 샀다구!!!

 

@ 풍성한 정서적 경험들...

 

한 달에 한번씩 나들이 계획을 세웠는데, 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많이 놀러다녔음 ㅋㅋ

나의 옛 친구들은 맨날 놀러다닌다고 팔자좋은 인간이라고 비난하고,

업무 영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워커홀릭인 줄 아는 기묘한 이중생활.. 훗...ㅋㅋ

 

오로라 탐험이라는 엄청난 일정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이후 부석사와 무섬마을, 상원사/월정사/오대산숲길,  강릉과 동해, 변산반도와 김제금산사, 군산..

심지어 강릉 여행은 오랜만에 부모님 모시고 효도까지!!! (뜻하지 아니한 안보관광..)

비록 발표준비와 미팅일정 때문에 바쁘기는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도 다녀오고

아직 정리는 못한 뉴질랜드 남섬 여행도 무사히 완수....

 

공연 또한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감상...

델리스파이스, 넬, 브로콜리 너마저, 이자람의 사천가와 억척가...

 

아쉬운 건 오로지 책.... ㅡ.ㅡ

 

@ 놀기만 한 건 아니여....

 

연구소에 중요한 인적 변화가 생겨서, 노건연 집행위 활동은 일단 접고 연구소 일에만 집중했던 한 해...

이런저런 실천적 연구과제도 몇 가지 수행하고, 

나서기 엄청 싫어하는데 할 수 없이 토론회에도 몇 번 나감.. ㅜ.ㅜ

 

"**연구회" 를 통한 노동자 지원활동을 꾸준히 했고,

일부 긍정적인 성과들과 논의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뿌듯 ...

 

연구소에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전문가로서인지, 조합원으로서인지 애매하지만 공공노조 활동에 기여한 것도 뿌듯...

 

장시간을 끌던 논문 하나를 드디어 쫑내고 (ㅜ.ㅜ)

밀려있던 과제를 털어버릴 수 있는 조력자를 구한 것도 연말의 큰 성과... 

 

찻집 방담에만 머물던 공공성 문제를 드뎌 세미나로 조직화한 것도 나름의 성과임...

물론, 논의 결과를 정리하고 시즌 2를 시작해야 한다는 거대 과제가 남겨져 있음 ㅋㅋ

 

강의하는 거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데

사회역학을 널리 알리겠다는 나름 숭고한 목적으로 ㅜ.ㅜ

K 대 강의도 한 학기나 해주고, S 대학이랑 H 재단에도 몇 차례 강의...

심지어 천안과 부산도 한 차례 뛰었음...ㅡ.ㅡ

내년에는 좀 은인자중...

 

 

@ 총평하자면....

 

나름 다사다난...

정치적 영역을 제외하면 (ㅜ.ㅜ) 개인적으로는 보람도 있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도 많았던 한해...

하지만 허송세월도 많았고, 특히 어른패드 때문에 글쓰기와 책읽기가 게을러지면서

바보될 뻔한 위기에 처한 한 해이기도 했음.... 이러지는 말자구.....

 

 

# 다가오는 새해에는...

 

흔히들 작심삼일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지킬 수 있는 결심을 대개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거의 없음 ㅋㅋ

몇 가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자면...

 

1. 일본어 공부 꾸준히 하기

지금 읽는 '관전사' 마저 다 읽고, 복지정치 제도의 진화에 대한 책을 읽었으면 좋겠음. 잠깐 방통대 등록도 고민해봤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이라는 자각...  

 

2. 책읽기와 블로깅 다시 열심히...

퇴근 후 여흥용으로 어른패드 만지작 거리는 시간 줄이고,

매일 최소 한 시간은 책읽기나 글쓰기를 하자구...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닌데....ㅡ.ㅡ

 

3. 멈추지 않는 나들이

한달에 한 번 나들이가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쉬운 일을 아니지만

그 정도는 신경을 써야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사수할 수 있다는게 경험으로부터의 학습...

 

4. 신체활동량 증가...

극한의 날씨가 아니라면 걸어서 출퇴근을 꼭 지키자구!!!

점심시간에도 청권사 나들이나 서리풀 둘레길 정도는 돌고 오는 것이 올해의 목표...

 

5. 밀린 원고들 털기...

지금 밀려 있는 논문이랑 보고서 후딱 털고 새로운 글 좀 써보자 ㅡ.ㅡ

상반기에 모두 터는 것이 목표!!!

 

6. 도전: 대금 혹은 도시농업....

바로 아파트 정문앞에 대금 교습소가 있는데도 어쩌지 못했던 이 가련한 신세라니...

다음 주에 알아보고 2월부터 시작해볼 생각임...

동작구에서 열리는 도시농부학교 참여해보고 싶은데 여름부터 시작임... 일단 연구소 워크샵 통해 올해 업무량과 활동량을 가늠해본 뒤에 결정해야 할 듯...

 

7. 정치/사회활동....

이건 개인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진보정당 활동은 뭐가 되었든 좀 결론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ㅡ.ㅡ

전반적으로는 '은인자중'과 '부동의 평정심'을 모토로 삼아 조용하고 신중한 몸가짐을 갖겠다는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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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과 억척가...

기록 없이는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중한 깨달음으로 열심히 복기...

 

#. 서칭 포 슈가맨 (말릭 벤젤룰 감독, 2011년)

 

서칭 포 슈가 맨

 

'다큐' 본연으로서는 좀 이상한 영화.... 전반부에 등장해서 마치 슈가맨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인터뷰했던 사람들... 인터뷰가 진행된 영화 제작 시점에서는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던 거잖아... ㅡ.ㅡ

 

근데, 이런 문제를 다 덮어버릴 수 있는 건, 슈가맨 로드리게즈의 삶 그 자체.... 디트로이트의 황량함마저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음악들....

비루하지만 이를 통탄하지 않고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함.... 그리고 내가 그토록 갖고자 하는 부동의 평정심..

 

어둡고 칙칙한 눈오는 디트로이트 거리를,

낡은 코트를 걸친 그가 구부정하게 한발한발 내딛는 장면에서 도대체 왜 눈물이 나는 건지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웠고,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목이 메어오는 느낌.... 이건 무엇일까?

 

사족이지만, 영화를 통해 한 가지 새롭게 깨달은 것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백인이라고 해서 모두 희희낙락 행복하게 살지는 않았다는 점...

감시와 규율, 철권통치는 리버럴한 백인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것이었음을 난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다네... 너무 당연한데도 말이지.... 세상을 그리도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니... ㅡ.ㅡ   

 

#. 이자람의 <억척가>

 

포스터이미지

 

 

그녀는 그 나이에 어쩌자고 이런 작폼을 만들어내고 공연할 수 있는 것일까???

관람료 3만원은 너무 저렴하다는 생각을 절로 만드는 공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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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에 대한 책 두 권

도서관 반납의 압박...ㅡ.ㅡ

 

#. 피터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책세상, 2012

 

*

지식사회학, 종교사회학 분야의 '거장'이라는 노학자 피터 버거가 자신의 학적 생애사를 돌아본 책

'내용' 자체가 부담없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이야기, 심각한 이야기들도 시종일관 유쾌하게 다루고 있어서 

왠지 부담없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기묘한 힘이 있음 ㅋㅋ

이를테면 뭣도 모르고 돈이 없어서 일단 야간학부에 등록했는데 거기가 바로 뉴스쿨... ㅋㅋ

"배우고 싶어하지 않으면 최소한 재미있게라도 해주자" 이런 금언....

 

*

근데 책 자체가 특정한 내용보다는 자신의 학적 궤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을 재미있게 쓴 것과는 별도로 저자의 삶 혹은 학문적 태도에 대해서 삐딱하게 이야기를 할 수밖에...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보다 사소한 문제를 연구하는 오늘날의 사회학 풍토가 못마땅한 것은 물론 익히 공감...

이건 예전에 알랭 드 보통이 "수단의 진지함과 목적의 하찮음 사이의 괴리"라고 지적한 것이기도 함

또한 베버의 '가치중립'을 삶의 지표로 삼아 '강단 예언자'로서의 길은 거부하고 이데올로기의 풍랑에 초연하려고 했던 것 또한 충분히 존중받을 일이라 생각...  연구 안하는 정치낭인 성향의 학자들이 많은 한국상황 보면 특히나 그렇기도.... 

 

*

그런데, 과연 사회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가치중립'적 학문일 수 있는지는 도대체가 미지수...

페미니즘과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름', 사회주의적 가치에 대한 가히 "진절머리" 수준에 가까운 혐오, 순수하게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자문, 지식사회학적 관점에서 담배회사에 대한 자문, 극우 꼴보수는 아니지만 내내 공화당 지지.... 이런 모습 등은 당최 미스테리.... ㅡ.ㅡ

 

저자는 물론 이렇게 이야기했음.

"사회학의 분석적인 부분은 당연히 '가치중립'적이어야 하지만, 그 실제 적용은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도덕적으로 적당하다"  

"사회학은 우리가 사회의 꼭두각시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꼭두각시와는 달리 고개를 들어 우리가 매달린 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발견이 자유를 향한 첫 걸음이다."

그는 '가치중립적 과학'은 가능하지만 '가치중립적' 과학자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이중시민권" 개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게.... 참 훌륭한 말씀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왜.............?? 

 

68세대가 사회의 주도적 위치에 오르면서, "사회학 대부분의 영역에서 '계급, 인종, 젠더'라는 표어가 위세를 떨치게 됐다. 좌익 자유주의가 많은 분야에 퍼지면서 억압적인 정설로 굳어갔던 것이다"는 발언이나, 젠더감수성에 대한 하버드 여학생들이 문제제기를 거의 생떼 수준으로 묘사한 것들을 보면 그냥 영남 지역구 국회의원 같아... ㅜ.ㅜ

마찬가지로, 종교사회학자이면서 어떻게 기독교신자로 계속 남아 있는지도 의문....

'의심에 대한 옹호'라는 책까지 쓰신 분께서 말이지......

이 경우야말로 베버적인 학문적 가치중립과 생활의 도덕적 판단이 이상적으로 분리된 거임???

 

뭔가 찜찜학 속에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읽다가 덮어두었던 라이트 밀즈의 <Sociological Imagination>을 다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 계승범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계승범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2011

 

*

최근 몇 년동안 미시사, 생활사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지면서 풍속이나 문화에 대한 역사서들이 많이 출간되는 편이다. 그런데, 내심 나는 그런 책들이 불편했다. 예전에도 짧게 포스팅했던 적이 있는데, 

양반의 풍류나 안빈낙도는 도대체 무엇에 기반하고 있냔 말이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비 계층은 당대의 지배계급, 즉 봉건사회의 지배계급인 지주였잖아... ㅡ.ㅡ

지식과 정치적 권력과 심지어 경제적 자본까지 삼위일체로 가진 계급이 다른 노예제/봉건제사회에도 있었나??

 

*

이 책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나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정리하고, 궁금해하던 것들을 말해주고 있음 ㅋㅋ

오늘날의 잣대가 아니라 당대의 지배적 규범인 유학 그 자체에 비춰 보았을 때에도 선비라는 엘리트 계급의 행태가 터무니없고 퇴행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함. 그리고 오늘날 선비 개개인의 일면 - 특히 예술활동이나 개인의 인성과 관련된 - 에만 집중하면서 이를 미화하는 세태에 대해서도 엄청 비판....

이 책의 주장들이 주류 학계 내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내 속은 시원했음........  

 

*

몇 가지 논점들을 정리해보자면

  • 선비는 지주계급, 청렴결백과 안빈낙도 개뿔...
  • 조선후기 산림정치의 본질은 권리와 권력은 누리면서 정작 의무와 책임은 회피하는 훌륭한 안전망
  • 국왕을 우습게 여긴 것은 민주주의라기보다 사대적이고 모화적 문명관 때문 (조선 국왕은 암 것도 아님. 진짜 우리 보스는 명나라에 계심 ...이런 마인드 ㅜ.ㅜ)
  • ''치국'의 근거로서 유교이론은 3천년 역사상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된 바 없음 ㅡ.ㅡ
  •  서얼, 노비, 여성 등에 대한 극단적 차별은 유교의 본질에도 어긋남. 그들은 다만 나라야 망하던 말던 특권을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음. 
  • 그래서 결국 나라 말아먹음 ㅜ.ㅜ 한번도 스스로의 세금을 늘이거나 군역을 지겠다는 결정을 내린 적 없음. 상공업 도입하려면 오히려 난리치고.... 노비 늘이려고 법 바꾸고, 노비와 상민 결혼시키고.... 
  • 요약하자면, 무능하고 욕심많은 그냥 지배계급...  고상한 정신과 학문적 성취는 사기캐릭.... (예전에 다른 책에서 서구의 시민혁명 당시, 사람들이 왕이 아니라 먼저 성당을 불태웠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임진왜란 초기에 평민들이 오히려 왜군을 환영하고 양반집을 공격했다는 이야기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됨...)
  • 조선의 선비들이 정치에 실패한 것은 유교의 "가르침을 제대로 수행하려 노력하다가 시세를 잘못 만나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자기들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일에 몰두했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야말로 '지배엘리트'로서 선비계급에 대한 가장 신랄한 평가라 할 수 있을 듯....  

근데, 안타까운 것은 근대의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이러한 과거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어려웠다는 점..

이러한 퇴행적 지배계급을 비판하고 근대화하자고 하면 그게 곧 '친일'이 되는 상황이고

민족적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이 그러한 질서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지킬 수밖에 없었던....

정작 '치국'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위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던 지배엘리트 들이 몇 번의 의병투쟁을 통해서 (근데, 또 이들 위정척사파 중 상당수는 조선이 아니라 중화를 지키기 위해 싸웠음 ㅜ.ㅜ) 애국자로 평가받는 아이러니....

 

*

최근의 흐름에 대해서, 특히 유교자본주의와 유교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엄청 비판적 의견을 제기함

근면성실과 높은 교육열은 다른 사회 (이를테면 유대민족)에서도 관찰되고, 가족중심성은 이슬탐 사회가 오히려 특징적이며 다른 안전망 없는 상태에서 부득이한 선택일수밖에... 무엇보다 유교의 본래 가치는 상업적 행위나 이윤추구를 높이 평가하지 않음...

또한 군주권에 제약을 가하는 대간제도라는 것도 조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왕을 겁박하고 휘두른 것의 상당 부분은 '민주주의'라기보다 '중국의 천자'가 아닌 그 하수인에 불과한 '조선의 국왕'이 우습게 보여서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  또한 유사이래 어떤 정치제도도 민중을 위한다고 하지 않는 것은 없었으며, 향약은 지역사회 자치라기보다 엘리트들의 촘촘한 연결망이자 지배망...

오히려 선비들은 소통에는 잼병이었음... ㅡ.ㅡ

 

*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몇몇 측면을 들어 선비를 찬양하는 최근의 트렌드는 저자의 큰 우환... 

 "이제 그만 선비를 역사로 놓아주자" 는 이야기에 나도 완전 동의.....

 

그리고 이건 그냥 막 던지는 이야기이긴 한데,

한국사회에서 국민의 정부 이후 수많은 교수들이 정치로 빨려들어가는 현상도 이런 선비계급문화의 유구한 전통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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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책 정리...

정리하려고 쌓아둔 책들이 쓰러지기 일보직전....

 

#. 한병철 지음. <피로사회>

 

피로사회
피로사회
한병철
문학과지성사, 2012

 

*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첫 문장을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시작했다.

오늘, 이 시대에 고유한 질병이란 과거와 달리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에서 비롯된 질병이며, 

그래서 '피로사회'가 되었다는 이야기로 압축할 수 있겠다.

외부 혹은 타자에 대한 면역반응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적 동력에서 비롯된 과잉... 그래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해할 수도, 치료할 수도 없는...

 

*

21세기가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모하면서, 주민들은 복종주체가 아닌 (규율단계를 졸업한) 성과주체가 되었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이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면, 성과사회는 우울증과 낙오자를 낳는다.

이런 사회에서 지배기구가 소멸된다 해도 자유는 도래하지 않는다. 자유와 강제가 이미 일치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일명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

과다한 노동의 성과는 자기 착취로 치닫고, 하지만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효율적이다. 착취자는 동시에 피착취자이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더이상 분리되지 않는다.

즉, 성과사회의 심리적 질병은 이러한 역설적 자유의 병리적 표출이라는 것이다.

 

*

한편 긍정성의 과잉은 자극, 정보의 과잉으로 이어지고, 이는 '멀티태스킹'을 낳았다. 심심함은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었으며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전반적인 산만함은 강렬하고 정력적인 분노가 일어날 여지를 없애버렸는데, 이 때 분노란 어떤 상황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

 

*

학문분야들마다 사용하는 렌즈가 다르니까 그런가보다 하지만,

소위 '피로사회'라고 명명될 만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내면의 풍경은 날카롭게 지적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왜 이런 피로사회가 만들어졌는가, 누가 이를 구축하고, 누가 이로부터 이득과 피해를 경험하는가에 대한 구조적 시선은 원천 차단... ㅡ.ㅡ

자발적 과잉이 없지는 않겠으나, 과연 오늘날 사람들이 미친듯이 일해대는 것을 자기착취로 명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이를테면 부록 '우울사회'에서 소진 (burnout)을 자발적인 자기착취의 병리학적 결과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일세....

어느날 "짠 "하고 성과사회가 출현하고, 개인들은 갑자기 정신줄 놓고 몰두하다가 탈진해버리는 건 아니잖여... 

역사와 정치경제적 맥락을 탈각한 이런 서술 방식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고 마음에 들지도 않음.

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가???

아무래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일단 얇고, 

그리고 또다른 방식의 힐링과 마음의 자각을 주기 때문 아닐까 싶음... 네가 피곤한 건 이래서야..... ㅡ.ㅡ

 

 

#. 김상봉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김상봉
꾸리에, 2012

 

*

역시 철학자가 쓴 책인데, 이 쪽은 훨씬 이해가 잘 되었음.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서인가 ㅋㅋ

책을 빌려주신 CY 샘은 좀더 추상수준이 높은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너무 구체적 디테일에 천착하는게 오히려 아쉬웠다고 평하셨지만, 그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예상보다는 철학적 논의가 풍부했음

철학자가 본 자본주의의 전복 가능성 - 총들고 싸우는 혁명 말고 - 을 오늘날 현실의 법과 제도, 그 균열과 모순 사이에서 찾아본 시도라고 요약할 수 있을 듯...

 

*

공화국도 뛰어넘어 기업국가, 기업사회가 된 마당에서

새로운 변화는 잉여가치를 노동자가 관리하자는 것, 즉 경영권을 노동자가 갖자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반드시 자유가 소유에 기초하는 것은 아니며, 기업의 소유 (소위 주주)와 경영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장기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소유주와 노동자는 동일한 이해를 가질 수도 있다...  '경영권'이라는 것이 소유할 수 없는 개념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자격 (공식 직책으로나 주식소유로 보나)도 없는 총수들이 전횡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해보자는 것이다.  

 

일단은 자본주의 기업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주식회사로부터 논의를 시작했지만, 노동자 경영제도는 공공기관, 공기업 등에 당장 도입될 수도 있고, 또 이는 단순히 최고경영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준에서 작업장 통제권과 노동자 자치를 포함하는 일련의 민주주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노동의 현장에서 자치를 확보하고, 생산과 초과이윤 분배 (재분배가 아니라!)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혁명 혹은 심도깊은 사회개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던 것은, 앙드레 고르의 문제의식에 대한 샘의 의견이었다.

고르는 노동자 자주기업 또한 자본가 권력을 다른 얼굴로 대체한 것일뿐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주의가 만약 도구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바로 그 말...

또한 초과이윤이 발생하지 않는 비영리 기업, 혹은 협동조합 같은 경우 노동자 경영권은 어떤 형태이어야 할까??? 사실 연구소 월례 세미나 때 김상봉 샘을 초청했고, 직접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다들 어찌나 질문이 많은지....도대체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ㅜ.ㅜ

 

*

말이 나온김에... 월례세미나 분위기는 아주 따뜻하고 유쾌했다. 개그 욕심이 상당하셨는데, 참가자들이 또 그걸 엄청 좋아함 ㅋㅋ 참석자들과 강연자 사이에 묘한 상승기류가 형성되어 뒤풀이마저 아주아주 뜨거웠더랬다.  

두세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건, 주류 철학계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씨알사상이나 자본주의 문제 탐구를 해서 힘들지 않으시냐는 진지한 질문에 "뭐가 힘드냐, 프론티어라고 생각한다"는 근자감 폭발 답변ㅋㅋㅋ  그 뒤로 세미나 참가자들은 "우리 프론티어 김 선생님" 이라는 애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끝나고 정류장으로 가면서 당원이라고 수줍게 (?) 고백하고 진보신당이 과연 어찌 될까 여쭤봤다. (점쟁이 만난게냐.. ㅡ.ㅡ). 샘은 서두르면 또 망한다고, 한 3년을 두고 천천히 가야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게요... 근데,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ㅡ.ㅡ

 

#. 단비뉴스 취재팀 <벼랑에 선 사람들>  

 

 

벼랑에 선 사람들 - 서럽고 눈물 나는 우리 시대 가장 작은 사람들의 삶의 기록
벼랑에 선 사람들 - 서럽고 눈물 나는 우리 시대 가장 작은 사람들의 삶의 기록
제정임.단비뉴스취재팀
오월의봄, 2012

 

*

이런 '류'의 책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또 여기에 담긴 삶들이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청년 세대들이 이런 종류의 탐사취재를 하고 책을 엮어 냈다는 사실 자체에 경의를!!!

"요즘 애들"이라고 싸잡아서 비난을 퍼붓거나 혹은 치유와 힐링의 대상으로서만 청년세대를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소중한 증거자료라고 할 수있음.

이들은 날카로운 눈과 용기를 가졌고, 공감과 성찰 능력이 있으며

생각보다 멀쩡함 ㅋㅋ

이런 잠재력들을 키워주고 엮어주는 것들이 기성세대와 교육자의 중요한 역할.... 

 

*

벼랑에 선 사람들의 현실은 그저 막막...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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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에게...

오늘같은 날에는 꼭 읽어주고 싶은 전연옥의 송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개

 

그는 사랑을 잃었네

사랑을 잃고 봉분 하나를 그는 얻었다 하네

익명의 소문들이 그의 생애를 지우는 동안

슬픔이 창궐한 전등불 아래서

사람들은 경악의 얼굴로 술을 마셨네

아름다운 기억들이 술잔에 가득 넘쳤네

그가 기른 가축들이 긴 나무 다리를 건너와

시린 별빛 아래서 이별을 고하는 동안

어떤 편안한 잠이 그의 곁에 와 누웠네

아무도 그의 사랑 찾아주지 못했네

 

그가 잃은 사랑 눈먼 자의 슬픔으로 떠돌 때

사람들은 새끼처럼 꼬여 칼잠을 자고

꿈속 어느 갈피 짬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네

그가 찍은 삶의 구두점이

동행 없는 모습으로 거리를 헤매고

안개가 그의 그림자를 지우고 있었네

아무도 그의 사랑이 되어주지 못했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잘가요...

여한은 남은 이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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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들...

어쩌다보니 근 두 달 만의 불질이로세.... ㅡ.ㅡ

 

정신못차리게 바쁘기도 했거니와, 어른패드가 생기는 바람에 퇴근 후에는 그걸로 간단한 일처리를 하면서 컴을 켜는 일이 많이 줄어서인듯... 

어른패드에서도 불질 할 수는 있는데, 그건 또 웬지 안 어울린다는, 사실 딱히 근거도 없는 생각... 

 

그동안 본 영화들, 공연들....

 

# 브로콜리 너마저 < 이른 열대야> (KT&G 상상아트홀)

 

포스터이미지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은 공연이라는데, 나는 딱히 위로받을만한 상처가 없어서인지 그런 감정은 없었고

그냥 좀 귀엽다는 느낌? ㅋㅋ

솔직하게 말하자면, 뭔가 아기자기하고 사려깊으면서 소심한 소녀풍의 이미지랄까....

어쿠스틱 감성이라고 뭉뚱그리기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고...

사실 김광석의 음악이 대표적 어쿠스틱 정서라고 할텐데, 그의 음악이 숲속의 자작나무 같다면 이들의 음악은 파스텔 색조로 튀지 않게 단장한 친환경 가구 같은 느낌이랄까??? (뭔 말이여???)

어쩌면 이건 인생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일지도....

 

#. <다크나이트 라이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

 

아이맥스로 보려고 개봉 한참 후에는 겨우 보게되었음.

연작 세 편 중 최상은 역시 두 번째 <다크나이트>. 하지만 완결작으로서 이보다 더 나은 엔딩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 이별이라니 뭉클한 감정도 ㅋㅋ (심지어 마지막에 로빈이 등장할 수 있는 여지마저 남겨놓고 손을 털어버린 놀란 감독, 참 대단한 양반!!!)

 

신파적 서사와 반민중적 혁명론이 맘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더이상 영웅이 필요없는 고담시에 대한 여러 가지 표현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임. 배트맨이 혼자 고고하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경찰들과 함께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은 한편으로 탈영웅주의이되, 또다른 한편으로 민중 스스로가 아닌 공권력인 경찰에게 그 힘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체제순응적이기도 함.

 

그리고 무엇보다 예상못했던 것은 베인이 이 시대의 순정마초였다는 점!!!

그 눈물 한 방울... 흑!!!

미란다를 보면서 이 영화의 숨은 교훈이 혹시 '여자는 진정 요물'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음. 심지어 주먹도끼는 미란다가 부자된게 베인이 용병으로 벌어온 돈 덕분이라면서, 베인 불쌍하다고 장탄식을 늘어놓음 ... ㅡ.ㅡ

해리포터의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와 베인 중 누가 더 진정한 순정마초인지 자웅을 겨뤄볼만 함..

 

크리스천 베일, 고담시도 구하고, 지구도 구하고, 이제 우주만 구하면 될 차례!!!

킬리언 머피, 기어이 세 편의 영화에 다 출연하다니, 반가우면서도 짠한 마음...  이제 좀 큰 역할로 돌아와줘....

 

# <프레스티지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06년)

 

프레스티지

 

다크나이트 기다리면서 쿡으로 찾아본 영화...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이건 호러...

갈 데까지 가보는 인간의 집착과 광기라니...

크리스천 베일, 휴잭맨 완전 후덜덜....

왜 이영화가 별로 주목받지 못했었을까나... 

너무 다크하기 때문일까?

 

# <멜랑콜리아> (라스 폰 트리에 감독, 2011년)

 

멜랑콜리아

 

만일, 이렇게 압도적이고 숨막힐 듯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무리된다면 나도 저스틴 (커스틴 던스트)처럼 지구의 마지막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영화라는 장르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 영화임.

지독하게 우울하고, 어둡고, 하지만 웅장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믿기 어려울 지경.. 영화를 보고나서 한참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네...

여태까지 본 최고의 종말 서사..... 

아, 그 푸른 멜랑콜리아를 잊을 수 없어...

 

# <내 아내의 모든 것> (민규동 감독, 2011년)

 

내 아내의 모든 것

 

의외로 재미있게 본 영화..

두 찌질한 남자를 거둬들이는 여자 어른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우쭈쭈쭈ㅋㅋ

사실 극 중 임수정이 비호감으로 여겨지는 게 독설과 수다 때문인데, 가만 들어보면 이야기하는 내용들 중 하나도 틀린 게 없음. 속시원하다는 느낌....

잘생긴 꽃미남이나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라, 어쩌면 이런 영화야말로 진정한 어른 여자용 판타지... 

<장화 홍련>, <행복>,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에서 장기요양 전문배우로 활약했던 임수정의 변화된 모습에 깜놀함. 이선균은 멋지게 나왔다는 TV 드라마들을 내가 못봐서 그런지, 찌질 전문 배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음 ㅋㅋ 유승룡은 전혀 새로운 유형의 카사노바 탄생 ㅋㅋ "이제 그만 뽀삐를 놓아주세요" 라는 임수정의 위로에 흐느끼는 카사노바에서 완전 빵 터짐.....

이들 배우와 감독의 다음 행보에 주목...

 

# 이자람의 <사천가> (화성아트홀.. 멀리까지... ㅡ.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와우...............

이토록 심오하면서 재미난 공연이라니....

일행들 모두 깜놀하고 대만족....

'꽉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상호작용하는 무대의 매력이란 이런 것.

판소리의 마력에 흠뻑 빠져보아요....

다음엔 수궁가나 심청가 공연을 꼭!꼭!꼭! 보자고 약속하며 공연장을 나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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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제로의 노동조합을 시작하며

 

연구소 상근 연구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분회...
이정도 길이의 이름이라면 일찍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씨가 계셨다... ㅡ.ㅡ
연구소 상근 연구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분회...
이정도 길이의 이름이라면 일찍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씨가 계셨다... ㅡ.ㅡ
 
연구소 상근 연구자들이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분회...
이정도 길이의 이름이라면 일찍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석..."씨가 계셨다... ㅡ.ㅡ
 
노조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4월 경이었는데,
도대체 공공노조에서 만나주질 않아서 (ㅜ.ㅜ) 진행을 할 수가 없었더랬다.
뭐 교육이라도 받고 가입을 해야 할 거 아녀... 
하지만, 장기투쟁 사업장도 많고, 마침 화물연대 파업도 터지고....
이런 하찮은 사업장 따위에 신경 써주길 바라는게 무리였던 게지... ㅡ.ㅡ
 
어쨌든 공공노조 부위원장님이 사오신 참외를 먹으며 늦게나마 이런저런 설명도 듣고 조합원만이 누릴 수 있는 엄청난 혜택 (?)도 알고 나서 우리는 다같이 가입 서류를 작성했다.
심지어 분회장도 1분만에 뽑았다.
노조창립 기념타월이나 우산이라도 돌리면 좋겠지만, 우리 형편에 그건 어렵고,
분회장이 십자수로 만든 핸드폰 줄이라도 돌리면 어떨까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좀 웃겼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너무 싱겁게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호호깔깔 웃음 속에서 이루어진 게다.
서로들, 이렇게 긴장감과 비장함이 없는 노조는 첨 본다고 웃었다.
노조를 만들어보겠다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때로는 목숨을 걸고, 몇날 몇일 노숙을 하고, 또 금전적 손해와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인데 말이다.
 
그래서...  
몇 가지, 이 상황에 대해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에게, 또 연구소 후원자들에게, 그리고 다른 연구자  혹은 비영리/공익 단체 활동가들에게 설명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1. 우리는 왜 노조를 결성하는가!
 
사실 이미 우리 일터는 충분히 민주적이고 소위 노사갈등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일상적 의사결정은 주간회의를 통해서 함께 이루어지고, 
이사회나 회원 총회에서 큰 방향들이 결정되는데 이 또한 매우 민주적이다. 
 
또 소위 '사원'복지라면, 월급 적다는 것 빼놓고 문제될 만한 것이 없다.
(오히려 소장님이 우리한테 수탈당하는 구조라는게 적합... 맨날 거둬먹이느라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연구소 재정 충당한다고 강의 맡아라 세미나 열어서 우리 공부좀 시켜라.... 이런 요구 때문에 괴로워하심. 심지어 요즘 매주 논평까지 쓰시느라 더욱 고생..... 하지만 안 힘든 척ㅋㅋ)
실제로 이사회에서 상근자들 급여 인상을 결정해도, 후원금과 노조/시민사회의 연구의뢰로 재원을 충당하는 빤한 사정 때문에 상근자들 스스로 인상 폭을 조절하는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소위 '스펙'에 비해 급여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한국사회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임금 통계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 우리 월급 적다고 징징거리는 것은 볼썽 사나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걸 감수하기로 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다음 세대의 진보적 연구자/활동가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의 생활임금은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접점을 찾기 위해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ㅡ.ㅡ) 고민한다.
 
그리고 근무시간의 자율성이 높고, 구성원들의 헌신과 조직몰입도, 상호신뢰도 뭐 최상급 ㅋㅋ
 
따라서 임금인상이나 기업복지의 확대가 우리가 노조활동을 하는 이유는 아니다.
(물론 이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민주적인 논의 구조와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분명히 교섭을 하기는 할게다.)
 
우리가 노조를 결성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노동계급으로서 '당연'한 일이고,
노조야말로 '덩치'와 '머리 수'만이 유일한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랑 세 명, 미미한 숫자지만 티끌모아 태산 ㅡ.ㅡ
 
 
#2. 노조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투쟁과 갈등이 있어야만 노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의 노조 조직률이 그리 높은 것은, 임금이 너무 낮거나 노동자 탄압이 심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노조 조직율이 높기 때문에 그 힘을 무기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파업이던 대타협이던, 노동자의 목소리를 관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수단은 노동조합이다.
그것도 개별 사업장/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산별...  
 
하지만 한국의 극심한 노동운동 탄압, 혹독한 근로 환경, 반노동적 문화는 노동조합 건설을 극한의 생존권 투쟁, 민주주의 투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노동조합 활동이란 때로는 목숨을 걸만큼 대단한 결의를 필요로 하는 비장한 그 무엇이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운동권' 문화이거나 혹은 경외감으로 바라봐야 하는 특별한 헌신...  
 
상대적으로 기업복지가 잘 되어 있거나 근로환경이 좋은 대기업 노동자들은 굳이 절박한 생존권 투쟁이 필요하지 않은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노조가 필요없다. 행여 쟁의행위라도 벌어지면 "그 월급 받으면서 뭐가 아쉬워 머리띠 두르고 노동조합 하냐"는 비아냥, 혹은 '귀족노조' 비난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한편 연구자, 혹은 공익적 성격의 비영리 기관  노동자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자신을 노동자로 여기지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회단체의 경우 분명한 사용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혹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터 내에서 싸울 일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니면 경제 사정이 빤하기 때문에 굳이 교섭하고 말 것도 없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떠올리지 않는다. (한겨레21 915호에서 이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거룩한 곳, 착한 곳에도 필요해")
 
이렇게 되면 결국 노조를 만들고 가입하는 사람들이란 극한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들 뿐이다.
다들 내코가 석자인 사람들....
물론 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대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모습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게 아니라,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힘이 되는, '한가하고 문제없는' 노동조합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건강보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 젊은 이와 나이든 이들,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들이 함께 골고루 보험에 가입하여 위험이 분산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아픈 사람들만 잔뜩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은 제 기능을 할 수없다. 
현재의 노조활동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너무 어렵고 절박한 이들이 노조를 만들고, 그러다보니 실제로 누가 누구를 도울만한 처지도 아닐 뿐 아니라, 
소위 지도부도 이 상황들이 감당이 안 된다. 장투사업장 순회 방문만으로도 주간 일정이 꽉 찰 지경이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제발로 찾아가 노조만든다고 해도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지... ㅡ.ㅡ).
말하자면, 우리처럼 한가한 사업장이나 아니면 조합비를 많이 낼 수 있는 부자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대거 pool 을 형성해서 위험을 공유하여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것이다. 
 
절박한 위기 상황의 시민적 연대도 좋은 일이지만,
가급적 많은 노동자/직장인들이 평소에 '잉여' 조합원, 한가한 조합원, 돈만 내는 페이퍼 조합원 등으로 조금씩 기여하면서 노동조합 몸집을 불려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노동조합이 가장 필요없는 사업장이야 말로, 가장 쉽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들이 먼저 나서서 노조를 만들고 '이거 별거 아니야', '노동자가 있는 곳에는 당연히 노조가 있는거야'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못살게 구는 것이 얼마나 기괴하고 촌스러운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을까....
 
예전에 영화 고질라의 카피가 'the size matters' 였던 걸로 기억한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힘도 사이즈에서 나온다. 
모든 노동자에게는 노조가 필요하다. 
 
 
#3. 우리의 기여라면... 
 
우리는 사회 진보의 방식과 내용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의 정체성,
또 노동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는다.
열심히 연구활동을 할 것이고, 작은 돈이지만 성실하게 조합비를 내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연대투쟁에 조금씩 힘을 보태나갈 것이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앞으로 집회 나가면 찾아갈 깃발이 생겼어 ㅎㅎ
 
이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내일 당장이라도 한국 노동운동을 짊어지고 나갈 기세지만 ㅋㅋ
우리의 가장 큰 기여는
아마도 '노조는 아무나 하는 것' '노조는 별일없어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신개념(?)을 전파하고  
분자 (쟁의사업장 숫자)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분모만 늘어나 (무려 세 명이라는 조합원 숫자 ㅋㅋ) 공공노조상근활동가들의 '조합원 숫자 대비 필요활동의 양'을 아주 미세하게(!) 감소시켰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다른 영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어여 노조 만드시라.
3일차 조합원의 허세.....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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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폭력의 기록 두 편

그리고 있는 대상과 그리는 방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이 둘은 구조적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 조은. [사당동 더하기 25]

 

사당동 더하기 25 -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사당동 더하기 25 -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조은
또하나의문화, 2012

 

*  연구자 혹은 관찰자....

 

이 책은 인간의 삶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구조적 질서와 폭력을 해석하는 모든 학문분야에 던져진 도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조은 선생은 빈곤에 대한 주류적 시각 - 소위 '빈곤의 문화' - 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빈곤의 문화'는 중산층, 혹은 전형적으로 중산층인 연구자들이 빈곤을 이해할 때 가장 쉽게 내릴 수 있는 해석이자 결론이다.

 

"이 연구를 정리하면서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을 설명하는 '문화적 요인'이 아니라 그러한 문화를 가져오는 구조에 주목하게 되었다. 빈곤 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빈곤이 있을 뿐이며, 가난을 설명하는 데 가난 그 자체만큼 설명력을 가진 변수는 없다. '가난의 구조적 조건'이 있을 뿐이다."

" '가난함'의 경험은 그 가난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지만,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활양식인 것이다."

" 이들의 가난은 세계화나 금융 자본주의, 도시 공간의 자본주의적 재편 같은 구조적 요인과 동떨어진 듯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삶은 바로 그러한 구조적 요인의 직접적인 충격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적 충격 속에서 그들이 살아 내는 방식, 곧 삶의 양식이 빈곤문화라고 이름 붙여진다. 그리고 그러한 빈곤문화의 핵심에 그들의 성과 사랑과 결혼의 방식이 있다. 그리고 가족이 있다. 이들이 그나마 스스로 선택했고 또 선택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영역이다. 특히 대중 매체가 대량으로 유포하는 로맨스 각본은 이들이 손쉽게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삶의 각본이기도 하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성적 문란'이나 가출, 이혼, 동거와 출산 등이 '가족의 위기'로 읽히고 빈곤을 재생산하는 빈곤 문화의 핵심 요소로 주목된다."

 

관찰자들, 혹은 연구자들은 같은 현상을 보면서, 다른 해석과 답을 찾아내곤 한다. 

이를테면 같은 시기에 사당동을 연구한 또다른 이들은 지역의 노동통계를 작성하면서 여성 취업률이 채 1/3도 안 된다고 파악했지만, 조은선생님 팀이 본 바로는 큰 병이 걸리지 않는 이상 집에서 '노는' 여자는 없었다.

 

그것이 비단 '가난'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문제를 '두껍게' 읽어내는 방식은 어디에나 필요하다.

우리는 조은 선생님 같은 선배 연구자들이 20년 넘게 노력한 덕분에 빈곤의 문제를 조금 더 두껍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복잡한 문제의 뒤안을 살펴보는 방식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어떤 관찰자인 것일까.....

 

 

*  그들과 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책을 읽으며 괴로웠던 것은 솔직하게도, 이들에 대한 연민이나 사회적 불의에 대한 통탄, 혹은 연구자로서의 반성이라기보다, 정말 습자지 한 장 밖에 차이나지 않는 그들과 나의 삶 - 너무도 위태로운 그 경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치, 헐리우드재난 영화에서 한끝 차이로 목숨을 건진 인물들이 그 순간 마냥 기뻐하지조차 못하면서 일종의 멘붕 상태에 빠지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아주 작은 차이 - 정말 우연하게도 우리 집에는 가정폭력이 없었다. 여태까지 이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환경에서 폭력이 없었던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던 게다. (아마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면 지금과 같은  resilience 를 갖지 못했을 것 같다 ㅡ.ㅡ) 그리고 나는 우연히 공부에 재능이 있었다. 무엇보다, 우연히 우리가 살던 동네에는 대규모 재개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소소한 재개발이 있어서 계속 근처 동네를 떠돌며 이사를 다니기는 했지만, 사당동이나 상계동, 행당동 같은 폭력적 상황들은 다행히도 벌어지지 않았었다.

 

부유한 가정, 혹은 중산층 가정이라면 이런 세 가지가 일상이고, 그닥 축복받은 우연도 아니겠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이 세 가지가 같이 있었던 것이 그야말로 우연이고 축복이었다.

취약성 (vulnerability) 이란 이런 것이다.

삶의 경계에 위태롭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작은 변화와 우연에도 엄청난 변이가 일어나고 통상적이지 않은 파국으로 연결되는 것.....  '매일매일 드라마를 찍는다'고 표현할 만큼 우여곡절 많은 삶이란 바로 그러한 잠재적 취약성이 현실화된 결과일 것이다.

"... '에이 쪼금만 들어갖고 되는 것이 아니여. 내가 살았던 것을 얘기할라고 하면은 한정 없어'라는 말로 경훈이 아빠 김씨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훈 아빠의 가족사와 생애사를 듣는 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때 김씨 나이 서른 넷이었다....."

나의 지나간 유년시절에 '찾아온' (내가 만든게 아니니까!) 이러한 소소한 우연과 축복이 일단 빈곤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다는 점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하기엔 그 진실이 너무나 씁쓸하다. 

 

 

*  국가의 폭력

 

아무리 생각해봐도 국가 폭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막무가내로 철거를 하고 사람들 3천명을 트럭으로 실어다가 막무가내로 사당동 산 자락 (수도, 전기, 집, 도로,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진짜 그냥 산자락)에 내려놓질 않나, 항의하는 사람들은 한강 모래사장에 풀어놓지 않나.. 이건 뭐...   이건 추상적인 '국가폭력'이라는 단어로 도저히 담아내기 어려운 우격다짐이다.

백주대낮에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 수단이라도 세련되게 바뀌었길 기대하지만, 오늘 본 [두개의 문]은 그러한 기대마저도 헛된 것임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 김일란 감독 [두개의 문]

 

두 개의 문

 

이렇게 차분한 내러티브 속에서 울화가 치미는 경험도 참 오랜만이다.

정말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충실한 텍스트라는 생각이.......

보고 나면 분노와 허탈과 한숨이..... ㅜ.ㅜ

 

어쩌다보니 나는 이명박 정권이 뭘 해도 놀랍지가 않다.

그들은 뭘 해도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는 놀라운 반사 신공, 혹은 투과 신공을 갖춘 것 같다.

용산 참사, 쌍용차 폭력, 사찰, 측근 비리...

하나하나 만으로도 정권퇴진에 이를만한 대박 사건들이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니들이 그러는게 놀랍지도 않다...

이 정권의 가장 놀라운 업적은 관용과 체념의 수준을 극상으로 이끌어올렸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뭐라 해도 듣지 않으니, 이제 욕하기도 지쳤다며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그 근성이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도 찜찜한 것은

이렇게 기억투쟁에 동참하여 이사건을 잊지 않는 것, 그 너머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도대체 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 봤으니 나도 개념있는 시민이야 하면서 트위터에 인증샷 올리면 되는 거여?

반드시 정권 교체한다는 각오로 대선에 올인해야 하는겨?

속이 터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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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나들이 기록

5월이 정말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물론 다음 주까지는 계속 일이 많지만, 그래도 폭풍같았던 5월만 하랴 싶다...

또 그러면 안 돼... ㅡ.ㅡ

 

그 와중에 부석사에 사과꽃 보러 다녀오고, 오대산 숲길도 걷고 왔다. 

오가는 차 안에서는 완전한 유체이탈 상태였다.

하마터면, 목 꺾일 뻔했어... 여행용 목베개 하나 장만해야 할까봐... ㅡ.ㅡ

 

#. 부석사와 무섬마을

 

사람 많은 때 피하다보니, 부석사 사과꽃 노래를 부르면서도 정작 사과꽃이 만개한 적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더랬다. 지난 5월에는 큰맘먹고 피크 시즌에 다녀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라 오가는 길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올 봄 꽃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제멋대로 피었던지라

내심 걱정도 했는데... '완전' 만개는 아니지만 소담스러운 사과꽃들을 실컷 보았다.

사실, 과수원 앞에서 사과꽃 근접촬영 좀 해볼까 했는데 송충이랑 눈마주쳐서 화들짝.. ㅜ.ㅜ

 

부석사는 뭐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곳.....

출가하고 싶어....... 새벽 예불만 없다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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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찾아간 무섬마을은 낙안읍성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민속 마을...

훨씬 고즈넉...

큰 다리를 건너 도달한 마을과 모래강변은 피안과 같은 인상....

 

말 그대로 외나무 다리는, 생각보다 훨씬 후덜덜...

다리가 높은 건 아닌데, 바로 발 아래 일렁이는 물 때문에 완전 어질어질...

오도가도 못해서 다리 위에 사람들 대 정체 현상이 발생하기도 함 ㅋㅋ

안내 해주신 분도 예전에 빠진 적이 있어서 이제 다시는 안 건넌다고...

 

나는 말고... 친구가 이런 데 집한채 있음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같이 간 도끼는 내 말에 콧방귀도 안 끼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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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사와  월정사.. 그리고 오대산 숲길

 

예기치 않은 소나기 때문에 9km 에 이른다는 숲길 전체를 다 걷지 못하고 중도에 차를 타고 내려왔지만,

그 짧은 길만으로도 너무너무 좋았음.....

딱 좋은 오솔길....

아기자기한 나무들 사이로 한 사람 겨우 걸어서 지나고,

중간중간 개울들 건너고...

 

걷기 시작하자마자 도시락을 까먹는 바람에 나중에 빗속에서도 허기질 일은 없었다는 것이 또한 포인트 ㅋㅋ

바람처럼 흩날리는 유부초밥의 밥알들 주워 먹느라 사실 고생은 좀 했지 ㅎㅎ

나도 거의 밥 네 공기를 꾹꾹 눌러 초밥을 만들어갔는데,

도끼도 '이른바' 후식용 과일을 무슨 본행사만큼 싸왔어....  

이제와 생각해보니 정말 둘다 정신나간 식탐녀들... ㅡ.ㅡ

 

상원사는 세조 관련 자질구레한 전설들이 많은데,

뭐 왕후장상에 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린아이를 죽음에 몰아넣은 거야 잘못이지만,

꼭 특정 핏줄만 왕 하라는 법있나???

 

월정사는 첨 가봤는데, 생각보다 절의 규모가 커서 완전 깜놀했음...

마침 초파일 전날이라 그런지, 각종 행사시설에 기와불사에 정신이 없더라니...

그래도 단기 출가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니, 또 부러웠다네...

내년에 장기 휴가받으면 정말 출가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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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번씩은 꼭 나들이 가야겠다는 올해 초 계획은 차근차근 지켜지고 있어!!!

기특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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