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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9일 금욜

2006년 12월 29일 금욜

12월에 일기를 한 번 밖에 안 썼다.

결혼하고 특히 아이가 생긴 이후 일기를 잘 안 쓰고 있다.

바빠서라기 보다 사고의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일이 없다는 것이 힘들고 허무하게 한다.

가정일이라는게 무가치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기실현에 관계되는 어떤 의미를 주지 못 한다는 건 정말 비극적인 일이다.

특히 임신기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출산 후 적어도 아이가 24개월이 되기까지는 육아에 매일 수 밖에 없는데, 예를들면 대부분의 교육시설에서 아이를 잠시 맡아주는 놀이방의 가능연령이 24개월이 넘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둘째 아이가 2년 간격으로 태어난 나의 경우, 만 4년을 집밖 출입을 하지 못 한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어린이집은 0세부터 아이를 받아주도록 되어있지만 실제로 많은 어린이집에서 인건비절감을 이유로 12개월 이전에는 꺼려하고 있다. 부모들 또한  직장을 다니느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엄마 손으로 거두고 싶어한다, 종일반으로.

하지만 도시의 핵가족 문화 속에서 엄마가 종일반으로 육아를 하는 것이 좋지만은 아닌 것 같다.  시댁을 지방에 두고, 친정은 같은 서울이라지만 지방같은 거리에 떨어져살고 더구나 건강이 안 좋으신 엄마네 집안일을 오히려 도와야 할 판으로 잠시라도 아이를 맡기고 집밖출입을 할 조건이 전~혀 안 되는 내 경우,  하루종일 아이와 둘이서 눈 맞추기를 하고 있어야 하니 엄마도 아이도 행복하지 못 하다.

갓난둥이 둘째와 보내기위해 엊그제 두 돐을 넘긴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아빠의 출근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는 세살배기의 두 눈은 잠 속에 묻혀 잘 떠지지 않는다. 오늘처럼 맵게 추운 아침에도 이 어린 아이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출근이라도 하는 것처럼 집을 나선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내게 아침에 아이가 등원을 하면 조출하는 당직선생님의 보호 아래 있다가 10시가 되면 담임선생님과 함께 오전간식을 먹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간식을 먹고 오후 3시부터는 하원이 시작되면서 선생님의 보호 아래 있다가 6시까지도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면 당직선생님이 7시반까지 보호하게 된다고 알려주었다.

말하자면 10시 이전에는 일찍 가도 그냥 데리고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 3시 이후에도. 물론 어린이집은 교육 만이 아니라 보호하는 곳이고, 내가 데리고 있다 해도 보호 이상 하는 건 없다, 하루종일.

아이가 아침에 출근하듯 나서서 저녁에 퇴근하듯 귀가하는 건 참 보기 안 쓰럽다. 겨우 두 살 밖에 안 되었는데. 더구나 어둠이 일찍 깔리는 겨울에는, 결국 내가 아이를 보는 시간은 저녁 시간 뿐이고 다음날 아침 일찍 가야 하니까 또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은 성장판이 열리는 밤 10시 이전에 잠자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그나마 어린이집이 대기업도 아닌데 주 5일제라니 다행이다.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들의 부모들을 대기업사원인 듯 주 5일제 근무하는 것으로 간주해 주는 것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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