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연애소설

" 당신은 내 사랑이 되지 마요. "

 

그녀가 오래간만에 기분 좋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음원을 끄고 디스플레이만 하고 있으면 좋았을 껄, 예인은 방글방글 웃고있는 그녀에게 마주 웃어 주었다.

 

" 뭘 할꺼에요? "

" 맛있는 밥, 카레랑 두부부침, 계란말이도. "

 

그녀는 밥을 먹고 가라고 말했다. 내일이 원고마감인데 더이상 손 볼 것 없다며 며칠 전에 닫았던 파일을 다시 열지 않고 있던 그녀였다. 그 상태 그대로 메일로 보내줄 모양이다. 예인은 어떻게 해야 수정과 가필을 독려할지 궁량했지만 아무래도 난망해 보인다.

 

" 카레, 진짜 좋아하네. 어제도 먹었다면서요."

" 오늘은 양상추샐러드를 곁들일 꺼에요. 난 양식조리사 과정을 등록할까봐요. "

 

현미밥, 달코롬한 소스를 첨가한 카레, 양상추샐러드에 아삭김치, 새콤달콤 무절임과 핫한 두부 위의 양념소스까지.

그녀는 쉡-처럼 허리앞치마를 두르고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노동을 시작한다.

 

" 내가 준비하는 식탁엔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할 꺼에요, 크루프스카야처럼. "

" 크루프스카야?"

" 레닌의 동지였어요. 이스크라의 유일한 여자 편집자. "

" 혁명가군요. 요리를 좋아했나? "

" 동지들을 좋아했죠. "

" 당신처럼. "

 

그녀가 웃어보였다. 나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되기 보다 크루프스카야가 되기를 꿈꿨어요. 이상하죠? 러시아혁명사를 읽으면서 집밥을 먹었던 기억이 없는데.

 

 

엄마가 해주는 밥을 맘편히 받아먹었던 기억이 없다. 그래서일까, 언제나 아이들의 밥을 짓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내 아이들은 밥을, 돌아다니면서 먹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