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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니까....!!

  • 등록일
    2007/02/27 07:17
  • 수정일
    2007/02/27 07:17

 

 

긴 호흡님의 [동생에게 말 걸기] 에 관련된 글.

아마 동생이 가장 힘들었을때가 중학생때였을 것 같아여.

 

놈이 우는 것도 그때 봤으니까......!!

 

누나가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고등학굘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출해서 인천으로 도망가 3년동안 연락도 없고

형이라는 놈은 그런 아버지를 용서 못해서

청주에서 혼자 자취하며 집구석에는 오지도 않던 시절....!!

 

그리고 대학교라고 가서 데모나 하고 있는 형이나

3년만에 연락해서는 노동운동한답시고 무서운 모습만 보이던 누나를 보면서

부모님의 그 많은 한숨과 그 많은 눈물을 혼자 감수해야 했던 동생은

지금도 나랑 누나가 있으면 딱히 말도 안하고 겉돌고 있으니......!!

 

강경대 열사가 죽었던 시절에

데모하다가 경찰서에 끌려갔다 집에 오던 날

동생이 저를 할이야기 있다며

뒷산으로 끌고가서는 뒤지게 패던 생각이 나네여....?...헤헤

 

놈이 나보다 덩치도 더 크고 힘도 쎄서

그야말로 비오는날 먼지 날리듯 맞았었는데....!1

놈은 반항도 못하고 얻어맞고 있는 나는 가만이 있는데

때리는 지가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여.......!!

 

아마 속썩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 마음이 동생은 감당이 되질 않았나 봅니다.

 

나나 누나나 이젠 나름대로 사람구실하며 살아가고 있고

동생도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공장에 취업해서

지금껏 열심이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이 명절이면 혼자서 겉도는 모습을 보면서 못내 미안하고 .....!!

 

몇번인가

누나랑 나랑

동생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술 한잔하면서

대화하려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더 어긋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누나랑 나는 아니 매형까지도

서로 만나면

민노당 이야기니 아니면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며...뭐 그런 이야길 편히 하지만

막상 동생놈만 끼면 어색해졌었으니까여......!!

 

그래도

몇년동안

굳이 동생과 무리해서

대화하려고 하기보단

그냥 나나 누나나 얼마나 열심이 사는지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고

놈을 얼마나 아끼는지

놈이 듣던 말던 잔소리에 ㄸ 잔소리를 한 덕인지

이제는 그럭저럭 인정해 주는 듯 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이

돈도 못벌면서도

이런저런 일들에 쫓기어

놈의 생각에 한심한 삶을 살긴 하지만

그래도

형이 바보같이 차카게(??..순전이 놈의 표현으로는...)

열심이는 산다는 것을 인정해 주곤하니

그나마 요즘은 나은 편인 것 같습니다.

 

요 며칠 전 설날에도 여전이

술 한잔하면서도 나랑 동생은 서로 벽보고 술먹듯이

고요하게(?) 서로 술잔에 술이나 가끔 따라주면서 묵묵히 술만 마셨지요.....!!...헤헤헤

 

그러다가 놈이 뜬금없이

놈이 다니는 공장에서 대의원 선거가 있는데

저번에는 형을 봐서라도

민노당 사람을 찍었다고....근데 이제는 절대 안찍는다고....

자기가 보기에 그 사람은 선거철에만 인사하고 막상 선거가 끝나면

자기 잘난척만해서 이제 싫다고......

그런 이야길 하는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 봤습니다.

 

이제까지 민주노동당이니 노조운동이니 하면 학을띄며 싫어하던 놈이

2년전에는 그래도 형을 보고

그런 사람을 찍어주었다는 이야길 들으면서

아 ! 이 놈이 이젠 나나 누나를 조금은 인정해 주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 물론 그 공장에 다닌다는 그 민노당원 사람에겐 짜증이 아니 분노가 울컥했지만 말입니다.

 

이제까지 근 15년 이상을

전혀 다른 생각과 전혀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아픔들을 가지고 자란 나나 동생이나

여전히 진지한 대화를 하거나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저 일상적인 삶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서로의 삶을 솔직하게 인정해주며

그저 그렇게 서로의 삶에 조그마한 자리라도 서로 자리잡을 수 있으면

그러다 보면 우리가 가족이고 서로 소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서로 납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나가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버지 손을 잡는데 10년이 걸렸듯이

나나 누나나 동생놈 손잡고 씨익 한번 웃는데

그 정도의 시간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몇마디 말이 아니라 그저 같이 웃으며 살부대끼고 살아가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한들 큰 무리는 없을듯하고.....

 

그래도 요즘 가끔 드는 생각은

그날

동생놈에게 개패듯 맞을때

참 많이 아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쁜 노무쉬끼.....!!

형인데...좀 봐주며 패지.....헤헤헤

 

며칠 후면

아버님 생신인데

간만에 누나, 나, 동생놈이 술한잔 하겠네여.....!!

그날 진지한(?) 대화나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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