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비가 오는 군.....!!

  • 등록일
    2007/03/02 15:36
  • 수정일
    2007/03/02 15:36

옛날 부터 난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늘은 어머님 생신이다.

 

밤새도록 일을 하고 한 숨 늘어지게 자고 난후

40분 거리에 있는 시골집으로 저녁먹으러 갈 준비를 하다가

문득 담배를 가지고 배란다로 나가보니

비가 오고 있다.

 

한창 신나게 돌아다닐때는

비가 오는 것은 아니 비 맞는 것이 무슨 낭만쯤 되는 것같아서

좋아라 한적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우중충해서 싫어한 기억이 더 많다.

 

왠지.....

비만보면.....뭐랄까.....기분이 착 가라앉는 것이

울적해진다고나 할까...?

 

어릴때

시골인데도 우리 집은 땅이 없는 관계로

아버지는 이곳저곳 낱품을 팔러다니셨고

어머니는 사과나 다른 과일들을 머리에 이고 걸어다니면서

동네동네를 다니며 파셨더랬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 날이면 

천장이 무너지듯한 어머님의 한숨소리에 집안이 답답했었고

어머니가 행상을 나간후에 비가 오면

언제나 어머니가 오실까 ...비만 쳐다보며 지내던 기억이 난다.

 

오늘같이

어머님 생신날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것을 보니

어머님이 비만 오면 광주리를 껴안고 눈물을 훔치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내가 비만 오면 기분이 가라앉나 보다....!!

 

얼마전에 읽은 책의 한 구절에

고통이나 슬픔은 우리들마음에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몸. 신체에도 기억된단다.

 

그러고 보면

평소에도 무릎이 안좋으신 어머님이

비오는 날이면 유독 더 아파하시는 것도

당시 행상을 다니면서 겪으셨던 고통이

어머님의 몸에 고스란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

그런 어머님을 보며 집안에서 큰소리도 못냈던

우리 삼남매의 몸에도

어느 덧 그런 고통이 몸에 남아

비만 오면 몸에 힘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세상이 언제나 그렇듯

비가 와서 행복해 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만보면 우울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보다

 

그래서 이 시대의 낭만주의자는

언제나 "찬란한 슬픔"을 간직하고 사는 것이 아닐까 ?....

 

비가 오니 괜이 잡생각만든다.

 

어여 시골집에나 다녀와야겠다.

오늘도 출근하려면 좀 서둘러야 하는데

지랄하고 왜 비가오는지 모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