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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계획을 하고 떠난 여행과 그 여행기입니다.

5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8/12
    공주 1박2일(5)
    풀소리
  2. 2008/07/21
    비가 내린다.(3)
    풀소리
  3. 2008/07/15
    정선여행(4)
    풀소리

공주 1박2일

1.

어디 가는 거야?

공주.

엥 프린세스?

 

11살 성연이가 조크라고 던진 멘트다.

고양시 수준이 그렇지 뭐~ ㅋ

 

한강 인도교 건너편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2.

나도 모르게 잡힌 일정이다.

그래도 끼워주니 고맙지 뭐~ ㅎ

 

공주에 내려가 있는 나의원(나영찬)네 집에 놀러가자고

진작부터 얘기들이 솔솔 나왔는데

지난 토요일(9일) 드디어 출발했다.

 

내일 5시에 출발이야.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있어.

 

새벽 5시?

설마?

 

그런데 웬걸

정말 5시에 양호철은 이재정을 싣고 우리집 앞에 왔다.

켁.

전날 뽀지게 술먹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채 집에 왔는데...

 

나영찬이 살고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면 도대체 몇층인지, 방이 몇개인지도 모르겠다.

 

 

3.

김양희와 성연이는 후다닥 짐을 챙겼다.

난 그와중에 세수까지 ㅋ

 

(세수 하고 왔다고 잔소리를 들었다.

더 이상 미운털이 박히지 말아야 할텐데 ㅋ)

 

아직 깜깜하다.

경희네 집으로 가서 경희하고 상유를 픽업

그래도 깜깜하다.

 

행주대교를 건너 88도로를 들어서니

동쪽에서 붉은 기운이 올라온다.

성연이가 보고싶어하던 일출이다.

 

여의도를 지나니

맑은 하늘가에 해가 떠올랐다.

 

마곡사 사하마을 음식점 앞에 있는 포도

 

 

4.

아침 일찍이어서 그런지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었다.

성연이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싶어 했지만,

결국 어른들이 이겼다.

 

어디로 갈까?

나영찬네 바로 가는 거 아냐?

아냐. 놀다가 저녁에 들어갈 꺼야.

그럼 왜 이렇게 일찍 떠났어?

안 막히잖아.

 

논의 끝에 마곡사를 가기로 했다.

정안IC에서 내려서 마곡사 이정표를 보고 2차선 꾸블꾸블 산길을 달렸다.

농약냄새만 없었다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을 텐데...

 

마곡사 사하마을은 제법 컸다.

우리는 그중 한 곳에 들러 올갱이 해장국을 먹었다.

고추장과 매운 고추를 넣어 맵고 텁텁했지만,

올갱이는 참 좋은 것을 쓴 것 같았다.

반찬도 제법 맛있었고...

 

마곡사/ 사진도 재활용 ㅋ

 

 

5.

걸어서 마곡사로 이동.

마곡사 입장료가 2,000원인 관계로 일행은 계곡으로 대표선수인 난 마곡사로 갈라졌다.

 

절에 들렸다 나오니 일행은 물가에 텐트를 치고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어른들도 물에 들어갔다 나오고

라면을 끌여먹고,

한숨 자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다보니 4시가 넘었다.

 

마곡사 계곡/ 우리 일행이 물놀이 한 곳은 이곳 하류로 수량도 제법 많았다.

 

 

나영찬네 집은 공주에서 대전방향을 더 가서

산림박물관 건너편 강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집이 조그만 영주네 집 수준이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밖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왠 날벼락!

 

새벽출발, 하루종일 물놀이에 지친 성연이는 차안에서 잠에 떨어졌고...

 

 

6.

그래도 밀릴 우리가 아니다.

서남쪽 하늘이 밝아오는 걸 보면서

비가 그칠 거라는 책임지지 못할 확신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우리는 불을 피웠다.

 

돼지껍데기로 시작하여

목살과 수제 쏘시지, 밑불을 이용한 감자와 고구마 구이까지

와 정말 맛있었다.

 

빗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바베큐 파티를 준비하는 일행 ㅋ

 

 

고기가 한참 잘 읶었을 즈음

이재요 선수 가족이 도착했다.

 

이재요의 출현으로 분위기는 급 반전.

본격적인 술파티다.

 

그러나 어쩐다냐. 우리도 분위기에 취해 이미 알딸딸하게 취했는 걸~

끝내 그 많던 소주는 사라지고,

드디어 양주까지...

 

나영찬 집에서 바라본 금강

 

 

7.

양주 한잔 마신 것 까진 기억나는데,

깨어나니 아침이었다.

슬그머니 사라졌는데, 들어와서 자고 있더란다.

이런 민망...

 

고생만 시킨 나의원 미안.

설거지 바가지까지 쓴 제수씨한테도 미안.

또 가면 안 되겠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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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1.

어제는 비가 내렸다.

몇날 며칠을 내릴 것처럼

한결 같이 내렸다.

 

방안에서 무심히 빗속을 거닐면서

난 이미 비에 푹 젖어 심장에 까지 물기가 배인 것 같았다.

 

행주산성 들머리에 있는 커다란 반송

 

이미 비에 푹 젖었음에도

난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우산을 든 것은

순전히 남들의 도드라진 시선을 불편해 하는 내 소심한 성격 탓이다.

 

차창 밖 풍경은

번진 듯, 흔들리는 듯 흐릿했다.

 

알 수 없는 것...

아니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지 않은 것...

내 마음도 흐릿하고, 흔들리지만

그렇게 그대로 내버려두고 싶었다....

 

텅빈 산책길로 안개가 내려오고 있다.

 

 

2.

비오는 토요일

그러나 행주산성엔 아무도 없었다.

 

자연이란

그 자체로 무수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고,

심지어 드라마도 가지고 있다.

 

토성 위로 난 산책길/ 칡향이 싱그럽다.

 

숲은 때로 내 얘기를 대신 해주기도 하고,

나를 자신들의 얘기 속에 숨겨주기도 해준다.

 

행주산성 커다란 문을 들어섰다.

비에 젖어 더욱 검게 보이는 아스팔트길을 천천히 올랐다.

몇 걸음 더 오르니 안개가 다가왔다.

몽롱하고 편안했다.

 

숲은 깊고 서늘했다.

 

 

3.

봄꽃이 지고, 가을 단풍이 오기 전이지만

행주산성 숲은 그대로 포근하다.

 

행주산성에는 유난히 칡덩쿨이 많다.

 

넝쿨 속엔 꽃대가 소복이 올라오고 있다.

 

햋볕이 거칠 것 없는 한 여름 낯

숨을 헐떡거리며 이파리들이 축축 느러지도록 왕성한 광합성을 할 때면

칡꽃 뿐만 아니라 칡넝쿨에서도

몽롱하고 들큰한, 말 그대로 농염한 향기가 진동한다.

 

만약 8월에 2차선 산길을 간다면

에어콘을 끄고, 창문을 열고 천천히 달려보시라

어디선가 유혹적인 향기가 스쳐지나간다면

십중팔구 그것은 칡향일 것이다.

 

아직은 칡꽃이 피기엔 이르다.

그래도 칡에선 향기가 난다.

농염함 대신 푸릇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위의 나무자락을 걷어내지 못하는 사진도 내 소심한 성격을 반영하고 있구나...

 

 

4.

행주산성 토성길 위로 난 산책길은

마사토가 그대로 드러난 흙길이다.

빗물에 튕긴 모래알들이

샌들 속으로 들어와 날바닥을 걷는 느낌을 준다.

 

안개에 쌓인 숲속은

깊고 서늘하다.

큰 숨을 들이쉬고 깊이 바라보지만

이내 시선은 흐려지기만 한다.

 

행주산성에서 바라본 넓고 잔잔한 한강

 

넓은 잔디밭이 나오고 온갖 기념조형물들이 나오면

그곳이 정상이고,

넓은 한강이 제법 보인다.

 

이곳에서 옆으로 난 샛길 끝에는 진강정이 있다.

천길 낭떨어지 위에 호젓이 자리잡았다.

나는 이곳에서 맥주 한캔을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무수한 유흥시설이 밀집한 산밑 마을에는 구멍가게조차 없었다.

 

행주산성에서 가장 호젓한 곳에 자리한 진강정

 

 

5.

나는 행주산성을 올랐다가

한강변으로 난 산책길을 지나

내 힘이 닿는 데까지 멀리멀리 가고 싶었다.

 

그러나 ...

난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안개에 잠긴 산책길...

 

달라졌기 때문도 아니다.

달라지길 바래서도 아니다.

강과 풀과 나무들이 주는 위안이 불필요해서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멈추고 싶었다...

그냥 그렇게 모든 걸 유보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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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여행

1.

이름은 거창했다.

정선으로 땅을 보러가자! ㅋ

 

어찌됐든 서울을 잠시 떠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계획을 잡아 여행을 가면 좋으련만

갑자기 떠나지 않으면 떠날 수 없는 처지다.

 

시설이 좋아 일행을 감동시킨 가스공사연수원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기에

무수한 약속을 모조리 공연불이 되게 만든 이후에 깨닳은 지혜라고나 할까...

 

어찌됐든 약속을 미리 해놓지 않는 버릇이 생겼고,

정선에 가자는 후배들의 얘기에

'가능하면 가자'는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지냈다.

 

여유롭게 한잔 - 여기까진 굿

 

그래서였을까. 마침 시간이 났다.

시간은 났지만, 숙소를 잡기로 한 후배가 숙소가 없다고 했다.

떠나기로 한 날이 금요일이다.

어디서 숙소를 정한단 말이지?

물론 요즘 유행하는 펜션이야 많겠지만,

비용도 비용이지만, 기분 좋게 묶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여기저기 알아보다,

공공노조 이종훈 동지의 도움으로 가스공사 연수원 숙소를 구했다.

 

 

2.

가스공사 연수원이 좋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지만,

그렇게까지 좋을 지 몰랐다.

호텔 수준의 객실에

수영장, 야외바베큐장, 당구장, 노래방 등 모든 게 완비돼있다.

더욱이 모든 게 꽁짜라는 거...

 

고기를 굽고 술상을 차리고,

식탁을 버리고 TV가 있는 널찍한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소주 4병, 캔맥주 10통.

소주는 각일병에 1병은 보너스.

호기롭게 각일병을 외쳤지만, 난 1병을 채우지 못하고 전사...

요즘 체력이 챙피한 수준이다. ㅎ

 

여명이 틀 무렵 연수원 밖 풍경

 

 

3.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5시 쯤 되었는데, 그름낀 하늘인데도 밖이 훤히 보인다.

 

이 시간대에 박왕자씨는 금강산 장전항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니...

이 산골에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밝기인데,

사방이 트인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사람을 식별할 수 없었을까???

같이 잠에서 깬 후배 태하는 혼자말 같은 물음을 한다.

 

아침을 차려먹고, 길을 나섰다.

이와 정선에 왔으니 레일바이크를 타자!

초등학교 4학년 훈식이도 왔으니 좋은 추억이 되겠지?

 

그런데 레일바이크 출발지인 구절리역으로 향하는데, 레일 위로 레일바이크 일행들이 줄줄이 지나간다.

그렇담 이미 출발?

 

레일바이크 출발지인 구절리역 - 한때는 탄광으로 날리던 곳이다.

 

구절리역에 도착하니 9시 30분쯤 되었는데,

다음 출발시간이 11시란다.

한번 왕복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리니

12시 30이 되어야 끝나는 일정이다.

 

그래. 아쉽지만 포기하자.

 

레일바이크가 떠난 텅빈 철길...

 

 

3.

대신 아우라지로 갔다.

 

아우라지는 유명한 정선아리랑의 발원지라고 한다.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비로소 '강'이라고 불리우는 조양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유명한 곳에 대개 그렇듯,

이곳도 막상 가보면 별 게 아니다.

마른 장마 때문에 바싹 준 수량 때문에

건너편 여인상까지 징검다리를 통해 갈 수도 있을 정도다.

 

아우라지 - 이곳부터 조양강이 시작된다. 조양강이 정선을 지나면 동강이 되고, 영월을 지나면 서강이 되고, 단양부터는 남한강이 된다는...

 

물수제비를 뜨는 풀소리의 멋진 폼 ㅋ

 

그래도 물은 좋다.

강가에 나가 새끼 물고기 구경도 하고,

오랫만에 물수제비도 떠봤다.

 

 

4.

이제 목적지인 광덕리로 갈 차례다.

나는 그곳에 살고 있는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어찌어찌 오라고 하는데, 자신이 없다.

 

선배네 집에서 바라본 광덕리 '채운'마을

 

미안했스럽게도 선배는 큰길가에 까지 나와서 우리를 기다렸다.

물론 덕분에 길을 헤매지 않아도 됐지만 말이다.

 

선배내 동네(3집이 있으니 동네는 동네)는 생각보다 큰길에서 멀지 않았다.

입구 냇물은 바짝 말라 물기가 하나도 없었다.

불길했다.

일행들은 무엇보다도 물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었기 때문이다.

 

선배네 동네는 의외로 넓찍했다.

산끝 마을. 해발고도 530M. 3만여평의 분지.

산속 치고는 햇볕도 좋아 이곳의 찜통더위도 산 아래 못지 않았다.

 

채운마을 - 멀리 보이는 집이 선배네 집이다.

 

마을 끝. 저 끝 나무 밑에 샘이 솟고 있었다.

 

 

5.

집 안은 매우 시원했다.

통풍도 잘 되었고...

 

오랫만에 본 형수도 여전했다.

 

난 캔맥주 한 캔 마시고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동네 구경을 했다.

 

채운마을

 

넓은 밭들과 대조적으로 또랑에는 물기가 전혀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걸어가봤는데, 그곳엔 샘도 있고, 예전에 집이 있음직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곳은 외지인이 땅을 사서 오가피 등 약초를 재배한다고 한다.

 

땡볕 아래서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띵했다.

우리는 신선한 채소로 만든 여러 종류 나물과

선배가 냇가에서 우리를 위해 잡아온 물고기로 끓인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선배는 반주 한잔 하자고 작은 피티 '산'소주를 가져왔다.

태하는 운전을 이유로 안 마시고,

순장이도 독하다고 별로 마시지 않는다.

나는 선배하고 속도를 맞추려고 주는 대로 받아 마셨다.

패착이었다.

이런 산속에서 3년 동안 세속기운을 빼버린 선배하고 대작을 하다니...

 

결국 난 최종 레이스에서 전사하면서 탈락했다. ㅎ

 

수와우 계곡/ 물이 맑고 시원했다.

 

 

6.

선배는 이웃 마을인 '수와우'로 가자고 했다.

그곳은 사철 물이 맑고 시원하다며...

 

정말 그곳은 묽이 맑았다.

마른 장마로 물이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맑았다.

가재가 많았고, 도롱룡도 살았다.

주변에 널린 게 약초고...

 

수와우 계곡의 가재

 

도롱룡

 

이름모를 약초/ 지천이다.

 

거기서도 또 작은 피티 소주를 마셨다.

또 다시 대작 ㅋ

 

거기서 또 자리를 옮겼다.

선녀탕이라고 경치가 좋다고 한다.

근데 가뭄으로 물흐름이 끊겨서

좋다는 경관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거기서 나는 사망...

 

깨어나니 빗속의 강변북로를 달리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괴로운 일이었겠지만

내겐 제법 멋진 시간여행이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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