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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계획을 하고 떠난 여행과 그 여행기입니다.

5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9/08
    거제2(5)
    풀소리
  2. 2007/09/02
    헤이리(6)
    풀소리
  3. 2007/07/13
    거제에서 깨굴을 만나고...(3)
    풀소리

거제2

가을은 불현듯 찾아와

이미 우리 일상을 장악하고 있다.

 

더위에 지쳐 괴로워하던 날들이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여름은 먼 옛날의 추억인 듯 싶다.

 

컴퓨터에 거제 폴더가 생겨서 열어봤더니

아내가 받아놨는 듯, 지난 여름휴가 때 후배가 찍은 사진이 몇 장 있더라.

 

지난 여름을 추억하며

몇 장 올린다.

 

민박집에서 공기놀이 하는 성연

 

몽돌해수욕장에서 바다물에 얼은 몸을 덥히는 성연

 

몽돌해수욕장 다녀오던 길로 보여지는 거제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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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모처럼 토요일, 일요일 연속으로 쉬었고,

금요일, 토요일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다.

 

점심을 먹고, 후배 만나 상담을 받고,

4시가 다 돼서 가방을 챙겨서 헤이리로 떠났다.

그런데, 성연이가 굳이 함께 가자고 한다.

 

난 밤 헤이리를 보고싶었다.

 

난 사실 저녁때부터 밤까지 헤이리를 걸어볼 요량이었다.

성연이가 따라 온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성연이 보고 따라 오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도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내 욕망을 접는 수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화역까지는 후배가 태워줬고, 우리는 거기서 200번 버스를 탔다.

차가 대화역을 벗어나자 논들이 나타났다.

'성연아. 저 논 좀 봐. 벌써 벼가 익었나봐~.'

'어디 어디~. 정말 논이 노랗다!'

 

헤이리로 가는 200번 버스는 많이 많이 돌아서 간다.

그래도 출판단지부터 성동 IC까지는 자유로로 휑하니 달린다.

비가 오고 난 뒤끝이라 그런지 시야가 맑다.

통일 전망대 너머로 북녘 땅이 깨끗이 보인다.

 

93MUSEUM 안에 있는 구삼재

 

우리는 헤이리 입구 4거리에서 내렸다.

버스는 여기서도 불과 한 정류장 거리에 있는 헤이리마을에 가기까지 10 정류장도 더 돌아서 오기 때문이었다.

 

성연이의 인내심은 길지 않다.

최대한 관심을 끌 얘기와 대상을 잡아도

한 군데를 온전히 보기도 쉽지 않다.

 

어디에 갈까?

성연가 눈치 채지 못하게 조금 망서리는데, 인문미술관 93MUSEUM 보였다.

'성연아. 우리 여기 들어갈까?'

성연이는 조금 망설이더니 그래도 아빠를 배려하려고 결심했는지 경쾌하게 '좋아~' 한다.

나도 좋다!

 

구삼재 앞에 놓인 섬돌/ 멋있다.

 

물론 들어가지 마자 성연이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하긴 시계를 모자이크처럼 붙여 만든 인물상 말고는 내가 봐도 성연이의 관심을 끌만한 작품은 없었다.

내가 혼자 와서 봤다면 찬찬이 볼만한 꺼리가 많았지만, 나도 성연이가 내게 한 만큼은 성연이에게 배려해기로 결심했다.

 

헤이리 집들은 하나 하나가 독특하다.

건축을 잘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공간과 공간이 분리된 듯 하면서도 이어지고, 다름이 같음으로 이어지는 게 지루하지 않다.

구삼뮤지움도 그렇다.

더욱이 이곳에는 서울에서 옮겨온 한옥인 구삼재까지도 전혀 낮설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1956년  대통령선거 포스터/ 정말 못살겠다 갈아업자!!

 

성연이도 이런 공간이 좋은가 보다. 그리고 아빠가 이런 공간을 좋아한다는 것을 생각해 배려하는 것도 같았다. 덕분에 건물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었다.

 

구삼뮤지움을 나와서 어디를 갈 수 있을까 궁리해봤다.

그러다 북하우스 아티누스에 들렸다. 어린이 Libro가 있어 성연이가 조금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列寧(레닌) 선생과 馬克思(맑스) 선생이 반갑다. ㅎ/ 93뮤지움에 전시된 중국 화가의 작품이다.

 

물론 서점은 성연이의 기대와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성연이에게 서점은 만화 메이플스토리 최신호를 파는 곳이면 족하지만, 이곳의 책들은 전혀 다른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아이에게 슬로푸드 밥상을 차려준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이제 다른 곳은 갈 수도 없다.

다른 곳을 들르면 성연이와 나 사이의 우호관계는 금이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차 없이 먼길을 돌아와야 하는 귀로가 온통 지옥길이 될 것이 뻔하다.

아쉽고, 비겁하지만 꼬리를 내리자.

 

'딸기가 좋아'에서 운영하는 '집에 안갈래'/ 나도 밤까지 안 가고 싶어~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벤치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도 예뻤다.

배차 텀이 매우 긴 200번 버스가 그래도 바로 왔다.

운전기사가 우리에게 '어 또 탔네?' 하고 인사한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헤이리로 올 때 운전한 그 아줌마다.

반갑다.

 

ps : 9월 8일부터 9월 30일까지 축제를 한다.

사람들은 붐비겠지만, 행사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출판단지 입구에 꽃밭을 넓게 만들어 놓았더라.

커다란 밭 가득 코스모스를 심어놨고, 해바라기를 심어놨다.

이곳도 걸을만 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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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서 깨굴을 만나고...

우리나라에서 2번 째로 큰 섬.

섬 속에 시()가 있는 2번 째 섬.

한국전쟁 때는 그 유명한 포로수용소가 있었고,

거대한 조선소가 들어서 87년 대투쟁의 한 장을 장식했던 곳.

겨울이 유난히 따뜻하고, 해안선이 예쁘다는 섬.

그래서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 거제

난생 처음 그곳에 다녀왔다.

 

깨굴과 짱구

 

지역 민주노동당의 후배이기도 하고,

또 술친구이기도 한 깨굴이, 엄마가 아파 오래도록 내려가 있었는데

마침 부산 교육출장 잡혀서 중간에 짬을 내 거제도에 다녀왔다.

 

부산에서 거제도는 여객선으로 불과 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부산-거제(옥포)를 오고가는 여객선 페레스트로이카호

 

밤 늦게까지 차수를 바꿔가며 술을 마셨다.

덕분에 늦잠에 늦은 아침을 먹었다.

배시간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깨굴 엄마가 추천하는 곳으로 가다가 그냥 가까운 바닷가 언덕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러 쥬스를 마시기로 했다.

옥포 시내에서 고개 하나 넘었을 뿐인데, 그리고 멀리 조선소가 보이는데도 절벽으로 이어진 바다는 너무나 예쁘다.

큰 길에서 갈라지는 2차선 작은 길은 열대 상록수림이 좌우로 우거져있고,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와 어울려 내륙 출신인 내게는 매우 이국적으로 보였다.

시간이 있다면 거제섬을 한 바퀴 돌고 싶다는 욕망이 마구 생겼다.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본 거제해변

 

깨굴은 곧 프랑스로 떠난다.

공부를 더 하겠다고 유학을 간다.

34살의 나이. 4살 짜리 아이. 남편.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은 조건이고, 선택이다.

내가 가라마라할 처지도 못되지만, 난 그가 프랑스로 간다는 데 박수를 보낸다.

삶에서 도전한다는 것은,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목표를 세우고 추진한다는 것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박수를 보낼 일이다.

 

뽀뽀하는 깨굴과 짱구/ 깨굴이 프랑스로 떠나면 두 사람은 오래도록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그가 프랑스로 떠나기로 결심한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부디 큰 성과가 있길 아울러 기대해본다.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과 곤충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무엇일까?

글쎄...

마치 '있음'과 '없음'이 무엇인지 묻는 것처럼

한없이 철학적이기도 하고,

가슴 아린 무엇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고,

아이들이 뛰어 놀고,

화단에는 누군가가 예쁘게 가꾼 한해살이 풀꽃들이 가득하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사람은 가고

인적이 끊기고

퇴락한 꽃밭은 곧바로 풀섶에 덮히고...

 

초가집이 있고, 마당이 있고, 화단이 있고, 아이들이 있는

시골 풍경을 시간의 흐름대로 짤막짤막하게 잘라

플래시로 연결하였다고 상상해보자.

풀꽃으로 가득한 화단은 참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아린 무엇이라는 게 설명 없이 바로 느낌으로 올 것이다.

사람들의 만남도 마치 그런 것 같다.

여러해살이 나무꽃이 아닌 한해살이 풀꽃 같은 것...

 

레스토랑 테라스/ 나무로 된 마루와 울타리로 만들어져 있다. 예쁘다. 예쁜 이곳도 사람 손이 닿지 않으면 곧바로 자연 속으로 묻히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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