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59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06/12
    사랑을 카피하다(2)
    풀소리
  2. 2011/06/03
    똥파리
    풀소리
  3. 2011/03/07
    멍게깍두기 만들기(1)
    풀소리

사랑을 카피하다

[prologue]

 

어제 영화번개를 쳤습니다.

4시 30분 모임을 11시 51분에 쳤습니다.

 

번개는 실패했습니다.

결국 혼자 영화를 봤습니다.

 

저는 거의 정시에 도착하였습니다.

영화를 상영한 씨네큐브 1관에는 이미 50여명의 관객 있었습니다.

남자 관객은 서너명 뿐이었고, 혼자 온 남자 관객은 저 혼자였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90년대 초반 [중독된 사랑]을 봤을 땐 더 했으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을 카피하다

감독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

 

[기막힌 복제품]이란 책을 쓴 제임스 밀러(윌리엄 쉬멜)는 책과 관련한 강연차 이탈리아 투스카니에 옵니다.

복제품(카피) 골동품점을 하고 있는 엘르는 제임스 밀러의 팬입니다.

엘르는 강연을 들으러 오지만 함께 온 아들의 배고프다는 성화 때문에 중간에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자신의 연락처를 주고 만날 것을 요청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만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연 : 줄리엣 비노쉬, 월리엄 쉬멜 등

 

 

2.

 

제임스는 9시 기차를 탈 때까지 시간이 있습니다.

답답한 실내보단 햇볕 아래에 있고 싶어합니다.

둘은 자연스레 교외로 갑니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복제품(카피)에 대한 생각 정도일지 모르겠습니다.

나머지 모든 게 달라보입니다.

그들의 대화는 점점 어긋나고 날이 섭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불편해졌습니다.

마찰이란 상대방에 대한 개입으로부터 발생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나 분노가 없다면 개입도 없겠지요.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마찰을 이르킬 정도의 개입을 한다는 건 개연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마치 '꿩은 포유류입니다. 지금부터 포유류로서 꿩의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꿩이 포유류란 말이야?' 하는 생각에 계속 집착하는 꼴이랄까요..

 

그리고 개연성 부재에 계속 집착하는 저를 보면서 '내 몸 속에도 범생이의 피가 흐르나?'하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암튼 그런 개연성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대화에 좀 더 몰입했을 텐데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어느덧 그들은 15년차 결혼 부부가 되었습니다.

제임스도 엘르의 역할극에 점점 빠져듭니다.

신혼여행을 와서 처음 갔던 호텔로 갑니다.

그들의 역할극은 절정을 향해갑니다.

제임스는 결혼 15주년 날 집에 와서 엘르가 목욕하는 사이 잠든 자신에 대해 변명하기도 합니다.

엘르는 처음으로 제임스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8시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제임스는 9시 기차를 타야 다음 약속에 늦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역할극은 여기서 끝날 지 아니면 계속 이어질 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거기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epilogue]

 

사실 이 영화를 보고 후기를 쓰기 쉽지 않았습니다.

뭔가 강한 끌림 때문에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쉽게 후기를 쓰는데,

유감스럽게도 저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꿩이 포유류라는 전제에, 그러니까 개연성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소소한 대화와 심리적인 변화를 좋아한다면

그래도 볼만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ps :

스포일러 하나 : "제, 제, 제, 제임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똥파리

벌써 재작년이군요. [똥파리]라는 독립영화가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던 게요.

전 그때 그 영화를 못 봤습니다.

남들이 마구 몰려가 보면 오히려 잘 보지 않는 모난 성격 탓도 있지만, 그땐 이상하게 일정이 꼬여서 끝내 못 봤습니다.

 

어제 12시가 다 되어 케이블TV에서 똥파리를 상영했습니다.

저는 일찍 잠을 자고 싶어하는 아내의 구박을 무릅쓰고 소리를 최대한 줄인 채 이 영화를 봤습니다.

(그래서 대사 일부를 놓쳤습니다~ ㅎ 하지만 전체 맥락에는 지장이 없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작 : 2008년 한국

감독 : 양익준

출연 : 양익준, 김꽃비, 이환, 정만직, 윤승 등

 



똥파리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밑바닥 사람들입니다.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따뜻한 기억도 별로 없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살면서 아무리 밑바닥 인생이라지만 어찌 따뜻한 기억이 없었겠습니다.

노란 옷을 입고 화사하게 웃으며 춤을 추는 엔딩 즈음의 꿈결같은 옛 기억처럼

분명 따뜻한 기억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따뜻한 기억은 검은 물감 속에 묻힌 작은 원색처럼 잔혹한 현실 속에서 존재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들의 시선은 늘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고 있습니다.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따뜻한 사랑을 줄 줄도 못한다고 하나요.

감정표현은 거칠기만 합니다.

 

다른 사람(또는 다른 사람의 반은)은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겠지요.

실물보다 아름답게 보여주는 거울이 없듯이, 이 세상은 이미 거친 나를 따뜻하게 받아줄 세상은 아니지요.

그러니 그들의 삶은 살려고 살려고 바둥치면 바둥칠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곳으로 한없이 깊이 빠져드는 늪과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로 사랑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이렇듯 여전히 엇나갑니다.

 

 

늪과 같은 삶은 대물림하면서 돌고 또 돕니다.

상훈이 똥파리처럼 죽어가면서 자신을 죽인 영재에게 '얼른 가'라고 하지만, 영재가 가더라도 늪을 벗어나진 못합니다.

 

아파도 아파하지 못하고, 사랑해도 사랑하지 못하는 삶.

참으로 아픈 영화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로 따뜻하게 마주보는 시선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밑바닥 삶을, 거칠고 외면하고 싶은 삶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그런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커다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런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애정은 상훈과 같은 밑바닥 사람들을 '사람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폭력적인 우리 사회를 깨끝한 거울처럼 훤히 비춰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멍게깍두기 만들기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멍게깍두기와 멍게무침] 에 관련된 글.

 

멍게깍두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레시피는 감비님 거로요.

 

근데 처음 하는 거라서 그런지 좀 짜게 됐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