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페티예-올림푸스> 바다가 있는 풍경

미니버스를 타고 여섯시간을 달려 페티예에 내린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만났다는 세 친구 가운데 하나가 굳이 헥토르네 여행사를 찾겠다고 고집이다. 헥토르는 여행사 이름이자 이 여행사 주인의 이름이기도 한데 저렴하면서도 깔끔한 상술로 터키에 오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 명성이 알려진 사람이라고 한다. 픽업도 나오고 숙소도 소개해준다는데.. 이곳 페티예에는 보트투어, 지프투어,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투어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이미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온 것이다. 어차피 그곳은 숙소는 아니니 그냥 숙소부터 잡고 패러글라이딩 할때나 연락하자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그 친구는 못내 아쉬운 얼굴이다. 터미널에 도착해 페티예의 숙소 밀집지역으로 돌무쉬를 타고 이동한다. 숙소를 찾아 움직이려는데 봉고차 한대가 앞에 와서 선다. 그리곤 또 한국말이 들려온다. 한국분이시죠?

 

헥토르네 숙소에서 묵다가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해 터미널에 가는 길이란다. 픽업해주는 기사가 한국 사람들이 분명하다고 말 좀 시켜보라고 해서 하는 거라나,, 뭐라나.. 가짜 헥토르도 있는지 이곳이 진짜 헥토르 맞다며 숙소 안 정하셨으면 이거 타면 된단다. .. 언젠가 론리에서 당신이 그를 찾지 않아도 그가 당신을 찾아올 거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친구도 그 말처럼 우리를 찾아낸 것일까? 이왕 이리 된 거 그냥 차에 올라탄다. 헥토르네가 연결해 준 숙소는 페티예에서 조금 떨어진 울루데니즈 해변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즉 페티예에서도, 울루데니즈에서도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헥토르는 이런 불리한 입지조건을 저렴한 숙소비와 깔끔한 숙소 시설 그리고 무료 픽업서비스로 돌파하고 있는데 어느 해변이든 24시간 무료 픽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숙소 역시 4명이 묵을 경우 거의 우리나라의 콘도같은 방에 머물 수 있고 숙소에는 수영장까지 달려 있다.

 

짐을 풀고 나니 예의 헥토르가 찾아온다. 그리곤 농담까지 섞어 가며 능숙한 솜씨로 투어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한다. 이 친구의 주종목은 패러글라이딩이다. 울루데니즈 뒷산에서 해변으로 내려오는 이 패러글라이딩은 30분내지 40분가량 진행되는데 70불이 정가라고 한다, 세 친구는 패러글라이딩과 보트투어를 신청하고 나는 그냥 보트투어만 신청한다. 어차피 높은데서 내려오는 건 내 취향은 아니다. -알다시피 나 겁 무지 많다- 그나마 보트투어도 혼자라면 하지 않았을 텐데 일행이 여러 명이니 그냥 하루 시간이나 때우자 싶은 생각이다. 점심도 주고 10불이면 물가 비싼 터키임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지 싶다. 일행이 있고 부엌이 있으니 다시 밥해먹는 일상이 시작된다. 슈퍼에서 닭을 사서 백숙을 해 먹기도 하고 하루는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만들고 치우는 것도 분명 일인데 이곳에서는 이것마저 그저 놀이의 하나인 것 같다.

 

그러다 보트투어를 간다. 보트투어의 정식 명칭은 12섬 보트투어인데 실제로는 5개의 섬을 도는 코스다. 대략 5개의 섬을 돌면서 해변에 내리거나 아님 섬 주변에 배를 정박해 놓고 수영을 하거나 아님 알아서 놀다 떠나는 상당히 널럴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물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람들로선 매번 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일이니 한두 번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내내 뱃전에 앉아 수다나 떨다 돌아오는 게 고작이다. 그래도 처음 한두 번은 물에 들어가 본다. 발이 땅에 닿질 않으니 그냥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배에서 튜브를 찾아내서 끼고 물에 들어간다. 그래도 배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이내 불안해진다. 일행들도 상태는 별로 다르지 않아 그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배위로 올라오고 만다. 그러다 그나마 점심을 먹고 나서는 그냥 배전에 앉아 수다나 떤다. 배의 2층으로 올라가면 누워서 선텐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건만 너무 태울 수도 없는 우리 같은 비태양족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배에서 하루 종일 수다만 떨다 숙소로 돌아온다.


배는 섬에 정박해 사람들을 풀어 놓는다


물에 들어가는 시간보다 앉아 노는 시간이 더 길다^^

 

하루는 근처의 샤클리켄트 계곡을 다녀온다. 산이 갈라져 만들어진 계곡 사이로 물이 흐른다는 이곳은 숙소에서 두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지프투어가 있긴 하지만 그냥 돌무쉬를 타고 다녀오기로 한다. 근데 막상 돌무쉬를 타보니 이건 그냥 돌무쉬가 아니다. 어찌된 일인지 차에 탄 사람은 모두 샤클리켄트 계곡으로 가는 관광객이다. 게다가 이 차, 중간에 송어양식장으로 유명한 툴루스에서 차를 한 번 세워준다. 그러더니 샤클리켄트 계곡에선 심지어 몇 시까지 돌아오라는 지침까지 내려 준다. 이건 그냥 대중교통수단을 탄 게 아니라 거의 투어 수준이다. 이건 거의 돌무쉬 투언데.. 일행들과 고개를 갸웃거려보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다^^. 샤클리켄트 계곡은 생각보다 험하다.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건너야하는 것은 물론 산이 갈라져 생긴 좁은 협곡으로 물이 계속 흘러내린다. 물은 점점 깊어지는데다 바닥은 미끄럽고 꽤 자주 돌로 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몇 번이나 넘어지면서도 내려갈 길이 더 걱정이다. 게다가 멋도 모르고 들고 온 카메라까지 물에 젖지 않게 챙겨야 하니 온 신경이 곤두선다. 결국 중간쯤 가다가 그냥 돌아선다. 이정도면 됐다 싶다.


샤클리켄트 계곡 입구


이 물을 건너면 좁고 긴 협곡이 이어진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가 올림푸스로 떠난다. 원래 카파도키아로 바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일행 중 하나가 올림푸스가 좋다는 소리에 귀가 팔랑거린 탓이다. 어차피 페티예냐, 올림푸스냐를 두고 잠시 고민을 했던 나로서는 올림푸스에 들렀다 가는 것도 괜찮다 싶다. 페티예에서 올림푸스 가는 길은 터키 남쪽의 지중해변을 따라 이어져 있다. 버스는 그림 같은 마을들을 지나 하염없이 달린다. 그러다 어두워질 무렵 올림포스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우리를 내려주고 떠난다. 다시 돌무쉬를 타고 한시간 가량 들어가니 올림푸스다. 마을 분위기가 왠지 동남아 해변을 연상시킨다. 정작 올림푸스에서는 하루밤만 자고 떠난다. 일정이 빠듯한 일행들이 그저 한적하기만 한 해변 마을에 그다지 매력을 못 느낀 탓하다. 결국 찍고 가는 게 목적이었던가 싶지만 해변에 혼자 남기도 처량하다. 다음날 다시 안탈랴로 나와 카파도키아로 가는 밤차를 탄다. 밤차를 타기 전 안탈랴를 잠시 돌아봤으니 결국 페티예에서 안탈랴에 이르는 지중해변의 도시는 거의 다 돌아본 셈이 되었다. 뭐 찍은 것도 본 거에 해당한다면 말이다^^


올림푸스의 명물인 트리하우스, 실제로 여기 묵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올림푸스 해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